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한 '핵 국가' 지칭, 호들갑 떨 일인가] ....
[트럼프의 북한 '핵 국가' 지칭, 호들갑 떨 일인가]
[북핵 더 위험해졌는데 한미 연합 훈련만 또 없어지나]
트럼프의 북한 '핵 국가' 지칭, 호들갑 떨 일인가
[朝鮮칼럼]
트럼프가 지칭한 북한 '핵 국가'.. NPT '핵무기 보유국'과 달라
유엔안보리 결의 폐기 없다면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인정 불가능
미국이 북한과 군축 협상한다면 과도한 미국의 양보 막는 게 중요
초당적 지혜 모아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로 지칭한 데 이어, 2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과의 재회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취임식 직후 열린 쿼드(미·일·호주·인도) 외교 장관 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누락된 사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은 트럼프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고 하거나,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과 군축 협상을 벌이겠다는 저의를 드러냈다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백악관은 28일 트럼프가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의 그간 언행이 확인해주고 있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이런 기대가 트럼프의 향후 대북 행보를 결정할 위험성이다. 향후 트럼프와 김정은이 펼칠 게임은 한국의 외교 안보 전략에 엄중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전략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북한을 “핵 국가”로 지칭한 것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유형과 지위를 구분하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혼란스럽다.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핵무기 보유국’(NWS·Nuclear Weapon State)으로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핵 비확산 조약(NPT)에서 ‘NWS’로 공인받은 나라는 5개(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뿐이지만 그 외에도 실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4개(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나 된다. 이 9국을 핵 정책의 세계에서는 ‘핵무장국’(nuclear-armed state)으로 통칭한다.
‘핵무기 보유국’(NWS)으로 공인받지 못한 4국 가운데 NPT에 가입한 적이 없는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3국의 경우에는 핵 보유에 불법성이 없으므로 ‘사실상의 핵보유국’(de facto nuclear weapon state) 또는 ‘핵무장국’으로 지칭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왔다.
그런데 북한을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올리는 데는 국제사회에 거부감이 있다. NPT에 가입한 후 불법적으로 핵을 개발한 죄로 유엔안보리 결의라는 특별 국제법을 통해 비핵화(CVID)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핵무장국’의 의미로 북한을 ‘nuclear power’로 지칭했다면 이는 국제적 금기를 깬 것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궁극적 목표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NPT 개정과 안보리의 관련 결의 폐기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사실상의 핵보유국’들처럼 핵 보유를 ‘용인’ 받는 것이 목표다. ‘용인’이란 북한의 핵 보유를 시비하지 않고, 비핵화 대신 군축을 수용하고,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부과한 제재를 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북핵 6자 회담 당시 남북 수석 대표 회담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한의 꿈은 궁극적으로 인도와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북한이 ‘nuclear power’라면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이제 군축 협상만 가능한가? 미국 조야에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자는 없지만, 28일 백악관 성명이 보여주듯 공식적으로는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적 비핵화를 이행하더라도 핵 폐기가 완료될 때까지는 사실상 군축에 불과하다. 미국의 현실주의자들은 비핵화라는 미명하에 군축으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줄이는 것이 북한의 핵 무력 증강을 무한정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고, 가능한 것이라도 해보자고 할 것이다. 이들과 비핵화냐 군축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부실 군축을 위해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해칠 과도한 양보를 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 핵을 용인하면 대한민국은 독자 핵무장을 선택해야 하나? 우리의 핵무장은 미국의 북핵 ‘용인’ 여부에 따라 결정할 일이 아니다. 독자 핵무장으로 미국의 확장 억지를 대체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더라도 대한민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토대로 결정할 일이다. 물론 정부가 결심하면 즉각 핵무장에 착수할 수 있도록 농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외우내환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대한민국의 외교가 혹독한 시험대에 섰다. 초당적 지혜를 모아 당면 도전에 대처해야 한다.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조선일보(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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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더 위험해졌는데 한미 연합 훈련만 또 없어지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면서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재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의 탄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플라이츠 미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도 “북한과 협상이 가능하다면 한미 연합 훈련 중단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었다. 이달 한미가 공군 훈련을 하자 북한은 “미국과는 초강경 대응”이란 담화를 냈다. ‘미·북 대화를 하려면 한미 연합 훈련부터 중단하라’는 메시지다. 7년 전 미·북 정상 이벤트 당시 북핵은 그대로인데 연합 훈련만 없어졌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미·북은 벌써 협상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을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부르며 미·북 정상회담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김정은은 핵 시설을 방문해 “핵 방패 강화”를 말했다. ‘핵 포기는 없다’고 밝힌 것이다.
한미 연합 안보 체계는 2018년 트럼프·김정은의 ‘비핵화 쇼’ 이후 문재인 정부 4년간 붕괴 상태였다. 연대급 이상에서 총 한 발 같이 쏴본 적이 없다. 컴퓨터 게임 같은 도상 훈련만 했고 북한 눈치를 보느라 이름조차 못 붙이는 ‘홍길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컴퓨터 훈련만 하면 실전에서 혼비백산한다”고 우려했을 정도였다. 미군은 평소 손발을 맞추지 않은 군대와는 함께 싸우지 않는다.
한미 연합 훈련 무력화는 북한 김씨 일가의 숙원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가치도 돈으로 따지는 사람이다. 전폭기 한 대 띄우는 비용까지 부풀리며 “한미 연합 훈련에는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주한 미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한미 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싱가포르에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뜻의 발언도 연속으로 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트럼프의 생각을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을 가진 채 한미 훈련 폐지, 주한 미군 감축·철수 등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트럼프·김정은이 ‘평화 이벤트’를 벌이면 무조건 손뼉 칠 국내 세력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 안보에 재앙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조선일보(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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