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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3년 내 개헌 뒤 퇴임" 친윤 그늘 탈피가 과제] ....

뚝섬 2025. 5. 3. 07:51

[韓 "3년 내 개헌 뒤 퇴임" 친윤 그늘 탈피가 과제]

[韓 출마, 국힘 후보 3일 결정… ‘덧셈’ 아닌 ‘비전’으로 단일화해야]

[이재명 물러나고, 한덕수는 윤석열 단절해야]

[尹·李의 리스크, 국민엔 스트레스]

[韓 사의→崔 탄핵 투표→崔 사퇴→李 대행… 깃털보다 가벼운 국정]

 

 

 

韓 "3년 내 개헌 뒤 퇴임" 친윤 그늘 탈피가 과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행은 “개헌으로 정치를 정상화하고 민생을 보살피겠다”며 “국민 통합과 약자 동행, 통상 해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어느 누구와도 협력하고 (후보 단일화) 통합도 하겠다”면서 “첫해에 분권·견제·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한 뒤, 3년 차에 새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고 곧바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개헌의 구체적 일정을 밝히고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동안 주요 대선 후보들은 개헌을 공약했다가 당선이 유력해지면 입장을 뒤집곤 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자기 권력에 누수가 생길까 봐 개헌을 외면했다. 권력을 휘두르다 임기 말 국정 실패에 내몰리면 갑자기 개헌 카드를 꺼냈다. 이러니 개헌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대통령제와 죽기 살기 양당제로 인한 극한 대립과 갈등, 국정 혼란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현 헌법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여야 원로와 단체, 주요 대선 주자들은 개헌으로 후진적 정치를 바꿔야 나라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일하게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만 소극적이었다. 국회의장이 제안한 ‘대선·개헌 동시 투표’도 이 후보 측 반대로 무산됐다. 한 전 대행이 개헌 동력을 되살리고 정치 개혁의 계기를 만든다면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 전 대행이 당선돼야 이룰 수 있는 일들이다. 한 전 대행이 당선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윤석열 정부 총리로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국정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지휘하고 국정을 챙겨야 할 대행이 중도 사퇴하고 대선에 나가는 게 맞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국민도 많다. 한 전 대행은 아직 이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하게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무엇보다 세간에는 한 전 대행이 친윤계가 만든 후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친윤계는 두 달 전부터 한 전 대행 출마설을 띄웠고 50명 넘는 의원이 출마 촉구 성명을 발표하려 했다. 한동훈·안철수 후보 등이 대선 후보가 되면 친윤들은 다음 국회의원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란 두려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결국 한 전 대행은 친윤 생존을 위한 카드라는 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을 것이다. 총리·부총리·수석·대사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하지만 정치를 한 적은 없는 한 전 대행이 이런 어려운 정치적 과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일보(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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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출마, 국힘 후보 3일 결정… ‘덧셈’ 아닌 ‘비전’으로 단일화해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개헌과 통상 해결, 국민통합 등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행은 “취임 첫해 개헌안 마련, 2년 차에 개헌 완료,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3일에는 국민의힘이 김문수, 한동훈 후보 중 1명을 대선 후보로 결정한다.

대선 정국의 한 축은 이제 국민의힘 후보와 한 전 대행의 단일화가 과연 성사될지, 그게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가 될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후보 자격’ 논란이 부각되면서 한 전 대행에 대한 견제 기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던 김 후보 측은 “김 후보가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을 강조했고, 한 후보는 “당에서 선출된 후보 중심으로 이기는 길로 가겠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단일화나 빅텐트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 전 대행은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들과는 누구라도 협력하고 통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단일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 단일화 시간도 빠듯하다. 경선 룰 샅바싸움이 불가피하고 한 전 대행이 단일화 승자가 되더라도 국민의힘에 입당해 기호 2번을 받으려면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11일까지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5일까지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에 쫓겨 단일화 협상을 하다 보면 무슨 비전과 원칙으로 공당이 선출한 후보와 당 밖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를 하는 건지는 온데간데없고 ‘공학적’ ‘기술적’ 단일화 논의로만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경선도 정책과 비전 경쟁은 없이 탄핵 찬반 논쟁으로 시종 치달았다.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 이후의 상처를 씻고, 미래를 그려 나갈 중요한 정치적 모멘텀이 돼야 한다. 정책 비전이나 권력 행사 방식은 물론 원내 1당과의 관계 설정도 국민이 주목하는 관심사다. 단일화 과정이 단순한 지지율 ‘덧셈’에 그쳐선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국정 비전과 가치를 어떻게 공유하고 경쟁하는지에 따라 국민 평가도 갈릴 것이다.

-동아일보(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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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물러나고, 한덕수는 윤석열 단절해야

 

[이기홍 칼럼]

李 유죄에 “대선 개입” 반발하지만 사법부가 방기했던 의무 이행한 것
국힘은 더 무릎 꿇고, 한덕수는 尹 단절하고 경제 실력 입증해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유죄를 확정한 것은 지연됐던 사법정의의 뒤늦은 실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당한 대선 개입”이라고 반발하지만 실제로는 방기돼 온 의무를 뒤늦게나마 이행한 것이 진실이다. 민주당이 순리와 법치에 대한 존중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즉각 후보 교체에 나서야 한다. 만약 항소심 판결이 6월 3일 투표일 이전에 나오지 않아 이 후보가 그대로 출마한 상태에서 당선된다면 그 후 벌어질 혼란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모든 선거는 통합의 의미가 있다. 투표일 직전까지는 서로 다투지만 다수결 원칙에 의해 모두가 승복해 하나가 되는 절차다. 그런데 유죄가 사실상 확정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투표일 다음 날부터 임기 끝날 때까지 합법성과 인정 여부를 놓고 온 나라가 갈라질 것이다.

물론 당위론이 아니라 현실을 놓고 볼 때 민주당이 그런 정당한 순리를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한 달간 대법원을 포함한 대한민국 시스템을 겨냥한 기득권 타도 공세를 통해 좌파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재명 출마 강행, 사퇴 어느 쪽이든 판세는 국민의힘이 희희낙락할 상황이 아니다. 유죄 확정으로 중도층은 흔들리겠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좌파 조직들과 특정 지역 지지세 결집의 강도가 몇 배 강해질 공산이 크다. 만약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경우 이재명보다 더 강한 중도 확장력을 보일 수 있다.

국힘은 더욱 백배사죄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은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데, 이재명 유죄로 인해 국힘 내부의 다툼은 더 심해지고, 한덕수 전 총리와 국힘 후보 간의 단일화도 더 산고(産苦)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처럼 지리멸렬하면 이재명이든 대타든 국힘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선과정을 보라. IMF 이후 최대 위기라는 경제·통상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가 아니라 찬탄 반탄 윤석열을 놓고 이전투구했다. 좌파가 어떻하든 끄집어내려 안간힘 쓰는 과거완료형 이슈를 스스로 재부각시킨 것이다. 뜬금없어 보이는 한덕수 현상은 그래서 생긴 거다. 한덕수 출마에 좌파는 경기(驚氣·‘경끼’)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형사 처벌” “매국노” 등등 저주가 쏟아진다.

그들이 저주를 퍼붓는 이유를 알려면 한덕수라는 이름 대신에 윤 정권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출마하려는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김기현 권영세 등일 경우에도 민주당은 지금처럼 신경질적 반응을 보일까. 좌파의 저주는 역설적으로 한덕수 카드의 경쟁력을 가늠케 해준다.

물론 한 전 총리의 출마를 보는 시각에는 긍정·부정, 찬반이 양립한다. 부정론을 요약하면 대략 세 가지다. 내란 세력이다 ②심판이 선수로 나간다 ③국가 위기를 관리해야 할 권한대행의 책임 방기. 따져 보자. 먼저 ①번. 한덕수가 실패한 윤석열 정권의 총리였으며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폐족(廢族)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반론도 가능하다.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반대했음은 국무회의 참석자들의 증언과 헌재 심판 과정에서 명확히 밝혀졌다.

실패한 정부의 총리를 지냈다는 점은 한덕수가 벗기 힘든 약점이다. 하지만 그를 윤 정권 2인자라고 비난하는 민주당도 내심 씁쓸할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총리가 어떤 자리인지, 더군다나 윤석열은 취임이후 거의 모든 주요 정책을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였으며 국정 1, 2인자 권력은 윤 부부가 독점해 왔음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전 총리가 계엄 사태 당시 사표를 던지거나 몸을 던져 막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고 멍에다.

②번, 즉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난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최근 “선거관리는 선관위가 한다”며 심판은 선관위임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투표일 지정 등 행정적 절차의 수행자일 뿐이라는 뜻이다.

③번, 즉 “위기관리를 책임져야 할 중책을 버렸다”는 민주당의 비판은 그런 자리를 식은 밥 팽개치듯 석 달간 직무정지시킨 게 자신들이라는 점에서 퇴색된다.

한 전 총리의 앞에 놓인 최대의 과제는 윤석열을 완전히 떨쳐내는 것이다. 부부 모두 감옥행 위기에 처한 윤 부부는 어떡하든 지분을 챙기려 손을 뻗칠 것이다. 물론 윤 부부가 숟가락을 얹으려고 시도한다는 것과 한덕수가 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최근 윤석열의 최고위급 참모가 한덕수를 돕겠다며 마포에 사무실을 차리려 하자 한 전 총리가 격노하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한덕수 출마론은 시작부터 윤석열과는 무관하게 이뤄져 왔다. 국힘 의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형성됐고 그 바탕에는 보수 지지자들 내부의 이심전심 여론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는 사실·진실에만 기반해 진행되는 세계가 아니다. 좌파는 ‘윤석열 아바타’ ‘친윤 후보’ 프레임 공세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한 전 총리가 강단 있게 윤석열을 단절하고 단죄의 의지를 밝힐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다. 만약 길거리 몇십만 표에 미련을 가지면 결국 전체를 잃게 된다. 또한 경제·통상 전문가로서의 실력이 실패한 정부의 총리라는 핸디캡을 상쇄할 수준인지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두 차례 총리와 수석 등 고위직에서 여러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얻었을 지혜와 경륜에 대한 기대는 동시에 관료주의, 현실 순응주의에 대한 우려와 병존한다.

김문수 한동훈 후보도 미래를 놓고 겨뤄야 한다. 보수정당의 최대 강점은 경제다. 경제를 주제로 국민을 유혹할 수 있는 시기에 이를 스스로 걷어차며 스스로의 눈을 찌르는 바보짓을 이어가면 안 된다.

윤석열 작(作) 계엄 광극의 어부지리로 결승점 직전까지 다다랐던 이재명의 질주는 사법정의에 의해 일단 멈춰 섰다. 한덕수의 합류로 보수진영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반전(反轉)의 연속인 한국 정치극은 항상 새옹지마로 귀결된다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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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의 리스크, 국민엔 스트레스

 

윤 탄핵, 이 재판 과정
국민이 법리 논쟁 매달리고
판사는 대통령 후보 간택
이런 비정상 바로잡아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많은 국민이 법을 공부하게 됐다. 사건이 전대미문이고 각자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보니 좋든 싫든 법리 논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엇이 법이고 불법인지 논란이 불거졌다. 법 해석의 홍수 속에 누구 말이 맞는지 본능적으로 탐구할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라면 알 필요 없는 비상계엄, 탄핵 심판의 법적 요건을 공부했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될 수 있느냐를 생각했다. 내란 수사를 누가 하는 게 맞느냐도 골치 아팠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모두 수사에 착수하며 혼란을 더했다. 공수처가 수사를 가져간 뒤에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신청, 발부, 집행 등 단계마다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구속 후에는 구속 기간을 날짜로 계산하는 게 맞는지 시간으로 하는 게 맞는지 따져야 했다. 탄핵 심판에서는 내란죄 철회,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등 판·검사도 다루기 어려운 소송 절차가 문제로 주어졌다. 법률 전문가도 견해가 다른 고난도 문제 풀이를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다. 그러다 보니 탄핵 뉴스 따라가느라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국민에게 ‘사법 스트레스’가 됐다. 이 후보는 8개 사건에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위증 교사 등 선고가 나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각자 ‘마음의 법정’을 열었다. 법조계에서 유죄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 위증 교사 사건이 무죄가 됐을 때 그 판결이 맞는지 고민했다. 선거법 사건은 판사끼리 결정이 엇갈려 더 헷갈렸다. 1심 판사는 중형을 선고했지만, 2심 판사는 깨끗하게 무죄를 줬고, 대법원은 이를 다시 유죄로 뒤집었다. 법 해석이 직업인 판사조차 판단이 다른데, 그걸 따라가며 이해해야 하는 보통 사람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더구나 유력한 후보의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가 걸린 사건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나 몰라라 하기 어려웠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에도 못 나올 뻔했지만 이른바 ‘권순일 판결’로 살아났다. 이번에도 1심 재판부는 대통령 출마 자격을 박탈하려 했지만 2심 재판부는 다시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 법조계에선 “이제 판사가 대통령을 뽑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과장이라도 흘려듣기 찜찜한 이야기였다. 정치의 실패가 사법의 일탈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대법원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이 맞는다는 취지로 판결했지만, 국민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 사건 파기환송심 외에도 재판 4개가 더 남은 상태에서 6월 3일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남은 재판을 계속할지 말지를 놓고 이른바 ‘헌법 84조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대통령 투표장에 갈 때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사법 스트레스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이 후보 재판을 거치며 우리 국민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법 해석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판사가 할 일을 온 국민이 같이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법 해석은 판사가 하는 나라가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판사가 대통령을 뽑고 국민이 법 해석에 매달리는 나라가 됐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윤·이 두 사람이 리스크를 피하지 않고 떠안는 결자해지가 바람직하지만 기대 난망이다. 사법부부터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더는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바란다.

 

-황대진 사회부장, 조선일보(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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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의→崔 탄핵 투표→崔 사퇴→李 대행… 깃털보다 가벼운 국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6·3 대선 출마를 위해 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게 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이날 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최 부총리가 표결 직전 사퇴함에 따라 표결은 중단됐다. 이에 따라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순서에 따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넘어가는 일이 단 하루 새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뒤 138일이 흐르는 동안 권한대행 자리가 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주호로 오가게 된 꼴이다.

한 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경제가 G7 수준으로 뻗어 나갈지 뒤처질지,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우리 손에 달렸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거법상 공직자 사퇴 시한(4일)을 사흘 앞둔 발표였고, 2일에는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대선 관리, 국정 관리 책임이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선수’로 뛰겠다며 사퇴한 것 자체가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한 대행은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협치’를 강조했지만 지난 3년간 국정 2인자로 지내며 윤석열 정부를 타협의 정치로 이끌지 못했던 책임도 있다. 거의 매주 대통령과 만나 국정을 상의했지만, 그 결과는 황당한 비상계엄이었다. 한 대행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날 “대선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한덕수 차출설 이후 3주 동안 어디까지가 국정이고, 어디부터가 선거용인지 구별하기 힘든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민주당이 최상목 탄핵안을 강행 처리한 것도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 이날 최상목 탄핵안 처리 시도는 예정돼 있던 것이 아니다. 결국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충격에 휩싸인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강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정 혼란만 더욱 가중시킨 셈이 됐다.

지금은 내수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고갈돼 가는 중이다. 여기에 북한 핵은 고도화해 가는데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중삼중의 복합위기에 빠졌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행은 자리를 내놓고, 사법 리스크가 새롭게 부각된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최상목 탄핵안을 밀어붙였다. 모두 대권에만 목을 매고 있다. 국정이 이리 가볍나.

 

-동아일보(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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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가 새겨야 할 한자 '執(집)'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자유당 말기 권세에 순응하는 세태를 비판한 조지훈의 1960년 명수필 ‘지조론’의 첫 대목이다. 여기서 다소 생소한 단어인 ‘확집(確執)’은 자신의 주장이나 뜻을 굳게 지켜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집의 고풍스러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執’은 흥미로운 한자다. 본래의 뜻은 잡다(hold), 붙잡다(grab)이지만, 앞뒤에 어떤 글자가 오느냐에 따라 심오한 뜻으로 탈바꿈한다. 그중에는 권력자의 지위·처신과 관련된 말이 많다. 우선 권력을 잡는 것을 집권(執權)이라고 한다. 집권을 하면 정사를 맡아보게 된다. 이를 집무(執務)라고 한다. 권력자가 집무를 하여 의사 결정을 내리면 집행(執行)이 이루어진다. 권력자의 의지는 집행으로 실현된다.

 

執은 권력자가 경계해야 할 부덕한 심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루고자 하는 뜻을 일심견지하면 집념(執念)이지만, 집요(執拗)함이 정도가 지나쳐 균형 감각을 잃으면 집착(執着)이 된다. 그저 자기주장이 강한 정도면 고집이지만, 옹졸하고 시야가 좁아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아집(我執)이 된다. 확집의 경우 일본에서는 부정적인 뜻으로 통한다. 서로 자기주장이 강하여 타협하지 못하고 불화하는 것을 확집이라고 한다.

 

권력자의 집착과 아집은 나라에 화(禍)를 부르기 마련이다. 갑골문에 보이는 執의 원형은 쇠고랑을 찬 채 꿇어앉은 죄인의 모습이다. 죄인을 꼼짝 못 하게 붙잡는(arrest) 것이 執의 본래 뜻이라는 것이다. 현대 한국 정치에서는 권력자가 죄인의 처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執이야말로 권력자의 한자가 아닌가 한다. 불교에서도 마음속의 執을 다스리는 ‘멸집(滅執)’이 고해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권력자가 執의 뜻만 잘 새겨도 나라의 우환이 줄어들 듯하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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