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유럽·日의 절반.. 美는 이미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 ]
[에너지 가격, 유럽·日의 절반… 美는 이미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흔들리는 우라늄 공급망,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美 원전 수명 80년으로, 韓은 35년 원전 억지 폐쇄]
['한국형 원전, 후쿠시마는 없다' 출간... 한국형 원전 개발책임자 이병령 박사]
[韓 '원전 중단'에 쾌재 부르는 日 산업계]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 딱 여기까지인가]
[全국민 수십년 영향 '원전 중단', 5년 대통령 아닌 국민이 정해야]
["지진 규모 7에 견디고 격납 건물도 日보다 튼튼"]
에너지 가격, 유럽·日의 절반… 美는 이미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MWh당 산업용 전력요금 美 84달러
독일은 203달러, 일본은 146달러
싼 가격 덕에 美 15년간 82% 성장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대결은 접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및 예측에 따르면 접전 지역에서 트럼프의 지지세가 상승 추세에 있다. 해리스가 승리한다면 당분간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은 확실하다. 반면 트럼프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는 큰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트럼프의 핵심 공약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략의 핵심에는 에너지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명확하다.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 요금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에너지 독립과 우위를 회복하며,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공약이다. 우리 머릿속의 이미지와 달리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넘어 에너지 수출 국가로 변모한 지 오래다. 미국은 2019년부터 에너지 순 수출 국가가 되었다. 2023년 미국의 상위 5대 수출 품목 가운데 원유, 휘발유, LNG가 각각 1위, 3위, 4위를 기록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만 65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에너지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과의 비교를 통해 저렴한 에너지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유럽외교협회(ECFR) 자료에 따르면 2008년 EU의 경제 규모는 16.2조달러로 미국의 14.7조달러보다 컸다. 하지만 2022년 미국은 25조달러로 성장했지만 EU와 영국을 합해도 19.8조달러에 불과하다. IMF에 따르면 15년 동안 EU는 6% 성장했지만 미국은 82% 성장했다. 트럼프는 EU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높은 전력 및 에너지 가격으로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전력 요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의 산업용 전력 요금은 저렴하다.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미국의 MWh당 산업용 전력 요금은 84달러로 프랑스(137달러), 일본(146달러), 독일(203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트럼프는 미국의 전력 요금을 더 낮출 수 있지만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하는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한다. 실제로 기후 및 환경 규제가 강한 캘리포니아주의 산업용 전력 요금은 MWh당 261달러에 이르지만 텍사스의 경우 63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급진 좌파의 방해로 이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 내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을 어렵게 하는 모든 규제를 제거하고,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환경청(EPA)도 폐지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규제위원회 개혁과 기존 원전의 계속 운영 그리고 SMR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원자력 부문에서도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원자로에 사용되는 우라늄도 최대한 미국에서 조달하여 외국, 특히 러시아로부터의 우라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트럼프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자동차 배출 가스 및 연비 규제 및 전기차 보급 정책은 자동차 산업 일자리 감소와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인한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인 것이다. 화석에너지에 계속 의존할 경우 전기차, 태양광 패널, 풍력 및 배터리 등 미래 첨단 제조업 영역에서 미국이 중국에 비해 뒤떨어지게 된다는 비난에 대해 트럼프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전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2023년 엔비디아가 생산한 376만대의 인공지능용 반도체가 소모하는 전력만 해도 미국 가정 140만 가구와 맞먹는다. 당연히 인공지능용 반도체 투자가 증가할수록 전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모건 스탠리는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3년의 15TWh에서 2024년에는 46TWh로 약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미국 은행 웰스파고는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전력 수요가 2026년까지 5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인 ARM은 10년 내에 인공지능용 데이터 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20~25%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였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보면 저렴한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원유 생산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높은 생산성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시추 설비는 2015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30만 배럴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세계 1위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와 인공지능의 조합을 통한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구조에 전통 산업 부활 및 첨단 제조업 육성을 더해 중국을 제압하고 다시 미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처럼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화석에너지 이외에 재생에너지까지 풍부한 에너지 대국인 미국이 이를 무기로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제조업 육성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 지형은 재편되고 제조업 일자리 역시 다시 미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은 2023년 대미 투자 1위 국가였다. 미국 우선 정책을 분명히 하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은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으로 향하도록 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美·러 농축우라늄 협력 막내려… 러시아서 33% 수입하는 한국의 고민 깊어져
러시아와 미국의 원자력 협력은 탈냉전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된 미국 전기의 10%는 구 소련의 핵무기에 탑재되어 있던 우라늄으로 만들어졌다. 소련 해체 이후 핵무기 안전이 문제가 되자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폐기된 핵무기의 고농축 우라늄을 구매한 후 희석해 원자력 발전소용 연료로 공급한 ‘메가톤에서 메가와트’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94기에 이르는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 보유국인 미국은 2014년 이후에도 러시아로부터 대량의 농축우라늄을 도입했다. 2022년 미국이 수입한 농축우라늄의 12%를 공급한 러시아는 캐나다(27%), 카자흐스탄(2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양국의 농축우라늄 협력은 지난 5월 13일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 금지법’에 서명하면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금지법에 따르면 미국은 2028년부터 2040년까지 러시아로부터 농축우라늄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당장 수입을 중단시키지 않은 이유는 러시아로부터의 수입분을 대체할 공급원 확보 또는 자체 생산 시설 건설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농축 시설 확충 등의 용도로 27억2000만달러를 사용할 계획이지만 2027년까지 러시아 수입분을 대체할 농축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미국은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과 공동으로 핵연료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삿포로 5′를 결성하고 4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탈냉전 시기 통합되었던 글로벌 우라늄 공급망이 다시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농축우라늄의 33%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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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우라늄 공급망,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원료인 우라늄 공급을 둘러싼 불안감이 높아지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라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우라늄 공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다. 특히 차세대 혁신형 소형 모듈 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에 필요한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HALEU는 핵연료로 많이 사용하는 우라늄235를 5~20% 농축한 것으로, 생산 기업이 몇 곳 안 된다.
최근 ‘원전 대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우라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카자흐스탄은 프랑스가 우라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또 미국도 우라늄 농축 회사인 센트루스(Centrus)로부터 HALEU 20kg을 납품받는 등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라늄 수급 문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국내에 운영 중인 25기 원전과 현재 건설 중인 3기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에너지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월 미국 센트루스와 ‘원전 연료 안정 수급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농축 우라늄 공급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센트루스의 우라늄 농축 시설 확장에 지분을 투자해 더욱 안정적인 농축 우라늄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우라늄 생산국과 자원 외교를 강화해 장기적인 우라늄 수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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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전 수명 80년으로, 韓은 35년 원전 억지 폐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최근 플로리다의 터키포인트 원전 3·4호기 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했다. 당초 40년 운영 허가를 받았던 것을 2002년 20년 연장해 가동해왔는데 이번에 다시 20년을 더 연장한 것이다. 미국의 98기 가동 원전 가운데 90기가 운영 허가 기간을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했고, 80년으로 추가 연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지난해 6월 가동 35년 된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1차 운영 허가 기간 30년을 40년으로 연장한 상태였는데 현 정부 출범 직후 가동을 중단시켰다. 정부 탈원전 방침대로라면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더 멈춰 세우게 된다. 세계 최고 부자 나라 미국이 원전을 80년 가동하는데 한국은 40년만 운영하고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얼마나 더 부자인가.
한수원 의뢰로 회계법인이 작성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경제성 분석은 "계속 가동이 조기 폐쇄보다 경제성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수원은 작년 6월 이사회에서 이 보고서를 이사들에게 배포하지 않고 왜곡된 요약 내용만 제공해 조기 폐쇄 결정을 유도했다. 한수원 경영진은 배임죄 문책이 두려웠는지 최대 500억원까지 책임져주는 임원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 매년 3억3000만원씩 보험료를 내고 있다. 회사를 망치고 국가에 해를 끼치는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은 사법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이후 경영 악화로 2016년 124명이던 임원 수가 52명으로 줄었고 간부급 2400명이 순환 휴직 중이다. 원전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던 450개 업체도 줄도산 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2030년 전력 요금이 2017년 대비 25.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탈원전을 추진 중인 독일의 전기료는 현재 한국의 세 배 이상이다. 전기료 인상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가계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다.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전부 대통령 한 사람의 아집 때문이다.
-조선일보(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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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후쿠시마는 없다' 출간... 한국형 원전 개발책임자 이병령 박사
정권을 잡았다고 마음대로 '탈원전'... 서러워 울었고 너무 분했다"
"한국형 원전, 원천적으로 격납용기 뚫는 수소 폭발 못 일어나
'가압수형' 美스리마일 원전사고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결과는 사망자·부상자 0명, 방사선 피해 全無, 癌 증가율 0%"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고 상업화했던 이병령(72) 박사가 '한국형 원전, 후쿠시마는 없다'를 출간했다. 왜 책을 썼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없는 능력으로 죽을 둥 살 둥 '한국형 원전'을 만들어놓았는데 하나도 안 도와준 사람들이 정권 잡았다고 마음대로 한다. 서러움에 목 놓아 울었고 너무 분했다…."
대통령에게 일독 권하고 싶은 책
나는 이 책을 읽고는 '지금에야 이런 책이 나왔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와 재난 영화 '판도라'에 영향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꼭 일독(一讀)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병령 박사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은 국정철학이 아니라 똥고집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에 한국형 원전이 있었으면 수소 폭발로 격납 용기가 뚫리는 방사선 누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책의 요지다. 후쿠시마 원전은 핵연료에 직접 데워진 물로 수증기를 만들어 발전시키는 비등수(沸騰水)형이고, 한국형 원전은 열 교환기를 거쳐 다른 깨끗한 물로 수증기를 만드는 가압수(加壓水)형이다. 이런 한국형에서는 원천적으로 수소 폭발이 못 일어난다. 연구 이론으로 이미 입증됐다는 것이다.
국민 안전 위한 탈원전은 궤변
―사람들은 원전에서 '폭발과 방사선 유출'이라는 대형 재난 이미지를 떠올린다.
"고리 1호기 원전을 가동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원전에 의한 사망자가 한 명이라도 나왔으면 난리 났을 것이다. 같은 기간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30만여 명이었다. 원전 비율이 줄고 석탄 소비가 늘자 2017년 한 해 석탄을 캐거나 채석 작업 중에 죽은 사람은 417명이었다. 석탄에 의한 환경 파괴를 제외하고 순전히 사고사로 그렇다. 국민 안전을 위해 탈원전 한다는 것은 정말 궤변이다."
―한국형 원전의 노형(爐型)은 후쿠시마 원전과 완전히 달라 폭발 자체가 일어날 수 없다고 했나?
"수소 폭발은 후쿠시마 원전 같은 '비등수형'에서 일어난다. 처음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도입한 고리 1호기 원전은 '가압수형'이었고, 그 뒤로 들여온 원전도 '비등수형'은 없었다. 우리가 기술 자립으로 개발한 한국형 원전도 '가압수형'이었다. 그때는 정확한 데이터 없이 한 선택인데 결과적으로 옳았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가압수형'의 안전성에 관한 증거가 됐다."
―이는 사상 최초의 원전 사고였다. 전 세계에 원전 공포심을 심어줬는데, 이 사고가 안전성의 증거가 됐다는 게 무슨 뜻인가?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수증기를 빼내 압력을 줄여주는 감압 밸브의 고장에서 비롯됐다. 그 뒤 억지로 하려고 해도 잘 안 됐을 실수와 오작동이 나쁜 의미로 '기적'처럼 8번 연속 잇따랐다. 사상 첫 원전 사고여서 관련자들은 우왕좌왕했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장조차 검증 안 된 브리핑으로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결과는 사망자와 부상자 0명이었다. 다른 경제적 피해는 컸지만, 방사선 피해는 전무했다. 그 뒤 10년간 시행한 조사 결과 암(癌) 등 성인병 증가율도 0%였다."
―스리마일 원전 사고로 방사선 누출·오염이 전혀 없었다는 건가?
"예측과 달리 전혀 없었다. 방사선 방출로 사람이 죽고 환경이 파괴되는데 그런 상황이 안 벌어진 것이다. 유출된 방사선은 '최후의 방어막'이라는 돔 모양의 격납 용기에 모두 가둬졌다. 내부 폭발이 없었다. 요행이거나 관리를 잘해 그런 게 아니었다."
―스리마일 원전이 '가압수형'이어서 그랬다는 뜻인가?
"바로 그 점이다. '가압수형'에서는 이상이 생겨도 수소를 연소시킬 만큼 산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격납 용기를 터뜨릴 만한 내부 폭발이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어떻게 입증된 건가?
"스리마일 원전 사고 4년 뒤 '폭발이 왜 없었는가'에 대한 연구 논문이 미국에서 발표됐다. 가압수형은 핵분열로 물이 끓는 동안 산소가 나오지만 그 양이 수소의 0.7%다. 수소에 불붙일 수 없는 양이다. 물이 안 끓을 때는 아예 산소가 안 나온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처럼 격납 용기가 뚫리는 폭발 사고는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그런 연구 이론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을 100% 해소해줄 수 있겠나?
"현실이 입증해준다. 1957년부터 지금까지 가압수형이 300여 기 가동돼왔지만 실제 사고는 스리마일 원전 단 한 번뿐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얘기를 해보자. 9.0 규모 지진으로 송전선이 모두 끊긴 데다 뒤이어 15m 높이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일어났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지진도 쓰나미도 아니다. 원전 사고란 방사선이 밖으로 누출되는 것이다. 방사선을 내뿜는 핵연료는 5중 방어벽 안에 있다. 과열된 핵연료의 내부 폭발로 방어벽이 뚫린 것이지, 지진이나 쓰나미가 이 방어벽을 뚫은 게 아니다."
―그런 폭발 상황을 만든 데는 쓰나미가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당시 쓰나미는 10m 높이의 방호벽을 넘어서 원전을 강타했다. 원전에서는 이런 비상 상황에 대비해 비상 발전기를 둔다. 후쿠시마는 비상 발전기 6대를 지하에 설치했다. 방수도 하지 않았다. 비상 발전기를 지상 높은 곳에 설치했거나 간단한 방수 처리를 했어도 비극은 안 일어났다. 지하에 놓아뒀던 비상 배터리마저 침수됐다. 이런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 이동식 발전기를 실은 차량을 원전 바깥에 대기해놓는다. 그런데 그날 따라 차량 기사가 멀리 가 있었고 지진과 쓰나미로 길이 막혔다."
―대형 사고라는 게 원래 이렇게 일어난다. 터지려고 하면 연쇄적으로 꼬이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방사선을 가둬두는 최후의 방어막인 격납 용기가 있었다. 강화 콘크리트 재질로 벽 두께만 1.2m다. 그 속에 6㎜짜리 강철을 박아 넣었다. 사람이 측정할 수 있는 최악의 지진 규모가 10인데, 격납 용기는 규모 13 이상에도 끄떡없다. 외부에서는 원자폭탄을 빼고 어떤 미사일이나 항공기가 충돌해도 견뎌낸다. 방어벽이 뚫린 이유는 핵연료에 물이 안 들어가 순식간에 2800도로 과열돼 녹으면서 수소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비등수형'이어서 그런 폭발이 일어났다는 건가?
"그렇다. 체르노빌 원전도 비등수형이었다. 체르노빌에는 애초 격납 용기도 없었을 정도로 엉터리여서 논할 가치가 없다. 그 뒤로 각국에서 규모가 작은 내부 폭발이 8건 보고됐는데 모두 '비등수형'에서 일어났다."
―이게 사실이라면 '안전 강국'인 일본이 비등수형 원전을 돌렸을 리 있겠나?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개발한 '비등수형'은 가격이 낮고 발전 효율은 좋다. 폭발 문제는 도입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후쿠시마에 한국형 원전이 있었으면 격납 용기가 뚫리는 폭발 사고는 나지 않았다."
원전 수명과 안전은 아무 상관 없어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됐을 때 탈원전 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총 1천368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방사선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 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는 가짜 뉴스였다. 사망자는 원전의 방사선 때문이 아니었다. 사고 이후 5년간 피난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병 때문이었다. 2018년 유엔 산하 방사능영향과학조사위원회와 일본 정부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 사망자는 딱 한 명뿐이었다."
―또 문 대통령은 "설계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를 가동해온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 들여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한 뒤 10년 연장 심사를 통과한 원전이었다. 안전을 내세운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는데?
"원전 수명과 안전은 아무 상관이 없다. 사람들은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노후화해 일어난 걸로 잘못 알고 있다. 사실은 1년도 안 된 새 원전이었다. 미국은 설계 수명 40년인 원전을 60년으로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80년까지로 하려고 한다."
―스리마일 원전 사고의 충격으로 미국에서는 더 이상 원전 건설을 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세계 원전 업계를 호령하던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력은 쇠퇴했고 결국 도산했다. 자기 나라에서 수요가 없어지자 최고의 원전 대기업도 이렇게 망하는 것이다. 원전 기술의 리더였던 미국은 2009년 UAE 원전 수주에서도 우리에게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자 한 달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0년 중단된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대학 시절 반핵 운동을 했던 그는 '미세 먼지, 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원전 4기씩을 더 지었다. 김대중 후반기에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건설 승인이 났다. 노무현 정부도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건설을 미루다가 결국 승인했다.
"야당 시절 김대중 대통령 쪽에서 연락이 와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원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여러 번 만났다. 그때만 해도 노무현은 핵무기 개발 생각도 갖고 있는 걸로 느껴졌다. 대통령이 된 뒤 지지 세력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그래도 국익을 위한 결정을 했던 것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한국형 원전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당신이 실무책임자였다. 한국형 원전은 1998년 울진 3·4호기로 처음 결실을 보았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자국 원전을 갖게 됐는데?
"전두환 욕을 많이 하지만 원전 기술 자립에 공이 컸다. 세상에서 기술을 그냥 원조해주는 나라는 없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숱한 설움을 겪었고 그만큼 처절하게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10년간 정시 퇴근과 휴가 없이 살았다. 후배들은 우리가 개발한 한국형 원전을 업그레이드해 2009년 말 UAE에 4기(APR 1400)를 수출했다. 이제 원전을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못된 물건 취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했을 때 정확한 정보가 들어가면 돌아설 줄 알았다. 여전히 이러는 것은 국정 철학이 아니라 '똥고집'처럼 보인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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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원전 중단'에 쾌재 부르는 日 산업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력 요금이 인상되면 일본의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동안 한국은 원자력발전 덕분에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전기 요금을 낮게 유지했고 이것이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과 투자를 부르는 마중물 역할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고 있다. 일본 산업계 입장에서는 비싼 전기 요금 때문에 한국보다 원가 부담이 높았는데 한국의 전기 요금이 오르게 되면 그만큼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호재라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의 원전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실제 우리 산업용 전력 요금은 일본의 58.6% 수준이다. 발전 단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 비중이 전체 전력 생산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탈원전·탈석탄을 골자로 하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이 실행될 경우 발전 비용이 최소 21% 늘어난다. 유가가 상승할 경우 발전 비용은 당연히 급증한다. 전기 요금이 20%만 올라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물가는 1.16% 상승하고 GDP가 0.93% 감소한다는 계산도 있다. 비용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LNG와 신재생에너지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기대할 수 없다. '에너지 안보'에도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껐다가 최근 들어 원전 재가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추고 석탄 및 가스 발전 비중을 높였더니 5년 새 가정용 전기 요금이 19%, 산업용 전기 요금이 29% 올랐다. 무역수지 적자도 불어났다. 그런데 일본 간사이전력은 오는 8월부터 전기 요금 인하를 발표했다. 가동 중단했던 다카하마 원전 3·4호기 가운데 4호기 가동을 시작했고 다음 달 초 3호기도 가동하는 덕분이다.
전력은 국민 생활과 산업 전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프라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질 좋은 전력 덕을 크게 봤다. 환경 이상론에 빠져 현실을 무시했다가는 기껏 어렵게 쌓아놓은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그 부메랑이 돌아올 때 원전 중단 결정을 내린 정권은 이미 임기가 끝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파를 넘는 국가적 차원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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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 딱 여기까지인가
"原電은 사람 머리서 캐는 에너지"
美 박사 조언 받아들인 이승만과 경제개발用 에너지 공급에 사활 건 박정희의 상업용 원전 건설 덕에
國富와 고급 일자리 늘려왔는데 공포 앞세워 脫核 대세라 하는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고 나서 줄곧 가난했던 나라가 전쟁을 치르고 더 가난해져 더는 가난해질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그때, 미국 에디슨사의 회장을 지낸 시슬러 박사가 방한해 이승만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이며, 한국 같은 자원 빈국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것이 우리나라 원자력의 시작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9년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1962년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했다. 또 학생 273명을 선진국에 유학 보냈다. 당시 우리나라 여건에선 막대한 투자였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상업용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고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준공돼 상업용 발전을 시작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싸게 공급하지 못하면 경제개발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 건설을 통해 건설 산업, 중공업 등 모든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는 원전 기술 국산화에 매진했다. '먹을 입'밖에 없는 나라에서 기술로 승부하는 분야를 육성해야 했다. 이렇다 할 기술 기반도 없는 나라에서 실로 단기간에 원전 기술 자립 95%라는 놀라운 기적을 이뤘다. 박사급 인력이 미국에 파견돼 밤을 낮 삼아 이룩한 결과였다.
한국표준형원전(지금의 OPR1000)을 개발해 12기를 건설하고 차세대원자로(지금의 APR1400)를 개발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치면서 국민이 원전을 두려워하게 됐고 원전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은 없는 상태에서도 UAE의 바라카 원전은 착실히 건설되고 있었다. 원전 수출 그 자체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적기(適期) 건설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세계적인 원자력 전문가가 UAE의 규제 기관에 고용돼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그 환경에서도 적기 건설을 달성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버튼을 누르며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딱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실체가 드러나고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세계 원전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우리 원전 산업이 수출 산업으로 날개를 펼치기 일보 직전에 멈췄다. 여전히 국부를 창출하고 청년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산업에 값싼 전력을 제공해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말이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물리학자 프랭크 본 히펠(Hippel)은 후쿠시마 사고로 1000명이 치명적인 암에 걸릴 것으로 계산했다.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컵슨(Jacobson) 등은 전 세계에서 130건의 치명적 암이 발생할 것으로 계산했다. 반면 나사(NASA)의 기후학자 제임스 한센(Hansen)은 상업 원자력 발전소들은 공기 오염을 줄임으로써 지난 수십년간 180만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고 21세기 중반까지 42만~700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40년간 우리 원전도 값싸고 안전하게 전력을 공급했다. 그간 사용후핵연료 1만4000t이 발생했다. 같은 양의 전력을 석탄으로 공급했다면 석탄회(灰) 2억2000만t이 더 발생했을 것이다. 석탄 12억t을 썼을 것이고 차이인 9억8000만t은 대기로 방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전의 기여를 원전에 대한 공포가 압도했다.
대명천지에 핵 마피아라는 가상의 집단이 가공되더니 마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토와 국민을 위험에 몰아넣는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거짓이 퍼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단 한 명도 원전의 방사선으로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2만7000명과 가옥·농토의 파괴를 마치 원전사고 결과인 양 덮어씌웠다. 열댓 명이 자행한 원전 부품의 납품 비리 사건을 10만 원자력 사회 전체의 일로 포장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을 선언한 나라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타이완 등 4국뿐인데 마치 탈핵이 대세인 양 포장했다. 딱 여기까지가 우리에게 허락된 것인 모양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조선일보(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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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국민 수십년 영향 '원전 중단', 5년 대통령 아닌 국민이 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탈핵(脫核)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주 지진을 통해 우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고 했다. 여기에 공감하는 국민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우리는 국토 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고 고리원전 단지는 반경 30km 안에 380만명이 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에너지원(源)의 97%를 수입하는 나라다. 연평균 에너지 수입액은 1600억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원자력은 발전 원가 중 원료값 비중이 2%밖에 안 돼 연간 8억달러어치 수입 우라늄만 갖고도 국가 전력의 30%를 생산해내고 있다. 원자력 전기는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오염 해소에도 유리하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임기 중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고도 했다.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합치면 전력 공급의 70%나 된다. 원자력 전기를 모두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LNG를 연간 19조원 더 수입해야 한다. 풍력·태양광은 아직 대용량 에너지를 공급할 능력이 못 된다.
후쿠시마 사고 후 17기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한 독일은 풍력·태양광 비중을 늘리면서 지난 10년 사이 주택 전기 요금이 78%나 올랐다. 풍력·태양광은 바람이 안 불고 구름이 낀 날은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그나마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으로 이어져 여차하면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전력에 관한 한 섬나라나 다름없다.
에너지 문제는 어느 쪽이든 양면이 있다. 만약 탈핵 정책으로 가면 어렵게 쌓아온 원자력 기술의 맥(脈)이 끊겨버린다. 다음엔 원자력 산업을 새로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게 된다. 한번 방향을 정하면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에너지 정책이다. 그래서 독일은 2011년 탈핵을 결정하면서 17명으로 구성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 윤리위원회'가 두 달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11시간에 걸친 생방송 TV 토론과 의회 표결 과정도 거쳤다. 물론 그 전에도 오랜 토론이 있었다. 스위스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반면 영국은 원전 확대 정책을,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 정지시켰던 원전들을 차츰 가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5년 임기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이다. 할 수 있는 결정이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탈(脫)원전이나 교육 체계의 근간을 손대는 것과 같은 나라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는 5년 임기 대통령이 자신의 선호나 편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사 밀어붙인다고 해도 5년 뒤에 바로 뒤집힐 수 있다.
지금 원자력과 석탄 의존도를 줄인 후 뭐로 에너지 대안을 삼을 것인지 로드맵조차 없다. 대뜸 탈핵 선언부터 했는데 이것은 정치하는 식으로 될 일이 아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원자력에 적대적인 시민 단체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한쪽에 치우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탈핵 선언 같은 중대한 에너지 정책을 변경하려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국민 전체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선일보(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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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규모 7에 견디고 격납 건물도 日보다 튼튼"
[한국 원전과 지진]
후쿠시마 사고후 사망자 1368명
"95%가 스트레스로 건강악화 탓… 사고현장 피폭 사망자는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를 나타낸 데 대해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날 대통령의 기념사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각시킨 면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근의 경주 지진에서 보듯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므로 원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경주 지진은 규모 5.8로 국내 원전의 내진(耐震) 설계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원래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됐다. 이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새로 짓는 원전은 물론 기존 원전까지도 규모 7.0에 견딜 수 있도록 보강 공사를 했다. 비상 발전 시설도 추가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이 지진을 감지하고 자동 정지했지만 뒤이은 쓰나미(지진해일)에 비상 발전기가 멈춰섰고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황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폐연료봉에서 나온 수소가 폭발해 원전 건물이 무너졌지만 한국은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 건물이 일본보다 훨씬 튼튼하고 유사시 수소가 폭발하지 않도록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68명 사망'은 작년 3월 6일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로 알려졌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기사에 나온 사망자는 95.5%가 피난 후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된 60세 이상이고, 67%는 80세 이상 고령자였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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