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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북 군사 지원과 우리 안보 위협에 민주당 입장 뭔가] ....

뚝섬 2024. 10. 28. 09:14

[러 대북 군사 지원과 우리 안보 위협에 민주당 입장 뭔가] [트럼프에 ‘올인’한 金-푸틴 ‘파병 도박’… 더 커진 美 대선 리스크]

[러의 대북 군사 지원에 비례해 우크라 지원을 ]

[전차 백병전 ]

[쿠르스크 전투]

[트럼프 장기판 위의 대만, 그리고 한국]

 

 

 

러 대북 군사 지원과 우리 안보 위협에 민주당 입장 뭔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 전략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보안 센터 갈무리

 

한·미·일 국가 안보 보좌관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 파병 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한 3국 정상 회의도 조기 개최키로 했다. 한·미·일 회동은 북한 파병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북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미사일·핵잠수함 기술 등을 이전받으면 한반도 안보 균형이 깨질 위험성이 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이상 한국에 먼 나라 일이 아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도 민주당은 북한 파병마저 정쟁에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에게 파병된 북한군을 폭격해 심리전에 이용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전쟁 사주”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실이 주관한 우크라이나 비상 대책 회의 관련자 전원에 대한 조사와 공수처 긴급 수사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에 신원식 안보실장이 “긴급 대책 회의가 있다”고 답한 것이 그 근거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크라이나의 불길을 서울로 옮기고자 획책한 예비 음모이자 계엄 예비 음모”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과 안보실장의 문자메시지 노출은 부적절했지만, 북한 파병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이 파병을 통해 핵·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고, 파병 대가로 수억 달러를 받게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공격할 무기와 화력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국제법을 정면 위반한 북·러의 도발에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고, 이런 일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 대표단이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에 참석해 북한군 동향을 브리핑하는 것을 두고도 한국군 파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부의 북한군 파병 발표에 대해 “북한도 부인하고 있다. 정부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시대착오적 진영 외교로는 미·중 패권 갈등의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고 했고, 원로급 의원은 “우리가 외교를 잘못해서 북한을 완전한 친러 국가로 몰았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우려 표명은 뒷전이고 정부 탓만 하고 있다. 중대한 안보 사안 앞에서도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민주당은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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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올인’한 金-푸틴 ‘파병 도박’… 더 커진 美 대선 리스크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시간 주 노비에서 열린 교외 컬렉션 쇼플레이스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북한 외무성 부상이 25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쟁 시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4조를 언급하며 “이 조약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목격됐다고 밝히는 등 전선 투입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을 시인한 것은 더는 잡아떼기 어려울 만큼 그 절차가 눈에 띄게 신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는 냉전시대 동맹의 부활로 평가되는 북-러 새 조약의 하원 비준이 마무리되면서 파병을 정당화할 근거도 확보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이 8월 기습 공격을 통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이 ‘침공받은 동맹에 대한 군사적 원조’ 차원에서 투입되는 것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북-러의 파병 속도전은 11·5 미국 대선 이후 안보 지형의 변화를 노린 도박, 즉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다걸기(올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과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 왔다. 그의 해법이란 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압박하며 현 교전선(交戰線)을 기준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군 참전이 그런 식의 종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제 미국 대선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판세는 여전히 초박빙 안갯속이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반반인데, 세계가 우려하는 ‘트럼프 리스크’를 김정은과 푸틴은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웃 나라 주권을 유린한 침략전쟁에 무기 지원도 모자라 병력까지 ‘총알받이’로 보내는 김정은 정권의 비정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 대가는 언젠가 치를 것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당장 미 대선 이후 세계 정세의 격변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동맹마저 발을 뺄지 모를 전쟁에 끌려들어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아일보(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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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의 대북 군사 지원에 비례해 우크라 지원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의 전쟁조장, 신북풍몰이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이덕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담은 위성사진에 대해 질문을 받고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 병력을 보냈고,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 중 한 곳인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현지 정보당국발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ICBM 탄두 재진입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첨단 대공미사일, 신형 전투기 등을 받으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파병으로 받을 수억 달러의 돈도 결국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돼 우리를 겨눌 것이다. 이런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안보 포기나 다름없다. 북한과 러시아는 완전히 대놓고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적기에 실행해야 한다.

 

지금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용병과 포탄을 얻고 돈과 무기 기술을 주면서 한국의 반발은 위협적 언사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럴 수 없다. 러시아에 우리가 당하는 만큼의 고통을 주지 않으면 러시아는 멈추지 않는다. 일단 우크라이나가 가장 원하는 천궁 등 대공미사일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 방어용 무기이고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지키는 장비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나 기술을 넘기는 정황이 확인되면 우크라이나에 공격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 군 장비의 화력과 정확성은 러시아가 잘 알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장기적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젠가는 끝나고 러시아와 다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러시아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만큼 대응하되 지나칠 필요가 없고 앞서갈 이유도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 북한군을 폭격해 대북 심리전에 이용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이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된 것은 부적절했다.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정부가 “전쟁을 조장”하고 “신북풍 몰이”를 하고 있다며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지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총알받이로 파병하고 오물 풍선을 보내는 북한과, 이런 북에 군사 무기를 지원하려는 러시아다. 규탄을 하려면 북한과 러시아를 규탄해야 한다.

 

-조선일보(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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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사무총장 러의 우크라 침공 지적에 푸틴 “가족도 싸워.” 푸틴네는 몰라도, 가족이 보통 그렇게는 안 싸우지.

 

-팔면봉, 조선일보(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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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사]--- 

 

전차 백병전


쿠르스크는 약간의 탄광을 보유한 것 외에는 특별하지 않은 조용한 도시였다. 1943년 7월 5일부터 8월 23일 사이에 쿠르스크 돌출부를 두고 독일군과 소련군 간에 혈전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보통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을 곳이다. 그러나 독일군 80만 명, 소련군 200만 명이 동원된 쿠르스크의 혈전으로 전쟁사에 관심이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특히 대규모 전차전은 1500대가 넘는 전차들이 서로 뒤엉켜 백병전을 벌인 혈투로, 전차전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장렬했던 그리고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전투로 알려져 있다. 전차 백병전이란 생소한 단어지만, 말 그대로 전차들끼리 근접 혈투를 벌이는 전투다. 포탄을 발사할 수 없거나 불붙은 전차들은 적의 전차에 육탄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한 세대 지나 로봇이 전투를 대신 하게 된다면 우린 이런 광경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쟁사 마니아에게나 기억되던 지역이 갑자기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다시 전쟁 때문이다. 이번의 쿠르스크 전역 역시 극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투가 될 것 같다.

그야말로 치킨 게임이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정예 전력을 투입했고, 러시아의 2선 부대로는 감당이 안 된다. 러시아는 동부전선의 주력을 빼 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사이에 우크라이나군은 방어 진형을 확보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아니면 동부전선에서 모험을 벌일 수도 있다. 10월까지 버티면 가을비 맞은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가 된다. 쿠르스크는 평원이라 방어에 불리한 곳 같지만 그 반대다. 오히려 공격 부대가 완전히 노출되고 약간의 구릉, 숲, 도랑이 훌륭한 방어 지형이 된다. 1943년 독일군은 충분히 요새화된 쿠르스크 돌출부에 뛰어들었다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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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전투

 

[임용한의 전쟁사]

 

우크라이나군이 기습적으로 쿠르스크로 치고 들어갔다. 쿠르스크는 독소전쟁 중에 최대의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쿠르스크에서 모스크바 간 거리는 약 500km이다. 전체가 평원이라 방어 지형이 적고, 방어에 많은 병력을 요구한다. 독일군은 모스크바까지 진격할 여력이 없었지만, 쿠르스크를 확보하면 스탈린을 위협하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했었다.

전황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나 전력 규모로 보아 점령지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대담한 작전을 시도한 목적은 무엇일까?

 

결정적인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전력을 분산시킨다. 이 전쟁의 전선은 1000km에 가깝다. 아직 미흡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제공권까지 보강하면 이런 공세를 더 자주 취할 수 있다. 러시아는 방어에 상당한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충분한 전력, 제공권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침공은 기습 효과가 사라지면, 공격부대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러시아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공격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고, 반전 여론을 일으키려는 의도일까? 러시아도 파괴된 지역이 생기고, 피란민이 모스크바로 밀려든다. 러시아 정부가 휴전협정에 보다 적극적이고 양보적으로 나오게 하려는 속셈도 있을 수 있다. 휴전이든 정전이든 양보가 필요하다. 양보는 더 큰 손실을 막으려는 자세에서 나온다.

러시아 본토 공격의 제한이 풀린 우크라이나군의 탐색전일 수도 있다. 전투 경험 없이 군대의 전술 능력은 발전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제한 없이 움직일수록 러시아군의 전쟁은 더 어렵고 복잡해지고, 우크라이나군의 재정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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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기판 위의 대만, 그리고 한국

 

[이철희 칼럼]

박빙 승부로 되돌아간 美 대선 드라마
‘찐 현실주의’ 트럼프 2기 가능성 여전
‘가치외교 종언-불가측 시대’ 대비 없이
이념 앞세운 ‘우리편 외교’만 할 때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자못 흥미로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기 피격 사건 이후 승기를 굳힌 듯하더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 사퇴하자 그 바통을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예상밖의 선전을 보여주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하다. 이제 선거전은 ‘이상한 트럼프’ 대 ‘미친 해리스’의 박빙 대결로 바뀌었고, 석 달도 남지 않은 투표까지 또 어떤 충격과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됐다.

모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 예측이 아니라 그 이후의 대비임을 새삼 확인케 한다. 외교정책 경험이 부족한 해리스로의 후보 교체는 향후 미국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그 노선은 ‘바이든 2.0’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향후 대외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부를 ‘트럼프 2.0’의 파괴력에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

최근 대만이 겪은 충격파는 트럼프 2기가 국제사회에 몰고 올 혼란의 예고편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피격 며칠 뒤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항해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 대만은 방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린 보험회사와 다를 게 없는데, 대만은 전혀 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만은 미국과 9500마일 떨어져 있는데, 중국에선 68마일이다”라며 방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예전에도 트럼프는 같은 질문에 “내 카드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곤 했지만 그의 백악관 복귀가 굳어져가던 시기여서 발언의 무게는 남달랐다.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기업 TSMC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대만 행정원장이 나서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대만에선 TSMC에 대한 ‘애국 투자’ 열기가 일었고, 라이칭더 정부는 내년도 방위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는 등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적 개입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견지해 왔고, 트럼프는 그런 노선에 충실한 답변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정작 신냉전 대결 속에 이런 ‘전략적 모호성’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바이든이었다. 그는 재임 중 네 차례나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그렇다”고 즉답했다. 물론 그 뒤엔 늘 백악관 측이 부랴부랴 “우리 정책에 변화는 없다”며 사실상의 실언이라는 식으로 진화하곤 했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유별나다. 전통적 외교 문법에선 지극히 이단적이다. 유럽 학계는 미국 공화당의 정책 분파를 △세계 패권을 유지하자는 미국우월론(primacists) △세계의 경찰이 아닌 국내 문제에 집중하자는 개입자제론(restrainers) △유럽·중동이 아닌 중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우선순위론(prioritisers)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세 그룹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두에 다리를 걸친 채 필요에 따라 집어들 뿐이다.

사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자유주의의 망토를 걸친 현실주의자’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어떤 레토릭으로도 포장하지 않는 ‘찐 현실주의자’다. 1기 때부터 미국의 패권적 위상을 내세우면서도 군사적 개입엔 몸을 사렸다. 동맹과 우방을 깔보며 독재자들과 어울렸다. 그에겐 어떤 이념도 가치도 없다. 매사를 거래 관계로 보고 경제적 손익계산 아래 그때그때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트럼프 2기의 위험성도 바로 거기에 있다.

트럼프가 몰고 올 혼란은 대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 반도체 사업을 가져간 부자 나라, 왜 그런 나라를 방어해줘야 하느냐는 주장은 당장 한국에도 그대로 겹쳐진다. 주한미군 철수 압박과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는 불 보듯 뻔하고, 북한과의 직거래 신호는 한반도 정세의 불가측성을 한껏 끌어올릴 것이다. 이제 김정은마저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다”며 3년여 만에 직접 ‘대화’를 언급하고 나섰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선 어떤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레 호들갑 떨 일도 아니라지만 이렇게 느긋할 일인지 걱정될 정도다. 트럼프 복귀는 예측 가능한 외교의 시대에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가치와 이념을 앞세운 ‘우리 편’ 외교에만 주력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레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자유·인권을 강조하는 새 통일담론을 제시한다는데, 과연 그 선명한 이념적 언어 안에 냉철한 현실인식과 실천전략은 얼마나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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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류 1년, 4만번 검사에 방사능 초과 ‘0′, 괴담에 헛돈 1조5000억원. 물어내든지 사과하든지.

 

-팔면봉, 조선일보(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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