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 이사회 호화 출장… ] .... [포스코 첫 적자]
[‘한 끼 식사 2500만원’ 주인 없는 기업 ‘회장 연임’ 요지경]
[포스코 지주 이사회 호화 출장… 이래서 ‘참호’란 말 나오는 것]
[포스코 첫 적자]
‘한 끼 식사 2500만원’ 주인 없는 기업 ‘회장 연임’ 요지경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최정우 그룹 회장과 함께 캐나다 관광지로 초호화 여행을 갔던 사실이 드러났다. 1박 숙박비가 175만원인 최고급 호텔에 투숙하고 전세기와 전세 헬기를 띄우는가 하면 한 끼 식사비로 25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캐나다 광산 시찰’이라지만 실상은 뇌물성 접대 여행이었다. 포스코홀딩스는 평균 연봉 1억여 원을 받는 사외이사 접대 여행에 5박 7일간 6억8000만원을 썼다. 최 회장이 세 번째 연임을 위해 결정권을 쥔 사외이사들을 호화판으로 접대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 최 회장은 ‘셀프 연임’ 논란이 일자 최근 연임을 포기했다.
포스코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주인 없는 민영화 공기업에서 CEO와 사외이사들이 한통속이 돼 셀프 연임을 하고 호의호식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일 뿐 아니라 주주에 대한 배신 행위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경영 독단을 견제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라고 앉히는 사람인데 한국에선 기존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KT, 4대 금융지주 등 주인 없는 대기업에서 CEO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뽑고, 이들을 ‘거수기’ 삼아 셀프 연임을 시도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최근 3년간 이사회 의결안 3360건 중 단 13건(0.4%)에 대해서만 ‘반대(보류 포함)’ 의견을 냈다. 그사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는 계속됐고, 고위험 투자 상품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를 수십조 원어치나 팔아 고객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평균 8400만원의 연봉에다 회의 때마다 100만원 내외의 별도 수당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린다.
미국 기업에선 사외이사의 90%를 기업 경영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CEO 경영자들로 충원한다. 현재와 같은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 낭비 요소이며, 주주 가치를 훼손할 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조선일보(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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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지주 이사회 호화 출장… 이래서 ‘참호’란 말 나오는 것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지난해 8월 초호화 캐나다 출장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 경찰이 참석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5박 7일간 현지에 머물면서 전세헬기 이용, 최고급 호텔비 등에 6억8000만 원을 쓰고, 비용 절반을 자회사들이 나눠 낸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소유분산 기업’ 사외 이사들이 평소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과도한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구성원 12명과 회사 직원 4명 등 16명은 작년 8월 6일부터 12일까지 캐나다 밴쿠버, 캘거리 등지를 방문했다. 현지에서 이사회를 한 차례 열긴 했지만 대부분의 일정은 관광, 골프행사 등으로 채워졌다. 도시 간 이동 때에는 50분에 1억7000만 원이 드는 전세 헬기를 탔고, 숙박비로 1인당 하루 평균 175만 원을 썼다. 수백만 원대 최고급 프랑스 와인을 곁들인 식사 한 끼에 2000만 원 넘는 돈을 지불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이사회 출장비용 절반 가까이를 자회사인 포스코, 캐나다 현지법인인 포스칸이 낸 것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현지 사업장 방문을 통해 이사진의 이해도를 높이려던 것”이라고 하지만, 일정의 많은 부분이 호화 관광 등이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
더욱이 출장에 동행한 현직 교수, 전직 관료 등 사외이사 7명은 포스코그룹의 차기 사령탑을 선출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 멤버들이다. 추천위가 별다른 설명 없이 최근 3연임을 노리던 최 회장을 내부 후보 리스트에서 제외하긴 했지만, 최고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밀착관계가 드러남에 따라 남은 선임 과정에서 내외부 후보 간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
차기 회장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모종의 외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호화 출장은 일반인 눈높이로 납득할 수 있는 수위를 크게 넘어섰다. 주인 없는 회사의 대표가 친분 있는 인사들을 사내외 이사로 포진시켜 ‘참호’를 만들고, 경영권 유지를 꾀하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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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첫 적자
1969년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은 맨발로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을 걷고 있었다. 날씨는 화창했다. 뜨거운 모래가 발을 간지럽혔지만 얼굴엔 근심만 가득했다. '돈을 어디서 구하나….' 그는 포항제철소 지을 자금을 빌리러 미국에 갔다가 거절당했다. 자금줄을 쥔 미국인이 미안하다며 하와이 콘도를 내주고 쉬다 가라 했다. 멍하니 바다를 보던 박태준은 문득 대일 청구권 자금을 떠올렸다. 곧장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화해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청구권 자금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금 격이었다. 박태준은 직원들에게 말했다. "제철소는 조상의 피값으로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다같이 영일만에 빠져 죽어야 한다." 밤잠 설치며 공사에 매달린 끝에 1973년 제철소가 섰다. 포철은 1992년 박태준이 물러날 때까지 철강 생산 능력을 2100만t으로 끌어올렸다. 철강 생산 첫해 46억원이던 이익은 1992년 1852억원까지 불어났다. 철(鐵)의 신화였다.
▶신화 뒤엔 서릿발 같은 원칙이 있었다. 부채비율을 80% 아래로 지켰다. 정치 입김에 따라 경영 판단을 하지 않았다. 박태준은 "내 역량의 90% 이상을 외부 압력 막는 데 쓴다"고 털어놓곤 했다. 사표 품고 청와대를 찾은 적도 많았다. IMF 외환 위기가 닥치자 원칙은 빛을 발했다. 대기업들 부채가 죄다 400%가 넘는데 포스코는 100%가 채 안 됐다. 포스코는 그해 7000억원 흑자를 냈다. 포스코 말고 이익을 낸 곳은 삼성전자뿐이었다.
▶그랬던 포스코가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환율이 널뛰고 원자재 값이 떨어져 세계 철강업계가 모두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계열사 적자가 더 문제라고 본다. 포스코는 작년 말까지 19개를 팔고도 계열사가 46개에 이른다. 전임 회장 시절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시도했던 신사업 실패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새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고 비난할 순 없다. 그러나 사업 확장의 동기가 정치 외압이고 밀어붙인 경영자가 정권 실세 덕에 자리에 앉았던 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2000년 민영화된 뒤로도 정권 바뀔 때마다 새 정권에 가까운 사람이 회장이 됐다. 박태준 회장부터 후임 경영인들이 줄줄이 정치에 물들면서 오랜 세월 지켜 온 원칙들이 무너져내렸다. 한때 5조원을 넘겼던 사내 유보금은 바닥났고 삼성전자를 넘어섰던 주가는 반 토막 났다. 선대(先代)의 피값으로 일군 '철의 신화'를 되살리려면 정치권 외압에 내팽개친 경영 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김태근 논설위원, 조선일보(16-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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