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판도 조속히”… 이재명은 이런 용기 없나] ....
[“내 재판도 조속히”… 이재명은 이런 용기 없나]
[탄핵은 속도전, 자신 재판은 두 달 지연시킨 李 대표]
[내가 "그래도 이재명은 좀"을 외치는 이유]
[文 정권 졸속 수사권 조정이 초래한 내란죄 수사권 논란]
“내 재판도 조속히”… 이재명은 이런 용기 없나
[정용관 칼럼]
尹 탄핵과 李 재판은 차원이 다른 사안
연계시킬 사안 아닌데 득실 꼼수만 난무
李, ‘생존력’ 넘어 ‘지도자다움’ 보이려면
“출마자격 논란 정면돌파” 당당히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탄핵 심판과 수사는 국체의 문제이고 헌정(憲政)의 문제다. 민주공화정의 정체성 및 헌정 질서의 훼손과 관련된 국가적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등 사법리스크는 유력한 대선주자의 형사(刑事) 문제이자 출마 자격 문제다.
그런데 헌정 문제와 한 개인의 형사 문제가 한데 꼬였다. 급(級)이 다른 두 문제가 뒤엉킨 것은 물론이고 탄핵 선고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그 실질적 수혜자가 이 대표가 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헌 문란이란 본질은 사라지고 탄핵 심판 속도전이네, 재판 지연이네 하며 대선 유불리에 따른 아전인수 격 ‘시간표 싸움’이 벌어지는 게 한심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윤 대통령 탄핵은 탄핵대로, 이 대표 재판은 재판대로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각각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미래 권력의 향배는 탄핵 심판 못지않게 그 자체로 중대한 일이다. 탄핵 심리는 속히 진행되는데 이 대표 재판은 한없이 늦어지면 정치적으로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필자가 지난해 말 ‘대선 시간표에만 매달리다간 심판의 문에 들어설 것’이라는 칼럼을 쓴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권력은 진공(眞空)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 미래 권력이 누구의 몫인지는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국가 혼란 해소와 뒤엉키면 나라 전체가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된다.” 불행히도 그 뒤 전개된 상황은 예견됐던 대로다. 미증유의 국가 혼란은 수습의 길을 걷기는커녕 2차 내전(內戰)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탄핵이든 재판이든 각각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사법 판단 절차를 존중할 생각은 않고 다들 권력 유지, 혹은 탈환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집권 세력의 책임이 훨씬 더 무겁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점에서 윤 대통령 측이 이 대표와 조국, 윤미향 등의 재판 지연 사례를 거론하며 “방어권 제약” 운운하는 것은 옹색한 논리다. “비상계엄은 헌법적 결단” 운운하더니 그런 형사사건들과 비교하며 탄핵 심판을 끌려 하나. 4월 헌법재판관 2명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심산인지는 모르겠으나 좀스럽게 비칠 뿐이다. 어느 보수 논객의 힐난대로 ‘군대 안 간 군 통수권자의 병정놀이’가 아닌 ‘헌법적 결단’이라면 자기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 속히 판단을 받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탄핵 뒤에 숨어 떨어지는 과일만 받아먹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 또한 그 자신의 권력 쟁취 성공 여부를 떠나 공동체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이 대표는 여러 신년 여론조사에서 보듯 현시점에서 미래 권력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이다. 대선 출마 자격 문제를 온전히 정리하지 않은 채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것은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숱한 사법의 위기를 겪으며 끈질긴 생존력, 생명력을 입증해 왔지만 비토론도 상당하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다움’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한다. 국난의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사적 이익만 모색한다면 중간 지대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이참에 자신의 출마 자격 문제를 조속히 판단해 달라고 공개 요청하고 이를 위해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재판을 받겠다고 밝히는 건 어떤가. 2심에서 둘 다 무죄면 대선에 도전하고, 그게 아니라면 대선에 나서지 않을 각오가 돼 있다고 천명하는 것이다. 대권을 잡으려는 게 자신의 권력욕 실현 때문이 아니라 공적(公的) 사명감 때문이라면 말이다. 과연 그런 용기가 있을까.
조희대 대법원장의 신년사에서 두 대목이 눈길을 끈다. “국가 기관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 “사법부의 본질적인 사명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재판관 임명 문제로 정치에 농락당한 8인의 헌법재판관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야만의 정치’에 그 어느 때보다 추상같은 사법의 시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 누구든 법의 판단을 정치적 꼼수로 요리조리 피하거나 멋대로 재단하려 했다간 진짜 ‘벼락 맞은 고목’ 신세가 될 수 있다.
-정용관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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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은 속도전, 자신 재판은 두 달 지연시킨 李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법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을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그동안 자신의 법적 문제에 대응해 온 방식을 생각하면 그의 이런 말은 실소를 낳는다.
전날 서울고등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23일로 정했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후 두 달이 지나서야 2심 첫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9일과 11일 두 차례 이 대표에게 소송 기록 접수 통지서를 우편 발송했다. 하지만 이사 가서 현재 주소를 확인할 수 없고, 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송달되지 않았다.
통지서를 변호인에게 송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지금까지도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법원 집행관이 국회의원회관을 직접 찾아가서야 비서관에게 서류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앞으로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려고 이러는 것이다.
계엄 사태 후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속도전’을 벌여 왔다.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서두르는 이유가 이 대표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돼야 대법원 판결 전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재판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내란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재판을 받고 있는 여러 혐의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은 무죄 추정 원칙이라고 하는 아주 확실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무죄를 확신한다면 두 달씩 재판을 지연시킬 이유도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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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소추 사유인 ‘형법상 내란죄’ 철회한다는 野. 탄핵·대선 시계 빨리 돌리고 싶은 그분 뜻 담겼나.
-팔면봉, 조선일보(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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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래도 이재명은 좀"을 외치는 이유
이화영 '연어회유설'로 본 민주당의 재판 유린
누군가는 이날을 기다렸고, 다른 누군가는 이날을 두려워했다. 2024년 11월 29일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2심 판결이 선고되는 날이었다. 대북 송금 사건, 즉 2019년 쌍방울이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낸 사건에서 관심 있게 볼 것은 다음 세 개였다. 첫째, 대북 송금 과정에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인 이화영이 관여했는지, 둘째, 이것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이 맞는지, 마지막으로 이화영이 대북 송금 사실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는지.
1심은 혐의 사실 대부분을 인정해 이화영에게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세상이 이번 2심을 특히 주목한 이유는 1심 재판이 끝나기 직전 이화영이 다음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술과 연어를 주면서 내 진술을 회유했다!” 실제로 이화영은 재판이 한창이던 2023년 6월, 그간의 입장을 번복하고 ‘대북 송금에 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다. 재판 과정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갖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이화영의 아내가 등장해 남편더러 “정신 차려라” 고함을 질렀고, 민주당 의원들이 수원지검을 찾아가 연좌 농성을 했다. 이화영 편에서 변론하던 변호사들이 해임되고, “네가 다 뒤집어써!”라고 강요하는 변호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이라이트는 이재명이 갑작스럽게 단식에 돌입한 것. 이재명은 후쿠시마 오염수 등을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염수 방류가 계속되는데도 이에 관해 언급이 없는 걸 보면, 그 단식은 역시 대북 송금 물타기용이 아니었나 싶다.
변호인이, 민주당이, 심지어 마누라마저 “네가 다 뒤집어써!”를 외치는데 이화영이 버틸 재간이 있었을까? 결국 이화영은 자신이 이재명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옥중 편지를 쓰며 항복을 선언한다. 그런데 ‘그분’이 보시기에 이 정도로는 모양새가 안 좋았던 것 같다. 왠지 이화영이 진실을 말했다가 압력에 의해 진술을 바꾼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온 게 바로 2024년 4월 4일 이화영이 주장한 ‘연어 회유설’이다. 내용 자체도 황당하지만, 이 엄청난 얘기를 재판 내내 하지 않다가 1심이 끝날 무렵에 하는 건 또 뭔가? 이화영의 폭탄선언을 ‘오마’로 시작되는 언론사를 제외하곤 아무도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작금의 대한민국은 입법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한 나라. 총선에서 175석을 얻어 1당이 된 민주당은 이제 자신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연어 회유설을 띄웠고, 대북 송금을 담당한 박상용 검사를 탄핵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이런 노력에도 1심은 이화영에게 중형을 선고했지만, 상관없었다. 이화영이 연어 몇 점에 회유돼서 이재명을 팔아넘겼다고 국민이 믿게 하는 것, 그거면 충분했으니까.
10월 2일, 민주당이 구속 수감 중이던 이화영을 국회 법사위에 불러 생중계를 동반한 모의재판을 벌이게 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피고인 역할을 한 이화영은 시종일관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짜고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성태씨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 하면 짜장면이 제공되고, 연어가 먹고 싶다 하면 연어가 제공됐다. 그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씨의 주장보다는 “언론에서 많이 봤는데,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짜장면 사준다고 진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김성태의 반박이 더 상식에 부합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개딸들은 상식보다는 ‘믿음’을 선택한 이들이니까. 재판관을 자처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했던 전형적인 검찰의 조작이다. 땅땅땅.”
모의재판은 축제 분위기에서 끝났지만, 민주당도 아주 바보가 아니기에, 돌아오는 11월 29일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연어 회유 폭로가 1심 막판에 나왔기에 선고에 별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쳐도, 재판 전략 자체가 ‘연어 회유’였던 2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긴 했지만,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판사의 판결이 국민, 특히 개딸을 제외한 중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터였다. 게다가 이화영이 항소심까지 유죄가 나온다면, 대북 송금과 관련된 이재명의 3자 뇌물죄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11월 15일 공직선거법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는 필연이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법제처·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대법원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이화영 항소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재판부가 선고를 12월 19일로 미뤄 버린 것. 수원고법 관계자는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통상 재판부가 선고 전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선고 기일을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정도 재판이 미뤄지는 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뒤늦게 이 결정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건, 그로부터 4일 후인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서다. 44 년 만의 계엄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로 직무 정지는 물론이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제 세상을 만난 민주당은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행까지 탄핵시키는 등 본격적인 칼춤을 추고 있다.
12월 19일, 이화영의 항소심이 선고됐다. 형량을 조금 깎아주긴 했지만, 이화영의 혐의는 모조리 인정됐다. 쌍방울 대북 송금이 이재명의 방북 대가가 맞으며, 연어 술파티가 실제로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이화영의 경력과 나이로 보아 연어 몇 점에 회유됐을 것 같지 않다는 것. 그간 민주당이 했던 주장이 모조리 배척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재판 결과는 계엄 이슈에 묻혀 별반 조명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재명은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신진우 부장판사를 기피 신청했고, 이게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덕분에 이재명의 3자 뇌물죄 재판은 공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중단됐다. 또한 이재명은 공직선거법 2심 접수 통지서를 주소 불명으로 수령 거부하고, 변호인 선임을 하지 않는 등등 다른 재판에서도 집요하게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잘못된 행위다. 그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중대 범죄를 저지른 데다 시종일관 ‘난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고, 재판까지 지연시키는 법꾸라지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게 맞는가?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쳐본다. “그래도 이재명은 좀.”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조선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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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권 졸속 수사권 조정이 초래한 내란죄 수사권 논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시도한 당일에도 윤 대통령 측은 “위헌·불법 영장”이라며 반발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영장 청구는 위법이고, 그에 따른 영장 발부는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수사권 문제를 들어 법원이 발부한 영장까지 인정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 측 주장대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것은 맞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갖고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 측은 수사권이 없으면 수사 자체를 할 수 없고, 체포 영장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도 수사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에 규정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면서 관련 범죄인 내란죄를 수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순이 발생한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로만 소추할 수 있고 직권남용으로는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을 수사하다가 관련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대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3일 오전 8시 30분 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검문소에 진입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이 이 부장검사를 둘러싸 저지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경찰이 윤 대통령을 수사하면 된다. 하지만 공수처법에는 검찰과 경찰에 중복된 사건이 있으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고, 공수처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 수사가 공수처로 일원화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현재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과 공조수사 본부를 꾸려 수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수처에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권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법원은 일단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서 공수처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향후 윤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이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고, 현직 대통령을 확실하게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내란죄와 외환죄뿐이다. 그렇다면 이 범죄들이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됐어야 하는데 빠진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면서 상당수 범죄 수사를 경찰에 맡기고 공수처까지 출범시키면서 각 기관의 수사권을 세밀하게 정리하지 않은 탓이다. 졸속 개혁이 지금의 수사권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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