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습해지는데.. 계단식 공원 묘지 괜찮을까] [岩石葬]
[기후 변화로 습해지는데… 계단식 공원 묘지 괜찮을까]
[岩石葬]
기후 변화로 습해지는데… 계단식 공원 묘지 괜찮을까
[김두규의 國運風水]
풍수학자의 눈으로 본 공원묘지문화와 대안들
경기도 어느 계단식 공원묘지의 모습. 이곳은 그나마 경사가 완만하지만, 서울 주변에는 빈번해진 폭우에 취약한 계단식 묘지가 많다./김두규 교수 제공
기상청은 2021년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서 가까운 미래에 ‘극한 강수일’ 숫자가 늘어 폭우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반지하 거주인, 지하 주차장, 도로 등의 침수를 걱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댐들이 버틸 수 있는가? 제방이 터지지는 않을까?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풍수학인으로서 서울 주변 일부 공원묘지들을 바라볼 때마다 걱정스럽다. 공원묘지는 시·도지사 허가를 받은 재단법인이 규정에 따라 묘지를 설치하여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최소 비용 최대 이익’ 논리에 따라 값싼 땅을 산다. 골짜기가 많고 경사가 심한 산들을 사들여, 높은 곳은 깎고 낮은 곳은 메워 계단식 묘지를 만드는 식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급경사 산과 계곡에 계단식 묘지를 조성하려면 옹벽이 필수다. 옹벽 높이가 2m 이상인 곳은 콘크리트 구조로 해야 한다. 문제는 급경사 골짜기를 메워 만든 계단식 묘지 옹벽이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평상시에도 옹벽 안쪽에 빗물과 지하수가 고여 있다. 그래서 많은 무덤들이 늘 습하다. 폭우가 빈번해지면 어떻게 될까?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를 덮치고 있다. 금년 여름에도 폭우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장묘의 대세는 공원묘지이다. 왜 공원묘지인가? 매장 중심의 개인(가족) 묘지를 엄격히 제한하는 현행 장사법 때문이다. 게다가 봉분을 파헤치는 멧돼지 폐해와 농어촌 공동화로 인한 벌초의 어려움 때문에 공원묘지가 대안이 됐다. 그렇다고 공원묘지 제도가 최선은 아니다.
첫째,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수목장·야외봉안당·실내납골당·화장 후 평장·매장 등 방식과 규모에 따라 1000만원대부터 2억~3억원 혹은 그 이상의 돈을 요구한다. 또 공원묘지 안에서도 풍수 입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둘째, 그렇게 비싼 땅이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최장 60년 후면 없애야 한다. 셋째, 폭우로 붕괴될 위험이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또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다. 연료(석탄·석유·장작·천연가스)를 태우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이 숨 쉬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전국 하천을 오염시키는 대형 축사들은 메탄가스 방출의 주범이기도 하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이 죽어서 지상에서 분해되면 거기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땅에 묻어서 이산화탄소가 못 나오게 해야 한다. 대형 동물인 고래가 죽어서 바닷가에서 사체가 분해되면 많은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은? 깊은 바닷속에 수장시키는 것이다. 탄소가 물속에 함께 갇힌다(곽재식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해도 좋고, 수장(水葬)을 해도 좋고, 매장을 해도 좋고, 풍장(風葬)을 해도 좋고, 구렁텅이에 버려도 좋다”(‘열자’). 그렇지만 인생관과 종교관에 따라 주검을 처리하는 양식과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매장이 옳다. 하느님은 그가 빚은 인간에게 명한다. “너희는 흙이기에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for dust you are and to dust you will return).” 유교를 믿는 이들은 매장이 당연하다. 화장은 누가 하는가? 불교인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종교관과 인생관이 없다. 전국 곳곳의 화장장 굴뚝에서는 매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소각 연료뿐만 아니라 화장되는 시신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화장 후 유골은 대개 계단식 공원묘지로 간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땅속에 묻는 것이다. 공원묘지가 아닌 개인 선산을 활용(평장)하거나 시군 지자체가 ‘매장 공설 묘지’를 조성할 수도 있다. ‘탄소 중립’의 실천 방식이다. 보건복지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기후변화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닥친 일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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岩石葬
추석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벌초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깔끔하게 단장된 묘역들이 이 산 저 산 숨어 있다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산 사람도 사람이고 죽은 사람도 사람'이라는 관념이 우리 민족의 생사관이다. 그러한 생사관은 산 사람에게 집(양택)이 필요하듯 죽은 사람에게도 집(음택)을 만들어드려야 한다고 상념하게 하였다. 명절이 오면 음택 역시 깔끔하게 한다는 의식행위가 벌초이다.
필자 역시 일 년에 벌초를 두어 번 한다. 한식 즈음 갓 자라기 시작하는 잡풀만 손으로 뽑고 장마가 끝날 즈음과 추석 전에 벌초를 한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봉분이 하나 더 늘었다. 낫질은 이력이 나 어려운 일이 아니나 몇 개의 산소를 혼자 감당하기가 어렵다. 예초기 구입을 생각해보았지만 그만두었다. 기계치인데다가 여름날 예초기 작업은 너무 힘들다. 할 수 없이 아는 분에게 벌초를 부탁하고 필자는 옆에서 갈퀴로 깎인 풀들을 긁어내는 일로 직접 벌초 못함을 갈음한다.
그런데 걱정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조상님 산소를 관리하겠지만 그 이후는 누가 할까?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골과 선산은 낯선 곳일 뿐이다. 그렇다고 선산을 놔두고 조상묘를 공원묘지로 옮길 수도 없는 일이다. 일부 문중들이 조상묘를 납골당(묘)으로 모시는 것을 본다. 그러나 곳곳에 난립하는 납골당들이 훗날 전 국토를 뒤덮는다면 이 또한 문젯거리이다.
최근 유행하는 수목장을 생각해보았다. 수목장이 요즘 꽤 유행하는 장법(葬法)이긴 하나 꼼꼼히 따져봐야 할 점들이 있다. 원래 수목장은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그리 오랜 장법이 아니다. 전 국토의 30% 이상이 숲인 독일의 경우 숲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 문학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독일의 여름은 덮지 않고 겨울 또한 춥지 않다. 필자가 공부했던 곳이 독일 뮌스터이다. 그곳 사람들이 뮌스터의 특징으로 하는 말이 있다. "뮌스터에 오면 비가 내리거나 종이 울린다." 성당의 종소리가 자주 울리는 것과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을 말한 것이다. 독일 기후조건의 한 단면이자 독일에 숲이 발달하고 수목장 문화가 싹튼 배경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겨울은 몹시 춥고 봄가뭄이 심하다. 나무가 일년 내내 고르게 자랄 수 없으며 산불이 자주 난다. 자기 선산에 수목장을 하고 주변에 화소(火巢·산불방지를 위해 묘 주변을 빈터로 남겨 놓은 것)를 만든다면 모르되, 산불위험은 상존한다. 주요 수종인 소나무는 전국으로 확산 중인 재선충병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산불과 병충해로 나무가 죽거나 훼손된다면 후손으로선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역사학자이면서 풍수전문가이기도 한 김기덕 교수(건국대)의 비판도 새겨들을 만하다. "수목장은 기존의 매장제도와 화장제도에 대한 새롭고 아름다운 대안으로 등장하였으나 지나치게 비싸며 넓은 공간을 차지하여 또 다른 호화분묘가 되고 있다". 실제 수목장 1기가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풍수적 관점에서 다른 대안은 없을까? 다름 아닌 암석장(巖石葬)이다. 우리민족의 암석장 전통은 이미 고조선에서부터 시작한다. 고인돌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석(박힌 돌) 밑이나 근처에 유골을 평장(平葬)하는 것이다. 뒷동산 너럭바위도 좋고, 시골 밭 구석에 박힌 돌도 좋다. 풍수적으로 좋은 바위는 속발(速發∙빠른 명당발복)과 강발(强發·강력한 발복)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주먹만한 돌이 금과 옥보다 더 귀하다(拳石勝彼金玉)'고 '조선왕조실록'은 기록할 정도이다. 바위 그 자체가 비석이 되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며 화재의 위험이 없다. 벌초할 필요도 없는데다가 풍수적 이점이 있으니 일석오조(一石五鳥)이다. 산에 바위가 많은 우리나라의 장법으로 적절하다. 필자는 진지하게 암석장을 고려하고 있다.
-김두규·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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