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폐지 줍는 노인 다닐 길이 없다] [청년은 무조건 약자?.. ] ....

뚝섬 2024. 9. 23. 09:35

[폐지 줍는 노인 다닐 길이 없다 ]

[청년은 무조건 약자? 폐지 줍는 노인이 먼저다]

[아버지의 유산

[빈곤층 소득 무섭게 추락.. 가장 약한 계층부터 무너진다]

 

 

 

 

폐지 줍는 노인 다닐 길이 없다 

 

폐지 줍는 노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추석 연휴 뒤인 20일 새벽에도 경기 고양시의 편도 3차로 도로에서 폐지 수거용 리어카를 끌던 60대 여성이 뒤따르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들이받혀 숨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 ‘그러게 왜 인도를 놔두고 차도로 다니냐’며 혀를 차는 이들이 적지 않다. 리어카가 폐지나 고물을 실은 채 차도를 서행하면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며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하는 운전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리어카를 끄는 노인 대부분은 인도로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갈 수가 없어서 차도로 다닌다. 도로교통법상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車)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폐지 수집 노인의 43%가 리어카를 쓰는데, 대개 폭이 1m를 넘는다. 보도(인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 이런 리어카는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 인도로 가면 자동차가 인도를 주행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차도가 따로 있는 도로에서 인도로 가다가 보행자를 치기라도 하면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돼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폐지 수집 중 교통사고 경험률(6.3%)이 전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경험률(0.7%)보다 훨씬 높은 원인 중 하나다.

▷리어카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위험을 감수한다. 리어카는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도로에서 맨 오른쪽 차로로 다니도록 돼 있다. 해당 차로를 불법 주차 차량이 점유한 경우엔 부득이하게 왼쪽 차로를 일부 침범하게 된다. 가로변에 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도로에선 전용차로 왼쪽이 지정 차로다. 이런 도로에선 왼쪽 차로의 일반 차량과 오른쪽 차로의 버스 사이를 곡예 하듯 다녀야 한다.

 

▷동네 주택가 이면도로만 다니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소리다. 지난해 말 정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주로 집 근처(4km 이내)에서 수거하는 노인은 전체의 43%였고, 나머지는 그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이동하며 폐지를 수집했다. 전체의 47%는 상가·사무실 지역에서 폐지를 주웠고, 주거지역과 상가 등을 가리지 않고 전 지역에서 줍는 이들도 28%였다. 그렇게까지 다니면서 폐지를 주워도 손에 쥐는 돈은 하루 평균 6000원 남짓이었다.

▷일정 크기 이상의 손수레를 차로 분류하는 현행법은 소달구지와 마차가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던, 그래서 일반 도로의 통행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던 과거 시대의 유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도로에서 우마(牛馬)는 사라지고 폐지 줍는 노인만 덩그러니 남아 자동차에 치이는 위험을 감내하고 있다. 당장 노인 빈곤을 해소할 수 없고, 모두에게 폐지 수거보다 나은 다른 일자리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종엽 논설위원, 동아일보(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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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무조건 약자? 폐지 줍는 노인이 먼저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지원? 단편적 세대론에 진짜 약자 묻혀
저숙련 여성·지방 고졸 청년 등 뭉뚝한 세대론보다 세밀 접근을
 

 

지난 1월 서울시내 한 도로에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뉴스1

 

친구들과 서울 강남이나 성수동처럼 ‘힙하다’고 알려진 동네에서 저녁을 먹다 보면 종종 착잡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폐지 줍는 노인을 목격할 때다. 한껏 멋을 낸 청춘남녀 사이에서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이 폐지를 줍고 있는 모습만큼 삶의 비참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으리라. 누가 가난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요, 나이 든 건 죄가 아니라고 했나. 굽은 허리로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있는 그 노인들은 단지 늙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시시포스보다 무거운 형벌을 받고 있었다. 제우스의 분노도 한국 사회 현실만큼 모질진 않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하반기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실태 조사는 전국의 폐지 수집 노인 수를 약 4만2000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 하루 5.4시간씩 주 6일을 폐지 줍는 데 쓰고 있지만 월 소득은 15만9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누구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는지는 몰라도 이런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다소 의외의 사실도 알게 됐다. 실태 조사가 진행된 게 작년이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집단이다. 그런데 다들 노인빈곤율이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네,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98.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네(모두 2023년 기준) 말은 많았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소외된 집단에 얼마나 무심했는가를 새삼 깨달았다.

 

정치권은 단순한 세대론을 선호한다. 그 세계관에서 기성세대는 강자고 청년은 약자다. 고령의 국회가 청년보다 노인을 비롯한 기성세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주장은 단골 레퍼토리다. 그래서 정치의 포커스는 으레 청년들에게 맞춰진다. 2015년 ‘헬조선’ 열풍이 한국 사회를 휩쓴 뒤에는 분노한 청년들을 달래기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졌다. 엄청난 규모의 구직·주거 비용을 지원했고 지역마다 관련 단체들이 활동할 센터를 만들었다. 더한 경우에는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 하나로 돈을 주기도 했다. 청년 딱지만 붙이면 실효성이나 우선순위를 따지는 비판은 사그라들었다.

 

단편적인 세대론에 진짜 약자들의 삶은 묻혔다. 폐지 줍는 노인,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는 중장년 여성,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5060 남성들이 대표적이다. 사실 청년 담론도 ‘지방 공장에서 일하는 고졸’ 청년들은 배제된 채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에게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정치·사회적으로 대변해 줄 사람이 없는 약자들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기업 여성 임원 비중을 늘리고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아침밥을 제공하자는 정치인은 있었어도 저들의 삶을 돌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없지 않았나.

 

청년은 약자이니까 무슨 무슨 지원을 늘리자고 말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2030 세대는 이 사회가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 뭘 퍼준다고 지지하지 않는다. 각종 지원 사업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뿐더러 그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럴 돈이 있다면 먼저 지원해야 할 건 당장 끼니와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이라고 생각한다.

 

공천이 끝나면 각 당은 세대별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그들의 세대 접근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년은 약자”라는 식의 뭉뚝한 세대론을 펴는 정당보다 세밀하게 접근하는 정당에 표를 줘야 한다. 디테일은 결국 국민을 향한 애정과 관심 어린 관찰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말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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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산

 

[최여정의 다정한 안부] 

 

고층 아파트 숲속을 헤매는 텅 빈 리어카, 폐지 한 장 내주지 않는 콘크리트의 무덤. 빈 수레를 끄는 노인의 등이 활처럼 굽는다. 노인의 가난한 리어카 위로 어느 집 거실 샹들리에 불빛이 쏟아져 박히고, 외제차의 날렵한 탐색 등이 벨 듯 스쳐간다. 콘크리트 숲속을 얼굴 없는 노인의 리어카가 소리도 없이 굴러다닌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늦은 밤, 도심의 고급 아파트 사이를 헤매던 그 쓸쓸한 리어카를 생각한다. 8월 한낮의 폭염을 피하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동네에 왜 왔냐’는 듯 훑어보는 야박한 눈초리를 피하기에도, 밤이 낫다. 하지만 인적 끊긴 거리에서 그를 반기는 건 ‘주민 외 절대 출입 금지’라는 날카로운 붉은 글자뿐. 보행로를 차단하듯 막아 놓은 성문 같은 아파트 입구 너머 깔끔하게 흰 셔츠를 다려 입은 보안 직원들이 서성인다. 노인은 천천히 리어카를 돌린다. 그 밤, 노인은 리어카에 무얼 담았을까.

 

거리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노동에서 쉽사리 눈을 돌리지 못한다. 리어카를 끄는 앙상한 노인의 다리를, 쪽파 뿌리를 뜯는 노인의 흙 묻은 손톱을 오래 기억한다. 그 고단한 노동을 생각한다. 퇴근길에 늘 만나던 리어카 끄는 할아버지에게 드릴 단팥빵을 가방에 넣어 다니고, 시장 좌판 할머니의 고목 뿌리 같은 손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하얀 쪽파 한 뿌리를 사고 나서야, 그제야 발길을 옮길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아버지의 유산이다. 나 어릴 적 젊은 아버지는 우리 동네 시장 입구 늘 같은 자리에, 야채며 과일이며 좌판을 벌여 놓은 할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시며 10년 넘게 단골 삼아 다니시다가 돌아가신 걸 알고는 장례식까지 찾아가셨다. 아버지는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우셨다.

 

작년 여름에 3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다. 주차 차단기도 없고, 높은 담벼락도 없고, 아파트 동 입구마다 설치해 놓은 보안문도 없다. 아파트 마당 한가운데 있는 테니스 코트는 온 동네 주민들에게 열려 있다. 600세대가 넘는 작지 않은 단지에는 경비 아저씨 몇 분 계시는 게 전부이지만, 보안 때문에 불안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배부받은 주민용 차량 스티커로 지하주차장도 없는 오래된 아파트의 주차 질서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층간 소음 때문에 얼굴 한번 붉힌 일 없다. 보안 장치 없는 아파트 현관문으로는 배달 서비스하는 분들이 수시로 자유롭게 오간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아파트 마당과 사잇길은 지하철역으로 가는 온 동네 사람들의 지름길이다.

 

아파트 단지 옆에는 역시나 같은 시간 동안 세월을 먹고 있는 오래된 고물상이 하나 있다. 고물상의 녹이 슬고 찌그러진 파란 대문이 열리는 건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네 시간. 복잡한 사거리 교차로가 엉켜들기 시작하는 출근길 도로 위로 폐지를 산처럼 쌓아올린 리어카가 하나둘 등장한다. 빠~앙, 빵빵! 날카로운 경적 소리는 더욱 조급해지고, 신경질적으로 차선을 바꾼 차들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올려 사라진다. 뒤에서 보면 사람 키를 넘은 폐지 더미만 바람이 빠져 헐렁거리는 바퀴 위에서 이리저리 위태롭게 흔들리는데, 깡마른 체구의 노인이 안간힘을 내어 리어카의 손잡이를 붙들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끄는 리어카의 무게는 보통 60kg 정도. 몸무게만 한 폐지 더미가 쉽게 움직일 리 만무하다. 노인의 리어카에 GPS를 설치해서 폐지 수집 노동의 실체를 밝힌 ‘리어카와 GPS’라는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동안 13km를 걸으며 끼니도 거른다. 1kg당 신문지는 137.6원, 폐지는 78.6원. 신문지는 폐지의 두 배 가격이지만, 신문 보는 사람은 적고, 택배상자만 넘쳐나니 리어카엔 주로 폐지뿐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더위 속에서 쌓아 올린 노인의 하루 노동의 값어치는 4680원.

 

저 높다란 콘크리트 벽 안에서는 이런 세상이 보일까. 초역세권 대단지 아파트 지하로 연결되는 지하철을 타고 에어컨 바람을 막기 위해 얇은 카디건이 필수인 직장에 도착해서 일을 한다. 퇴근 후 수영과 헬스, 독서실까지 단지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한 뒤, 반려동물을 데리고 멋들어진 조경의 산책로를 걷고 마무리하는 하루. 소파에 앉아 신림동 행인을 향해 칼을 휘둘렀던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에 안도하고 광주에서 폐지를 줍는 60대 노인이 온열질환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에 혀를 한번 차고는 잠자리에 든다. 타인의 삶과 거리의 풍경은 8시 뉴스에서나 감상하는 일이 되어버린 지금, 타인을 향한 관심의 시선은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넘지 못한다. 그 높은 성벽 안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안전할까. 아파트 콘크리트 벽이 높아질수록 세상은 더욱 불안해지고 슬퍼진다. 유독 더웠던 여름이 지나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다들 안녕하신지.

 

-최여정 작가, 조선일보(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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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소득 무섭게 추락.. 가장 약한 계층부터 무너진다

 

하위 10%, 1년새 소득 16% 줄어 '불황 직격탄'… 연쇄 파장 우려-"경제 대위기의 전조일 수도"
일용직·임시직 일자리 끊겨… 극빈층 가처분소득 月71만원

은행 빚 연체 늘어나면서 금융회사 대출 부실화 조짐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하는 유모(가명·74)씨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는다. 고시원 사용료를 내기에는 모자라서 리어카 행상을 하고 중고 전자제품을 판다. 하지만 요즘은 장사가 안 돼 수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씨는 "이대로 가다간 고시원비를 못 내 길거리로 쫓겨날 판"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직업소개소 대표 A씨는 "통장 잔고가 텅 비어 버렸다"고 했다. A씨가 소개해준 일용직 근로자들을 데려다 일을 시킨 중소 건설사들이 경영난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바람에 A씨가 대신 임금을 건네줬는데, 떼이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A씨는 "월급 70만~80만원에 그치는 경비원 일자리도 요즘엔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일자리 찾는 걸 포기한 사람이 많은 탓에 구직 문의 전화가 1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불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일용직·임시직에 의존해 근근이 먹고사는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저소득층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고리(高利) 대출에 의존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의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연쇄적인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불황의 단면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의 전조를 보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위 10% 소득 1년 사이 16%나 줄어

저소득층의 지갑이 얇아지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월 소득 기준으로 하위 10%인 극빈층의 올해 3분기 가처분소득(수입에서 세금 등을 내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71만7000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16%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감소 폭이 크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이 1년 전보다 0.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극빈층의 소득 감소세가 뚜렷하다. 하위 10% 가구의 소득은 작년 1~3분기에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났지만, 올해는 -4.8%(1분기)→-13.3%(2분기)→-16%(3분기) 순으로 감소 폭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이런 원인에 대해 정책 당국은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소득이 아예 '0원'으로 내려앉는 가계가 많은 탓이라고 분석한다. 저소득층이 대개 근로 조건이 열악한 일용직·파견직 등의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경기가 나쁘다 보니 우선적으로 해고된다는 것이다. 새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흐름은 통계로 분명하게 나타난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상용 근로자(계약 기간 1년 이상)는 1305만7000명으로 작년 10월보다 25만6000명 늘었지만(2% 증가), 반대로 임시 근로자(계약 기간 1개월 이상 1년 미만)와 일용근로자(계약 기간 1개월 이하)는 9만7000명이 감소했다. 10만명에 가까운 저소득층이 1년 사이 직장을 잃은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소득이 적은 고령층이 적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의 임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사회 전반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몰락은 경제 위기의 징조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가계 붕괴를 구조적인 위기의 초입(初入)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무너지면서 연쇄적인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용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건설 경기가 최근에 호조를 보였는데도 임시직·일용직이 줄어든 것은 건설보다 경기를 덜 타는 도소매업이나 요식업 종사자가 크게 줄었다는 뜻"이라며 "구조적으로 실물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징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음식점·주점 종사자는 93만879명으로 작년 10월보다 3만67명 감소했다. 불황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이 맞물리자 음식점·주점들이 종업원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실직 대란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저소득층의 실직과 소득 급감은 금융 안정성을 해치는 악순환으로도 이어진다. 생계가 막막해진 저소득층이 대출에 의존하지만 수입이 부족하다 보니 원리금 상환 연체가 잦아져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6조6000억원으로 2년 전(9조2000억원)보다 80% 증가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7개 주요 카드사의 부실 자산(90일 이상 연체)은 1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전체 자산의 6%대에 이른다. 

 

-손진석 기자/안준용 기자/곽래건 기자, 조선일보(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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