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파나마 반환 요구한 트럼프, 속셈은 '중국 견제'] ....
[파나마 운하 ]
[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한 트럼프, 속셈은 '중국 견제']
[글로벌 운하 건설 붐]
파나마 운하
인류 최초의 운하는 기원전 5~6세기 이집트를 정복한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1세가 완성한 고대 수에즈 운하였다. 나일강과 홍해를 연결해 나일강 하류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홍해 너머 메마른 아랍 땅으로 실어 날랐다. 중국도 7세기 수나라 때, 강남 곡창지대와 수도 장안을 연결하는 대운하를 건설했다.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지금의 수에즈 운하는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1869년 완공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도 그가 착공했다. 그러나 고작 길이 80㎞ 지협을 끝내 뚫지 못하고 미국에 넘겼다. 마침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빼앗은 필리핀 해군기지에 함대를 신속하게 보내야 했던 미국이 반색하고 뛰어들어 1914년 완공했다.
▶레셉스가 파나마 운하 공사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인부 2만2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라리아였다. 개미를 매개로 알고 엉뚱한 데 헛심을 썼다. 미국은 모기가 원흉이란 사실을 밝혀내 유충이 사는 물웅덩이를 없앴다. 가톨릭교회의 성수(聖水) 그릇조차 금지할 만큼 철저히 방역했다. 운하 완공 후 파나맥스급(級)이란 어휘가 탄생했다. 폭 32m(현재는 49m로 확장)인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배란 뜻이다. 그보다 큰 배는 지금도 남미 대륙과 남극 사이, 남위 60도에 있는 드레이크 해협으로 우회한다. 엄청난 유속과 악천후로 악명 높아 ‘절규하는 60도’로 불릴 만큼 지구에서 가장 거친 바다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손에 넣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10년 공사 기간 중 6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콜롬비아 지배를 받던 파나마의 독립도 지원했다. 그렇게 손에 넣은 운하였는데 1977년 카터 행정부가 양도 조약을 체결해 파나마에 넘겼다. 미국은 1999년 운하 양도식 행사에 정부 고위 관료를 보내지 않았을 만큼 이를 애석해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운하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핑계이고 속내는 남미 국가들에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고 한다. 1956년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영국 영향력 아래 있던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하자 영국은 프랑스·이스라엘과 손잡고 2차 중동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반대로 철수하며 수에즈 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영구 상실했다. 역사가들은 유럽 패권 시대의 종언과 미소(美蘇)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제는 파나마 운하가 미·중 패권 다툼의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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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한 트럼프, 속셈은 '중국 견제'
[글로벌 5Q] 中 투자로 영향력 커져 친중 막으려는 트럼프
23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 시티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을 태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반도 넓이의 3분의 1인 중앙아메리카 작은 나라 파나마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는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훌륭한 중국군을 포함해 모두가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며 “그들은 파나마 운하를 애정을 담아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파나마 운하는) 110년 전 건설 과정에서 (미국 노동자) 3만8000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라고도 했다. 파나마 주재 대사 인선을 발표하면서 파나마를 “파나마 운하에서 우리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 나라”라고까지 했다. 이 발언들은 “미국이 피땀 흘려 만든 파나마 운하에서 중국이 불법 이득을 취해온 것을 좌시하지 않고 우리 몫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트럼프가 왜 이렇게 파나마 운하에 집요한 관심을 보이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트럼프는 왜 파나마 운하에 집착하나
트럼프는 표면적으로는 현재 운하 통행료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파나마의 운하 통행료 수수를 ‘갈취’라고 부르면서 인하하지 않을 경우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운하의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에 있고, 운하 통행료는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이 무게와 종류(컨테이너선·유조선·벌크선 등)에 따라 일정하게 낸다. 파나마가 정부 수입의 24%를 차지하는 운하 통행료를 섣불리 인하할 리도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실제로 겨냥한 것은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22일 한 집회에서 “운하 운영권을 되찾고 나쁜 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다”면서 “(미국으로의) 운영권 이양은 파나마가 결정할 일이지,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관여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쁜 자’들이 사실상 중국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Q2. 파나마 운하와 미국의 인연은
미국은 일찌감치 대서양과 태평양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요충지로 파나마 운하를 주목했다. 1903년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분리·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가로 프랑스에서 착공했던 운하에 대해 향후 모든 권리를 갖는 ‘헤이-뷔노-바리야 조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1904~1914년 미국의 주도하에 운하가 건설됐고 이 과정에서 작업 사고와 말라리아 등으로 인부들이 대거 희생됐다. 1960년대 이후 파나마에서는 운하 주권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양국 관계는 악화했다. 1977년 지미 카터 미 행정부가 파나마와 맺은 운영권 양도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 부로 파나마가 운하의 완전한 통제권을 가져갔다.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전체 화물의 70%가 미국 동부와 아시아·중남미 등을 오가는 물량이다. 미국에게는 파나마 운하가 핵심 무역로이고, 파나마 입장에서는 미국이 최대 고객이다.
◇Q3. 트럼프 말대로 중국이 파나마 운하 좌지우지하나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지만, 주요 항구와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파나마 운하의 주요 항구 5곳 중 2곳은 1997년부터 홍콩 대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친(親)중국계 재벌이자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소유다. 2021년 파나마 정부 승인을 받아 항구 운영권이 25년 연장됐다. 중국 산둥성 란차오그룹 또한 2016년 파나마 운하에서 대서양 쪽에 접한 도시인 콜론에 있는 마르가리타 컨테이너항 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전략과 연계해 파나마와 급속도로 밀착했다. 특히 트럼프 1기가 출범한 2017년 파나마가 오랜 수교국이었던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의 파나마 진출은 급물살을 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교 후 2018년 파나마를 국빈 방문했고, 중국 기업들이 파나마의 발전소·철도·운하 개선 등 주요 인프라 사업을 대거 수주해왔다.
◇Q4. 중국은 왜 중남미를 공략하나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를 포섭해 미국 주도 국제 질서를 흔들고, 주요 항구 등 거점을 확보해 군사 우위도 점하고자 한다. 미국이 대(對) 중남미 전략에서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억제에 주력하고 경제 협력을 소홀히 하자 중국은 경제적 이득을 미끼로 중남미와 결속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파나마 운하 확장 후 첫 통과 선박도 중국 배 - 2016년 개통 102년 만에 처음으로 확장 공사를 마친 파나마 운하 전경. 이 공사 이후 처음으로 운하를 통과한 배가 중국 해운사 코스코의 컨테이너선 '시핑 파나마(Shipping Panama)'였다. 당시 상징적인 첫 통과 선박을 중국 선사의 배로 결정한 것이 파나마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나마 운하관리국
실제로 중국의 대중남미 교역액은 올해 처음으로 5000억달러(약 732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0년의 42배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우루과이·페루·칠레·파나마 등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중남미를 완충지대로 삼는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리튬, 브라질의 철광석·대두 등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중국이 직접 건설한 페루 창카이항이 지난달 개항하는 등 중국의 중남미 물류 거점 확보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Q5. 파나마 운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의 공세적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미국은 반미 성향의 군부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 타도를 위해 1989년 12월 파나마를 침공했고 실제로 노리에가를 체포했다. 이렇게 강압적인 방법을 21세기에 동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파나마 운하 운영 및 관련 물류 사업에 미국 기업을 대거 참여시키는 등 방법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파나마 운하가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윤주헌/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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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운하 건설 붐
제2수에즈운하 이어 내년초 파나마운하도 확장 개통…
中, 니카라과서 500억달러 투입 大운하 공사
태국, 中과 함께 말레이반도 관통… 길이 102㎞ '크라운하' 건설 추진
이집트, 수에즈로 年 6조원 수입… 파나마도 年 2조8000억원 벌어
"세계 물류 급변… 대책 세워야"
지난 6일 이집트의 제2수에즈운하(運河)가 개통됐다. 1869년 수에즈운하 개통 후 약 150년 만에 제2 운하를 만든 것이다. 내년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마나운하의 확장 공사가 끝난다. 지금부터 5년 후인 2020년에는 파나마운하에 대항해 니카라과운하라는 새 운하가 개통된다. 각종 상선이 가장 붐비는 곳으로 꼽히는 말라카해협을 대체하기 위해 태국에서는 '크라운하'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서 주요 대륙을 연결하는 '바다 지름길'인 운하 건설 붐이 불고 있다.
◇중국, 니카라과·태국에서 大운하 건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인 이집트의 시아니반도 서쪽에 건설된 세계 최대 운하다. 지중해의 포트사이드 항구와 홍해의 수에즈 항구를 연결하는데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장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바다 지름길이다. 제2수에즈운하는 이스마일리아를 중심으로 72km 구간에 기존 수에즈운하와 평행하게 건설됐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선에서 바라본 수에즈 운하의 모습. 지난 6일 제2 수에즈 운하가 개통함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1일 49척에서 97척으로 늘고, 통과시간은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단축되게 됐다. /블룸버그
제2수에즈운하는 내년 1월 개장을 앞둔 파나마운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작년 8월 착공해 1년 만에 개통됐다. 당초 3년이던 공사 기간도 2년이나 앞당겨 1년 만에 마쳤다. 운하 폭(160~200m→317m)과 깊이(14.5m→24m)를 확대해 선박의 운하 통과 시간이 기존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단축된다.
이에 맞서 파나마 정부는 총 52억5000만달러(약 6조원)가 투입된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확장된 운하는 대형 도크 시설(제3갑문)의 확충, 수로 폭 증대, 수심 준설 등을 단행했다. 그 결과 1만4000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 박스를 1만4000개 실을 수 있는 배)짜리 선박도 거뜬히 통과하게 된다.
파나마운하에 대항해 니카라과는 길이 278㎞에 달하는 니카라과운하 건설에 뛰어들었다. 니카라과는 파나마보다 북미권과 더 가까워 운하 건설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니카라과운하 공사를 맡은 주체는 중국베이징신웨이통신산업그룹 왕징 회장이 세운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다. 이 회사는 500억달러를 투자해 운하를 완공한 다음 5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중국 민간 사업자가 대규모 해외 투자를 할 경우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니카라과운하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국영 프로젝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니카라과운하가 개통되면 뉴욕~샌프란시스코 거리가 8700㎞로 파나마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800㎞ 정도 단축된다.
중국은 태국과 함께 말레이반도 허리를 관통하는 길이 102㎞의 크라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길고 좁은 900㎞의 말라카해협을 경유하는 대신 말레이반도의 크라운하를 통해 바로 남중국해에 진입하면 뱃길은 1200㎞, 운항 시간은 5일 줄일 수 있다.
◇상품 수송과 國運까지 '운하'가 바꿔
세계 해운업계는 글로벌 '운하 건설' 붐에 주목하고 있다. 운하 건설에 따라 세계 물류 흐름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로의 경우 아프리카 남단의 케이프타운을 경유할 때(2만6189㎞)보다 수에즈운하(2만161㎞)를 이용하면 6027㎞(7~10일)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103개국, 1만7148척에 달했다. 이집트 정부는 제2수에즈운하 개통으로 통행 선박이 늘어나 통행료 수입이 연간 53억달러(약 6조1800억원)에서 2023년에는 132억달러(약 15조4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나마운하도 연간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안팎의 수입을 거두는 알짜 '외화(外貨)획득 창구'이다.
운하는 돈벌이와 상품·에너지 수송로 차원을 넘어 도시와 국가의 명운(命運)을 바꾸기도 한다. 일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은 수에즈운하가 건설되기 전 200여년간 유럽에서 인도와 아시아로 가는 유일한 항로의 꼭짓점에 있는 무역항으로 번성했으나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운하를 둘러싼 전쟁까지 발발했다.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던 수에즈운하를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국유화하면서 터진 것이다.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지만 이집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운하 확보에 성공했다.
그동안 세계 대다수 주요 운하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운하 개발에 중국이 적극 개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운하는 최적의 대량 화물 운송 수단인 선박의 항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경제적 수단인 동시에 운하 주변국들에 위기 상황이 생겼을 경우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라며 "이런 이유에서 세계 각국의 운하 건설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은진기자, 조선닷컴(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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