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 현장 된 탄핵집회] ['탄핵 찬반 시위' 다크 투어 ]
[‘다크 투어리즘’ 현장 된 탄핵집회]
['탄핵 찬반 시위' 다크 투어 ]
‘다크 투어리즘’ 현장 된 탄핵집회
재난이나 전쟁이 벌어진 참사 현장은 훗날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다. 9·11테러 현장인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박물관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서대문형무소, 비무장지대(DMZ) 같은 곳들이 있다. 역사적 고난을 물리적 증거로 남기는 동시에, 그때의 비극을 이겨냈다는 걸 보여주는 장소들이다.
▷얼마 전까지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는 외국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시위대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다. 해외 언론도 현장 생중계까지 하며 한국의 집회 문화를 조명했다. 참가자들이 K팝을 떼창하고 야광봉을 흔드는 모습에 K팝 콘서트를 연상시킨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외국인들에게 서울 종로와 여의도 등 집회 현장을 구경시켜 준다는 관광 가이드들까지 등장했다. 우리 민주주의에 재난과도 같았던 계엄 사태로 빚어진 시위가 현재 진행형의 다크 투어리즘 상품이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올 2월까지 석 달간 입국한 해외 여행객이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계엄 충격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져 한국 여행이 저렴해지기도 했지만 탄핵 집회에 대한 호기심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시위 현장이 안전하다는 소문이 SNS로 많이 퍼졌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택시 기사에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회 장소로 가달라고 한다거나, 서울 도심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이 ‘집회 뷰(view)’가 나오는 방을 선호한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인한 전례 없는 불안과 혼돈이 외국인들에게 자랑거리일 수는 없다. 탄핵 찬반으로 갈려 과격하게 목청을 높이는 국론 분열의 속살이 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법원이나 재판관들을 공격하자는 일부 시위대의 선동은 한국의 국격을 의심케 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대부분의 시위대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해 자진 해산했으니 망정이지 자칫 외국인들에게 싸움 구경만 시켜주는 민주주의의 흑역사를 쓸 수도 있었다.
▷탄핵 집회가 자주 열린 서울 안국동과 광화문 일대는 우리 민주주의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북촌, 경복궁 등 유명 관광지들과 붙어 있어 외국인들의 시선이 늘 향해 있다. 이런 접근성 때문에 탄핵 집회가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긴 했지만 다행히 시위 참가자들이 평화롭게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더는 다크 투어리즘 상품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탄핵 집회는 뜨겁고 요란했지만, 뒤끝은 없었던 쿨한 이벤트로 기억됐으면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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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 시위' 다크 투어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 ‘더 록’의 무대인 미국 앨커트래즈섬 감옥은 탈옥이 불가능한 곳으로 악명 높았다. 감옥이 폐쇄된 뒤엔 관광지로 거듭났다. 마피아 거물 알 카포네를 비롯해 흉악범이 수감됐던 독방, 섬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의 거친 바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명소다. 다크 투어리즘은 슬픈 역사나 어두운 범죄 현장을 찾는 여행을 말한다. 우리 국립국어원은 ‘역사 교훈 여행’이란 용어를 권한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랜 여행이기도 하다.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와 300 결사대가 테르모필레에서 페르시아군에 맞서 싸우다 전원 전사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인들은 이곳에 전사의 용맹을 기리는 사자상을 세우고 스포츠 축제를 해마다 열었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레오니다스왕의 동상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가면 건물 곳곳에 포탄 자국이 무수히 박혀 있다. 20세기 유럽 최악의 인종 청소 전쟁이었던 보스니아 내전의 상흔이다. 보스니아인들은 비극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포탄이 박힌 곳마다 빨갛게 칠한 뒤 ‘사라예보의 장미’라 명명했다. 많은 이가 이 붉은 장미를 보고 지난 과오를 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해골 전시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등도 대표적 다크 투어 관광지다.
▶북한도 그런 곳 중 하나다. 2018년 중국의 여행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북한을 방문하자’는 광고판을 내걸었는데 한 부부가 호기심으로 북한을 여행했다. 평양에서 중국인 여행단을 만나 “여기에 왜 왔느냐?” 물었더니 모두 “중국의 1970년대 같다”고 대답했다. 관광객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는 평양 호텔의 정치 구호를 손상했다고 고문당하고 죽었다. 북한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다크 투어리즘이다.
▶우리나라도 다크 투어 관광지가 많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덕수궁 중명전, 일제강점기 독립 투사들이 투옥돼 고초를 겪은 서대문 형무소, 6·25전쟁 현장인 비무장지대, 재난으로 인명이 희생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현장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탄핵 찬반 집회 현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일부러 시위 현장을 구경하고 호텔방 잡을 때도 집회 현장이 잘 보이는 ‘집회 뷰(view)’ 방을 달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류 드라마와 K팝 성지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던 나라가 이런 꼴을 당한다. 씁쓸하기 그지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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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尹 신속 파면" “崔 대행, 19일까지 마은혁 임명”. 尹 탄핵 결론 안 나오자 초조한 野, 전방위 압박.
-팔면봉, 조선일보(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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