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健康-疾患]

[노년을 밀도 있게 살고 싶다면 공부·운동.. '자발적 불편'을 즐겨보라]

뚝섬 2025. 1. 22. 10:18

[노년을 밀도 있게 살고 싶다면 공부·운동… '자발적 불편'을 즐겨보라]

[뒤트임이 필요하다]

[장수에 필요한 '보디'는... ]

[왜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 들까?]

 

 

 

노년을 밀도 있게 살고 싶다면 공부·운동… '자발적 불편'을 즐겨보라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늙었다고 편해지려는 마음이 '만악의 근원'… 기능 감퇴, 무력해질 뿐
그 결과 교수는 연구, 관료는 민생, 의사는 환자에서 점점 멀어져
편하다고 누워 버릇하면 남는건 早老한 두뇌·신체… 사실상 '고려장'

 

많은 이들이 1월이 되면 금연, 절주, 운동을 비롯해 새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인생의 농밀한 마지막 30년을 만들고 싶은 분들께 제안하는 새해의 목표는 ‘불편을 즐기는 마인드셋’이다. 100년을 사는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는 동시에 조로(早老)를 피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력이 있지만, 이 노력의 전제 조건으로 결국 내 몸과 머리, 마음이 불편한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70~80대에도 몸과 뇌가 30~40대에 못지않은 ‘수퍼 에이저’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몸을 움직이며, 사회에 참여하는 ‘현역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백세인은 독립적이고 활동적이며 사회적 교류를 놓지 않는다. 2022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백세인 중 방 안에 머무는 비율은 20%에 불과했고, 10명 중 7명이 하루에 30분 이상 바깥에서 활동을 유지했다.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것을 즐기는 이들은 적은 것이다. 

불편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서울아산병원과 평창군에서 수행했던 연구에서는 집에서 칩거하던 독거노인들을 바깥으로 이끌어내 주 2회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더니, 10년 치 이상의 신체 기능 향상 효과가 관찰될 정도였다. 60세 이상 성인이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활동에 참여하면 수동적이고 편안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비해 유의미한 기억력 향상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답은 명확한데도 정작 근골격계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나 당뇨·지방간 등 대사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종종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통증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근력 운동이나 스트레칭과 같은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다. 심지어 “허리가/목이/무릎이 아프니까 운동하면 안 된다더라” 하는 핑계를 댄다. 맞춤형 운동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해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만다.

 

더욱 힘이 빠지는 지점은 이들이 묻는 천편일률적인 질문들이다. “어떤 성분이 무릎에 좋다던데요?”, “어떤 영양제가 당 수치를 잡아준다던데요?”와 같이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빠르고 간편하게 증상을 완화해줄 것’ 같은 정보에 쏠리는 관심은 가히 하늘을 찌른다. 결국 ‘노력 없이 손쉬운 방법으로 증상을 덜어보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은 어느덧 ‘도수 치료 공화국, 영양제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인식과 태도가 드러난다. 새해 들어 무언가를 꾸준히 실행하기보다는 노력 없이 단기간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편에 더 혹한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지향점, 또는 삶을 운영하는 마인드셋과 얻고자 하는 생활 습관이 합치되지 않는다면 거창하게 계획한 새해 생활 습관은 그저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내 삶의 안쪽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이를 조금 더 근본으로 들어가 보면, 더 편해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 모든 문제가 생겨남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일을 지고지순으로 여긴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편안한 의자나 침대, 안락한 자동차, 그리고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떠올려 보라. 우리는 불편함을 모두 다 외주해 버렸다.

 

얄궂게도 편안함을 숭배하는 마인드셋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기반과도 맞물려 있다. 우리는 흔히 “연장자를 공경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연장자를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우리의 연공서열 문화는 나이가 많을수록 머리, 몸, 마음고생을 덜 하도록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부와 권력을 누리는 내로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요람에 누워 미음을 받아먹으며, 불편이 있으면 보채는 아기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있다. 교수는 연구에서 멀어지고, 관료는 민생에서 멀어지고, 의사는 환자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경우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근원적으로 과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문화와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고속 성장을 경험하던 이 사회에서 내가 하는 일과 활동들을 통해 건강한 즐거움을 얻고, 그 과정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 그 결과는 무엇인가. 완벽히 편안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100세까지 시간을 보낸다면 만나게 되는 것은 조로한 두뇌와 신체다. 결국은 점점 근육과 인지능력, 사회적 활동 능력을 잃은 채 주저앉게 된다. 스스로에게 가하는 고려장에 불과하다.

 

아직 기능 상태가 괜찮을 때부터 불편함을 멀리해 버릇하면 점차 내가 가진 기능들은 감퇴해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무릎 주변 근육을 쓰지 않다 보면, 체중의 스트레스를 관절의 연골이 오롯이 받아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결과 관절염이 이미 생겨버린 다음에는 운동을 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된다. 활동이 줄어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질병이 악화되며 활동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은 노쇠한 몸을 부른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적극적인 신체, 인지, 사회활동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영역에 따라 20~40대를 정점으로 감퇴하는 두뇌의 기능이 개선될 여지는 없다. 한번 떨어진 근육량은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꾸준히 써서 유연성을 유지하던 관절을 장기간 방치하면 재활 과정이 더 길어질 뿐이다.

 

불 보듯 뻔한 편안함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려면 삶을 운영하는 마인드셋 자체를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어 ‘불편함’을 내 편으로 만들어보는 연습을 올해의 목표로 여러분께 권하고 싶다. 지금 잠깐의 불편함은 미래의 나에게 훨씬 더 큰 편안함을 선사해 줄 것이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조선일보(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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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트임이 필요하다

 

콧수염 가위가 있다. 나는 콧수염을 기른다. 정리하려면 작은 가위가 필요하다. 면도 좀 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남자의 수염은 여자의 컨투어링 메이크업(음영 화장) 같은 것이다.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부각하는 기능이 있다. 한국인도 수염에 좀 너그러워져야 한다.

 

콧수염 가위는 20년 전 프랑스에서 샀다. 녹슬지도 무뎌지지도 않았다. 나는 프랑스가 문화는 잘하는데 제품은 좀 엉성하게 만든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가위가 편견을 무너뜨렸다. 이래서 작은 물건 하나도 잘 만드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나는 콧수염 가위를 여기저기 들고 다닌다. 쓸모가 많다. 코털이 삐져나와 재채기가 나올 때 코털을 제거하는데도 유용하다. 택시에서 코트 보풀 제거하며 시간 보내기도 좋다. 가끔 ‘에드워드 가위손’이 된 기분이다.

 

가끔 답답한 순간이 온다. 남의 뒤태를 볼 때다. 모든 코트는 뒷단이 갈라진다. 트임이다. 영어로는 벤트(Vent)다. 한 번 갈라지면 싱글 벤트다. 두 번 갈라지면 더블 벤트다. 코트를 사면 트임이 박음질 되어 있다. 유통 중 옷이 틀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서 입을 땐 뜯어야 한다. 그래야 옷태가 난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걸 모른다. 꿋꿋이 박음질 된 코트를 입고 다닌다. 볼 때마다 코털 가위로 뜯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곧 충동을 잠재운다. 타인의 프라이버시다. 가위를 꺼내 들고 “아이고 총각 그거는 뜯어야 해”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지난 세기에 태어난 참견쟁이 아재가 될 것이다.

 

누구도 참견하지 않는 시대다. 추운 날 “그렇게 입고 다니면 어떡해”라 야단치던 모르는 아주머니들도 다 돌아가셨다. 참견은 오지랖으로 격하됐다. 그래도 우리 삶에는 약간의 참견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이 참견이 얼죽코, 얼어 죽어도 패딩 말고 코트를 입는 멋쟁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원하게 뜯자. 우리 앞태는 어차피 다 비슷비슷하다. 뒤태라도 예뻐야 한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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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에 필요한 '보디'는...

 

의학자들의 이상적인 '100세인像'… 기형적으로 과장된 하체

근육, 보행의 근원·면역력 원천·골절 방지 쿠션 역할까지
인생 종반은 陣地戰… 단백질 섭취·외출·동네 친구 등도 중요
 

 

인류가 이제껏 이렇게 오래 산 적이 없다. 요즘 쓰는 수사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가정하면, 그도 이런 초고령 세상을 예상치 못한 게 분명하다. 사람의 몸을 백 년 견딜 내구력 좋은 재질로 빚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개 일흔다섯 살 정도 되면 근골격계가 급속히 노쇠해지는 것으로 보아, 모름지기 하나님은 인간 삶을 80년 안팎 정도로 설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차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는다니 '아차!' 싶으실 게다.

통상 70대 중반을 '팔팔 장수' 갈림길 또는 노년 절벽이라 부른다. 이 시기 뼈 생성은 눈에 띄게 적고 파괴가 늘어 골다공증이 두드러진다. 낙상은 치명적 골절을 불러, 말기 암처럼 위협적이다. 외부 세력에 저항하는 면역력도 줄어 폐렴이 크게 는다. 암 환자도 암 아닌 폐렴으로 세상을 접기 다반사다. 근육량이 줄어든 근감소증 상태가 되어 움직임도 느려지고 둔해진다.

심장·간·신장 등 엔진 부품에 해당하는 신체 기관은 현대 의학으로 어느 정도 기능 보존이 가능하다. 그것이 수명 연장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 초고령 사회는 몸에 축적되는 여러 질병을 끌고 갈 보디(body)가 문제된다. 다소 뚱뚱한 사람이 정상 체중보다 질병 사망률이 낮은 것도 살짝 과체중 된 몸이 일단 생긴 질병을 버티는 내구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수의학자들은 건강 100세를 위해서는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역삼각형으로 떡 벌어진 어깨,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동안 멋진 몸은 상체 중심이었다. 하지만 초고령 장수 사회에 어울리는 몸은 하체 중심이다. 의학자들이 이상형으로 그려 놓은 100세인상(像)은 기형적으로 과장된 하체를 갖고 있다. 무게중심이 낮아, 잘 넘어지지 않는 몸이다. 푸짐한 근육으로 허벅지와 엉덩이가 불룩하다. 초고령은 움직임과의 싸움인데, 이 근육들은 보행의 근원이자, 면역력의 원천, 골절 방지 쿠션 역할까지 한다. 장수 성형술이 나온다면, 대둔근 확대술이 첫째다.
 

 

척추뼈 마디들은 더 넓적하고 두툼했어야 했다. 그래야 오랜 압력으로 인해 생기는 퇴행성 디스크를 막고, 척추관 협착증이 적다. 조물주는 직립 보행 효율성에 치중하여 척추를 디자인했지 싶다. 이를 보완하려면 복근을 두툼하게 키워야 한다. 복근이 척추 압력을 줄여주는 생체 복대다. 척추 골다공증은 앞쪽부터 온다. 그래서 노년기 몸은 갈수록 앞으로 쏠린다. 시선이 바닥을 향하기 시작하면 삶의 폭도 준다. 노를 젓듯 등근육을 써야 몸이 바로 선다. 등근육이 자세 보정기다. 초고령 사회에 필요한 몸은 축구 선수로 치면 호나우두가 아니다. 예전의 마라도나 같은 몸이어야 한다. 낮고, 두껍고, 기민하고, 단단한 미드필더가 제격이다. 그래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스웨덴 작가의 소설 제목)이 가능하다.

65세 이상 고령자 3588만명이 있는 일본서 지난 일 년간 살아본 경험에 따르면, 돌봄 없이 자립형 활동 초고령자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거의 대부분 생활과 교통,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 산다. 몸은 다부지고, 평소 걷기에 더해 근육 운동을 한다. 집 주변 가까운 곳에 자기만의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두고 있다. 식사에 단백질을 빼먹지 않는다. 매일 집 밖을 나가 외출하고, 낮에 햇볕을 쬔다. 멀리 있는 혈연·학연도 챙기지만, 사는 동네서 어울리는 친우와 단골이 많다. 지역력(地域力)이 세고, 친화력이 넓으면, 인생 지구력이 길다.

사는 게 전쟁이라면, 60대까지는 전방위로 이루고, 나아가고, 쌓아가는 전면전 행태다. 하지만 인생 종반은 각자 일군 삶터 안에 머물며 버티는 진지전(陣地戰)이라는 생각이다. 노화는 생물학적으로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기능과 활성이 떨어져 가는 상태다. 그러기에 여든에 이르면 고음역 청각의 30%만 남고, 심장 박동 혈액량과 폐활량이 젊은 시절의 절반으로 준다. 이는 거꾸로 자신을 움츠려 외부 환경과 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방어 수단이다. 삶을 천천히 길게 가려는 효율적인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다부진 근골격으로, 각자 의미 있는 진지전을 펼친다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고령 사회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조선일보(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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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 들까?

 

일상 반복·감정 다양 등 이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그럴까

사람은 '오감(五感)' 정보를 통해 시간을 인지한다. 즉,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 정보를 한 가지 통합된 사건으로 만든 다음 시간 간격에 따라 배치한다. 사건이 나열되는 순서에 따라 주관적으로 시간을 느끼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쾌감 호르몬 '도파민'이 쓰이는데 도파민 분비량에 따라 뇌의 신경회로가 자극받아 기억 강도가 정해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떨어지고, 뇌의 신경회로 자극 정도가 감소한다. 이에 기억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시간이 빨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도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뇌는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오랫동안 기억하지만 반대로 매일 반복되는 일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상실감 등 느끼는 감정이 많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경험을 많이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양해진다"며 "뇌가 한 가지 순간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조선일보(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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