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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했듯, UAE도 하겠다”] [UAE와 '百年 동반자' 되려면]

뚝섬 2024. 2. 20. 06:35

[“한국이 했듯, UAE도 하겠다”] 

[UAE와 '百年 동반자' 되려면]

[UAE 문제, 결국 '적폐 청산' 소동이 부른 평지풍파] 

[前 정부 비난용으로 쓴 '위안부 합의 백지화' 소동] 

 

 

 

“한국이 했듯, UAE도 하겠다” 

UAE 두바이 고층빌딩 스카이라인./AFP 연합뉴스

 

“한국은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가라도 노력하면 수십 년 만에 ‘기술 수출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만난 파이살 알 반나이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사무총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우리도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7000㎞ 떨어진 타국에서 온 기자를 위한 감언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자와 만난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아부다비 진출 관문으로 통하는 아부다비투자진흥청 마시모 팔치오니 최고경쟁력책임자는 요즘 눈독 들이는 해외 기업이 있느냐는 물음에 “자율주행·AI처럼 최근 약진한 기술에 예부터 공들인 기업이 눈길을 끈다. 특히 훌륭한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현대’처럼 한국 기업들은 굉장히 앞서 나가 있다”고 했다.

 

최근 UAE는 ‘넥스트 오일(석유 다음 세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가 “화석연료는 10년 내 끝날 수 있다”며 ‘화석연료 시대 종말’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화석연료를 딥테크(핵심 원천 기술)로 대체하자며 전방위적 첨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ATRC가 지난해 발표한 LLM(대량 언어 모델) ‘팰컨 시리즈’는 3조5000억 토큰(정보 접근 권한)을 담은 정보량을 내세워 메타 라마(LLaMA)의 이용량을 따라잡았다. 아부다비 국영 헬스케어 기업 M42는 도시 폐수를 분석해 감염병 전파를 예측하는 기술을 갖췄고 최근 전 국민 유전자를 수집하는 ‘게놈 프로젝트’에 착수, 국가 의료 인프라를 완전히 개편하려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이 ‘넥스트 오일’을 준비하는 아부다비의 모델로 꼽히는 것이다. 양국의 인연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9년 한국전력·삼성물산 등이 수주한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은 작년 4월 전체가 가동됐다. 아부다비는 석유 다음 핵심 자원으로 원자력 발전을 꼽는다. 이 핵심이 한국 기술력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UAE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대(對)한국 외교만 보더라도,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초청을 받았고 5월 국영 통신사 WAM 대표단이 방한해 국내 언론사들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MOU(업무 협약)를 맺었다. 석 달 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도 외교적 몸집을 키운 성과로 꼽힌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떠오르는 UAE가 한국에 보내는 ‘러브콜’은 최근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보기 드문 희소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혼란한 중동에서도 “정치, 경제는 별개”라며 자기들의 정치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아부다비이기에 한국으로선 장기적인 중동 진출 관문으로 고려할 만하다. 아부다비투자진흥청은 7국에 해외 사무소를 뒀는데, 이 중 하나가 서울에 있다. 올해 이곳이 아부다비와 ‘시너지’를 꿈꾸는 국내 기업들의 문의로 쉴 틈 없어지길 희망한다.

 

-김동현 기자, 조선일보(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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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와 '百年 동반자' 되려면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비키니 착용과 음주를 허용하는 관광지를 개발하는 등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 다각화 정책에 심혈을 쏟고 있다. 쿠웨이트 등 다른 아랍 산유국들도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일찌감치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며 '선견지명'을 보인 나라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2000년 초 세계 금융과 물류 유통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할리파 타워', 세계에서 가장 넓은 '두바이 쇼핑몰'을 지으며 누구나 한 번쯤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었다. 기업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외국 투자를 끌어들였다. 그 결과 UAE 최대 도시인 두바이의 재정에서 오일 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신 건설·부동산·관광업과 각종 수수료 수입이 늘어 '오일 시대'보다 더 큰 부를 창출하고 있다.
  

 

UAE의 미래 프로젝트 가운데 화룡점정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다. 할리파 UAE 대통령은 주위에서 "기름 값이 물보다 싼 나라에서 웬 원전이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단호했다. 전력 공급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고선 경제 발전은 물론 국가 안보도 지킬 수 없고, 이를 위한 최고의 해결책은 원전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UAE는 전체 전력의 95%를 천연가스 발전소에 의존하는데, 이 가스의 100%는 카타르로 부터 수입한다. 카타르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UAE는 전력 대란에 빠져 국가 위기 사태가 벌어진다.

할리파 대통령은 국운(國運)이 걸린 원전 사업에 '바라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랍어로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이 원전 건설을 2009년 한국에 맡겼다. 2016년 바라카 원전의 60년 운영권도 한국인 손에 맡겼다. 원전으로 한국과 UAE는 '100년 라피크'가 된 것이다. 라피크는 '먼 사막 길의 동반자'라는 뜻의 아랍어다.

그런데 한국이 원전 운영권을 체결한 지 1년도 안 돼 '원전은 나쁘다'며 탈원전을 선언했다. UAE는 졸지에 자국의 '축복'을 부정하는 나라에 '축복'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불운한 나라가 됐다. 이런 한국에 대해 UAE가 여러 우려섞인 메시지를 전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탈(脫)원전 선언으로 황당해 할 UAE의 마음을 달래고 현실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 한국의 원전 전문가층이 엷어지고, 원전 부품·장비의 생산이 예전보다 못해질 것을 UAE는 꿰뚫고 있다. UAE와 사우디 등 중동의 '라피크'들을 잃는 참사는 막아야 하지 않나.

  

-노석조 국제부 기자, 조선일보(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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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문제, 결국 '적폐 청산' 소동이 부른 평지풍파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행정청장이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났다. 그동안 청와대는 칼둔 청장 방문 계기로 각종 의혹이 해소될 것처럼 말했지만 이날도 밝힌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현 정부에서도 UAE와 관계가 느슨해졌다"고 한 것뿐이다. 하지만 한 달 동안의 논란을 거치며 문제가 무엇인지는 대강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원전 수주 당시 군사 협력 확대와 관련한 비공개 협약을 맺었는데 현 정부가 적폐 청산 한다면서 UAE와의 협약을 잘못 건드려 강한 반발을 불렀다는 것이다. UAE와 군사협약을 맺었던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적폐 청산 한다며 과거 문서를 검토하다가 비공개 협약을 (위헌적인 비밀 협정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전(前) 정권을 공격할 거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가 제 발등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UAE 유사시 한국군 자동 개입 등을 약속한 비밀 협정이 발견돼 이를 바로잡으려고 현 정부가 노력한 것"이라며 국회 동의 없이 군대 파견을 약속한 건 위헌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파병이 이뤄지려면 국회 동의 절차가 필수여서 위헌 주장은 맞지 않는다. 협약이 정말 잘못된 것이라면 청와대가 이날 "UAE와의 군사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임 실장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UAE로 가 불을 끄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의 국가 간 대형 거래엔 밝히지 않는 이면 합의 사항이 있는 것이 상례(常例)다. 외교·안보 사안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왕조(王朝) 체제 중동 국가와 합의할 때는 더 그렇다. 이 정부도 이번 의혹 내내 "중동 국가 특성을 이해해 달라"고 해왔다. 특히 양국 간 협력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 군사, 문화, 원전, 에너지,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져 왔고 이런 협력들은 상호 연계돼 있다. 어느 하나가 흔들리면 연쇄적으로 악영향이 미치는 구조다. 그런 문제를 국내 정쟁에 이용하겠다고 접근하다가 UAE를 자극한 것이다.

 

이 정부가 외교·안보 사안에서 일으킨 평지풍파가 한두 건이 아니다. 이미 배치된 사드를 전 정권 비난용으로 괜히 건드려 미국의 반발을 사고 중국의 푸대접을 자초한 것은 한 예일 뿐이다. '전 정부를 욕보이기 위한 선전전(宣傳戰)에 외교 문제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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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정부 비난용으로 쓴 '위안부 합의 백지화' 소동 

 

정부는 9일 전(前) 정부가 맺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지만,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된 일이다. 애초에 합의 파기나 재협상이 목적이 아니었다.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뿐이다. 이렇게 되자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는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기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로서는 실제로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일본이 재협상에 응한다고 해도 2015년 합의 이상의 것을 얻기도 어렵다.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두 단어가 포함된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과 피해자들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5년 합의엔 평소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3대 원칙,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 명의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보상'이 모두 포함됐다.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전 정부도 피해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전부 반영한 결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그런 방법이 있는데도 전 정부가 하지 않은 것처럼 발표하더니 이제는 '재협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부는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면 외교·안보 사안도 가리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정부 간 외교 협상에선 공개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적폐 청산' 한다면서 이를 예사로 까뒤집고 있다. UAE 사태도 이러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상대가 국가인 외교 문제를 국내 야당과 싸우듯이 다루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상대국이 순순히 응하리라고 보나. 지지자들이 박수 치는 것만 보고 외교·안보 문제를 처리하다가는 국민과 국가에 큰 화(禍)를 뒤집어씌울 수 있다.
 

 

정권 8개월 동안 외교 이면 합의를 공개하거나 뒤집으려 한 것이 벌써 두 번째다. 주변국과의 신뢰는 망가졌다. 과거 어떤 정부도 이러지 않았다. 국내에선 어떤 정쟁을 벌이더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만은 성숙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조선일보(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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