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제주 야자수] [이팝나무의 흰 꽃을 보면서] ....
[사라지는 제주 야자수]
[이팝나무의 흰 꽃을 보면서]
[이팝나무]
봄꽃 시샘하듯 주말마다 오는 봄비 -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충남대 캠퍼스에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 쓴 사람이 꽃이 활짝 핀 이팝나무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봄비가 내렸다. 제주도 한라산에는 최고 22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수도권 등 중부지방은 10일까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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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제주 야자수
가로수는 단순히 거리에 심은 나무가 아니다. 많은 도시가 가로수를 써서 저마다의 이미지를 만든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이들은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개선문까지 죽 늘어선 마로니에를 보며 비로소 파리에 왔다고 실감한다. 이탈리아 로마를 대표하는 가로수는 우산소나무다. 나무 꼭대기에서 가지가 우산 모양으로 펼쳐져 자태가 아름답고 지중해 여름 땡볕도 가려줘 관광지 가로수로 제격이다.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가로수는 자카란다이다. 봄에 보랏빛 꽃을 피우며 계절이 우리와 반대인 남반구 도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도드라지게 한다.
▶서울에 본격적으로 가로수가 등장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다. 나무가 부족한 서울을 빠르게 녹화할 목적으로 잘 자라는 미루나무와 수양버들을 심었다. 해방 후엔 넓은 잎으로 먼지를 흡착해 매연과 분진을 줄여주는 플라타너스가 각광받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도시 미관에 관심이 높아지며 은행나무가 서울의 대표 가로수가 됐다. 서울 가로수 약 30만 그루 중 은행나무가 10만 그루로 가장 많다.
▶가로수로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나무가 아름다우면서도 사람에게 해롭지 않아야 하고, 매연과 병충해도 잘 견뎌야 한다. 시민의 기호 변화도 반영된다. 냄새에 민감하지 않던 때엔 사랑받던 은행나무가 지난 10년 사이 서울에서만 1만 그루 넘게 사라졌다. 대신 꽃이 예쁘고 악취는 없는 이팝나무가 뜨고 있다. 회화나무도 증가 추세다.
▶제주를 상징하는 야자나무 가로수도 변화를 겪고 있다. 해외 여행이 드물던 시절, 국내에서도 이국적 정취를 느껴보자며 1980년대 워싱턴야자수를 들여와 심은 것이 오늘날 제주를 대표하는 가로수가 됐다. 제주공항 입구의 야자수를 보며 “제주에 왔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심은 지 30년이 지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크게 자란 야자수 가지가 태풍 때 부러져 사람과 차량을 덮치고 전깃줄을 끊는 사고가 반복되자 야자수를 다른 가로수로 교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2021년 교체가 시작돼 지금까지 약 40%를 베어냈다고 한다.
▶야자수가 사라진 자리엔 후박나무, 먼나무, 담팔수 등 상록수가 들어서고 있다. 야자수만큼 색다르지는 않지만 온화한 제주 날씨의 이미지를 살리자는 취지라고 한다. 제주시에 전화해 “야자수를 모두 없애느냐?”고 물었더니 “아쉬워할 방문객을 위해 공항 주변과 용두암 등 주요 관광지의 야자수는 그대로 둔다”고 한다. 제주의 새 가로수도 야자수처럼 방문객의 사랑을 받기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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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의 흰 꽃을 보면서
'해마다 피는 꽃은 같지만,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르구나.' 이 구절에서 '사람은 다르구나'가 의미가 깊다. 우선 사람이 늙어 간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몸의 컨디션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 인간은 서글퍼진다. 그 서글픈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꽃은 왜 작년이나 올해나 그 빛깔과 이파리가 똑같다는 말인가' 하는 탄식이 나오게 되어 있다. 꽃의 아름다움과 육신의 늙어감이 대비된다. 이 대비에서 인간은 종교적 순응의 마음을 터득하는 것 같다. 순응해야지 어쩌겠는가. 춘하추동의 순환과 생로병사의 변화를 어떻게 거역한단 말인가. 운명에 거역하면 질질 끌려가지만 순응하면 업혀간다는 말도 있다. 기왕 갈 바에는 질질 끌려가는 것보다는 업혀서 가는 게 좋다. 순응과 받아들임. 이것이 나이 들어 가는 미덕이고 사람이 익어간다는 징표라고 생각된다. 나는 주름살이 늘어 가는데 꽃 너는 왜 그렇게 해마다 싱싱한 것이냐 하는 물음도 결국 인간의 욕심이다. 대자연의 섭리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가지고 인간의 주관적 관점으로 철리(哲理)를 비틀어 보는 셈이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이다.
5월 5~6일 무렵이 절기상으로 입하(立夏)이다. 여름의 문턱이다. 이때 피기 시작하는 꽃이 있다. 이팝나무이다. 꽃잎의 색깔이 하얗다. 아침에 일어나 전기 포트에 물을 끓여서 붉은색의 차호(茶壺)에다가 찻잎을 넣고 차를 우려 마시면서 '이만하면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서 원고를 쓴다. 집밥만 먹다가 가끔 근처의 단골 중국집에 간다. 15분 정도를 걸어가는 길인데 엊그제는 도로 주변의 가로수에 온통 흰 꽃이 피었다. 이팝나무에 꽃이 핀 것이다. 흰 꽃은 붉은색이나 노란색 꽃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느낌을 준다. 흰색이 주는 고결함과 정화된 느낌 때문이다.
재작년에도 보고 작년에도 보았지만 스쳐 지나갔다. 올해는 나무 밑에 서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마음속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으면 꽃을 봐도 건성이다. 흰 꽃이 마음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내가 좀 한가해졌다는 뜻이다. 마음에 여백이 있어야 꽃이 들어올 자리가 있다. 좀 더 한가해지면 내가 꽃잎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다. 아직은 나 자신을 툴툴 털어 버리고 꽃잎 속으로 내가 빨려 들어가 버리는 경지는 못 갔다. 그렇지만 이거라도 어디인가! 이팝나무 흰 꽃은 멀리서 보니 쌀밥이 얹혀 있는 것 같다. 복목(福木)이다.
-조용헌, 조선일보(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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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이(李)씨의 밥’,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으며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이밥은 ‘이(李)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왕조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생각된다. 꽃의 여러 가지 특징이 이밥, 즉 쌀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꽃이 피는 시기가 대체로 음력 24절기 중 입하(立夏) 전후이므로, 입하 때 핀다는 의미로 ‘입하 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 일부 지방에서는 ‘입하목’으로도 불린다니, 발음상으로 본다면 더 신빙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무정, 조선닷컴(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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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백색 꽃이 20여 일간 잎이 안 보일 정도로 나무 전체에 피었다가 가을이면 콩 모양의 보랏빛이 도는 타원형 열매가 겨울까지 달려 있어서 정원수나 공원수, 가로수로 적합한 나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팝나무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모든 식물들이 적절한 수분 공급이 되었을 때 꽃이 잘 피게 되는데, 그 시기가 벼 못자리 철로 물이 많이 필요하므로 수리시설이 변변치 못하던 그때의 일기는 농사의 풍 · 흉과 깊이 관련될 수 있는 것이다. 전국에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8주를 포함하여 200~500년 된 20여 주의 노거수가 현존하고 있다. 그중에서 승주군 쌍암면에 있는 500년쯤 된 나무(천연기념물 제36호)가 가장 오래되었고, 김해 신천리의 이팝나무는 지금도 정월 대보름날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 해의 안녕을 빌고 있는 당산목이다. 또한 어청도와 포항에는 상당히 넓은 군락지도 있다.
이팝나무 어린 잎은 말려서 차를 끓여 먹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번식은 좀 까다로워서 삽목이 잘 안되고, 종자는 이중 휴면을 하기 때문에 두 해 동안 노천매장을 해야 발아가 겨우 된다. 어릴 때 더디 자라는 흠이 있지만 옛날부터 이 땅에 우리 조상들과 함께 살아오며 애환을 같이한 이팝나무야말로 화려하게 개발된 어느 조경 수종보다도 더 귀한 우리 정서에 잘 맞는 꽃나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의 나무,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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