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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 부자 구단 '맨유'를 망가뜨린 리더십] ....

뚝섬 2025. 6. 3. 09:31

[유럽 최고 부자 구단 '맨유'를 망가뜨린 리더십]

[취임사로 듣고 싶지 않은 말, ‘과거 청산’]

[오늘 대통령 선거, 갈등에서 통합으로 넘어가길]

 

 

 

유럽 최고 부자 구단 '맨유'를 망가뜨린 리더십

 

[조형래 칼럼]

축구 문외한 글레이저 부자
장기적인 비전과 안목 없이
비싼 선수·감독 마구 영입했다가
팀워크 붕괴로 성적 수직 하락

기업이나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
위기라고 돈만 퍼부었다가는
경제 망친 리더로 기록될 것

 

영국 대표 프로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이번 시즌을 20팀 중 15위로 마감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 팀이자 ‘붉은 악마’의 원조인 맨유가 우승은 고사하고 이젠 치욕의 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은 성적 하락으로 재정 위기까지 겪고 있다. 150년 역사의 맨유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맨유의 불행은 2005년 미국인 사업가인 글레이저 부자(父子)의 인수에서 시작된다. 미국 프로 풋볼 팀을 인수해 큰돈을 번 글레이저 가문은 전체 인수액 중 자기 돈 30%만으로 맨유를 인수하는 꼼수를 부렸다.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맨유를 인수한 뒤 고의 부도를 내고 보증을 선 맨유 구단에 빚을 갚도록 한 것이다. 1931년 이후 부채가 한 푼도 없었던 맨유는 졸지에 1조원대 빚을 떠안았다. 영국인들은 경악했다. 이사회를 장악한 글레이저 가문은 이 꼼수 거래를 짜낸 투자은행 JP모건 출신의 에드 우드워드를 새 CEO로 선임했다. 그는 JP모건 출신답게 굵직한 스폰서십 계약을 따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글레이저 부자와 새 사장은 축구에 문외한이었다. 아버지 글레이저는 맨유 홈경기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고 아들은 오프사이드 규칙조차 몰랐다. 축구단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다.

 

곪은 상처는 2013년 맨유를 27년간 이끌었던 명감독 앨릭스 퍼거슨 경(卿)이 은퇴하면서 터져 나왔다. 퍼거슨의 은퇴와 함께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팬들이 난리가 났다. 팬들은 경기 때마다 “글레이저 아웃”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글레이저 가문과 새 사장은 이 위기를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 유럽 최고의 감독과 선수들을 데려오면 성적이 저절로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착각이었다. 단기 성적에 급급해 1~2년마다 감독과 핵심 선수들을 갈아치우면서 오히려 팀의 철학과 정체성이 망가져 버렸다. 스타 플레이어는 많았지만 모래알이었다. 다급한 맨유가 선수를 데려오려면 이적료나 연봉에서 ‘영(O)’을 하나 더 붙여야 했다. 어린 나이에 큰돈을 거머쥔 선수들도 맨유에만 오면 하나같이 부진했다. 맨유는 유럽 축구계의 호구, 최고의 복지 구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를 키우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은 망가져 버렸다.

 

15위로 처진 맨유는 재정적으로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맨유는 전체 직원 1100명 중 작년 250명을 해고했고 올해 다시 200명 감원을 추진 중이다. 직원들에게 무료 식사와 입장권, 교통비 제공을 중단하며 온갖 지질한 경비 절감책을 다 동원했는데도 작년에만 2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총부채는 2조원이 넘는다. 맨유의 연간 매출이 1조원을 약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빚에 눌려 죽을 판이다.

 

맨유의 몰락은 나쁜 리더십이 어떻게 조직을 망가뜨리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과거 퍼거슨의 리더십으로 사례 연구를 했는데, 앞으로는 글레이저의 실패한 리더십이 연구 대상이 될 것 같다. 기업이나 국가 운영도 본질에 있어서는 축구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 리더들이 비전과 방향성 없이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남발했다가는 온 국민의 도덕적 해이만 초래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유산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철강과 화학 산업은 중국산 홍수에 밀려 익사 직전이며 동남권 공업지역은 급격히 러스트벨트화(化)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 분야의 주요 대기업들이 줄줄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이젠 수도권마저 공동화를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국가 부채 1300조원, 사상 최악의 내수 부진, 소득 양극화와 지방 소멸, 눈덩이 복지 비용은 0%대 경제성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전 국민 돈 퍼주기로 곳간을 비운 문재인 5년, 수출과 내수가 동반 추락하는 것을 지켜만 본 윤석열 3년을 허비했다. 시간이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국 경제를 나락에 떨어뜨린 리더십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형래 부국장 겸 에디터, 조선일보(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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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로 듣고 싶지 않은 말, ‘과거 청산’

 

사정기관 고위직을 지낸 인사로부터 오래전 들은 얘기다. 대통령 임기 초 과거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의 범위와 강도에 대해 3가지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 구별하기 쉽도록 가장 광범위하게 수사하는 보고서엔 빨간색, 중간 정도는 노란색, 가장 약한 수사 보고서엔 파란색 표시를 했다. 그런데 정치인 출신 핵심 참모가 “왜 대통령의 적을 이렇게 많이 만들려고 하느냐”는 취지로 질책하면서 파란색 안이 채택됐다고 한다. 실제로 그 정부는 정치 보복 논란에선 비교적 자유로웠다.

미래 어젠다가 수사에 묻혀선 안 돼

조기 대선이 끝나고 출범할 새 정부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 누가 되든 인기 없는 과거 정부와의 차별화를 어떻게 할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 첫 관문이 대통령의 취임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취임식은 정치 세력의 대표가 아닌 국가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는 자리다. 선거 캠페인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절차가 필요하고, 그 때문에 전통적으로 ‘과거와의 전쟁’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국민 통합을 강조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처럼 조기 대선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였다. 그는 선거 때 강조하던 ‘적폐 청산’을 취임사에서 아예 뺐다. 그 대신 국민 통합을 앞세웠다. 그런데 출범 두 달 뒤 적폐 청산이 제1 국정과제가 되더니 부처별 전방위 사정 드라이브가 거세졌다. 그 결과 수사 이슈에 미래 어젠다가 묻혔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 아래 수사기관을 차분히 재편할 수 있는 시기도 놓쳤다. ‘내로남불이냐, 아니냐’를 놓고 국민들이 다시 갈리면서 정권 연장에도 실패했다. 만약 취임사대로 했더라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다.

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건 윤석열 정부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소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고도 취임사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이유로 국민 통합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검사 출신 대통령이 야당 수사를 노골적으로 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야당 수사를 거칠게 하면 대통령 가족 의혹에 대해 같은 강도의 수사를 야당이 요구할 것이라는 경고도 무시하더니, 기어이 검찰은 야당 대표를 겨냥한 대규모 수사팀을 만들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수사는 실패했고, 오히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스스로 무너졌다.

정부가 국정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려면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 청산은 명분과 공감대가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비상계엄 의혹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 수사는 당연히 정치 보복의 예외로 볼 수 있다. 다만 과하지 않은 강도와 방법으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파란색 사정 신호등’을 따라가지 않으면 뒤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 않고 영원히 이기는 권력은 없어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제도에선 영원한 승자가 없다. 승리 뒤에 반드시 패배가 뒤따르고, 시간의 문제일 뿐 여당은 언젠가 야당이 되고, 야당은 다시 여당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경제적 파산 위기에 내몰려 있다. 이 와중에 파면된 전직 대통령은 아스팔트 세력과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계엄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는 길은 과거 청산만으론 한계가 있다. 대통령부터 먼저 양보하고, 반대 세력을 포용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권력을 나눌수록 민주주의가 더 커진다는 말도 있지 않나. 이번에는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먼저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정원수 부국장, 동아일보(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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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통령 선거, 갈등에서 통합으로 넘어가길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성북구 정릉4동주민센터사거리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오늘은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이번 대선은 느닷없는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졌다. 지난 6개월간 국민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사전투표율이 34.7%로 역대 둘째로 높았던 것은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이번 대선은 내란 극복을 위해 하는 선거”라며 “지금 급한 것이 민생과 경제 회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거짓과 부패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며 “총통 독재의 출현을 막아달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미래를 위한 보수 진영의 시드머니로 저에게 한 표를 달라”고 했다.

 

이번 대선 역시 미래와 정책은 안 보이고 막말과 비방전으로 얼룩졌다. 공약집만 해도 민주당은 사전 투표 하루 전인 28일, 국민의힘도 사흘 전인 26일에서야 냈다. 역대 대선 중 가장 늦었다. 3차례 후보 간 TV 토론은 상대를 공개 비난하는 자리가 됐다. 진영 간 고소·고발전도 격화됐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혼탁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 보복을 안 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지만 ‘내란 종사자가 정부에 많이 숨어 있다’며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끝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확실히 선을 긋지 못했다.

 

지금 우리의 경제와 안보는 모두 벼랑 끝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0.8%로 대폭 낮췄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2%로 주요국 중 꼴찌 수준이었다. 내수 침체는 오래됐고 경제를 받치던 수출마저 ‘관세 전쟁’ 등으로 위축되고 있다. 국제 정세의 격변도 심각하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며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를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북 협상용으로 주한 미군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무역 협상을 연계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이 러시아의 무기 기술을 넘겨받은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내외 유례없는 위기가 코앞인데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번 대선은 12·3 계엄 이후 혼란을 극복하고 극단으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누구를 찍든 이 바람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조선일보(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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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 5년 아니라 50년 너머 미래를 결정할 이번 선거에 모두가 한 표를….

 

-팔면봉, 조선일보(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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