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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관세 협상에 깜짝 등판한 트럼프] [환율전 베테랑 나섰다… ]

뚝섬 2025. 4. 18. 06:39

[美-日 관세 협상에 깜짝 등판한 트럼프]

[환율전 베테랑 나섰다… 판 달라진 관세협상]

[자유무역 수호자된 중국? "미국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개시 '문제 해결' 국가 능력 시험대]

[‘적보다 나쁜 친구’와의 관세 협상 방정식]

 

 

 

美-日 관세 협상에 깜짝 등판한 트럼프

 

“큰 진전(big progress)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고위급 무역협상을 위해 백악관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였다. 회담 전엔 “일본이 협상하러 온다. 나도 재무, 상무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다”고 예고까지 했다. 도쿄에서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협상 당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트럼프의 일방 통보, 당장은 피하고 싶었던 방위비 문제 거론, 첫 만남부터 큰 성과라도 나온 양 과장하는 그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해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관세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 트럼프에겐 ‘전리품’이 절실하다. 이달 초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포문을 열었다가 90일 미루고, 중국에만 145% 초고율 관세를 물리며 화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등의 조치로 맞서며 요지부동이다. 하루 전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도 성과 없이 끝났다.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압박을 느꼈을 이시바 총리마저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다. 이번 협상은 다음 단계를 위한 초석”이라고 한다. 이젠 트럼프 쪽이 오히려 안달복달이다.

다음 주 한미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우리 정부로선 이런 장면을 미리 본 게 그나마 다행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협상단을 트럼프가 직접 만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수십 개국과 동시협상을 벌이는 미국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나라에 관세를 더 많이 깎아 주겠다’며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의 거친 기세에 휘말리면 엉뚱한 실수를 할 수 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태도에는 대선에서 트럼프 편에 섰던 빅테크, 월스트리트의 거물들마저 부정적 태도로 속속 돌아서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관세정책이 미국의 국가 신뢰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퇴임 후 침묵하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그들은 확실히 뭔가를 망가뜨리고 있다. 총부터 먼저 쏘고 나중에 조준한다며 설익은 정책들을 꼬집었다.

▷한국엔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추가 조치들까지 부담이다. 중국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에 쓰이는 엔비디아 칩의 대중 수출이 막혀 이 칩에 들어가는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도 타격을 받게 됐다.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은 조급함을 달래고 상대 패부터 확인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선 언제나 성질 급한 쪽이 더 많은 걸 내주게 된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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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 베테랑 나섰다… 판 달라진 관세협상

 

다음 주 한미 재무장관이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만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 ‘면담’을 요청했더니 미국이 콕 집어 ‘통상 의제’를 제안했다고 한다. 재무장관 회담 핵심 의제가 관세가 된 것은 이례적이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기관총처럼 쏘아대던 관세전쟁이 산업 정책에서 환율 및 금융 정책으로 확장됐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관세전 핵심 참모 역할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넘어갔다. 그의 행보를 보면 향후 관세 협상 전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파운드화 무너뜨린 젊은 베선트

 

베선트 장관이 최근 한국과 일본에 “빨리 협상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외신 인터뷰 장소도 상징적이었다. 장소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이밍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15년 만에 환율 통제 정책을 폐기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아르헨티나에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화답한 직후였다. 고정환율을 방어하느라 나라 곳간이 텅텅 빈 아르헨티나가 중국 돈에 매달리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베선트 장관은 IMF 구제금융 뒤에 미국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중국 지원을 받느니 미국 달러 시스템에 합류하는 게 낫다는 것을 보여주러 현지에 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와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헤지펀드 출신 베선트 장관의 오랜 장기였다. 1992년 영국 파운드화가 무너진 유명한 ‘블랙 웬즈데이’ 뒤에도 그가 있었다. 영국이 유럽과 환율을 연동하자 전설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와 젊은 베선트는 파운드화 급락에 베팅했다. 영국 금융시스템의 약점을 꿰뚫어본 예측은 정확했고, 영국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갔다. 베선트는 2010년대에도 일본 엔화 하락에 베팅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상대국 금융 시스템의 약점을 파고드는 베선트가 전면에 나서자 시장은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1985년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를 유도한 환율 협정이다. 40여 년 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스티븐 미런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내놓은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보고서도 달러 약세로 무역적자를 줄이자는 것이 골자다. 고율 관세를 앞세워 각국을 협상장으로 부르고, 협상에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대신 군사 동맹국에 초장기 국채를 강매해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내용이다.

 

제2의 플라자 합의 나오나

보고서대로 실제 ‘막가파식 관세쇼’ 이후 각국이 미국 협상 테이블로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 섬뜩하다. 협상장에는 환율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선트가 있다. 그는 미국과 공동 환율 목표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 안보 우산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도 안다. 일본과 중국은 다르다는 것을. 최근 인터뷰에서 “플라자 합의는 (일본이) 미국의 경제 경쟁국이면서 군사적 동맹 관계라 가능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도 경쟁국이라 새로운 포뮬러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플라자 합의와 일본 버블 경제 붕괴를 철저하게 공부해 왔다고 한다. 위안화 절상 합의는 결단코 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버티는 가운데 한국에 안보 우산을 지렛대로 한 원화 절상 압박이 커진다면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은 상대적인 것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내려가는데, 원화 가치만 크게 오르면 수출 시장에서 ‘초초저가’ 중국산과 경쟁해야 한다. 다른 수출 경쟁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관세, 환율, 안보가 총망라된 복잡한 전쟁 속 협상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레이 달리오 같은 월가 거물들이 “세계 경제-정치 질서의 중대한 변화”라고 한 경고를 곱씹으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김현수 경제부장, 동아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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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관세 협상, 트럼프 “큰 진전” 日 총리 “입장 차 여전”. 천하의 트럼프도 최대 美 국채 보유국에 절절매나.

 

-팔면봉, 조선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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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수호자된 중국? "미국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中 "美 상품 너무 품질 떨어져 못 사는 측면도"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거인, 미국과 중국이 마치 도박장에서 판돈 올리듯 서로 관세를 올리며 맞붙고 있다. 맞받아치는 중국은 이번 싸움에 준비를 단단히 한 모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4일부터 닷새 동안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를 방문해 우방국 결집에 나섰고, 이에 앞선 11일엔 이례적으로 무역 전쟁과 관련한 공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한 회담에서 “무역 전쟁에선 승자가 없으며, 세계를 거스르는 행동은 결국 자기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중국 측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내세우는 핵심 논리다. 중국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외 선전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미국의 관세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중국 측 논리를 담은 백서를 지난 9일 발간했는데, 시진핑의 발언 내용은 이 백서의 결론 부분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

 

중국은 백서 머리말에서부터 “중·미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지속적으로 개선돼 양국의 경제 사회 발전과 인민 복지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밝힌다. 마치 미국에 ‘우리 관계 지금껏 좋았지 않느냐’며 어르는 듯한 태도다. 백서에 담긴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수출 시장을 크게 키웠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래 지난해까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91억8000만달러(약 27조2000억원)에서 1435억5000만달러로 648.4%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수출액의 증가 폭(183.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백서는 또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단순 무역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서는 이렇게 전한다. “예컨대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8.8% 증가한 65만7000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0개 이상의 미국 보험 회사가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트라이프 같은 미국 금융기관은 중국 금융기관의 전략적 투자자로서 상당한 투자 수익을 달성했다.”

 

◇“美, 가장 큰 ‘서비스 무역’ 적자를 안겨”

 

그러면서 중국은 트럼프 정부가 상품 수출입을 집계하는 ‘무역 수지’만 따져 무역 전쟁에 나설 게 아니라 ‘서비스 수지’까지 함께 보라고 주장한다. 백서는 “미국은 중국 서비스 무역 적자의 최대 원천인 데다, 전체적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200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서비스 수출이 7.3배 증가하는 동안 중국에서 거둔 서비스 무역 흑자는 11.5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상품 거래 측면으로 따지면 미국이 중국 제품을 많이 사들이며 무역 수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 거래 측면으로 보면 중국이 미국 서비스 무역 흑자의 9.5%를 차지할 만큼 미국의 서비스를 많이 사주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주로 소비하는 미국의 서비스는 관광, 의료, 유학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인의 여행 및 교육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202억3000만달러(2023년 기준)에 이른다.

 

백서는 또 현재의 무역 통계 산출 방식이 중국이 큰 이익을 보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펼쳤다. 중국 제조업체는 원재료나 중간재를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데, 이런 산업 특성상 중국이 얻은 부가가치는 크지 않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美 상품, 수입하려 해도 품질이 달린다”

 

백서는 미·중 양국이 2020년 1단계 무역협정을 맺어놓고 미국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 전쟁을 펼친 바 있는 양국은 약 18개월의 분쟁을 끝마치는 일종의 휴전 협정을 체결했는데, 중국이 이 협정을 이행하는 만큼 미국이 협정 내용을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백서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적인 기술 이전 금지, 식품·농산물 시장 접근성 확대, 금융·서비스 산업 시장 접근성 확대 등 그간 중국의 노력을 열거하면서 “책임 있는 주요 국가로서 중국은 협정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협정 정신을 위반해 수출 통제, 투자 제한 등 중국에 대한 경제 무역 및 기타 형태의 압박을 계속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서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하려 해도 미국 제품의 경쟁력이 너무 낮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백서는 “일부 미국 제품은 가격과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어 중국 기업이 시장 지향적인 방식으로 수입하려는 의지에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예컨대 미국산 대두와 비교해 남미산 대두의 가격 우위가 더 뚜렷하고, 미국 쇠고기 가격은 남미보다 약 50%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숏폼(짧은 길이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해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하는 것도 1단계 무역협정 위반이란 게 중국 주장이다. 중국은 백서에서 “미국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고,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무시하고 해를 끼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국제 규범 잘 따르는 모범국이다”

 

백서는 또 중국이 WTO 체제 하의 자유무역 개념을 성실히 실천하고 있으며, 미국이 펼치는 일방주의 및 보호무역주의가 양자 간 무역 관계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했다. 미국보다 중국이 세계 질서를 잘 따르는 모범국이란 얘기다. 백서는 특히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에 대한 개념도 짚고 넘어갔다. 트럼프는 부가세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들에서 미국 상품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틀렸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백서에서 “수입품과 국내 생산품에 대한 부과 범위와 적용 세율이 동일한 부가세는 국제 규칙에 부합한다”며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이 수입품에 대해 추가적인 ‘차별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오히려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세워왔다는 근거도 나열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행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두고 “미국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는 결국 협상에서 무역 상대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데 쓰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캐나다·멕시코에서 원하는 조건을 얻자 관세를 취소했으며,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한국이 자동차 무역에 대한 양보를 한 후에야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백서는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경제 질서와 다자간 무역 체제의 주요 창설자이자 참여자로서 WTO 체제 하의 무역 마찰을 적절히 처리하는 데 앞장서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최근 일방주의와 경제적 패권주의를 추구하며 무역 마찰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다자간 무역 체제의 기반을 훼손하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조성호 기자, 조선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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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개시 '문제 해결' 국가 능력 시험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 총리는 "세계 각국의 통상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경제 안보 전략 TF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의 시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5개 상호 관세 대상국 중 한국·일본·인도와 먼저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가 협상의 최전선에 서게 돼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할 수도 없다. 국가적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는 1기 정부 때도 한국을 불공정 흑자국으로 지목하고,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며 우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당시 한국 협상팀은 픽업 트럭 수출 관세에서 양보하는 등의 협상 카드로 FTA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2기가 한국에 25% 상호 관세율을 부과한 것은 한미 FTA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번 수준의 양보 카드로 한미 FTA 협정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협상팀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자유무역이 상호 이익이 됐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10년간 한국은 연평균 100억달러의 대미 추가 무역 흑자를 얻었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도 연평균 77억달러 늘어나,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양국이 모두 이익을 본 것이다.

 

작년까지 한국이 미국에 공장을 짓느라 투자한 돈이 1300억달러에 이르고, 미국 진출 한국 기업 수가 1만5000곳이 넘는다. 한국의 대미 흑자 대부분은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이 현지 생산에서 필요한 중간재의 60%를 한국에서 조달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 측도 인정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포인트다. 나아가 장차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한국 제조업 역량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면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2.0% 중 1.9%는 수출이 기여한 몫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대미 수출이 줄고 성장률도 하락할 것이다. 대미 통상 협상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수출의 미래가 걸려 있다.

 

이번에 타결되는 양국 간 통상 협상은 두 달 뒤 대선에서 어떤 세력이 집권하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제 운용의 상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 달 뒤 대선 결과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 실생활 측면에선 대선보다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이 문제만큼은 정쟁의 시선을 거두고 거국적인 협상 전략을 마련해 임하고,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조선일보(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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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보다 나쁜 친구’와의 관세 협상 방정식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관세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왜 적과 친구를 똑같이 대하냐”는 질문에 시달렸다. 동맹과 우방국들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적’으로 분류돼온 러시아와 벨라루스, 북한, 쿠바에 대해서는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미국 상원의원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이라는 반응이었는데, 이에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그리어 대표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핵폭탄급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친구가 적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대미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들은 미국을 ‘약탈하고 후려치고 등쳐먹고 뜯어먹고 호구 삼는’ 나라다. 연간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킨 주범 국가들이다. 이런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뼛속까지 각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용 수사라고 하기엔 지독하게 일관돼 있고, 반복해서 튀어나온다. 좋은 물건들을 그저 열심히 잘 만들어서 팔았을 뿐인 수출국들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원스톱 쇼핑’ 맞춘 최적 조합 찾아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찍어 말한 게 여러 차례였지만,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 호주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안보 파트너임에도 관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특별 제작한 황금 투구까지 들고 갔지만 우리보다 단 1%포인트 적은 24% 관세를 맞았다. 대만, 인도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협상을 요청하는 나라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아부를 떨고(kissing my ass) 있다”고 조롱하듯 말했다. 미국이야말로 ‘적보다 나쁜 친구’로 돌변할 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대가 불신과 편견까지 안고 협상장에 나오니 타협점을 찾는 과정은 전례 없이 험난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원스톱 쇼핑’은 미국이 그리는 협상의 그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도움이 될 방향점이다. 한국의 경우 조선업 협력,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 참여 등에 더해 군사안보 분야까지 패키지로 엮어 총괄적으로 주고받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집요하게 요구했던 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었다. 글로벌 관세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인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5배 늘리라고 압박했다.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에는 10배로 높여 불러놓은 상태다. 이번에는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는 눈치이니 어차피 피해갈 방법도 없다. 1기 때에는 연계된 카드가 주한미군 감축 같은 안보 분야에 국한됐지만 이번에는 경제, 산업 분야까지 넓혀져 있다.

 

방위비까지 패키지로 묶는 대응 필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던 초기 “피로 맺어진 동맹국의 전우를 용병으로 만들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미국 내 지한파 학자와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북한의 핵 위협 사정권에 놓인 미국에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또한 증액 압박에 맞서왔다. 다만 더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돼 있다. 그 성장의 바탕에 미국이 제공해준 안보가 있었음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방위비 같은 안보 이슈를 먼저 꺼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시적인 유예기간이 끝나자마자 되살아날 25%의 관세 폭탄 앞에서는 안일한 접근이다. 분야별로 가치가 다른 협상 카드들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담판 과정에서 상대를 설득할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통 크게 거래의 고차방정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정은 부국장, 동아일보(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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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50일 앞두고 한미 통상 협상 본격화. 운전대 앉은 韓 대행 “과속한다”는 말 듣지 않도록….

 

○트럼프 오락가락 관세에 세계 대혼돈. 美정치인 “신호등 게임 하냐?” 韓 네티즌 “주식 리딩방 방장이세요?”

 

-팔면봉, 조선일보(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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