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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단장은 너”… 불명예 전역 장성의 계엄 모의 미끼] ....

뚝섬 2024. 12. 20. 09:27

[“다음 여단장은 너”… 불명예 전역 장성의 계엄 모의 미끼]

[계엄 사태의 또 다른 교훈… 리더는 ‘경청’해야 한다]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지역당’ 고착화돼 가는 與]

 

 

 

“다음 여단장은 너”… 불명예 전역 장성의 계엄 모의 미끼

 

12·3 비상계엄 사태 주요 가담자 중에는 민간인이 한 명 끼어 있다. 6년 전 퇴역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다. 포고령 초안 작성자로 알려진 그는 군에 선관위 장악을 지시하고 계엄 당일 탱크부대장을 호출하는 등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계엄 이틀 전 정보사령관과 대령 두 명을 롯데리아로 불러 모은 것도 노 전 사령관이다. 그는 이들과 햄버거를 먹은 뒤 “계엄이 있을 테니 준비하라”며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해 중앙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민간인인 그가 군 간부들을 움직인 수단은 인사였다. 햄버거 회동 참석자인 정모 대령은 지난달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역이 몇 년 남았냐. 다음엔 네가 여단장 하면 되겠다. 내가 많이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말에 넘어가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자료를 정리하는 등 요구에 따랐다. 노 전 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계엄 당일 정보사로 온 제2기갑여단장(준장)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노 전 사령관이 전부터 “(김용현) 장관님이 너한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 한다. 너를 정말 귀하게 여기신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한다.

▷전직이 던진 ‘진급 미끼’에 현직들이 걸려든 것은 그가 김 전 장관과 절친한 비선 실세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폐쇄적이고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정보사는 현직과 ‘올드보이(OB)’들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정보사령관과 육군정보학교장 등 고위직을 거친 그는 이런 인맥의 중심에 있었다. 그와 가까운 대령급 간부가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 TF에 참여한 뒤 준장으로 진급하는 등 영향력이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6년 전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술자리에서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그가 이 사건으로 지위와 명예를 잃게 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했지만 그는 전역 후에도 군 정보라인의 막후 실력자로 활동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마저 김 전 장관에게 “노상원을 멀리하라”고 만류했다고 하는데 김 전 장관으로선 은밀한 계엄 준비를 위해 민간인 신분의 비선 측근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은 음지에서 움직이며 군인들의 약한 고리인 인사를 공략했다. 대령은 56세까지 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고 준장은 6년 내 진급을 못 하면 퇴역이다. 정보사 정 대령은 인맥이 없어 진급을 기대하지 못했는데 노 전 사령관의 제안에 욕심이 생겨 요구에 응했다고 한다. 국방부 장관은 성추행으로 물러난 예비역을 끌어들여 계엄을 기획하게 하고, 그 전직 장성은 후배들의 출세욕을 자극해 반헌법적 행위를 시킨 것이다. 군 인사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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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의 또 다른 교훈… 리더는 ‘경청’해야 한다

 

요즘 누구를 만나든 대화의 종착역은 12·3 비상계엄이다. 계엄이 초래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타격 우려는 물론이고, 이 충격적 소식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들었는지 개인적 경험을 나누게 된다. 더 나아가 ‘왜 똑똑하다는 이들이 이같이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심리적 분석에까지 이른다.

기업인들은 주로 ‘불통(不通)’과 ‘집단사고(groupthink)’의 폐해를 꼽았다. 집단사고는 집단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로 객관성을 잃고, 집단 화합과 동조에 대한 열망으로 개인의 비판적 사고를 차단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말한다. 어빙 재니스 미 예일대 교수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똑똑한 참모들이 내린 재앙적 결정, 1961년 ‘피그만 침공’ 사건에 영감을 받아 1972년에 정립한 개념이다. 사석에서조차 듣기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적 스타일과 ‘인의 장막’ 속 집단사고가 만나 파국이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누구나 자유롭게 비판적 의견을 내놓고, 이를 잘 듣는 리더가 중요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천은 매우 어렵다. 제왕적 리더십과 충실한 실행자로 이뤄진 한국적 조직문화는 더더욱 집단사고에 빠지기 쉽다. 최악의 의사결정 표본이 된 계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주요 기업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경청(傾聽)’이라고 쓴 액자를 늘 사무실에 걸어놓는다고 했다. 남의 말을 듣기 싫더라도 액자를 보며 되새기기 위해서다. 그는 “결국 내 판단으로 밀어붙일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일단 들어 놓으면 마음 한편에 그 반대 의견을 항상 염두에 두게 된다. 다음 의사 결정에 반영하거나 조심해야 할 리스크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싫은 소리 하는 이를 옆에 두고, 싫어도 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성공하는 리더십은 경청을 개인의 의지에 맡기지 않는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만 침공 실패 이후 ‘특정 안건에 대한 찬반보다 여러 대안을 내놓는 회의를 한다’, ‘대통령이 없는 자리에서 소그룹별로 토론한다’ 등 집단사고를 피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쿠바 미사일 위기에는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엔비디아 젠슨 황 CEO도 소통의 달인으로 꼽힌다. 올해 3월 엔비디아 본사에 가보니 엘리베이터는 건물 구석에 숨겨져 있다시피 했다. 그 대신 중앙에 각 층 카페와 이어진 계단으로 직원들이 이동하게끔 설계돼 있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반도체 개발 특성상 전문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억지로라도 계단에서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타나서 ‘뭘 연구하느냐’고 묻고, 한참 듣고 가서 곤혹스럽다”는 개발자도 있었다. 알 수 없는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테크기업 특성상 경청 없인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최악의 의사결정으로 어마어마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누구든 경청의 파워를 뼈저리게 느낀 아주 비싼 수업료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동아일보(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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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지역당’ 고착화돼 가는 與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했다. 당시 여당 대변인은 ‘사죄’ 표현과 함께 “오로지 국민 눈높이에서 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질서를 위협했다. 8년 전 탄핵과 비교할 때 사유가 더 엄중하고 명확하다. 그런데 당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 ‘1호 당원’ 대통령이 탄핵된 데 대한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는 없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직후부터 국민의힘은 지금껏 당내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배신자 프레임’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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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뒤 지역구 표심만 보는 정치인들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엔 얼마 전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겨냥해 “민주당 부역자는 (당에서) 덜어내자”라거나, “90명이라도 똘똘 뭉치자”는 글이 올라왔다. 의원들의 개인 SNS엔 “쥐××” 같은 더 심한 말들이 넘쳐난다. 탄핵안 표결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을 향해 “의총장에서 나가라”는 고함이 쏟아졌고, 심지어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왜 이럴까.

국민의힘에 속한 대다수 정치인들의 관심이 ‘국민의 민심’이 아닌 ‘3년 뒤 지역구 표심’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 다수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남이가’ 또는 ‘저 자는 배신자’라는 한마디가 지역에서 표를 얻는 데 더 유리하다고 믿는 것이다. 민심과의 괴리는 그래서 생긴다.

이는 영남·강원권에 의석이 집중된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과도 관계가 깊다. 지금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가운데 영남·강원 의원이 72.2%에 이른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122석 중 19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영남·강원에선 73석 중 65석을 얻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안에선 영남 주류의 뜻에서 벗어나게 되면 당 대표나 지도부도 생존할 수 없게 됐다. 현 정부 출범 이래 2년 7개월여 동안 약 3개월에 한 번꼴로 당의 얼굴이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당의 혼란이 커질수록 주류 곁에 바짝 붙어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소수당’ 재집권-국정운영 어려워

2016년 총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은 사실상 지역 소수 정당으로 그 위상이 떨어졌다. ‘배신자 프레임’이 등장하고, ‘진박 공천’이 당내 화두로 떠오른 시기다. 이후 보수 정당은 점점 쪼그라들었다. 전 국민을 향해 환골탈태를 외쳤지만 당의 미래, 쇄신이 달린 당 주도권 다툼에선 소수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를 등에 업은 ‘배신자 프레임’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 결과가 총선 내리 3연패다. 2016년 새누리당의 수도권 의석은 37석이었지만 지금은 19석밖에 안 된다. 수도권에서 83석을 얻어 당내 지역구 당선자의 55%를 수도권이 차지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같은 정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다수당이 되기 어렵다. 설령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더라도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전국지표조사(NBS·12월 16∼18일 조사)를 보면, 78%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가 ‘잘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해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68%에 달했다. 거의 모든 국민이 느닷없는 계엄 선포에 놀랐고 대다수가 조속한 헌정질서 회복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안에선 여전히 “탄핵까지 갈 사안이 아니다”는 의원들이 대다수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중도를 아우르는 정상적인 수권 정당의 길을 포기한 것인가.

-길진균 논설위원, 동아일보(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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