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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벌레, 비단벌레]

뚝섬 2025. 5. 29. 06:52

이토록 아름다운 벌레, 비단벌레 

비단벌레./국가유산청

 

고운 모습에 비단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영롱한 초록빛이 ‘보석벌레’가 더 어울릴 것 같다. 바로 ‘비단벌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라 학명이 라틴어로 한국을 뜻하는 단어 ‘coreana’가 들어간 ‘Chrysochroa coreana’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가장 아름다운 딱정벌레 중 하나다.

 

딱정벌레류의 비단벌레를 북한에서는 구슬벌레라 하고 영어로는 주얼 비틀(Jewel beetle)이라 한다. 그 모습 때문인지 비단벌레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보석 대접을 받으며 공예 곤충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황남대총, 금관총 등에서 허리띠나 말갖춤(마구, 말안장 발걸이 등 일체)에 유물 장식으로 발견됐다.

 

최근에는 금관과 금동관에 비단벌레 날개가 장식으로 사용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신라 금관을 영롱하게 장식했을 비단벌레는 1500여 년의 시간을 지나며 대부분 검게 색이 변하고 바랜 상태였다. 그럼에도 거꾸로 된 하트 모양에 초록빛 흔적을 남겨 놓았다.

 

비단벌레는 크기가 3~5㎝ 정도다. 유선형 몸은 짙은 청록색 금속 광택이 나며 보는 각도에 따라서 진자줏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비단벌레의 모습을 야생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썩은 나무의 굵은 줄기나 죽어가는 반고사목을 선호한다. 주로 팽나무, 서어나무, 참나무류 등에 알을 낳고 7월에서 8월 맑은 날에 나무 위를 날아다닌다.

 

유백색의 유충인 애벌레의 크기는 성충보다 조금 큰 6~7㎝ 정도인데, 2년에서 3년 정도의 유충기를 지낸다. 비단벌레는 성충이 되어 교미 후 암컷은 1달 동안 살면서 3~4회 정도의 산란을 하고는 죽는다. 수컷은 석 달가량을 성충으로 산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는데, 비단벌레는 역사를 품은 유물로도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우리 곁에 있다. 그 아름다움을 한 땀 한 땀 꿰어준 손길과 비단벌레 날개의 영롱한 빛에 애벌레의 꿈도 상상해 본다.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조선일보(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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