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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李 회담, 합의 못 해도 만나는 편이 낫다] ....

뚝섬 2024. 9. 2. 08:44

[韓·李 회담, 합의 못 해도 만나는 편이 낫다]

[韓·李 민생 공통 공약 추진 기구 합의… 이에 용산도 힘 실어야]

[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닌 ‘큰 용기’다]

 

 

 

韓·李 회담, 합의 못 해도 만나는 편이 낫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대표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운영하겠다는 것뿐이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현재 의료사태와 관련해 추석 연휴 응급 의료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어차피 큰 기대를 가졌던 만남은 아니었다. 여야 대표가 한 번 만나서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에 지금 우리 정치는 너무나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다. 섣불리 상대방 입장에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지지층의 불만과 실망을 살 위험이 있다. 여당 대표의 경우 대통령과 상의 없이 기존 입장을 절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 정당 대표 간의 회담이 지난 11년간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합의가 불발됐다고 했지만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했다고 했다. 의료사태에 대해서도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2025년 의대 정원만큼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렇게 직접 만나서 마주 앉아 얘기하다 보면 어느 대목이 막혀 있고 어느 대목은 그래도 통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타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99가지가 달라도 1가지 타협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발견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국민은 양측이 주고받은 대화를 되새겨 보는 과정에서 어느 쪽 이야기가 더 타당한지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국민여론이 의견을 조율해 나갈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갖는다. 적어도 서로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목청 대결을 벌이는 것보다는 바람직하다. 양당 대표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만남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길 바란다.

 

한동훈, 이재명 대표 두 사람은 양 진영의 대표적인 차기 지도자감으로 꼽힌다. 국민은 두 사람이 만나서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지역에 따라, 세대에 따라 두 동강 난 이 나라를 이끌고 가기에 누가 적임자인지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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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李, 첫 대표 회담 뒤 8개 항 공동 발표문 내놔. 주요 쟁점 사안 합의는 없었지만 첫술에 배부르겠나.

 

-팔면봉, 조선일보(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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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李 민생 공통 공약 추진 기구 합의… 이에 용산도 힘 실어야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있다. 박형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만나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선 정부를 향해 추석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양당이 국회 차원의 대책도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여야 당대표 간 공식 회담이 열린 것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양당은 어제 회담 결과를 정리한 공동발표문에서 8개 항에 걸쳐 향후 양당 간 논의의 방향과 틀을 제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국가전력망, 가계·소상공인 지원, 저출생 대책, 딥페이크 성범죄, 지구당 재도입 등에 대한 ‘검토 협의’ ‘적극 논의’ ‘신속 추진’을 다짐하는 등 공동 추진 과제를 좁혔다.

의제 선정과 생중계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한 끝에 2주 만에 성사된 회담이고, 며칠 전엔 22대 국회 들어 첫 여야 합의로 민생법안이 처리된 만큼 기대도 적지 않았다. 핵심 쟁점 현안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민생 현안에서도 구체적 합의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첫 만남이었던 만큼 다양한 현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

 

모두발언에서는 두 대표 간의 신경전이 부각되는 모습이었다. 한 대표는 정치 개혁과 정쟁 중단을 주장하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재판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에 빗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이에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히며 “입장이 난처한 건 이해하지만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한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사실 무한정쟁 속 가파른 여야 대결구도와 여권 내 당정 간 긴장관계를 보면 두 대표가 만나서도 실질적 합의를 내놓기 어려운 게 작금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을 추진한다지만 그렇다고 국정의 한 축으로서 대통령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처지에서 여야 대표가 국가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추석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정부에 함께 주문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이런 회담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두 대표의 첫 회담은 아쉬움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정치 복원’은 절실한 과제다. 대결과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한 번의 만남으로, 한 차례의 정치쇼로 끝낼 수는 없다. 22대 첫 정기국회가 오늘 시작된다. 이제 실질적인 합의와 그 이행을 위해 더욱 자주 통화하고 만나야 한다.

 

-동아일보(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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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닌 ‘큰 용기’다

 

[정용관 칼럼]

같은 유리창에 계속 부딪히다 죽는 참새처럼
의료 개혁, ‘불굴의 원칙’만 강조해서는
혼란 수습 못 하고 의료계 동참도 못 끌어내
결국 의료 질만 떨어지면 개혁이 무슨 소용


꽉 막힌, 답이 안 보이는 난국(亂局)이다. 의료개혁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민도 답답하다. “의대 증원 마무리됐다”고 쐐기를 박은 대통령은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지역·필수 의료의 현장 주체가 돼야 할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료개혁은 사실 정부로선 불리한 게임은 아니었다. 채 상병 문제나 명품백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는지는 모르나, 국민 지지는 꽤 높은 개혁 과제였다. 그런데 이젠 정부의 정책 역량 한계만 드러내는 형국이다. 왜 이리 꼬인 걸까.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일말의 해법은 없는 걸까.

모든 정책엔 제약 요소(constraint)가 있다. 그 제약 요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의료개혁의 방향은 무엇이고 제약 요소는 무엇인데,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의 전략과 로드맵 없이 거칠게 내지른 측면이 있음을 정부 쪽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마치 톱다운 방식으로 침대를 길게 짜놓고는 억지로 사람의 키를 늘여 맞추려 하는 식으로 비쳤다.

 

지금의 의료 상황에 대해 붕괴(崩壞), 대란(大亂) 등의 용어까지 쓰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들었을 때는 뜨악했다. 대통령은 대체 누구에게 응급의료 현장 보고를 받는 건가. 우여곡절 끝에 응급실에 들어가도 수술할 의사가 있는지는 운에 맡겨야 하는 게 현실 아닌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정책의 일관성만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흔들림 없이 밀고 가야 하는 것도 있고 현실을 직시해서 유연하게 방향을 조정하는 게 옳을 때도 있는 법이다. 어느 원로 법조인은 이를 참새에 비유했다. 어떤 참새는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방에 들어왔다가 투명한 유리창에 두어 차례 부딪힌 뒤 정신을 차리고 열린 문을 찾아 빠져나가지만, 어떤 참새는 계속 유리창에 부딪히다가 기진맥진해 죽기도 하는데, 지금 상황은 유리창만 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대통령은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자신의 소명으로 느끼는 듯하다. 역대 정부에서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아 의료 현장이 왜곡되고 곪아 터진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전체를 싸잡아 카르텔로 규정하고 일거에 수술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아니었는지, 의료계를 이참에 손을 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의료 파동은 어쩌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간 의료계에 누적된 모순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많은 국민들도 알게 됐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공(功)’이다. 모처럼의 기회를 살려 가려면 대통령이 ‘불굴의 원칙’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의료계의 마음을 달래고 개혁의 동반자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1년, 2년 못 버티고 의대생 전공의가 돌아온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의료의 질이 떨어지면 이런 개혁이 무슨 소용이 있나.

의료개혁 문제는 정치의 문제이고 리더십의 문제다. 이 대목에서 드라마 ‘더 크라운’의 처칠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처칠은 런던을 덮친 그레이트스모그에 대해 처음엔 “안개일 뿐”이라며 무시했다. 내각 회의에선 날씨 문제 갖고 왜 그러느냐며 책상을 내리치고 격노도 했다. 그러다 실각 위기까지 몰렸는데, 자신의 비서가 앞이 안 보이는 스모그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조문한 병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 대공습 이후 최악의 장면”이라며 의료인 확보와 공기오염 원인 독립 조사위 구성 등 대책을 발표했다. 언론은 ‘위기 속 진정한 정치인’ ‘전쟁 때의 그를 보는 듯’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고, 일거에 상황은 반전됐다.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거나 돌아가는 지혜를 보이면 어떨까. 국민을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했는데, 실제 해보니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이 벌어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카르텔 운운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것도 좋겠다. 의료 현장을 직접 찾아 “의대 증원은 각 의대 현실에 맞게 자율권을 주겠다” “의정이 함께 의료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보자” 등의 발표를 하는 건 어떨까. 그래도 의료계가 요지부동이면 그땐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이다. 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니라 궁극의 가치와 이익을 위한 ‘큰 용기’일 수 있다.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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