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저출생수석 신설… 연금수석, 반도체수석은 안 만드나] ....
[이번엔 저출생수석 신설… 연금수석, 반도체수석은 안 만드나]
[“우리 애들은 다 시집·장가 가던데…”]
[노인 대국 한국의 생존 전략이 안 보인다]
이번엔 저출생수석 신설… 연금수석, 반도체수석은 안 만드나
대통령비서실 조직을 보면 정부의 핵심 어젠다를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과 쌍방향 소통을 하겠다며 국민참여수석실을,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제상황실을 신설했다. 박근혜 정부는 미래전략수석실에서 창조경제를 주도했고,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수석실을 신설해 1호 공약인 일자리 정책을 챙겼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극복이 시급하다며 저출생수석실을 새로 두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시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실에도 이를 전담할 컨트롤타워 신설을 지시했다. 부처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에 저출생수석부터 임명해 관련 정책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차관급인 초대 저출생수석은 체감도 높은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40대 다둥이 워킹맘 중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저출산 함정’에 빠져 있는 ‘국가 비상사태’다.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이 2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어 강력한 출산장려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출산율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새로 조직부터 만드는 것이 능사인지는 의문이다. 저출산 전담 조직인 저출산위의 위원장은 2012년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됐다.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를 맡아도 성과가 시원찮았는데 행정부와 대통령실에 옥상옥으로 컨트롤타워를 두면 더 나아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출산율 하락세가 평균 13년간 지속되다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엔 없는 별난 조직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용 돌봄 교육 주거 문제 해결 등 공식 같은 정책을 꾸준히 실행한 덕분이다. 출산율이 걱정이라면 왜 우리 저출생 대책은 실패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정책 방향이나 설계가 잘못됐는지, 예산이 부족한 건지, 조직의 문제인지, 조직이 문제라면 새로운 조직이 더 효율적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중요도에 따라 조직을 만들기 시작하면 연금수석 물가수석 반도체수석은 왜 안 두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전략수석실은 ‘창조경제는 한반도 3대 미스터리’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다음 정부에서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수석실은 ‘일자리 파괴 정부’라는 혹평과 함께 정권 교체 후 사라졌다. 저출생수석실도 잘못하다간 인구는 못 늘리고 세금 쓰는 자리만 늘리다 끝날 수 있다. 저출생수석실이 생기면 대통령실은 출범 초기 2실장 5수석 체제에서 3실장 8수석 체제로 확대된다. 정부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던 약속과 거꾸로 가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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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은 다 시집·장가 가던데…”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뉴스1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국회에 인구위기특별위원회라는 거창한 기구가 있다. 위원장은 지난 2월 특위 출범 당시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최하위인 0.81명”이라며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28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효과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9개월 동안 열린 회의는 고작 4번. 지난달 4차 회의 땐 “최근 출산율은 0.71명으로 낮아졌다” “정부 정책 효과가 거의 없다” 같은 하나마나 한 발언이 나왔다. 정부 부처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고가 이어졌지만 형식적이었다.
2020년 서울 강서구 염강초·공진중이 문을 닫았다. 지난 3월엔 광진구 화양초가 폐교했고 내년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성수공고가 통폐합된다. 소멸 위기 시골 마을이 아니라 수도 서울에서 학교가 사라진다. 입영 신병 급감으로 전후방 곳곳 군부대가 없어진다. 하지만 정치권은 꼭 다른 나라 같다. 총선기획단을 구성한 여야(與野)는 사무총장이니 무슨 위원장이니 하는 감투가 어느 계파 몫인지를 놓고 다툰다. 청년·여성을 전면에 기용한다지만 이미지 탈색 전술에 불과하다. 메가시티, 균형 발전 같은 공약 역시 부동산·지역 이기주의에 기댄 얄팍한 선거 공학을 벗어나지 못한다.
올겨울 여야는 요란한 인재 영입 쇼를 연출할 것이다. 대부분 정치권 언저리를 맴돌던 ‘중고 신인’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0년대만 해도 몇몇은 괜찮은 신인이 있었는데 요즘은 영입 제의를 듣자마자 단칼에 거절한다”고 했다. 정치판에서 청년들이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하도 많이 당하니,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명 의식이나 능력이 아닌 무지성(無知性) 충성심 순으로 줄세우는 극단 풍토에 유능한 인재들은 여의도를 ‘양아치 조폭 시궁창’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평균 연령 58세, 재산 35억원, 남성 80%. 이런 국회가 청년이 왜 결혼을, 여성이 왜 출산을 안 하는지 파악해 정책을 세운다면 오히려 불가사의하다. “우리 애들은 다 시집·장가 가서 손주 낳던데, 출산율은 왜 이런 거야?” 의원님들은 밥 먹을 때마다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마크롱, 트뤼도 같은 외국 얘긴 이젠 지긋지긋하다. 제헌의회 평균이 47세, 1980년대까지도 40대였다. 이승만이 6·25 때 30세 백선엽을, 박정희와 YS·DJ가 무수한 청년을 과감하게 등용했던 이유는 국가의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노땅 현역들은 안락한 텃밭에서 모두 당선되고 청년들은 모조리 험지로 보내서 죽였다.”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청년 후보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출생 위기를 외면하는 여야가 “몇 십년 뒤 우린 살아있지도 않을 텐데” 따위 생각으로 공천에 임한다면 내년 총선 결과도 똑같을 테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소멸은 더 빨라질 것이다.
-원선우 기자, 조선일보(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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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대국 한국의 생존 전략이 안 보인다
한국 인구는 현재 5101만명으로 세계 27위다. 고령화율은 13.2%로 아직 젊은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2100년엔 딴 세상이 된다. 총인구는 2947만명으로 반 토막 나 세계 67위로 떨어지고, 남북을 합쳐도 47위에 그친다. 반면 인도·중국·미국 등은 2100년에도 각각 16억명, 10억명, 7억명을 넘는 인구 대국이고, 영국·프랑스는 인구가 계속 늘면서 8000만명대로 올라가 강대국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다.
통계청이 며칠 전 이 같은 장래 인구 추계를 발표해 한국 인구시계에 경고음을 울렸지만 위기라고 느끼는 이는 거의 없다. 2100년을 먼 미래라고 여기는 까닭일까. 하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들은 평균 기대 수명(82.3세)을 고려할 때, 상당수는 살아서 2100년을 맞는다. 인구학에서 보면 이미 '확정된 미래'란 얘기다.
인구가 줄면 지금보다 살기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한쪽 면만 보는 것이 된다. 한국은 그때쯤 되면 노인 인구가 전체의 40%를 넘어 일하는 사람보다 노인이 많은 활력 없는 사회다. 더 중요한 문제는 '노인 40% 시대'가 2060년이면 이미 시작된다는 점이다. 현재 대학생이 노인 연령에 도달하는 때이다. 노인 비율 41%로 장수 국가 일본을 앞질러 세계 1위 노인 대국(UN 인구 추계)으로 등극한다.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전대미문의 고령사회 현장이 바로 한국에서 펼쳐지게 된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10명 중 4명은 노인이고 한 명만 어린이인 세상은 어떤 곳일까. 노인이 지금보다 3배 늘면 건강보험도 보험료를 현재보다 3배쯤 더 내야 유지된다. 국민연금은 더 심각하다. 연금 기금 고갈이 예정된 2060년 한 해 동안 은퇴자에게 지출할 돈이 무려 280조원이나 부족하다. 과연 우리는 이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나.
그런데도 우리는 인구 위기 경고를 무시하고 태평하다. 정부, 정치권, 경제학자, 사회학자들도 모두 '케세라세라(될 대로 돼라)'이다. 인구 대지진의 전조는 이미 시작됐다. 내년부터 생산인구(15~ 64세)가 감소하고, 노인 수가 아동 수를 추월한다. 신생아 수도 40만명 이하로 추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아기가 당장 몇 만 명 더 태어나도 미래 인구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저출산이 20년 이상 고착된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치닫는 와중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인구청이나 국립인구연구소를 시급히 만들어 미래 인구를 관리·연구해야 한다. 산업구조는 물론 경제·교육·보건·복지제도를 어떻게 바꿔 고령 국가를 극복할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5년간 인구가 정체된 한국에서 그나마 총인구를 늘린 변수는 외국인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10년 59만명에서 5년 만에 136만명으로 갑절이 돼 저출산 세대인 20대의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 시대를 맞은 한국은 이들 없이는 생존하지 못하는 시절로 접어들었다. 정년 연장으로 길을 찾고, 여성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 우선 내년 대선부터 일·가정 양립, 노동 시간 감축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야 브레이크 없이 노인 대국으로 질주하는 나라를 서서히 멈추게 하지 않을까.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조선일보(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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