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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박근혜는 다르다] [탄핵 의결로 막 내린 정치 초보자.. ] ....

뚝섬 2024. 12. 16. 11:20

[윤석열과 박근혜는 다르다]

[탄핵 의결로 막 내린 정치 초보자의 무모한 ‘내란 도박’]

[尹 또 자찬 일색 담화… 8년 전 朴은 “제 부덕” 고개 숙였는데]

["우리 사회 火가 너무 많다... 큰 우물 빠져 나뭇가지에 매달린 형국"]

 

 

 

윤석열과 박근혜는 다르다

 

[朝鮮칼럼]

국정 농단 의혹 후 朴은 단 한 번도 여당·보수 진영 붙잡은 적 없어
고개 숙이고 홀로 돌 맞아
이번엔 尹이 전선을 만들고 있다
비상계엄·부정선거론에 대해 보수에게 묻고 있다 "동의하나"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反問으로 이 본질적 질문 비켜갈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정운영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사진은 2023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거부한 마당에 그 직무를 정지할 다른 방법이 없긴 했다.

 

그래도 탄핵은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 “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계속 직을 수행할 수 있겠나? 국군을 통수하고 행정부를 통솔할 수 있겠나? 주식·외환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 단단히 화가 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긴밀한 정상(頂上) 외교가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나”라고 여러 번 물어봤다. 제대로 된 답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격앙된 보수 지지자들이 ‘미우나 고우나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또다시 끌어내릴 순 없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 고 대답할 땐 그 심정이 이해가 가긴 했다. 하지만 경제와 안보가 보수의 강점이자 요체라고 늘 주장하던 여당 중진 의원도 같은 소리만 해댔다.

 

어쨌든 탄핵은 가결됐다. 탄핵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던 일반 여론과 달리, “어쩔 수 없다”와 “그래도 안 된다”로 엇갈린 보수 여론과도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결로 똘똘 뭉쳤다. 108명 의원 중에 최소 12명이 찬성한 것으로 해석되니 아홉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절반가량이 가결표를 던진 것과는 사뭇 다르다. 탄핵 가결 직후엔 그 책임을 물어 한동훈 대표를 끌어내려 사실상 ‘친윤 단일 대오’ 체제를 만들었다. 홍준표 시장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다 색출해 쫓아내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당시와 달리 똘똘 뭉친 단일 대오의 외양을 갖췄지만 이제 국민의힘은 더 큰 질곡을 겪을 것이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여러모로, 너무 다르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박근혜는 단 한 번도 여당이나 보수 진영을 붙잡지 않았다. 루머와 과도한 법리 앞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홀로 돌을 맞았다.

 

탄핵 심판, 형사 재판, 옥고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에 이른바 친박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온갖 정치적 갈등을 키우려고 할 때도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삿대질과 책임 공방이 난무했지만 새누리당 분당 3년 만에 미래통합당의 이름으로 통합하고 탄핵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올 때까지 박근혜의 절제와 침묵이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다르다. 탄핵 표결 이틀 전 “자리 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선관위 군 투입에 대해선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부정선거론에 불을 붙였다.

 

박근혜를 둘러싼 분열은 ‘그의 잘못이 얼마나 크냐’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제 윤석열에 대한 갈등은 ‘계엄은 정당하고 부정선거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본인이 직접 그 전선을 만들고 있다. 계엄의 실행 리더 격인 전 국방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며 이를 수사하는 것이 내란”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제 국민의힘과 탄핵을 반대했던 보수 진영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최순실에 대해선 “몰랐다. 막지 못해 죄송하다”로 버틸 수 있었지만 비상계엄과 부정선거론에 대해선 ‘생각’과 ‘판단’을 밝혀야 한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동문서답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탄핵 심판의 단일 쟁점은 비상계엄에 대한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나가서 계엄은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주장하는 동안,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지속적으로 입장 발표를 요구받을 것이다. 의총장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대통령을 외롭게 해드려서”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민주당 때문에, 한동훈 때문에” “부정선거에 대해 여러 의혹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국민들 앞에서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광화문 광장 강성 보수층의 손을 잡았다. 국민의힘도 합세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언론, 기업, 법조계, 의료계의 전통적이고 합리적 보수층들은 팔짱을 끼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한 나라들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과 보수 주류가 윤석열과 광화문의 손을 잡지 않으면 힘든 길이 시작될 것이다. 배신자론이 창궐할 것이다. 하지만 힘든 오르막을 선택하는 것 말고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나?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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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의결로 막 내린 정치 초보자의 무모한 ‘내란 도박’

 

[천광암 칼럼] 

尹 정치입문 8개월 만에 대권, 大運
독선과 불통 끝에 무모한 ‘계엄 도박’
구차한 변명과 남 탓, 거짓말 그만두고
모든 책임은 내게’ 언행일치 보여야

 

주식시장이나 카지노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초보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란 게 있다. 우연한 행운이 몇 번 이어지다 보면 대개는 자신이 그 분야의 타고난 천재라는 착각과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점점 무리한 ‘베팅’을 하게 되고 운이 다하는 순간 패가망신하게 되는데, 이를 경고하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보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한국 정치에서 초보자의 행운을 이야기할 때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적절한 사례는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29일 정치에 첫발을 디딘 지 넉 달 만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고 다시 그로부터 넉 달 뒤에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초보자의 행운을 만난 많은 이들이 흔히 착각하듯이 윤 대통령은 이를 100% 자신의 실력으로 이룬 성취로 받아들였고, ‘정치든 뭐든 내가 최고’라는 자아도취는 이내 독선으로 이어졌다. 많은 검토와 협의, 공사 등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도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을 당선 즉시 기정사실화하고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였다.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관저 이전도 비슷했다. 아니 한술 더 떠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온갖 불법과 변칙이 행해졌다.

독선은 다시 불통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엄청난 무리를 해가며 집무실을 이전한 명분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즉 소통이었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은 특정 언론사와의 갈등을 이유로 취임 6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후 공식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이 ‘편하게’ 생각하는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나 대담으로 대체됐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기자회견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당 부분은 끊임없이 의혹과 리스크를 생산해 내는 김건희 여사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두둔하는 내용이었다.

독선과 불통은 정책이고 정치고 예외가 없었다. ‘카르텔 척결’이라는 외마디성 구호를 앞세워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고, 밑도 끝도 없이 ‘2000명’이라는 숫자를 앞세워 의료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찬성 여론이 70%가 넘는 김 여사 특검 여론에 대해서는 시종 귀를 막았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런종섭 사태’로 의혹과 비판 여론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가혹한 시험’이 찾아왔다. 4·10 총선 참패와 거대 야당의 탄생이 그것이다. 국정과 인사에 대한 대대적 쇄신, 야당과의 협치, ‘여사 리스크 해소’만이 ‘가혹한 시험’을 돌파하는 해법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것을 선택하는 대신 한국 정치사의 어두운 지하에 45년간 잠들어 있던 ‘비상계엄과 내란의 망령’을 불러냈다. ‘야당 경고용’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딴판으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한 뒤 특급 보안시설인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벙커 안에 이들을 구금하려 했다는 섬뜩한 증언도 있다. 까딱했으면 불법 구금으로 악명을 떨쳤던 ‘보안사 서빙고 분실’이 되살아날 수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14일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이고, 50년 후퇴할 뻔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불법 계엄으로 인한 비용을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 포브스는 최근 “투자자들이 현대 아시아의 계엄령 집행자를 생각할 때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이제는 한국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결국 5100만 국민이 이기적인 정치적 도박의 대가를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더 독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가 출범도 하기 전에, 선장 없는 한국 경제에는 내수 부진과 환율 불안 등의 ‘삼각파도’가 줄줄이 밀려오고 있다. 비용은 할부가 아닌 일시불, 외상이 아닌 현찰로 치러야 할 참이다.

윤 대통령은 ‘내란 시도’가 실패한 뒤에도 구차한 변명과 남 탓, 금세 탄로 날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2년 7개월이나마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던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떠나는 뒷모습만이라도, 다만 한순간이라도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의 언행일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천광암 논설주간, 조선일보(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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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또 자찬 일색 담화… 8년 전 朴은 “제 부덕” 고개 숙였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담화를 통해 “잠시 멈춰 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 한미일 공조 복원, 4대 개혁 추진 등을 성과로 제시하며 “온 힘을 쏟아 일해 왔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안 통과 뒤 본인의 “부덕과 불찰”을 탓하며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던 것과 대비된다.

이번 담화는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1차 탄핵안 표결 당일인 7일 첫 번째 ‘2분 담화’에서 사과와 함께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임기를 포함한 정국 운영을 여당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12일 두 번째 담화에선 29분 내내 “광란의 칼춤” “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 등을 주장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마침내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번엔 “미래를 향한 여정” 운운하며 정치적 피해자라도 된 듯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실로 어이가 없다.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은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관련자 체포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 1, 2인자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도 구속됐다. 이들 중 일부는 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했다. 수족들은 이렇게 내란죄로 줄줄이 엮여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는데 정작 그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은 여전히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5일 출석하라는 검찰의 소환에도 불응했다. 이런 부조리가 또 어디 있겠나.

 

-동아일보(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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