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ICT-Animal9]

[단답형 아닌 논리적 추론… 요즘 AI는 본고사 수학 풀 때처럼.. ] ....

뚝섬 2025. 3. 12. 09:47

[단답형 아닌 논리적 추론… 요즘 AI는 본고사 수학 풀 때처럼 정답을 구한다]

[‘인간 중심의 AI’를 위한 개발자와 플랫폼의 책임]

[中 관료도 취재진도 “딥시크” 일색… 통제 속 고도 계산 깔린 中 양회]

[법 아닌 지침 고쳐 '주 52시간 예외', 임시방편일 뿐]

 

 

 

단답형 아닌 논리적 추론… 요즘 AI는 본고사 수학 풀 때처럼 정답을 구한다

 

[김정호의 AI시대 전략]

 

1981년 대학 2학년 때 ‘선형대수’라는 수학 과목을 수강했다. 디지털 전자공학의 기본이 되는 수학이다. 선형대수는 특히 디지털 데이터 처리에 사용되는 행렬의 기본 원리와 성질을 배우는 과목이다. 놀랍게도 40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AI)의 학습과 추론 알고리즘도 행렬과 미적분 수학에 기초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딥시크(DeepSeek) AI 모델의 성능 향상과 최적화에도 사용되는 수학이다.

 

선형대수 교과서에서는 행렬과 관련된 수십 개의 정리(定理)를 순서대로 증명한다. 완벽하고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수학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수학에서는 정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을 구하는 논리 전개 과정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지금 대학 입학 수학 시험에서 객관식 답을 근거로 채점하고 평가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만 비합리적이다. 그런 관점에서 1980년 이전의 대학 본고사 시험이 OMR 카드에 기록하는 객관식 시험으로 바뀐 것은 크나큰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제 논리적 추론과 사고는 수학자나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국 AI 딥시크의 R1모델과 미국의 오픈AI의 o1 모델, 그리고 미국 xAI의 Grok3 모델도 논리적 추론 능력을 갖는다. 이제 AI가 수학 문제와 코딩 능력에서 대부분의 인간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딥시크 R1은 어떻게 논리적 추론 능력을 갖게 됐을까. 여기에 쓰인 가장 핵심적인 학습 방법이 바로 논리의 연결(CoT·Chain of Thought)이다. 즉, 학습을 할 때 질문을 하면 결과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논리의 전개 과정도 줄줄이 순서대로 같이 답변한다. 이렇게 되려면 학습을 할 때 정답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논리의 연결 과정도 순서대로 같이 제공해서 학습을 한다. 일종의 본고사 수학 문제를 풀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정답을 구하기보다는 논리의 전개를 더 중요시하는 셈이다. 그러려면 체계적인 논리 학습 데이터의 준비가 필요하다. 실제 딥시크 R1을 사용하면 응답을 주기 전에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전체 과정을 ‘생각(Thoughts)’이라는 화면에 계속 보여준다. 마치 인간이 주어진 문제에 답하기 전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이 보인다.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적용된 학습 방법이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다. 일종의 칭찬을 통해 추론적 논리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인간의 도움 없이 AI 스스로 추론 논리 과정을 채점해 자체적으로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딥시크 R1도 논리적 추론 사례를 발굴해 그 정답과 가장 가까운 답을 내놓으면 좋은 점수를 주고, 스스로 고치도록 학습을 한다. 주관식 수학 문제를 풀 때 스스로 채점하고 그 중간 과정을 지우개로 지우면서 고쳐가는 작업과 같다. 자기 주도의 우수한 학생의 공부 방법이다. AI 스스로 논리 추론 학습을 하는 딥시크 R1의 비밀 병기다.

 

다음 단계로 모델의 소형화 단계에 진입한다. 그래야 비용도 줄이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널리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된 방법을 ‘증류 학습(Distillation)’이라고 부른다. 전통 소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과 같다. 원액을 끓여 증기를 만들어 모으듯 모델의 핵심 지식만 추려낸다. 이 과정을 통해 논리 추론 능력이 전수된다. 다르게 설명하면 논리 추론 능력이 뛰어난 선생님 모델을 개발하고 그 모델을 통해 학습 자료를 만들어 제자 모델을 키우는 방법이다. 일종의 쪽집게 요약 학습 방법이다. 이를 통해서 크기를 300배 정도 줄인 증류 모델이 탄생했다. 소형 증류 모델이지만 논리적 추론 능력은 갖고 있다. 개인 노트북 컴퓨터에 설치해서 사용 가능하다. 그래서 잠재적으로 AI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다만 부정확성을 감수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 문제도 함께 있다.

 

마지막으로 딥시크 R1 모델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 구조를 갖고 있다. 학원 종합반 대신에 일종의 학원 단과반 체제를 채택한 셈이다. 비유를 들면 AI 내부에는 수학, 과학, 역사, 국어, 영어 등 전문 과목으로 세분된 인공지능망들로 나누어져 있다. 질문에 따라 각기 전문 영역 세부 모델들이 답을 나눠서 하게 된다. 그 결과 일부 인공지능망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메모리 사용량과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이처럼 딥시크 R1은 다양한 수학적 방법을 조합해서 주어진 GPU(그래픽 처리 장치) 조건에서 최적의 논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딥시크는 오픈AI가 주도하는 논리적 추론 인공지능의 시장 생태계를 흔들어 본 셈이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대규모 자본과 데이터가 투입돼야 가능하다. 사용된 학습 데이터와 소스 코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숨겨진 오픈소스 정책이다. 그 결과 딥시크의 시장 파급력과 파괴력은 한정적이다.

 

이제 AI 패권 시대에 우리나라도 오픈 AI o1나 딥시크 R1과 같은 경쟁력 있는 논리적 추론 능력을 갖춘 언어 모델(LLM)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공개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내 AI 시장을 지킬 수 있다. 국가 생존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만 대급의 GPU를 갖는 AI 데이터센터를 하루빨리 구축해 벤처기업, 학교, 연구소가 맘껏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학, 알고리즘, 소프트웨어에 뛰어난 수만 명의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보상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AI 전쟁은 곧 인프라와 인재의 전쟁이다. 이것이 국가 전체 정책의 1순위 과제로 되어야 한다. 1분 1초가 시급하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5-03-12)-

______________

 

 

‘인간 중심의 AI’를 위한 개발자와 플랫폼의 책임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초기의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제는 AI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개인화된 서비스와 자동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AI와 플랫폼은 각자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발전시키는 ‘공생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우선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플랫폼들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지원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은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경험을 최적화하면서 체류 시간을 늘린다. 검색 엔진과 이커머스 플랫폼은 AI를 활용해 검색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고 개인화된 광고를 제공한다. AI 챗봇과 가상 비서는 고객 문의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맞춤형 응대를 제공하는데, 이는 운영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AI만 플랫폼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도 AI가 학습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AI가 더욱 정교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데이터와 AI 간 선순환 구조가 생기면 그 결과로 플랫폼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예컨대 이커머스에서는 구매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고, 금융에서는 시장 변화를 감지해 리스크를 예측한다. AI가 편리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용자와 플랫폼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렇듯 AI와 플랫폼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윤리적 문제와 규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균형 잡힌 규제와 감시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과도한 규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기술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균형 잡힌 규제를 위해서는 AI 기술 개발자와 플랫폼 제공자부터 사용자까지 각 주체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빠르고 효율적인 AI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윤리적 AI’가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는 것도 그 책임을 더 무겁게 한다. 무엇보다 AI 개발자와 플랫폼 운영자는 책임감 있게 기술을 개발하고 적절한 운영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사용자는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정보를 판단하고 활용하는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AI와 플랫폼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돕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향후 분산형 AI 플랫폼이 등장하면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을 방지하고, 사용자에게 AI 모델을 쉽게 훈련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AI와 플랫폼에 관한 윤리적 책임과 인간 중심의 접근은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AI와 플랫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동아일보(25-03-12)-

_____________

 

 

中 관료도 취재진도 “딥시크” 일색… 통제 속 고도 계산 깔린 中 양회

 

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현장
中 전역서 엘리트 5000명 운집
공산당 1당 체제 정당성 과시… 외신 기자도 1000명 이상 참여
도어스테핑 질의자 위치까지 지정… 총리 기자회견 폐지로 관심은 줄어
中 외교-상무부장 ‘딥시크’ 자신감… 美 패권 경쟁 속 기술 자립 강조
 

 

대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문에 출입자 통제를 위해 배치된 안내 요원들 모습.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10일 오전 6시 30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취재하려는 내외신 기자들이 긴 줄을 만들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날 정협 폐회식이 열리다 보니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공안들의 경계 또한 평소보다 삼엄했다. 일부는 긴 탐침봉을 들고 일대 곳곳을 찔렀고 탐지견을 데리고 폭발물 수색에 나서는 공안도 있었다. 양회 기간 인민대회당, 톈안먼 광장 등 베이징 도심 일대는 일반인이 전혀 출입할 수 없다. 사전에 출입증을 발급받은 취재진이나 회의 참석자들도 수차례의 신원 확인을 거쳐야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中 엘리트 5000명 운집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홀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양회는 매년 3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다. 국회 격인 전국인대는 최고의사결정기구, 정협은 국가 정책에 대한 자문기구다. 국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인대에서 건의한 8783건, 정협에서 제안한 4813건을 처리해 90% 이상의 처리율을 보였다. 인민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핵심 축인 것이다.

 

이번 양회 폐회식에 참석한 정협 위원은 2082명, 전국인대 대표는 2884명이다. 전국에서 모인 수천 명이 개·폐회식, 전체 회의, 단위별 토론 등을 진행한다. 의견 대립이나 정치적 갈등 등은 거의 표출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영 매체 기자는 “규정을 제안하고 초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수차례 의견 수렴 및 숙고를 거친 만큼 큰 논쟁거리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국인대에 따르면 올해 양회 취재를 위해 등록한 취재진은 총 3000명. 이 가운데 해외 언론인(홍콩·마카오·대만 포함)이 1000명이 넘는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 소속 기자를 제외한 내외신 기자들에게 양회는 중국 엘리트 집단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기자들이 인민대회당을 빠져나오는 정협 위원들에게 달려가 질문 세례를 퍼붓는 이유다.
 

 

17일 중국 액션 배우이자 정협 위원인 전쯔단이 인민대회당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유명 액션배우 전쯔단(甄子丹)도 정협 위원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대만 매체로부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대만의 인기 배우 왕다루(王大陸) 등에 대한 견해 등의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 기자회견 질의 순서도 관리 대상

인민대회당 1층 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 즉 도어스테핑은 중국 당국이 해외 언론과 접하는 대표적인 소통 창구다. 양회 기간에 세 번째로 치러진 이날 도어스테핑에는 약 50분 동안 총 9명의 정협 위원이 등장해 질문에 답했다. 고고학자, 의사, 홍콩·마카오·대만 지역 담당 위원, 시짱(티베트)과 네이멍구 등 자치구 출신 위원 등이 중국의 발전상과 사회 통합을 자찬했다.

중국 측 관계자는 질문을 위해 대기하는 기자들의 소속 매체를 일일이 확인하며 서 있는 위치를 다시 정해줬다. 아침 일찍 도착해 맨 앞쪽에 자리를 잡은 중년의 기자는 대열에서 빠져 뒤편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고, 기자회견 직전 관계자가 선택한 기자들이 앞줄 중간중간에 배치됐다.

중국의 주요 기자회견은 대체로 당국과 사전에 협의한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게 정설이다.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주창했던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은 2년 전 양회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만 관련 질문을 받자 미리 준비해 둔 빨간색 헌법 책자를 꺼내며 “하나의 중국”을 외쳤다.

7일 열린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회견이 열린 베이징 미디어센터에는 2시간 전부터 400석이 넘는 좌석이 모두 찼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당시 2시간 넘게 이어진 회견에서 총 20명의 내외신 기자가 질문했고 왕 부장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당국의 중요 기자회견 때 기자들의 질문 순서도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왕 부장의 회견 당시 첫 번째 질문자는 관영 중국중앙(CC)TV 기자, 두 번째 질문자는 현재 중국의 최대 우방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관영 타스통신 기자였다. 이후 미국,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일본 기자 등이 차례로 질문했다.

기자를 포함한 한국 취재진은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왕 부장의 답변 때도 한국, 한반도 문제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한국 내에서 커지는 반(反)중국 감정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쾌한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국 언론에 대한 중국 현지 매체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양회 기간 내내 중국 기자들은 해외 취재진에 대한 인터뷰를 수시로 시도했다. 서구 주요국과 최근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중국 정보기술(IT)의 메카인 광둥성 광저우에서 왔다는 한 지역 매체 기자는 한국 기자들에게 양회에 대한 인상을 거듭 물었다. 그는 “외국 기자의 발언을 취재해 오라는 회사의 압박이 적지 않다”며 “중국의 실제 모습을 경험한 외국인들의 (우호적인) 발언은 독자들에게 잘 읽힌다”고 설명했다.

美 패권 경쟁 속 ‘딥시크’ 자신감

올해 초부터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이번 양회 기간에도 단연 화제였다.

왕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딥시크의 성공이 미국의 거듭된 대(對)중국 기술 규제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또한 6일 기자회견에서 “저비용·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탄생한 딥시크가 전 세계의 기술 사용 문턱을 낮췄다”며 중국의 토종 기술을 자랑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기자는 왕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때 “딥시크는 내가 사용해 본 AI 모델 중 가장 뛰어나다. 중국의 기술력에 놀랐다”고 했다.

다만 올해 양회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 소비 침체 등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다. 특히 지난해부터 양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중국 최고 지도부의 생각을 직접 엿볼 수 있는 총리 기자회견이 사라진 것 또한 양회에 대한 외신의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다.

중국 젊은층 역시 양회 때 이뤄진 당 지도부의 연설이나 기자회견보다 정협 위원 자격으로 도어스테핑을 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에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레이 회장이 인민대회장 앞 광장에서 최근 샤오미가 출시한 휴대전화를 꺼내 조작하는 모습은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게 핵심 목표 중 하나라는 양회 기간 동안 정작 톈안먼 광장은 일반인에게 철저히 통제되는 것도 모순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동아일보(25-03-12)-

______________

 

 

법 아닌 지침 고쳐 '주 52시간 예외', 임시방편일 뿐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자체 지침을 고쳐 반도체 기업 연구개발(R&D) 직군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 52시간제 예외를 법으로 인정하는 반도체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자 입법 없이도 할 수 있는 노동부 지침이라도 개정해 반도체 업체들의 숨통을 터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검토하는 안은 1회 최대 인가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 등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해 R&D 분야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한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결과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허용을 찬성(58%)하는 의견이 반대(27%)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절반 가까이 찬성했다. 민주당은 처음엔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하더니 노조가 반대하자 입장을 뒤집었다.

 

특별연장근로는 불가피하게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근로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 인가 절차를 거쳐 주 64시간까지 연장 근로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인가 서류가 복잡하고 근로자 동의를 받기가 어려운 점 등 요건이 까다로워 사용은 매우 저조했다. 그래서 반도체 업체들은 특별법 제정을 호소해왔다. 법이 아닌 지침으로 할 경우 업계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 법을 제정하면 연구개발 분야는 52시간 예외를 받지만 지침 개정으로는 단위 기간별로 계속 노동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 처지에서 반도체마저 세계 경쟁에 뒤처질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노조의 포로가 돼 연구·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은 개탄스럽다. 반도체 연구·개발에 국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3년 정도 한시적으로 시행해 보고 실제 문제가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조항을 폐기하면 될 텐데 노조를 따라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

 

-조선일보(25-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