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계엄 혐의자가 점집을 운영했다니] [권력과 法師] ....
[민간인 계엄 혐의자가 점집을 운영했다니]
[권력과 法師]
[둔갑술과 검법]
민간인 계엄 혐의자가 점집을 운영했다니
지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1층에 위치한 노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의 모습.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의 막후 설계자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예비역 소장)이 지목되고 있다. 노씨는 계엄령 이틀 전 경기도 안산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및 정보사 대령 2명과 함께 선관위 서버 확보 등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그는 민간인 신분인데도 현역인 문 사령관과 대령들에게 대북 특수부대 투입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은 검찰에서 “계엄 직후 김용현 국방장관이 선관위 출동을 지시하면서 ‘노상원 전 사령관과 연락하면 된다’는 말을 했다”며 “현직 대신 예비역에게 연락하라고 해 의아했다”고 진술했다. 계엄 직전 기갑여단장도 노씨 연락을 받고 정보사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이란 엄청난 군사 조치에 민간인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노씨가 현역 군인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김용현 전 장관과의 사적 친분 때문이다. 육사 3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1989년 무렵 대통령 경호 부대에서 같이 근무한 뒤 30여 년을 서로 밀어주고 끌어줬다. 현역들은 인사권자인 장관과 친한 노씨에게 잘 보이면 진급, 보직 등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노씨는 정보사 대령에게 “여단장(준장)을 다음에 네가 하면 되겠다”고 했다. ‘인사 영향력’을 미끼로 쓴 정황이다. 야당은 노씨가 계엄에 투입할 별도 부대까지 선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군사 조치에 민간인이나 사조직이 개입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설 계엄’이라도 한 것인가.
노씨가 전역 후 역술인으로 활동하며 점집을 운영했다는 사실은 더 황당하다. 그의 안산 거주지에는 ‘모범 무속인’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고 현관엔 술·북어 등 굿이나 제사에 쓰이는 물품이 놓여 있었다. 인근 주민과 동업자는 노씨를 “보살”이라고 불렀다. 노씨는 2018년 전역한 이후 역술·무속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는 무속·점 관련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나온 것은 역술인 천공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말이 돌았다. ‘건진 법사’라는 사람도 윤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제 불법 계엄의 비선으로 ‘노 보살’까지 등장했다.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일보(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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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法師
[조용헌 살롱]
살롱을 20년 쓰면서 필화 사건은 없었지만 소동을 일으킨 칼럼은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손바닥에 ‘王’ 자를 쓴 도사가 다름 아닌 ‘J’라는 사람이었다고 썼던 칼럼이었다. J는 전성배(64). 건진법사(乾津法師)의 본명이 전성배였다. 이 칼럼 이후 윤석열 캠프에서 건진법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건진의 밥줄(?)을 끊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대원군때 장자방 역할을 했던 도사 백운학도 결국 암살되었다. 반대파였던 민비 쪽에서 보낸 자객에게 죽었다. 함양 서상면 출신의 박 도사(1935~2000). 이후락·윤필용과 친했기 때문에 윤필용 사건의 와중에서 반대파의 공격을 받았다. 보안대 지하실로 끌려가서 ‘너 임마! 도사라면서! 너는 오늘 죽었다’ 소리를 들으며 요원으로부터 흠씬 맞았다. 한때 대권 주자로 거론되었던 포철 박태준. 그가 헬기를 타고 서상면으로 박 도사를 찾아오는 성의를 보이는 바람에 김영삼 정권 때 박 도사도 고초를 겪었다.
권력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여차하면 감옥이고 죽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는 예지력이 있는 왕사나 국사를 모셨다. 왕사가 없는 시대에는 무당, 법사, 도사, 술사를 끼고 산다. 여차하면 무당은 바로 버린다.
건진은 가방끈이 짧다. 법사가 되려면 가방끈이 짧고 밑바닥 계층이어야 한다. 학벌이 좋으면 영발이 쇠퇴한다. 이미 10대 중반에 접신이 되었으니 학교도 못 다녔다. 건진의 어머니도 충주 일대에서 유명한 샤먼이었는데 아침마다 ‘오늘 오후에 누구 올 것이다!’라고 예측하면 거의 들어맞았다고 한다.
건진은 접신된 귀신이 13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다른 무당은 1~2개 정도 들어왔는데 건진은 13개나 되었으니 그 구질이 다양하였다. 5공화국 때는 전두환 정권의 실세들이 건진을 만나려고 쫓아다니기도 했다. 건진의 또 한 가지 주특기는 치병에 관한 부분이었다. 내가 아는 지인이 사업하다 부도나서 감옥에 3년 있었는데 감방에서 몸이 차가워지는 냉병이 왔었다고 한다. 건진은 인체의 숨어 있는 잠맥(潛脈)을 잡아내기도 하였다. 건진에게 비판적인 필자에게 그 지인은 건진 때문에 냉병이 나았다고 여러번 강변하였다. 건진은 원주 치악산에서 산신 기도를 하다가 간첩 신고를 당하기도 했고, 이번엔 검찰에 체포되는 신세가 됐다. 술사는 매일 바쁘고 이권을 챙기다가 거미줄에 걸린다. 도인은 한가하게 끽다거(喫茶去)나 하고 그럭저럭 사는 것이다.
권력 핵심에 법사가 너무 가까이 가면 뒤끝이 좋지 않다는 게 역사적인 교훈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조선일보(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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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갑술과 검법
[조용헌 살롱]
인간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미래 가운데 가장 알고 싶은 부분은 주식 시세와 선거 결과가 아닌가 싶다. 주식도 돈이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주식보다 수백배 수천배 더 큰 이권이 왔다 갔다 한다. 주식을 예측하기 위한 양대 축이 그래프와 지라시(정보지)이다. 그래프는 공식적인 자료이고 ‘지라시’는 비공식적인 정보이다. 세상사는 공식만 믿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비공식만 믿어서도 안 된다. 변증법이 작동한다. 실체적 진실은 공식과 비공식이 섞여 있다.
대선도 그렇다. 여론조사가 공식적인 자료라고 한다면 비공식의 영역도 존재한다. 여론조사도 다 믿을 것은 못 된다. 질문지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비공식의 영역, 정보는 소위 ‘도사’들로부터 나온다. 신기(神氣)가 되었든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든지 간에 직관력이 뛰어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한 사람을 도사라고 규정하자. 필자도 젊어서는 도사가 되려고 하였지만 타고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칼럼가로 전환하였다. 그래서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강 짐작한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캠프에도 각각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대장동의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라는 작명 자체가 주역의 점괘에서 비롯된 작명이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는 용어도 사주명리학에서 용신(用神)을 정하는 용어이다. 주역과 명리학, 이거 다 도사들의 전공 과목 아닌가.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 도사. 승려로 있다가 환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의 ‘王’ 자도 이 도사 작품이다. J는 가끔 면접도 본다. 네모진 얼굴을 지닌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에도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
대선도 비공식적인 영역에서는 도사들의 싸움이다. 물밑의 도사들 전쟁에서 어느 쪽 도사가 더 신통력이 있는가. 이재명은 둔갑장신(遁甲藏身)에 능하다. 몸을 감추다가 나타내기도 하는 둔갑술의 귀재이다. 윤석열은 수십 년간 정통파 검법을 연마한 대검문파 출신이지만 둔갑장신의 귀재인 이재명을 만나서 제대로 칼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화산논검이, 일본에서는 일도류가 유명하고 한국에서는 대검문파의 특수도가 검법의 명문이다. 이재명의 둔갑장신술은 이름 있는 문파에서 익힌 무공이 아니다. 강호의 밑바닥에서 독자적으로 익힌 잡식성 무공이다. 대검문파가 둔갑장신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조선일보(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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