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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신고가' 만드는 외국인] [선관위 특혜 채용, 왜 청년들이.. ]

뚝섬 2025. 3. 11. 10:03

['아파트 신고가' 만드는 외국인]

[선관위 특혜 채용, 왜 청년들이 더 분노하나]

 

 

 

'아파트 신고가' 만드는 외국인

 

2021년 중국 공산당 시진핑 주석이 “경제 발전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게 만들겠다”며 공동부유론을 제창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까지 철퇴를 맞는 걸 본 중국 부자들이 자산 해외 도피에 나섰다. 세계 주요 대도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에선 중국인 투자 탓에 집값이 급등하자, 외국인에겐 취득세를 집값의 60%까지 물리는 정책을 도입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은 일본 부자들의 주택 투기 천국이었다. 인구가 급증하며 주택난이 발생하자, 조선총독부가 궁궐지 축소, 한양도성 해체 등을 통해 도심부에 택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했다. 일본 부자, 주택 개발업자들은 이런 택지를 싸게 불하받아 집을 지어 비싸게 팔았다. 종잣돈이 적은 일본인 집장수들은 서양식 문화 주택을 지어 조선인에게 임대하고 매년 집세를 올리며 폭리를 취했다.

 

100년 만에 서울 주택이 다시 외국 부자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엊그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244㎡를 74억원에 매입한 주인공이 우즈베키스탄인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과거엔 중국 국적 조선족이 값싼 주택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양상이 달라졌다. 작년 4월엔 미국인이 서울 한남동 아파트 240㎡를 120억원에 매수,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3월엔 몰타 국적 외국인이 서울 강남구 고급 빌라 226㎡를 74억원에 매수했다. 지난해 1~8월 중 외국인이 매수한 30억원 초과 주택 거래의 70%가 신고가를 갈아치운 것이었다.

 

▶뉴욕 센트럴파크 타워, 런던 원 하이드 파크, 도쿄 모리JP타워 등 뉴욕·런던·도쿄의 최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2000억~3000억원대에 이른다.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최고급 아파트 가격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의 최상급지 한강 뷰 아파트 펜트하우스 가격이 200억원 선이니 상대적으로 싸 보일 수 있다. 최근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효과까지 감안하면 외국인 부자들이 침을 흘릴 만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집을 3채 이상 가진 외국인이 1242명에 달한다. 이 중엔 서울 아파트 10채, 다세대 75채 등 주택 85채를 가진 대만인, 대구에 다가구주택 60채를 가진 미국인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집 살 때 외국인은 오히려 규제에서 자유롭다. 자국 은행을 통해 투자금을 쉽게 조달하고, 세대 현황 파악이 안 되니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무주택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은 외국인 부동산 쇼핑 천국”이라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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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특혜 채용, 왜 청년들이 더 분노하나

 

진보는 '능력주의' 죄악시하지만 현실은 기득권의 독식 너무 많아
고위직 자녀 채용 선관위를 보라… 공정과 상식 사회 가는 계기로

 

기회의 평등(equality)와 결과의 평등(equity)의 비교./Interaction Institute for Social Change | Artist: Angus Maguire. interactioninstitute.org and madewithangus.com.

 

공정과 평등을 다룬 유명한 그림이 있다. 키가 다른 세 아이가 야구장 담장 앞에 서 있는 바로 그 그림이다. 담장 높이보다 키가 큰 아이는 야구 경기를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키가 보통인 아이와 작은 아이는 경기를 보려면 무언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 여기서 상자가 모두에게 한 개씩 주어지는 건 기회의 평등(equality)이다. 단, 이 경우에도 키 작은 아이는 경기를 볼 수 없다. 이때 키가 큰 아이가 자신이 밟고 있는 상자를 키 작은 아이에게 양보하면, 혹은 처음부터 상자가 그렇게 배분되면 세 아이가 모두 같은 눈높이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이건 결과의 평등(equity)이다.

 

발판이 될 상자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는 것과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르게 나눠주는 것 중 어느 것이 옳다는 정답은 없다. 그래서 기회의 공정함이냐 결과의 평등이냐 하는 건 끊임없는 논쟁거리가 된다. 이러한 가치관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가 바로 시험이다. 결과의 평등을 강조하는 진보 진영은 모두가 똑같은 시험을 치르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태어난 집안에 따라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모두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약자들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수능 시험이다. 대치동에서 ‘학원 뺑뺑이’를 도는 학생과 농어촌에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학생은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 그 격차를 좁히려면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는 게 그들 주장의 요지다. 정량 평가보단 정성 평가라는 것이다.

 

많은 청년이 여기에 반기를 든다. 이들은 수시보다 정시가 낫고, 사법고시도 부활시켜야 하며, 여러 단위의 평가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지방 의원을 뽑을 때도. 진보 진영은 이런 청년들이 시험 만능주의, 능력주의에 찌들어 약자를 보듬지 않는다고 힐난한다.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자를 하나씩 나눠주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면서 말이다. 반쪽짜리 진실이다. 2030 세대가 시험으로 상징되는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이기심의 발로라기보다 현실을 향한 분노에 가깝다. 상자를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키 작은 아이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갈까? 현실에선 오히려 키 큰 아이가 독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부모의 지위와 재력은 늘 정성 평가의 허점을 파고든다. 면접 위원을 바꿔 아들을 채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의 사례처럼, 툭하면 대두되는 입시·채용 비리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중앙선관위 특혜 채용 논란을 보면 진보의 ‘꾸지람’보다 청년들의 분노가 현실에 더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 특혜 채용은 대부분 경력직 채용에서 발생했다. 관계자들은 서류·면접 점수를 조작해 고위직 자녀 채용에 편의를 봐줬다. 경남선관위는 직원 자녀 합격을 위해 면접에서 정당하게 점수를 받은 1·2순위자를 탈락 처리했다. 전남선관위는 아예 외부 면접위원들에게 서명만 한 공란 평정표를 낼 걸 요구한 뒤 자신들이 임의로 점수를 매겨 간부 자녀를 채용했다. 이러니 “차라리 시험 보고 한 줄로 세우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2030 세대가 모두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자고 목소리 내는 이면에는 이 사회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그런데도 과거의 도그마에 사로잡힌 진보는 시험보다 나은 대안은 내놓지 못하면서 ‘능력주의는 안 된다’며 이를 죄악시할 뿐이고, 보수는 이런 문제들에 별다른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관위 특혜 채용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길 바란다. 관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기본이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이번 사건은 그 합의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어야만 한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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