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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상어] [평양의 철갑상어]

뚝섬 2023. 12. 21. 05:32

 

[철갑상어]

[평양의 철갑상어]

 

 

 

철갑상어

 

상어와 관련 없어… 검붉은 알은 고급 식자재

 

철갑상어는 상어처럼 위아래에 꼬리지느러미가 있지만, 상어와 전혀 관련 없는 물고기예요. /브리태니커

 

러시아에서 판매하는 철갑상어 알 상당수가 중국에서 들여와 러시아산으로 눈속임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어요. 중국 양식장에서 질이 나쁜 사료를 썼을 가능성이 있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죠. 알이 고급 음식 재료로 유명한 철갑상어는 상어처럼 위아래에 각각 길이가 다른 꼬리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상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물고기입니다. 물고기 중에서 상어와 가오리처럼 몸이 물렁뼈로 돼 있는 종류를 '연골어류'라 하고, 딱딱한 뼈를 가진 대부분 물고기를 '경골어류'라 하는데, 철갑상어는 경골어류에 속해요.

철갑상어의 조상은 약 2억년 전 지구 위에 나타났어요. 지금 모습과 거의 변함이 없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려요. 철갑상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몸통은 철갑을 두른 것처럼 마름모꼴의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어요. '경린(硬鱗)'이라 부르는 이 비늘은 다른 물고기 비늘과 달리 뼈 같은 재질로 돼 있어요. 딱딱한 비늘이 포식자의 공격이나 기생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지만, 헤엄칠 때 방해가 된다는 단점도 있어요. 이런 비늘은 진화 초기 원시적 경골어류에서 주로 볼 수 있어요. 입 주변에는 두 쌍의 수염이 달렸어요. 메기나 잉어 수염과 마찬가지로 먹잇감을 찾는 안테나 역할을 하죠. 납작한 턱 아래 달린 입으로 바닥을 훑으면서 지렁이나 새우,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답니다.

철갑상어는 전 세계에 25종류가 알려져 있어요. 이 중에 어떤 종류는 강이나 호수 등 민물에만 살고, 어떤 종류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면서 살아요. 연어처럼 알은 민물에서 낳지만, 어른 고기가 되면 넓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종류도 있죠. 철갑상어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오래 사는 것으로 유명해요. 사는 지역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태어나서 10~20년이 돼야 번식을 할 수 있고, 70살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대요. 특히 몸길이가 5m 넘는 철갑상어는 100살 넘었을 가능성이 크대요. 러시아에선 몸길이 8.5m, 몸무게 1.3t짜리도 잡혔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철갑상어를 볼 수 있었대요.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큰 강 하구와 연안, 그리고 금강·대동강·압록강에서도 잡혔다는 기록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연산 철갑상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한강에서 아주 드물게 잡히긴 하지만, 대개는 사람이 기르다 풀어놓은 경우래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철갑상어는 주로 외래종 철갑상어랍니다.

소금에 절인 검붉은 철갑상어 알은 '캐비아'라고 하는데, 독특한 풍미와 식감 때문에 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알려져 있어요. 철갑상어를 양식하는 목적은 주로 알을 얻기 위해서예요. 회나 매운탕, 구이 요리로는 잘 먹지 않아요. 알 채취는 산란 전 암컷 배를 갈라 난소 속에 있는 알을 꺼내는 방식으로 해요. 알은 한 번만 채취할 수 있죠. 미국 등 일부 양식장에서는 철갑상어를 죽이지 않고 알을 짜내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대요.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송하윤 연구사/정지섭 기자, 조선일보(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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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철갑상어

 

2002년 5월 모스크바를 찾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찬을 냈다. 식탁에 오른 고급 음식 캐비아(철갑상어 알)가 화제가 되자 푸틴이 알 채취법을 설명했다. '어부들이 캐비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꺼낸 뒤 철갑상어 배를 꿰매 바다로 돌려보낸다.' 푸틴이 농담한다고 생각한 미국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캐비아 채취를 위한 '철갑상어 개복수술'은 사실이었다. 일본이 1970년대 처음 시도한 이래 러시아에서도 이 방법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러시아 카스피해에 많이 사는 철갑상어는 한반도에서도 드물게 잡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철갑장군'(鐵甲將軍)으로 나온다. 비늘이 단단해 두드리면 쇠붙이 소리가 나고 맛도 뛰어나다고 했다. 우리나라 철갑상어는 바다에서 생활하다 산란을 위해 강으로 올라오는 물고기다. 1960년대까지 한강에서도 종종 발견됐는데 멸종 위기에 놓여 1996년 보호 어종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 20여년 전부터 양식에 나섰다.


▶철갑상어는 알뿐 아니라 살코기도 고급 식재료로 인기가 높다. 굽거나 튀기기도 하고, 수프에 넣거나 회로 먹기도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지난 3월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만찬을 했을 때도 철갑상어 요리가 올라왔다.

 

▶북한 선전 기관들은 2009년 평북 양어장에서 철갑상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캐비아란 이름도 모를 것이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캐비아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평양 옥류관에서도 철갑상어 튀김, 꼬치구이 요리를 내놓고 있다.

 

▶'철갑상어, 거위, 바닷가재, 스테이크, 바나나 아이스크림….'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워싱턴포스트 캐럴 모렐로 기자는 북한 당국이 폼페이오 장관을 위해 차린 오찬 메뉴를 취재기에 소개했다. 모렐로는 '일부 국무부 직원은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썼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2017년 북한 인구 41%인 1050만명이 기근에 시달렸다고 최근 밝혔다. 어린이 20만명은 합병증을 동반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 철갑상어가 식탁에 올라왔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 주민이 더 이상 굶주리지 않는 날이 올 것인가.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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