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혐의 배임죄는 "폐지" 상대엔 "검찰과 짰다"] ....
[자신 혐의 배임죄는 "폐지" 상대엔 "검찰과 짰다"]
["대통령 되면 재판 정지? 그 해답 결국 대법원이 내리게 될 것"]
[지금의 정치, 대한민국에 주어진 임무 하고 있나]
[헌정의 상도(常道)]
자신 혐의 배임죄는 "폐지" 상대엔 "검찰과 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류진 한경협 회장. 이 대표는 이 지리에서 배임죄 폐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국경제인협회와 간담회에서 배임죄 폐지론을 다시 거론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의 상법 개정 반대는 거부하면서 배임죄 폐지 의사를 밝혔다.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이 대표가 배임죄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작년 11월 경총 간담회에서도 배임죄를 폐지·완화할 수 있다고 했었다. 민주당도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 배임죄를 폐지하는 쪽으로 형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배임죄 폐지론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배임죄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 대표 재판에 소급 적용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처벌 근거 조항이 없어지면 사법부의 판단과 양형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배임죄만이 아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 대표가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를 없애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법안을 냈었다. 이 대표는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청구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위해서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죄목 자체를 없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건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 대표는 친야 유튜브 방송에서 2023년 9월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민주당 내 일부가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고 했다. 비(非)이재명계를 향해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집단”이라고도 했다. “결국 총선에서 그게 다 드러나서 (가결파가) 정리됐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복 숙청했다는 추측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비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내왔다. 그러더니 근거 제시도 없이 이들에게 ‘검찰과 짜고 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같은 당 의원들이 검찰과 짜고 당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주장은 정치인에게 ‘사형선고’나 ‘선전포고’와 같은 극단적 공격이다. 정치에서 앞뒤가 다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은 보기 드물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친명·비명을 가리지 않고 ‘검수완박’을 외치며 검찰과 갈등을 빚어왔는데 갑자기 검찰과 짜고 했다는 주장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래선 국민 통합이 아니라 당내 진정한 화합조차 어려울 것이다.
-조선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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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포동의안 가결) 당내 일부와 검찰 짜고 한 짓“, 李 발언에 非明들 공개 반발.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팔면봉, 조선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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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면 재판 정지? 그 해답 결국 대법원이 내리게 될 것"
'헌법 84조 논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사건 2심 선고일은 오는 26일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 방송에 나와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했다. 이른바 ‘헌법 84조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통상 소추는 기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 재판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게 “다수설”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받고 있는 재판도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표 말은 맞는 것인가? 아니다. 아직 단정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무리다.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 것은 명확하지만 재직 전 기소돼 받고 있던 재판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어느 법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소추란 기소를 뜻해서 재직 전 기소된 재판은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와 “불소추 특권 취지가 대통령 국정 운영의 안정에 있는 만큼 재직 전 기소된 재판도 임기 중엔 중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다수가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1948년 헌법 제정 당시에도 이 문제를 토론한 흔적이 없다. 형사 재판받는 피고인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결과적으로 입법 미비 상태가 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자칫하면 큰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재판 진행 여부 누가 판단하나
관심은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논란에 대한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로 쏠릴 수밖에 없다. 헌법 84조 논란은 기본적으로 헌법 해석에 관한 문제다. 그러면 헌법재판소가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해석의 문제가 생겨도 관련 사건이 없으면 직권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런 절차를 규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개헌 논의가 있었을 때 그런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헌재 차원에서 검토했지만 유야무야됐다.
그렇다면 ‘누군가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소원은 공권력 남용 등으로 국민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를 구제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 대표 재판을 진행하거나 중단한다고 해도 일반인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어 그대로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각하란 소송 요건이 안 되는 사건을 그대로 종결하는 것이다. 헌재가 이 논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판단 주체가 법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2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나머지 사건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각 재판부가 어떤 형태로든 재판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행 여부 판단은 재판부 전권
다만 그 판단이 어떤 ‘결정’ 형태로 나올 수는 없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재판 정지는 형사소송법(306조)에 그 사유가 규정돼 있다. ‘피고인이 질병으로 인해 출석할 수 없을 때’ 등이다. 법관 기피 신청 등도 정지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재판을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형태로 재판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을 그냥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재판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엔 재판부가 재판 기일을 안 잡거나, 재판 기일을 적정한 시점에 잡겠다고 ‘추후 지정’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검찰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사실상 재판 진행을 안 하는 결정이지만 법적인 의미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이에 대해 항고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검찰이 재판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구해도 재판부가 여기에 답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기일 지정은 재판부의 전권이고 재량이라는 것이다. 법원 재판에 대해선 헌법소원도 금지돼 있어 헌재에 판단을 구할 수도 없다.
◇“대법원이 입장 표명해야 할 수도”
만약 법원에서 재판 진행 여부를 정한다면 1심 재판부보다는 대법원이 먼저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어 당장 3심 선고 여부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원하는 대로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 대표의 출마 자격과 직결되는 재판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3심 선고가 언제 나오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고, 대법원이 가장 먼저 재판 진행 여부를 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이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하급심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하급심이 반드시 대법원 판단을 따라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대법원 판단도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하급심이 다르게 판단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면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을 경우 대법원이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만약 대법원이 입장 표명을 하면 그것이 어느 쪽이든 정치적인 결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고, 여야 한쪽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다. 나라가 두쪽으로 갈라져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법부 입장에선 중대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 전직 대법관은 “그 혼란을 막으려면 이 대표 출마 전에 선거법 위반 사건만이라도 확정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15대 대선 전 ‘DJ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 검찰에 큰 부담으로 남아
과거 검찰도 대선 직전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1997년 15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이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비자금 670억원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였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신한국당은 김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고발 닷새 뒤 김태정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수사할 경우 극심한 국론 분열, 국가 전체의 대혼란이 분명하다고 보여지고 대선 전에 수사를 완결하기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우리 법에 검찰의 정치적 판단을 용인하는 내용은 없다.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치적 충격을 고려해 수사 유보를 결정한 것이다. 김태정 전 총장은 1999년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유보 결정에 대해 “당시 DJ 비자금을 수사하면 호남에서 민란이 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1년 회고록에서 자신이 당시 김 총장에게 수사 유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이 결정은 검찰이 중립을 지키기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사에 정치 판단이 개입됐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검찰에 부담으로 남았다. 실제 유보 결정 이후 김대중 정권이 출범했고, 이 사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유임된 뒤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지만 1999년 ‘옷로비 사건’으로 장관직에서 해임되고 구속되는 비운을 겪었다.
만약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에 출마하고 재판 정지 여부가 쟁점이 되면 대법원도 1997년의 검찰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사법부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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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치, 대한민국에 주어진 임무 하고 있나
[김형석 칼럼]
문화예술-경제-의료 세계적 성과 거뒀으나
정치는 좌우 대립으로 국가 발전에 장애 돼
정권 탈환 투쟁 野, 어떤 나라 만들려 하나
자유민주만이 국가 장래-재건의 유일한 길
3·1절을 앞두고 몇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민국이 출범한 지 80년이 돼 오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주어진 임무를 가장 크게 성공시킨 분야가 어디 있을까라는 얘기가 나왔다. 결론은 비슷했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분야는 문화예술 영역이라는 견해다. 최근에는 예술 분야를 넘어 한글 문화의 세계화까지 도달했다. 노벨 문학상뿐 아니다. 우리 저서들이 점차 외국어로 번역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분야가 경제다. 국내에서도 경제계의 수준이 정치계보다 앞서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의료계의 약진과 기능은 세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메커니즘 사회에서의 우리의 위상도 정책적 뒷받침을 한다면 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선진국 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가 화제가 되었다. 정부 수립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자유민주국가의 큰 길을 개척했고 군사정권 기간에도 자유시장경제에 동참하면서 성공시켰다. 문민정부를 선포하면서는 권력국가의 후진성을 넘어 법치국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비로소 나라다운 대한민국을 건설했고 국제적으로도 반세기 동안에 기적을 성공시킨 민주국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부터는 공산국가인 북한과의 공존을 추진하면서 남북은 더 좁힐 수 없는 이질 국가로 변신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원수시하는 적대국으로 선언하고, 우리는 경제, 사회, 문화적인 동질성을 회복할 기대와 희망을 보류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어진 분단국가의 세계사적 운명이다.
그러는 동안에 세계는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고는 냉전 시대의 좌우를 진보와 보수로 진화시키면서 21세기부터는 열린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공존 번영의 길이 유일한 역사와 정치의 희망과 약속이 된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는 좌우의 대립과 갈등을 뒤로하고 진실과 자유를 되찾아 휴머니즘에 뿌리를 둔 자유민주의 길을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정치는 그런 세계사적 정도를 역행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념적 혼란 속에서 사회 불안을 극대화시켰다. 지금도 친문(친문재인) 정치인들과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업적과 성공을 자찬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남겼는가라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 경제는 후퇴시켰고 국민의 분열은 극한 상태까지 이끌어 갔다. 진실과 정의의 사회적 가치는 유린당하고 국가의 방향과 목표까지 국내·국제적으로 명시하지 못했다. 수준 낮은 운동권 출신과 합류하다가 주도권을 양보하는 우를 범했다. 그 뒤를 계승한 이재명 민주당이 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타도와 정권 재쟁탈을 위한 투쟁뿐이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뚜렷이 열려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가지 못하게 막아놓으면서 우리 집을 다시 짓겠다는 기세다.
모래 위의 건설은 스스로 종말을 자초할 뿐이다. 국민은 어떤 대한민국을 건설하려는지 밝히라고 요청한다. 자유민주의 목적과 방향은, 우리 국민의 이상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국가의 장래와 재건의 희망이 있다면 자유민주국가의 길밖에 없지 않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나, 선진국인 대만을 무력으로 공산 치하에 넣겠다는 공산 중국과 같이하겠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 무역에서 공존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과 방향은 같이할 수 없다. 국민 통합은 영구히 불가능해진다.
자유민주는 남이 만들어 놓은 이념에 현실을 맞추어 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목표와 이상을 찾아 전진하는 경험주의를 택한다. 그 목표는 가장 많은 국민이 가장 큰 행복을 찾아 누리는 데 있다. 그 방법은 투쟁이나 혁명이 아니다. 대화를 통해 객관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누구나 동참하는 선택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 결론적 평가는 모두가 행복한,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구현하는지로 이뤄진다. 열린사회, 진실, 정의와 자유, 인간애가 질서화된 윤리 사회가 보편화돼야 한다. 그런 가치는 현재에 존재하면서 역사의 희망을 창조한다.
3·1절에 서울에서만 15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측이 10여만이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가. 탄핵까지 몰고 간 세력이 이재명 민주당이었고, 민주당이 정치 방향을 바꿔 자유민주의 길로 함께 가라는 뜻으로 본다. 표방한 중도 실용주의 노선은 더욱 그렇다.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도, 최고선을 위한 방법과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아울러 헌법재판의 권위와 의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민 비판의 대상이 돼 있는 선관위에 대한 결정과 같은 헌법 수호는 수용할 수 없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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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의 상도(常道)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헌정(憲政)’은 메이지 헌법 제정을 전후하여 등장한 일본 근대화기의 정치 용어다. 뜻 자체는 ‘입헌정치’의 준말이지만, 당시 ‘탈아입구’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문명국 자격’의 의미로 통용되던 내력이 있다. 주로 헌법 제정 이전의 구(舊)체제와 대비되는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 말이기에 현대 일본에서는 그다지 접할 일이 없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는 ‘헌정의 상도(常道)’라는 말이 있다. 상도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메이지 헌법은 국정을 책임질 총리 임명과 내각 구성에 있어 천황의 권한만 규정할 뿐 정당의 특별한 지위를 상정하지 않은 흠정(欽定)헌법이다. 일본의 경우 다이쇼 시대에 이르러서야 정당 정치 진전 및 보통선거제 시행과 맞물려 중의원 다수당 당수의 총리 지명 및 내각 구성이 관행화되었다. 헌정의 상도란 이렇듯 헌법 시행 과정에서 정치 문화 진전에 따라 모두가 존중해야 할 원칙 또는 규범으로 자리 잡은 관례를 말한다.
일본에 헌정의 상도가 있다면 한국에는 ‘의정(議政)의 상도’라고 부를 만한 불문율이 있(었)다. 특정 정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차지하지 않는 관행이 그것이다. 17대 국회에서 다수당 전횡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성립한 이 관행은 21대 국회 이후 파행을 겪다가 현행 국회에 이르러 특정 정당이 법사위를 비롯한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완전히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건전한 의회정치 구현은 헌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의회 내 견제와 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어렵사리 타협의 지혜가 발휘되어 이어지던 선진적 관행을 무시하고 다수의 폭거를 일삼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헌정 훼손 행위에 해당한다. 지금 이 땅에 ‘헌정 수호’를 진정성 있게 입에 올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정치 세력이 과연 있는지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기가 막힌 심정일 것이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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