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팩토리'] [초당 1대 '스마트폰 공장'·지자체 딥시크 확산… ]
['다크 팩토리']
[초당 1대 '스마트폰 공장'·지자체 딥시크 확산… 중국 AI 굴기.. ]
'다크 팩토리'
1903년 미국의 유리 공장 근로자 오언스가 유리병 제조 기계를 발명했다. 인부 6명이 24시간 일해 하루 2880개 만들던 유리병을, 인부 2명만 쓰고도 1만7280개씩 찍어냈다. 제조 단가가 1달러 80센트에서 12센트로 떨어졌다. 유리병 기계가 보급된 뒤 베네치아 유리 장인 등 전 세계 유리 숙련공이 반으로 급감했다. 반면 유리 공장에 만연했던 아동 노동은 없어졌다.
▶17세기 산업혁명은 공장 자동화의 전환점이 됐다. 영국 발명가 올리버 에번스가 만든 자동 제분기는 밀가루를 만들던 유럽 풍차를 관광용으로 만들어 버렸다. 1920년대 전기의 등장과 미국 포드 시스템은 공장 풍경을 180도 바꿨다. 2차 세계대전 여파로 구인난에 시달리던 포드 자동차는 컨베이어 벨트와 무거운 부품을 옮겨주는 기계손(iron hand)을 도입하고, 이 생산 공정을 ‘오토메이션(automation)’이라고 명명했다.
▶다시 컴퓨터로 생산 공정을 정밀 제어하는 시스템이 등장하자, 경영학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가 기계를 작동시킨다”고 했다. 로봇 공학자들 사이에선 “미래의 공장엔 개 한 마리와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 개의 임무는 사람이 기계에 손대지 못하게 지키는 것이고, 사람의 임무는 그 개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다”라는 농담이 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발전으로 이것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됐다.
▶요즘 조회 수가 폭발하는 산업계 뉴스는 빅테크 기업들 간 휴머노이드의 묘기 대행진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가 사람이 던진 테니스공을 받아내는 기술을 선보이자, 중국 유니트리의 로봇은 공중제비돌기를 시연했다. 현대차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회전 낙법, 물구나무서기까지 보여주었다. 노르웨이 로봇은 세탁 바구니를 들고 청소기를 돌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테슬라와 현대차는 조만간 자동차 조립 라인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 한 마리, 사람 한 명 공장’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 AI와 휴머노이드, 각종 센서로 구성된 사물인터넷(IoT) 기술 덕에 생산이 100% 자동화된 공장은 조명도 필요 없어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라 불린다. 사람이 없어 휴게실, 식당, 병원 등의 공간이 필요 없고, 냉난방도 필요 없다. 중국 샤오미는 이미 이런 수준의 다크 팩토리를 구축, 컴컴한 생산 라인에서 초당 1대꼴로 최첨단 스마트폰을 찍어내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다크 팩토리의 등장은 인류에게 행복일까, 재앙일까.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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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1대 '스마트폰 공장'·지자체 딥시크 확산… 중국 AI 굴기, 날개 달았다
[하정우의 AI 대혁명]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요즘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용어다. 우리말로 ‘암흑 공장’이란 뜻이다. 용어만 얼핏 보면 비밀 병기나 인류의 역량을 능가하는 AI를 만드는 공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암흑 공장이라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AI와 산업용 로봇 그리고 각종 센서들로 구성된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생산 공정이 완전 자동화된 덕분에 조명을 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없으니 내부가 밝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즉,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로 자동화된 공장을 의미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가장 진화된 ‘완전 자율 제조 공장’의 개념이다.
다크 팩토리를 가장 잘 실현한 기업은 중국의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샤오미다. 샤오미의 창핑 공장은 그야말로 완전한 자동화를 이뤄냈다. 스마트폰 제조를 위해 필요한 원자재를 처리 가공하는 것부터 시작해 제품 조립, 포장까지 AI와 로봇 기반 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AI와 빅데이터, 그리고 IoT 기술을 활용해 훨씬 정확하게 품질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생산 공정에서의 의사 결정을 최적화한다. 이렇게 해서 1초에 1대씩 스마트폰을 생산해 내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자료이긴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1대를 생산하는 데 약 10초가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완전 자율 제조 공정이 얼마나 강력한 혁신을 이뤄내는지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다크 팩토리에는 상주 인력이 없기 때문에 휴식 공간이나 식사 제공, 병원 시설 등도 필요 없다.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수준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하면 된다. 에어컨이나 히터에 필요한 전력도 적게 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서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샤오미는 다크 팩토리를 만들기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런 혁신을 통해 연간 1000만대의 고급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샤오미가 선도적으로 보여준 중국의 다크 팩토리는 생산성 혁신을 넘어 AI 시대 제조업과 스마트 팩토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전 세계를 놓고 보더라도 중국이 AI에서 앞서간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또 다른 눈여겨봐야 할 중국 정부의 AI 굴기 성과는 생성형 AI가 무서운 속도로 공공 부문과 민간 제조업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는 지난 1월에 R1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이 정부 주도로 R1 모델을 지방정부에 적용하고 산업 전환을 만들어가는 속도다. 먼저 공공과 지방정부 도입 현황을 살펴보자. 텐진시는 화웨이와 공동으로 설립한 AI 컴퓨팅 센터에 중국 지방정부 최초로 오픈소스 방식의 딥시크 R1 모델을 도입했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하드웨어 투자 비용 50%를 절감하고 처리 속도 30%를 향상했다고 텐진시는 밝혔다. 이후 많은 중국 지방정부가 앞다퉈 딥시크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텐진시가 설립한 AI 컴퓨팅 센터를 통해 지역 기업들도 딥시크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지역의 한 의료 기업은 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선전시 룽강구도 행정 승인 업무에 딥시크를 도입했다. 95%의 정확도로 승인 절차에 걸리는 시간의 90%를 단축시켰다. 우한에서는 경찰이 밤에 말 다섯 마리가 길을 잃고 배회한다는 신고를 받고 딥시크의 도움을 받아 주인을 찾아낸 성공 사례가 있다. 근처 말 농장 정보를 확인하고 딥시크 챗봇이 제안한 농장을 방문해 주인을 확인한 것이다.
제조 산업 분야의 딥시크 확산도 주목해야 한다. 20여 자동차 회사가 딥시크의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고도화, 음악 추천, 인터넷 정보 검색을 돕는 차량 내 음성 비서와 같은 기능을 AI를 활용해 만들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비서’인 샤오이에 딥시크 R1 모델을 탑재해 훨씬 똑똑해진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웨이 외에 오포, 샤오미도 스마트폰의 글 작성, 그림 생성, 인터넷 검색 비서 등의 기능에 딥시크 R1 모델을 활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최대 가전 회사인 미디어는 딥시크 모델을 탑재해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에어컨을 출시했다. 딥시크를 활용해 사용자가 말로 하는 이야기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든 효과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중국 내 병원 100여 곳이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딥시크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 R1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된 지 겨우 2달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확산 속도다.
중국의 다크 팩토리와 딥시크 확산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미 우리도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고 딥시크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범용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다. 이렇게 개발된 AI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많은 국내 기업이 산업의 AI 전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가 부족한 지방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화에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이 AI 활용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전환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공공 부문과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보안이 강화된 특화 클라우드를 구축해 민감한 데이터 공유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있다. 또한 추론형 AI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극 도입해 기술 고도화를 이뤄내면 국내 AI 반도체 기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AI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해 AI 기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산업 AI를 지배하는 국가가 AI 시대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과실연 공동대표, 조선일보(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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