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유화, 국방비 1%만 투자를] [‘중국이 북한을 침공할 수도.. ’]
[북한 자유화, 국방비 1%만 투자를]
[‘그렇다, 중국이 북한을 침공할 수도 있다’]
['얼굴 붉혀도 등 돌리진 않는다'는 北·中 관계, 뿌리가 흔들리나]
['中·北 혈맹 조약' 폐기까지 경고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담긴 시진핑의 腹心]
['中·北 우호조약 수명 다했다' 中 매체 언급 주목해야]
북한 자유화, 국방비 1%만 투자를
[朝鮮칼럼]
통일 담론 새 화두는 북한 자유화… 출발은 北 엘리트·민초의 의식 변화
北이 핵 증강에 재원 낭비한다면 우리는 공세적 정보·문화 세례를 국방비 59.4조, 그 1%면 충분히 가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28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자들./노동신문 뉴스1
북한 자유화가 통일 담론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지지를 천명한 것은 ‘자유’를 통일의 궁극적 가치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 7일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북한 주민 한 명 한 명의 자유를 확대하는 통일”이라고 했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지당한 말이지만 김정은이 통일을 거부하고 2국 체제를 통한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 데 대한 정부의 대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2500만 북한 주민에게는 최악의 압제와 빈곤에서 해방되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으면 정치적 통일을 할 것인지는 그들의 자결권(自決權)에 속하는 문제다. 같은 민족이라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두 개의 자유민주국가로 공존하면서 자유롭게 왕래하고 상대국에서 취업·거주하는 데 제약이 없다면 정치적 통일에 굳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북한 자유화는 통일에 우선하는 가치이고 통일의 목적 자체이기도 하다. 다만, 통일이 북한 주민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자유화는 북한 엘리트와 민초들의 의식 변화에서 출발한다. 외부 세계에 대한 이들의 정보와 지식이 늘어날수록 북한이 처한 현실과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도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고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조차 개혁·개방을 통해 도약을 이루는 데 반해 북한만 빈곤과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백두혈통’의 세습독재와 이를 지키기 위한 핵무장에 있다는 진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되면 앙시앙 레짐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이를 타파하려는 기운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이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여 외부 정보와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광적으로 매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를 촉진하려면 북한 정권의 정보 독점 체제를 허물고 외부 정보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외부 정보를 공급하는 데 현재로서는 방송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중국산 저가 라디오를 구할 수 있고, TV도 대부분의 가구에 보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어디서든 한국의 라디오방송을 들을 수 있고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대북 방송의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라디오방송은 단파, 중파 모두 필요하지만 음질이 더 좋은 기존 대북 중파(AM)방송의 출력을 대폭 높이고, 주파수를 늘리고, 방송을 송출할 플랫폼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방송국에서 이미 용도가 없어진 AM주파수를 대북 방송으로 전환하고 KBS한민족방송의 프로그램을 대북방송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정부가 결심하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대북 TV방송 채널도 대폭 늘려야 한다. 송출 플랫폼으로는 지금까지 육상의 고정된 송신탑에 주로 의존해 왔으나 위성, 무인항공기, 선박 등에도 기지국을 설치하여 북한 당국의 방해 전파를 제압하고 주민들이 어디서나 대북 방송을 듣거나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송의 내용도 수요자인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내실화하고,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한다. 북한 내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고 공공기관과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추어 최신 위성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외부 세계에서 북한 주민과 직접 교신하고 내부적으로 정보를 확산할 방도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떳떳하게 옹호하려면 차제에 북한의 관제 언론과 출판물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접근도 자유화해야 한다. 북한의 선전선동과 출판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신비주의와 낭만주의적 시각을 조장하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북한이 핵무력 증강에 재원을 허비하는 동안 우리는 공세적 정보·문화전쟁으로 북한 엘리트와 민초들의 정신세계를 ‘반동문화사상’으로 물들이는 데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매년 국방비(59.4조원)의 1%만 투자할 결심을 하면 북한 자유화는 현실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조선일보(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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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중국이 북한을 침공할 수도 있다’
‘Yes, China could invade North Korea.’ 미국 안보 전문지 ‘National Interest’의 최신호 기사 제목이다. 북한에서 정권 붕괴(regime collapse) 등 돌발 상황(unexpected situation )이 발발할 경우, 중국군이 북한을 급습해(conduct a military incursion)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establish a puppet regime)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은 북한과 1300㎞ 넘는 기나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북한이 미국 영향력에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고는(serve as a buffer zone) 있지만,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위험을 초래하기도(pose risks with its unpredictable behavior) 한다. 중국에 북한은 축복이자 저주이기도(be both a blessing and a curse) 하다.
북한이 중국에 기대는 의존국(client state)이기는 하지만, 근래 껄끄러운 양상이 산발적으로 이어져왔다(continue to experience sporadic strains). 북한의 맹렬한 반미 언사(fiery anti-American rhetoric)와 핵 프로그램이 미국을 자극해 미·중 관계의 주요 쟁점(major point of contention)으로 걸림돌(stumbling block)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도발적 행위를 저지르기도(commit provocative acts) 한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중국에 확실한 위협을 가할(pose credible threats)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개입(military intervention)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중 하나가 군사 쿠데타(military coup), 반란(rebellion), 경제 내부 파열(economic implosion), 식량 배급 체계 와해(breakdown of food rationing system) 등으로 인한 북한 정권 붕괴 대응 전면적 침공(all-out invasion)이다.
자국 내 안정에 강박관념이 있는(be obsessed with internal stability) 중국은 북한 난민 수백만 명이 유입되는 사태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난민촌 수용 임시방편(temporary measure)에 그치지 않고, 평양까지 중국군을 진격시켜 기존 정권을 무너뜨리고(topple the existing regime) 꼭두각시 정권을 세워 난민 이탈을 단속하려(crack down on the refugee exodus) 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for any reason) 북한 침공을 감행하게 되면 미리 포섭해 놓은 북한군 지휘부와 내통해 저항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취할(take precautions)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중국에 의존해온 연료 공급을 차단해(cut off its fuel supply) 북한군을 완전히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북한 주도 정권(presiding regime)은 김정은 추종 잔당이든, 새로운 군부 세력이든,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다만 당장 중국군이 북한에 진주할 가능성은 작다. 아직은 미국 방패막이로 효용 가치가 있고(remain useful as a shield), 지금으로선 현재 이득(current benefits)이 침공에 따른 정치·경제·군사적 비용보다 더 남는(outweigh the costs) 장사이기 때문이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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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붉혀도 등 돌리진 않는다'는 北·中 관계, 뿌리가 흔들리나
北, 배신 등 언급하며 중국 비난… "핵이 北·中 친선보다 소중"
中, 北도발에 인내심 한계… 양국 관계 근본적 재조정 가능성
북한과 중국이 서로 전례 없는 설전(舌戰)을 벌이면서 '70년 혈맹'이라는 양국 관계가 일시적 충돌을 넘어 근본적인 재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대북 압박에 나선 중국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거듭된 경고에도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서로 '금기' 깨며 비난전
북한은 3일 조선중앙통신과 4일 노동신문에 연달아 게재한 논평에서 '중국'이란 단어를 24차례 쓰며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엔 중국에 섭섭한 일이 있어도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 '주변 나라' 등 우회적으로 중국을 지칭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중국을 직접 비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북한은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2015년 전승절 때 박근혜 대통령 초청 등 과거사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또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이례적인 반발은 "트럼프 정부에 협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 대한 분노"(김용현 동국대 교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매체들이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용인' 등 초강경 대북 경고 메시지들을 발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마러라고 밀담' 직후부터다. 그러다가 이날 그동안 금기시되던 '조·중 상호원조조약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유효 시한이 2021년인 조·중 상호원조조약은 어느 한 쪽이 타국의 공격을 받게 되면 이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하고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토록 하는 '자동 개입' 조항을 핵심으로 한다. 중국 학계에서 이 조약이 사문화(死文化)됐다는 주장이 나온 적은 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환구시보가 이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얼굴을 붉힐 순 있어도 등을 돌리진 않는다'는 중국의 대북 정책 원칙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북의 다음 도발이 분수령 될 듯
외교가에선 "북·중 관계는 최근 대외적으로 갈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시진핑·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곪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시진핑 집권 직후인 2012년 12월 시진핑의 특사인 리젠궈(李建國) 당시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방북한 직후 장거리 미사일을 쏜 데 이어 두 달 뒤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해 시진핑의 체면을 심하게 구겼다. 이에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에 동참하면서 북·중 관계는 급랭기에 들어섰다.
더구나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2013년 12월)으로 양국 관계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2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에는 중국에서 김정은 정권과의 공존 자체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도발 자제를 요청해도 무시당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면서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감싸주기만 했던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정책 갖고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정책 면에서 어느 만큼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이 향후 양국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결정적 순간엔 중국이 자신들을 감쌀 것이란 믿음이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도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이용수 기자/김명성 기자, 조선일보(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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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北 혈맹 조약' 폐기까지 경고한 중국 관영매체
"북한의 核 도발은 상호원조조약을 위반한 것" 비판
北 "중국이 난폭하게 양국 '금지선' 짓밟아" 맹비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4일 '중조(中朝·북중) 상호원조조약 유지돼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어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미·북 간 군사 충돌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런 도발 행위는 1961년 체결된 중조(북중) 상호원조조약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2001년 조약 갱신 이후 핵 문제를 둘러싼 중조(북중) 간 갈등이 확대됐고, 조약의 유효성을 두고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일부 중국 학자가 이 조약은 "사실상 백지화됐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가 북·중 혈맹의 상징인 이 조약의 유효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 도발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중 간 '유사시 자동 개입'을 규정한 이 조약은 1981년과 2001년 각각 연장돼 2021년까지 효력이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조중(북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조중(북중) 관계의 붉은선(레드라인·금지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4일 "중국은 공정한 태도로 관련 문제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인 협객도는 이날 "미국이 군사 압력을 가할 때 중국은 북한에 외교적으로 선회할 여지를 제공했다"며 "북한은 중국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조선일보(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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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에 담긴 시진핑의 腹心
중국 선전 매체를 대표하는 인민일보와 CCTV는 베이징 도심 동쪽에 있다. 톈안먼 광장에서 5~6㎞쯤 떨어진 곳이다. 도로변 고층 건물인 CCTV와 달리, 인민일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한 블록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담장이 둘러싸고 있어 베일에 가려진 듯한 느낌을 준다. 무장 경찰이 지키는 정문을 통과해 10분쯤 걸어 들어가야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나온다.
환구시보는 1993년 인민일보 국제부 주도로 만들었다. 처음엔 해외 화제 등을 다루는 작은 주간지였지만, 지금은 하루 발행량 150만 부를 넘는 국제 전문 일간지로 발돋움했다. 환구시보의 성공 비결로는 상업적 민족주의와 통속적인 문장이 꼽힌다. 이 매체는 호주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을 예사롭게 '미국의 애완견'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26일 사드가 성주에 배치됐을 때는 '사드가 중국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런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 때문에 '중국판 폭스뉴스'로도 불린다.
중국 외교 당국자나 교수 중에는 환구시보의 신뢰도와 격을 낮게 보는 이가 많다. 하지만 지난 4월만 보면 이 신문은 맏형인 인민일보를 뛰어넘는 정부의 복심(腹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구시보는 미·중 정상회담 5일 뒤인 4월 12일 사설에서 처음으로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언급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다면 유엔의 원유 공급 제한 제재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튿날에는 "핵을 포기하면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썼다. 북한군 창건일을 사흘 앞둔 4월 22일 사설은 좀 더 파격적이었다.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타격을 가해도 중국은 군사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는 논리의 이 시리즈 사설을 두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한 논리의 연장선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당국이 정부 의견으로 공식화될 수 있는 인민일보 대신 상업성 강한 환구시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흘렸다는 것이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김정일이 방문하면 고위층이 버선발로 마중 나갔던 후진타오 전 주석 때와 달라졌다. 김정은 방중(訪中)에 대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고, 최근에는 북한산 석탄 수입까지 차단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력 충돌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중국의 전술적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김정은 정권 전복에 나서는 것에는 군사적 대응을 공언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미·일 등 해양 세력의 대륙 진출을 막는 교두보'라는 전략적 사고 자체가 바뀐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와 거래하면서 실익을 챙기겠다는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무역 분야의 양보만 해도 올해 말 19차 당대회를 앞둔 시 주석에게는 큰 정치적 선물이다.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간섭도 줄어들고 있다. 북핵 협상이 시작된다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활용해 경제적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난 수개월을 허송하는 사이, 중국은 이미 트럼프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발 빠르게 실속을 챙기고 있다.
-최유식 국제부장, 조선일보(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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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北 우호조약 수명 다했다' 中 매체 언급 주목해야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가 북한에 대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중·조(中·朝)우호조약이 수명이 다했다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조약의 핵심은 어느 한쪽이 타국의 공격을 받으면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키로 한 조항이다. 사실상의 동맹 조약이나 마찬가지다. 환구시보는 3일 '중·조 우호조약을 당연히 유지해야 하나'라는 사설에서 "2001년 갱신 이래 중·북 간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돼 왔고, 중국 안팎에서는 조약의 유효성을 두고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미·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전쟁 위협을 높이고 있다"며 "북한의 행위는 조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공산당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 자주 활용하는 매체다. 지난달엔 미국이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중국이 군사적으로는 개입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그동안 중국 학자 일부가 이 조약이 사문화(死文化)됐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공산당이 운영하는 관영 매체에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61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 북한의 김일성이 서명한 이 조약은 북·중 혈맹 관계를 상징하는 문서로 기능해왔다. 20년마다 자동 연장됐던 이 조약은 2021년이 시효다. 2021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공감대가 중국 지도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 핵실험장과 가까운 동북 3성 주민의 핵 피해 우려도 계속 방치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직은 중국의 목표가 북한의 추가 도발 저지이지 북한 포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김정은이 중국과 반대 방향으로 계속 가면 결국 중국의 대북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전례가 드문 안보 위기인 동시에 역사적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기간을 담당하게 된다. 한·미 동맹의 바탕에서 중국과 전략적 우호를 유지해 역사에 한(恨)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는 사드 문제로 일시적 불화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북한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사실이 명백한 이상 인내를 갖고 설득하면 풀릴 문제다.
-조선일보(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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