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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 전에 마스다르시티가 있었다] [UAE는 중동의 통로... ]

뚝섬 2023. 12. 10. 05:54

[네옴시티 전에 마스다르시티가 있었다] 

[400억달러 UAE 원전 수주도 거저 된 걸로 보일 것이다] 

[UAE는 중동의 통로...  UAE 잡으면 사우디도 잡는다]

 

 

 

네옴시티 전에 마스다르시티가 있었다

 

[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출장 때문에 종종 중동 지역을 찾는다. 현재 이 칼럼을 쓰고 있는 곳도 아랍에미리트(UAE) 7개의 토후국 중 가장 큰 지역이자 수도인 아부다비이다. 현재 UAE의 간판 도시인 두바이에서는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모여 하는 회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열리는 COP28이 중동 산유국의 대표 격인 UAE 주최로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를 막는 일에 가장 소극적일 것 같은 산유국에서 어째서 기후변화 회의를 주최하는 것일까? 잘 들여다보면 중동 산유국들과 관련한 편견을 깰 수 있다.

 

요즘 중동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획하고 있는 ‘네옴시티’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건설될 미래형 신도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그런데 사실 UAE는 네옴시티의 ‘네’ 자도 나오기 전에 이미 ‘마스다르시티’라는 비슷한 개념의 스마트도시를 건설하고 있었다.

아부다비에 있는 마스다르시티는 대전에 있는 KAIST 캠퍼스의 6배 정도 크기의 지역으로, 재생에너지로만 모든 것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스다르시티가 다 완공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완공된 건물들이 있어 이미 기업이 들어섰고 일부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마스다르시티 안에는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들이 돌아다닌다. 이곳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거의 100% 태양광과 풍력으로 자체 생산하고 있다.

 

2006년 마스다르시티의 건설 계획이 발표됐고 2008년 실제 건설이 시작됐다. 이 마스다르시티 덕에 UAE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리고 그런 노하우 덕분에 현재 COP28도 주최할 수 있었고, 세계 각국에 재생에너지 기술도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석유 시대를 이끄는 중동 산유국의 대명사로 알려진 UAE가, 탈석유 시대에 재생에너지 개발 주도권을 쥐고 에너지 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UAE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떨까? UAE도 역시 한국을 에너지 선도국으로 좋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이 지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UAE의 자랑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번에 새로 발행한 1000디르함, 즉 최고권 지폐 뒷면에 바라카 원전의 사진이 실렸을 정도다.

사실 UAE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다. 예전에 쿠웨이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눈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쿠웨이트의 공보부에서 해외 홍보를 맡고 있는 타리끄 국장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었다. “밖을 좀 보세요. 덥죠? 한국산 에어컨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시원하게 대화할 수 있었을까요?” 이 말을 통해 중동 지역에서 한국이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선도적이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중동과 아랍은 어떤 이미지인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하면서 최근 들어 중동과 아랍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평가가 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중동 지역은 매우 넓다. 인구적으로도 그렇고 종교,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지역을 포괄한다. 이들 중 일부 지역에서, 일부 세력에 의해 발생한 충돌을 보고 중동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종종 한국의 미디어에서 중동과 아랍권에 대해 그런 부정적인 편견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 사람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동의 많은 국가들이 미래 에너지 개발과 관련해 한국과 협력을 맺고 싶어 한다. 한국 정부도 중동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 노력과 여론의 호응이 함께해야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글이 일반 사람들의 중동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튀르키예 출신·파이브스톤즈이엔티 부대표, 동아일보(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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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달러 UAE 원전 수주도 거저 된 걸로 보일 것이다

 

원전 등 거대 프로젝트 입찰, 각국 모든 카드 동원 경쟁
한국은 상대 급소를 찾아 프랑스에 극적인 역전 성공
치열한 국제 경쟁 현실 속 국가 경영 생각해보길

UAE가 한국에 총 400억달러의 원전 건설을 발주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은 2009년 12월 15일이다. 공식 발표 때까지 비밀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UAE는 프랑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미 수개월 전에 프랑스 원전을 사겠다고 프랑스 측에 통보해 양국이 서명할 날짜까지 정해졌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역전이 이뤄졌다. 우리 산업사(史)에 남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UAE가 프랑스에 원전 건설을 맡기기로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 원전 시장은 미국, 프랑스, 일본이 나눠 갖고 있었다. 캐나다는 보유 기술이 노후했고 러시아는 원전 사고로 위축돼 있었다. 한국은 어디에도 이름이 없었다. 원전 수출 경험도 전무했다. 기술과 노하우 문제만이 아니었다. 경쟁국은 국제적 영향력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선진국이다. 프랑스 원전을 사면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한국에는 기대할 수 없었다. 처지를 바꿔 우리가 '한국' 같은 나라로 결정했으면 국회 청문회감이었을 것이다.

UAE는 2009년 11월 초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초청해 "프랑스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원전 수출에 또 고배를 든 것이다.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UAE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왕세제와 마지막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는 자꾸 미뤄졌다.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외교 예의가 아니었다. 참모 중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며칠 만에 이뤄진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경제 개발과 교육 지원 외에 안보 협력 카드를 던졌다. UAE는 부(富)는 큰데 인구와 방위력은 작은 불균형의 나라였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프랑스도 UAE에 파격적 군사 협력 카드를 제시했다. 프랑스는 최첨단 전투기, 핵잠수함, 항공모함, 실전 능력을 갖춘 부대를 보유한 세계적 군사 강국이다. 프랑스는 군사 기술 이전과 함께 UAE에 '핵우산' 제공을 제안했다는 설(說)까지 돌았다. UAE는 이란의 핵 개발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재선을 앞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가능한 모든 카드를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에 약점이 있었다. UAE의 가상 적국인 이란과도 관계가 깊다는 사실이었다. 이 대통령이 안보 협력을 제안하자 UAE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북한과 오랜 유대를 맺어온 이란은 북한과 여러모로 비슷한 군사 체제를 갖고 있다. 무기 체계도 유사하다. 더구나 UAE와 이란 사이의 좁은 바다에 우리 서해 5도와 같은 섬까지 있다. 안보 수요가 한국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UAE는 며칠 동안 이 문제를 깊이 검토한 것 같다. UAE 왕세제는 이 대통령과 통화한 지 5일 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입찰을 연기하기로 했다." 파리 개선문 바로 앞에 가 있던 400억달러 UAE 원전이 서울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한승수 전 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여한 대표단 40명이 급히 구성돼 11월 18일 UAE를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때까지도 UAE가 프랑스와 약속을 파기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표단에는 우리가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고 썼다. 이 거짓말 덕분인지 대표단은 정말 열정적으로 UAE를 설득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UAE는 한국 손을 들어주었다. 선진국들이 핵실험을 할 때 원자력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한국이 세계 4대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지금 영국, 사우디 등의 원전 수주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UAE 역전 드라마가 발판이 된 것이다.

새 정부 국방부 장관이 UAE에 가서 당시 맺은 군사 협력 조항에 손을 대려다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아마도 국방부 적폐청산위에서 비공개 협약을 발견하고 '또 한 건'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군사 협력을 '자동 개입'이라면서 '용병'이라는 식으로 비난한다. 국회 동의 없이 단 한 명도 파병할 수 없는 나라에서 자동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UAE는 한국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와 군사 협력 관계를 맺고도 있다.

새 정부 인사들은 무엇을 건설한 것이 아니라 그 옆에서 훈수 두고 비난하던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세계 최빈국이 극소수 선진국의 전유물인 원전 시장에 올라선 것도 그들에겐 그냥 된 것으로 보일 것이다. UAE가 한국에 동북아 거점 원유 저장소를 짓고 자국 내 유전 개발권을 준 것이나, 군수 지원 협정을 통해 한국 무기를 엄청나게 구입한 것도 모두 거저 된 걸로 보일 것이다. 이 기회에 치열한 국제 경쟁 현실 속에서 국가 경영이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랄 뿐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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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중동의 통로... UAE 잡으면 사우디도 잡는다

 

UAE 실권자 빈자이드 왕세제가 사우디 실세 왕세자의 '멘토'
사우디, 原電정책 등 UAE 따라해

 

UAE·사우디는 ‘한 세트’-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자이드(왼쪽) 아부다비 왕세제가 지난해 12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사우디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빈살만은 빈자이드를 국정 운영의 ‘멘토(mentor·선배)’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공보부

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란·터키와 함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나라로 꼽힌다. UAE는 2000년대 들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다각화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중동의 교역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 지역의 모든 길이 UAE로 통한다는 의미에서 '중동의 로마'라고도 불린다. 중동 국가와 경제·외교적 협력을 위해서는 UAE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게 꼭 필요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UAE의 산업 다각화 정책의 핵심 사업인 '바라카 원전 건설'을 2009년 수주하면서 '라피크(동반자)'가 됐다. 아크부대 파병, 서울대병원 의료진 파견 등 국방·보건 분야로까지 협력 관계가 확대됐다. UAE는 우리의 전통적인 석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UAE는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도 크다. UAE 실권자 무함마드 빈자이드(57) 왕세제는 사우디 실세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살만(33)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빈살만은 국정 운영과 관련해 빈자이드에게 수시로 자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빈살만이 최근 발표한 비키니 착용 가능한 관광특구 설치 등 각종 탈석유 정책도 두바이 등 UAE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원전 건설도 바라카 원전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와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사우디 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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