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시즌2로는 경제 못 살린다] ['정년 연장'보다 '계속 고용'.. ]
[소주성 시즌2로는 경제 못 살린다]
['정년 연장'보다 '계속 고용'이 일자리 상생 해법]
소주성 시즌2로는 경제 못 살린다]
재정 풀어 경제 순환시킨다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
文 정부 소득 주도 성장과 유사한 反시장 정책이 선의로 포장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충북 단양군 단양구경시장에서 떡갈비를 사먹으면서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연합뉴스
30년 넘게 거시경제와 금융을 담당했던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올린 ‘세수 착시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가’라는 글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세 수입은 2022년 395.9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44.1조원, 2024년 336.5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년 연속 감소는 전례 없는 일이었고, 윤석열 정부가 책임을 뒤집어썼다.
김 전 차관의 분석은 달랐다. 1980년부터 장기 추세와 비교하니 최근 2년간 세수가 정상적인 수준이고, 오히려 2021년(+58.6조원)과 2022년(+51.8조원) 급증이 비정상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부동산·주식시장 과열과 수출 호조, 풍부한 유동성이 어우러진 일시적 특수였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일시적 비정상을 새로운 정상으로 착각했다는 데 있다. 일시적 세수 호황을 영구적인 흐름으로 오인하고 매년 씀씀이를 크게 늘렸으니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작성한 국세 수입 장기 추이 그래프. 2021년과 2022년 세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고 2023년과 2024년 세수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넉넉한 나라 살림을 물려받고 출범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가 두 차례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며 비과세·감면 축소, 담뱃세 인상 등으로 세입 기반을 넓힌 덕을 문 정부가 누린 것이다. 2013년 201.9조원이던 국세 수입은 2017년 문 정부 첫해엔 265.4조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2년엔 395.9조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런 세수 호황에도 불구하고 재정은 악화됐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엉터리 경제 이론에 집착해 돈을 흥청망청 썼기 때문이다. 문 정부 5년간 늘어난 국가 채무만 400조원을 넘는다. 김대중(+73.5조원), 노무현(+165.4조원), 이명박(+143.9조원), 박근혜(+183.8조원) 등 과거 어떤 정부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다.
소득 주도 성장은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소비가 늘면 기업 투자가 늘고, 고용이 확대되어 다시 소득이 증가한다는 식이다. 이론상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득이 늘어나는 방식이 중요하다. 경제학의 ‘항상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에 따르면, 취업이나 승진 등을 통해 앞으로 소득이 계속 증가할 경우 소비가 늘지만, 일회성 소득은 소비에 큰 도움이 안 된다.
문 정부가 코로나 시기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이 일시적이라고 판단되면 사람들은 저축하거나 빚을 갚을 뿐이다. 반면 투자가 늘어나 고용이 창출되면 안정적인 소득원이 마련되기 때문에 비로소 소비 여력이 생긴다. 경제 정책의 출발점을 소득이 아니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1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때 만든 호텔경제론 개념도.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장한 이른바 ‘호텔경제론’도 마찬가지다. 10만원 예약금이 가구점, 치킨집, 문방구 등을 거쳐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구조를 두고 그는 “실제 늘어난 돈은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호텔경제론을 기본소득·지역 화폐와 연결했었다. 결국 정부 재정을 풀어 국민 소비를 늘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인데, 소주성 시즌2나 다름없다.
경제학계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정책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오류는 결과가 아니라 의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의로 포장된 정책일수록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반(反)시장적일 수 있으니 결과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엉터리 이론에 기반한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도, 건강한 경제도 만들어낼 수 없다. 이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검증된 경제 원리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나지홍 기자, 조선일보(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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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보다 '계속 고용'이 일자리 상생 해법
법정 정년인 60세 이후에도 회사와 계약을 맺고 더 일한 사람(고령자 계속 고용)이 지난해 77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 늘었고,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2016년과 비교하면 두 배로 증가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정년을 넘겼어도 필요한 인력이라면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명이 길어진 상태에서 국민연금 수급 기간까지 소득 단절이 생기기 때문에 더 일하기를 희망한다. 구인난이 심각한 업종이나 중소기업 등도 숙련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양쪽 모두 윈-윈하는 해법이다.
민주당 공약은 ‘법정 정년 65세로 단계적 연장’이다.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인력까지 떠안게 돼 부담이 커진다.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자동화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고, 청년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기업들 스스로 ‘계속 고용’을 선택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65세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았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 고용 가운데 하나를 기업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연금이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일하는 60대’ 35%는 저임금 단순 노무직이다. 영세 자영업도 많다. 2차 베이비부머 954만명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고령 자영업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경쟁은 치열하고 소득은 적은 영세 자영업자가 늘면서 노인 빈곤 확대와 부채 위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하는 60대’가 당연해진 만큼 기업에도, 개인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60대 임금 근로자를 늘려야 한다. 일괄 정년 연장 대신 ‘계속 고용’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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