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北 정찰총국] ['김영철 訪南 노림수'.. ] ....
[김신조]
[北 정찰총국]
['김영철 訪南 노림수'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나]
["대남공작 수장에게 청와대 보여주고 접대하는 건 난센스"]
김신조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 사건이 터졌을 때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무장 유격대가 청와대 앞까지 공격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김일성이 무장 공비를 내려보냈다는 내용은 한 줄도 없었다. 북 주민은 남한 내 친북 유격대가 일을 벌인 줄 알았다. 북 공비들이 대거 사살되고 한 명은 투항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외교관 출신 탈북민은 “해외 공관에 나가서야 ‘김신조’란 사람이 붙잡혔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북은 김신조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1·21 사태 직후 피랍된 푸에블로호의 미군과 김신조를 교환하자는 제의도 묵살했다. 김신조의 북한 가족은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갔다.
▶김신조는 2년 넘게 조사를 받고 사회로 나왔다. 어느 날 만취한 청년이 뒤통수를 갈기며 “너 때문에 군 생활 피 봤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1·21 직후 군 제대가 미뤄지고 훈련 강도도 달라지자 원성이 김신조에게 쏠렸다. 군경 피해자 유족을 만나면 ‘죽일 놈’이 돼야 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나는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김씨의 총기류에는 발사 흔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자녀를 뒀지만 감시는 계속됐다. 자녀가 반공 교육을 받다가 ‘김신조 습격’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 자녀를 보는 아내 가슴도 타들어 갔다.
▶1987년 김만철씨 일가 11명이 청진항에서 배로 탈북했다. 동해에서 표류하다 일본으로 갔는데 남한행을 고민했다. 당시 정부는 같은 청진 출신인 김신조를 일본으로 보냈다. 김씨가 “아니, 만철이형 아니오. 나 신조요, 정미소 집 아들!”이라고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반공 강연 등을 많이 다닐수록 ‘무장 공비’ 이미지만 굳어졌다. 1997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조용히 목회자 삶을 살던 김씨가 2010년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공격 이후 “꼭 할 말이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는 “천안함 폭침이 터졌을 때 바로 정찰총국 소행임을 알았다”고 했다. 자신이 인민무력부 정찰국 출신인데 정찰국은 1968년 당시 벌써 어뢰로 남한 함정을 공격하는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남한은 북한 정권을 너무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신조씨가 어제 83세로 별세했다. 30여 년 전 ‘나의 슬픈 역사를 말한다’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썼다. 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악역” “미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방황”이라고 적었다. 이제는 그 짐을 편히 내려놓길 바란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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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총국
1·21사태 때 청와대를 습격했던 '무장 공비' 김신조 목사를 2010년 천안함 폭침 직후 만난 일이 있다. 그는 "이건 북한 정찰총국 소행이 틀림없다"며 "내가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이었기 때문에 안다"고 했다. 정찰국은 50년 전 이미 어뢰로 남한 함정을 공격하는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정찰총국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인 2009년 초 정찰국과 작전국 등 당·군·정에 흩어져 있던 대남 공작 부서를 통폐합해 만든 조직이다.
▶정찰총국은 모두 6개국(局)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1~7국까지 있는데 4국은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빠졌다. 당 작전국이던 1국은 간첩 침투, 군 정찰국이던 2국은 1968년 청와대 습격과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같은 군사작전, 해외정보국(당 35호실)이던 3국은 1987년 KAL기 폭파 테러 등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아웅산 테러는 작전국과 정찰국의 합동 작전이라고 한다. 나머지 3개국은 사이버 테러와 남북 회담 등을 맡는다.
▶정찰총국의 공식 명칭은 '조선인민군 586부대'다. 김정일은 천안함 폭침 한 달 뒤인 2010년 4월 25일 건군 78주년을 맞아 586부대를 방문해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포함한 지휘부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당시 조너선 폴락 미 해군대학 교수는 "김정일의 586부대 방문은 천안함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 대한 치하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15년 6월 '인민군 제1차 정찰일꾼 대회'를 열어 "정찰 정보일꾼들과 전투원들은 우리 당의 참된 밑뿌리"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초대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은 1968년 미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당시 판문점 군사정전위 연락 장교였다. 1989~2007년 남북 군사회담 북측 대표를 맡았고, 2013년 5월에는 '핵 불바다'를 위협했던 강경파다. 김정은은 김영철에게 정찰총국을 맡기고 나서 '2015년까지 무력 통일하겠다'고 내부 선전했다.
▶6·25 이후 북한이 자행한 대남 테러 가운데 정찰총국 소행이 아닌 사례가 있는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김영철은 그런 테러 조직의 역대 수장(首長) 가운데서도 특히 호전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제히 '천안함 폭침이 북 소행은 맞는데 주범은 모른다'며 그를 감싸는 듯한 인상이다. 무엇을 위한 '과거를 묻지 마세요'인가. 이런 식의 대화가 얼마나 오래갈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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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訪南 노림수'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3일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때도 김영철이 북한 대표였는데 새누리당은 '남북 대화가 꾸준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014년 김영철과 2018년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사람인데 왜 야당이 김영철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가를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한 것과, 스포츠와 아무 관련이 없는 그가 우리 주최 올림픽에 주빈으로 초대받아 2박 3일 동안 우리 땅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한다는 얘기다. 4년 전 회담에서 우리 측은 대남 도발 총책임자였던 김영철에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번에 김영철이 오면 같은 요구를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통일부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일으킨 것이고 당시 정찰총국장이 김영철이었던 것은 맞는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 관련자를 지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2010년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김영철을 주범으로 판단한다고 했던 데 대해 "가능성을 말한 것으로 공식 발표는 아니었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회에서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공식 입장이었던 '천안함 김영철 책임론'을 8년 만에 희석하느라 말이 꼬이고 있다. 김영철을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협상 상대로 맞으려니 그의 신분 세탁이 필요해진 것이다. 반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영철의 방남에 대한 질문을 받고 "김영철이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그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온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며 주저 없이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과 연결했다.
2016년 7월 독일 정부는 북한의 주독 대사 내정자가 '정보기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 절차)을 거부했다. 상대 국가가 외교사절로 보내겠다는 사람에게 고약한 전력(前歷)이 있으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 인물) 선언을 할 수 있다. 우리 국민 수십 명을 죽게 만든 테러에 관련됐거나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소지가 있는 사람을 상대방이 협상 대표로 보낸다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보내겠다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결례고 도발이다. 그런데 정부는 우물쭈물 말을 흐리고 여당 지도부는 오히려 문제 삼는 사람들을 타박하고 있다. 김정은이 김영철을 대표로 보낸 데는 남남 갈등을 일으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상황은 실제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다.
-조선일보(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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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공작 수장에게 청와대 보여주고 접대하는 건 난센스"
전문가들 "물밑접촉은 몰라도 평화사절로 온다는 건 이해못해"
美 클링너 연구원 "한국은 굳이 천안함 46용사 살인 지휘자를 제재면제 요청할 생각이 드나"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보내겠다고 한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면서, 현재 남북 관계의 공식 창구인 통일전선부 부장 직함을 갖고 있다. 남북 대화 국면에서 우리가 불가피하게 김영철을 상대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군인을 대량 살상한 전범(戰犯)과 같은 김영철이 '평화 사절' 모자를 쓰고 청와대까지 들어가 우리 대통령과 마주 앉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3일 "천안함에 대해 어떤 사과도 받지 않은 채 김영철을 '손님'으로 대접하는 것은 청와대가 앞장서서 도발의 면죄부를 주고 대북 제재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敵 공작원 대접하는 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조선일보 DB
전문가들은 대남 도발을 총괄해 온 김영철이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사절로 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한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판문점에서 만나거나 물밑 접촉을 하면 몰라도 축하 사절로 온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수많은 공작으로 우리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이 서울에서 활개 치게 하는 것은 안보 원칙의 훼손"이라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각종 공작을 수행한 수장에게 청와대를 보여주고 대통령과 만나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세계 각국이 독재자·전범을 끝까지 추적해 체포하듯 우리도 김영철 같은 도발 책임자들에게 끊임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도 압박을 느끼고 비슷한 도발을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은 굳이 (천안함) 46용사 살인의 지휘자(mastermind)에 대한 제재 면제를 미국에 요청할 생각이 드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주한 미군 출신의 북한 인권 활동가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도 트위터에 "김영철을 보내기로 한 북한의 선택은 북한이 한국을 핀란드화하려 한다는 가설에 꼭 들어맞는다"고 했다. '핀란드화'는 '약소국이 인접한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자국의 국익을 양보하는 것'을 뜻한다.
◇판문점 회담 땐 '천안함 사과' 요구
현재 정부·여당은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 간 회담에도 김영철이 북한 대표로 나섰다며, 이번 방문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4년 김영철과 2018년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당시는 서해에서 벌어진 군사 충돌을 수습하기 위해 김영철이 군 고위 대표 자격으로 남북 군사회담에 참석한 것으로 이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유동열 원장은 "휴전 중 발생한 교전 처리를 위해 유엔군사령부 관할의 판문점에서 군 당국이 접촉한 것은 규범에 따른 일"이라며 "도발 책임자를 '손님'으로 초청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23일 통일부는 "(2014년 당시) '천안함 폭침' 책임과 관련해 어떠한 논란도 제기된 바 없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군 당국은 판문점에 나온 김영철에게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김영철의 대표단 파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김영철에게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가 왜 '증거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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