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 장기간 대량 유출, 정보사뿐인가] [문재인 정부의.. ]
[국가 기밀 장기간 대량 유출, 정보사뿐인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파트너는 누구?]
[미국엔 있고 한국엔 없는 '어른들']
국가 기밀 장기간 대량 유출, 정보사뿐인가
비밀 요원 명단 유출 등이 발생한 국군정보사령부가 지난 7년간 외부 보안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군 보안 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의 감사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기무사를 해체하며 정보사에 대한 외부 감사 권한을 없앴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정보사 감사는 2017년이 마지막이다. 정보사 군무원이 2017년부터 정보를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부 감시가 사라지니 동료 목숨이 걸린 정보까지 돈 받고 파는 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는 2일 “정보사 감사 훈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문제는 정보사에서만 대북 기밀이 유출됐느냐는 것이다. 정보사 군무원은 돈을 받고 기밀을 중국에 넘겼다. 세계 정보기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밀 유출 대부분에 돈이 연관돼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 등이 정보사 군무원에게만 돈과 정보 거래를 제안했겠느냐는 것이다. 대북·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국정원은 정보사 활동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다. 비밀 요원들도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엔 중국 동북 지방에서 활동하던 국정원 요원 30여 명이 한꺼번에 공안에 체포돼 대북 정보망이 궤멸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은 정보사보다 국정원 요원 포섭을 첫 번째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흐려졌다. 문 전 대통령부터 2018년 김정은을 만나 무슨 정보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USB를 건넸다. 국정원장도 천안함 폭침 주범 등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국군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고 선언했다. 정보 요원이 돈에 포섭되지 않았더라도 ‘대화’를 강조하는 정부 분위기 속에서 기밀 정보 유출을 남북 협조로 인식할 수도 있다. 특히 문 정권에서 국정원은 대북 정보기관이 아니라 남북 대화 기구였다. 2018년 남북 이벤트가 집중될 당시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밝혀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 중국과 북한에서 거액으로 국정원 요원을 유혹했을 경우 정보사 같은 기밀 유출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미 정보기관은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할 정도로 엄격한 내부 감사를 한다. 17개 정보기관끼리 견제와 감시도 철저하다. 반면 국정원과 정보사의 내부 감사 시스템은 정보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허술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국가 정보 체계를 위협하는 유출 사고가 또 없었는지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
-조선일보(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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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정 파트너는 누구?
프로스퍼 메리메, '카르멘'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국회 비준을 요구했는데 국민적 의혹이 일어나니 더불어민주당이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 논의하기로 일단 유예한 모양이다. 대통령은 4·27 선언의 이행에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서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비준 없이도 엄청난 국고가 북한으로 흘러갔는데 이제 아예 남북한을 '경제 공동체'로 만들려는 것인가 하는 불안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비준을 말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4·27 선언의 경위와 이면 합의 사항 그리고 이행에 드는 비용 등 상세한 내용을 알릴 의무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국민은 적어도 새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은 '끝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독단적인 정부는 없었다. 모든 국내 정책은 국민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전격 발표·강행하고, 부작용과 국민적 저항이 심하면 이상한 통계와 이론을 들고 나와 더 강경하게 밀어붙인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뼈만 앙상한 부실 국가가 되고 말 것이다. 여당 대표는 20년 집권 운운하지만 행정부는 2년 이상 통치 불가능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남한을 삼키려고 노리는 북한이 그들이 먹기 전에 살코기가 다 떨어질까 봐 소득 주도 성장을 비판하겠는가.
북한을 지극히 섬기는 이 정권이 대북 경제 지원으로 국고를 얼마나 축냈는지, 국가 기밀조차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애가 탄다. 4월 27일에 김정은에게 직접 건넨 USB(이동 저장장치)에는 무슨 정보가 들어 있었으며, 그 만남의 다리에서 둘만의 오붓한 대화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DMZ에서 GP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고 휴전선에서 서울로 통하는 도로에서 군 방호 시설을 철거하니 북한이 남하하면 무엇으로 저지할지 국민은 근심뿐이다. 이 정부는 미국을 어루만져서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받아내고, 핵 폐기는 시늉만 내면서 무한히 미룰 방법을 북한보다 열심히 모색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열심히 섬기면 김정은이 결초보은할까?
비제의 오페라로 더 널리 알려진 '카르멘'에서 돈 호세는 카르멘에게 모든 순정을 다 바치고도 배신을 당하자 카르멘을 살해하고 만다. 김정은은 남한 정권이 자기에게 복수할 결기도 없으리라 믿고서 저리도 능멸하는 것 아닐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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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있고 한국엔 없는 '어른들'
경제 난맥·안보 공백 보이는 文 정부 견제할 '어른' 不在
야권 안에선 극심한 대립, 기회주의, 보신주의 활개쳐
現 여권 장기집권 막으려면 '박근혜' '탄핵' 족쇄 벗어나야
미국 정가(政街)는 지난 5일 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익명의 백악관 내부 고발자의 기고로 벌집 쑤신 듯 법석이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일원'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악관(또는 행정부) 내에 그의 즉흥적이고 잘못된 정책 입안 과정을 견제하는 '어른들'(adults)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 '어른들'이 누구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어른들'이란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어른'이 없다. 경제 난맥을 지적하고 안보 공백을 염려하며 더 나아가 내일의 대체 세력을 이끌려는 정치 지도자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0%대로 떨어졌다. 80%대의 높은 지지율로 시작한 문 대통령은 1년 반도 안 돼 절반으로 추락한 것이다. 웬만하면 긴장할 법도 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일 만도 한데 문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까딱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적된 '잘못'에 오류가 있다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기들의 방향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어깃장을 놓는다.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서 우리는 나라의 '어른'과 야권의 지도자 없음을 깔보는 집권 측의 오만을 본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도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저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하겠다"―이것들이 문 대통령이 16개월 전 취임식에서 한 말인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는 지금 그가 그때 한 말과 정반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의 사람'들은 한술 더 떠 기고만장이다. 청와대 경제 사령탑인 정책실장은 수도권 집값이 뛰고 있는데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거기 살 필요 없다"고 국민들 부아를 긁고 있다. 민정수석이라는 사람은 소관 업무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내용을 외부 출판물에 기고하면서 '학자 자격' 운운하며 사람들 약을 올린다. '비서'의 총책임자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며 "지난 1년은 결국 내일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임을 새삼 깨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했다. 미국의 의사에 상관없이 한국의 독자 행동과 의지를 강조하는 '신(新)자주노선'의 천명이었다.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비서실장인지 헷갈린다.
보수 진영에는 진정 '어른들'이 없는 것인가? 정부 내에서 저항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판 정도라도 기대할 수 없다면 정부 밖에서라도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인가? 근자에 과거 정부에서 경제 책임자를 지낸 한두 분이 나서서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나라 전반으로 볼 때 책임 있는 '어른들'의 목소리는 잠잠하다. 무엇보다도 야권의 조직화된 목소리와 심도 있는 비판이 아쉽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그것을 받아서 치고 올라오는 대안 세력이나 차기 지도자의 면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보인다. 과거 군부나 장기(長期) 독재를 종식시킨 YS, DJ 같은 존재가 없다.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친박-반박, 탄핵-반(反)탄핵 등으로 크게 상처 입고 불구 상태다. 어떤 인사들은 집권 세력의 적폐 몰이에 걸려 있기도 하다. 이리저리 눈치 보며 기회를 노리는 '지하 인물'들도 있다. 기회주의, 보신주의가 활개 친다. 언론에 '문통의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잠룡들이 기지개를 켠다'는 기사가 뜨는 것 자체가 보수 진영 '어른'들의 부재(不在)를 반영하는 것이다.
'어른' 쪽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나서서 보수권을 추스르려고 하면 소셜미디어에는 '탄핵 원조'니 하면서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저주를 쏟아내는 사람들도 문제다.
이런 사정으로는 문 정부를 무너뜨리기는커녕 그들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기도 힘들다. 장수가 없는 적진을 보면서 스스로 후퇴할 사람은 없다. 보수 진영이 '박근혜'와 '탄핵'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020년 총선은 물 건너갔고 2022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 장담이 결코 오만한 헛된 소리가 아닌 게 될 것이다.
-김대중 고문, 조선일보(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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