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집값 급등 촉발시킨 국토부의 "부동산 안정" 자화자찬] ....

뚝섬 2024. 11. 20. 06:43

[집값 급등 촉발시킨 국토부의 "부동산 안정" 자화자찬]

[부동산 양극화와 소름 돋는 계급 투표]

[이번엔 분양가 상한제, 17번째 실패 반복 아닌가]

['문사모' 된 有주택자]

['초강력' 규제 1년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 집값 올리는 정부]

['선거 정치'로 변질된 집값 대책]

['노무현式 대책' 반복, 집값 안정시킬 수 있나]

[보유세]

 

 

 

집값 급등 촉발시킨 국토부의 "부동산 안정" 자화자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가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국민 주거 안정을 이뤄냈다”고 자평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 경기 연착륙을 유도했으며, 주거 취약 계층 보호를 강화했다”고 썼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 계속된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노심초사 지켜본 국민 중 이런 자화자찬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급등세로 돌아섰는데도 국토부는 “지역적, 일시적 잔등락”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서울 상급지 아파트 호가가 하루 1억원씩 급등하는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12년 만에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서울·수도권에 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래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은행을 압박해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는 비상 대책까지 동원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무능 탓이다. 집값 하락세가 더 이어지도록 부동산·금융 정책을 잘 조율했어야 하는데, 내내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윤 정부는 ‘임기 내 270만채 공급’을 약속했지만, 주택 착공 실적이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등 공급 절벽이 예상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이 주된 요인이지만, 부실 부동산 PF 정리를 계속 미루며, 신규 택지 공급 중단 사태를 방치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경착륙만 우려한 나머지 저금리 주택 대출을 연 30~40조원씩 지원하며 주택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공급 부족 우려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서울 집값 급등세가 재발했다.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 내서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3분기 중에만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23조원이나 더 늘었다. ‘똘똘한 한 채’의 가격 폭등 여파로 상위 10%와 하위 10% 간 집값 격차가 40배 이상으로 벌어지며 자산 양극화도 심화됐다.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서울 집값 급등세를 낳는 바람에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하 이후에도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를 못하고 있다. 과도한 빚과 고금리에 신음하는 국민 고통을 덜어줄 기회를 정부의 무능이 막은 꼴이다. 이런 상황에 책임이 가장 큰 국토부가 자화자찬 발표를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선일보(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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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양극화와 소름 돋는 계급 투표

 

[조형래 칼럼]

넘사벽 서울 아파트 사려면 27년간 돈 한푼 안 쓰고 모아야
3기 신도시는 줄줄이 미뤄지고 지하철은 10년 더 기다려야
부동산이 모든 선거를 좌우하고 큰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초래
일본 '잃어버린 30년' 답습 우려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시스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엘링 홀란이 자신의 소속팀이 있는 영국 맨체스터 부촌에 주택을 구입한다는 게 화제가 됐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방 6개에 수영장, 체육관, 오락실, 사우나가 딸린 으리으리한 저택이다. 그런데 가격이 고작(?) 350만파운드(약 60억원)로 지난 8월 거래된 한강변의 국민평형(84㎡) 아파트 한 채 값과 같다. 연봉 350억원을 받는 홀란의 부동산 씀씀이가 소박한 것인지, 기자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인지 헷갈린다. 덩달아 강남구·서초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26억원을 넘어 평(3.3㎡)당 1억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을 가늠해 보는 PIR(Price to Income Ratio) 지수가 있다. 국가·도시 비교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무려 27.5배다. 서울의 중간 소득 가구가 27.5년간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파리(17.3배), 런던(15.8배), 뉴욕(13.7배) 등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한참 높은 국가 도시들을 크게 앞선다. 실제로 뉴욕의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맨해튼 고급 주택가의 럭셔리한 아파트가 같은 평수의 강남 아파트보다 싸게 나온다.

 

서울 집값이 ‘넘사벽’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젊은 세대의 불만과 아우성도 커진다. 그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카드가 강남 대체 신도시 개발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세곡·내곡 지구 등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허물고 주변 시세의 70~80% 가격에 새 아파트를 공급한 이명박 정부 외에는 낙제점 수준이다. 이번 정부도 3기 신도시에 의욕을 보였지만 벌써 당초 일정보다 2년 이상 밀렸다. 공급량이 가장 많은 광명지구의 경우 2026년부터 토지보상에 들어가 2033년에야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동탄·김포 등 2기 신도시들은 입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교통지옥에 시달린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경로 우대 받을 때쯤 지하철 타보겠네”라는 냉소가 나온다. 동탄에 사는 한 회사원은 “서울에 왔다가 귀가할 때 광역버스를 타려고 긴 줄을 서다보면 내가 ‘2급지 시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했다.

 

부동산 양극화는 선거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대선·총선·교육감 선거 할 것 없이 부동산 계급론이 지배한다. 한 일간지가 지난 22대 총선에서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과 국민의힘·민주당의 득표율 차이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보니 상관계수가 0.76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대선(0.74)보다 더 높아졌는데,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관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이 높을수록 국민의힘에, 반대로 낮을수록 민주당에 투표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에 있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25개 자치구별 득표율을 보수 후보가 많은 표를 얻은 순서대로 줄을 세워 보면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으로 이어지는 자치구별 아파트 가격 랭킹을 보는 것 같다.

 

일본이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였던 ‘잃어버린 30년’은 기업·개인이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서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열을 올렸던 빚투에서 시작됐다. 이 시기에 나타난 부작용이 급격한 집값 상승을 견디지 못한 젊은이들의 혼인·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그리고 노동의욕 저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주가와 집값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일할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다.

 

과연 한국은 어떤 길을 갈까? 전문가들은 극심한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울 쏠림을 가속화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만 쳐다볼 게 아니라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메가시티 조성으로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도권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교통 인프라 확충에 나서라는 것이다. 다 죽어가는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에도 선심성 현금 살포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정부가 경리과장처럼 예산·지출 수지 맞추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 정치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좌파 포퓰리즘이 날뛰게 된다.

 

-조형래 기자  부국장 겸 에디터, 조선일보(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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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분양가 상한제, 17번째 실패 반복 아닌가 

 

정부가 17번째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치·반포·압구정 등 서울 27개 동(洞)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을 유발했다. 그런데 규제 강도를 더 높이는 대응을 선택했다.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30%나 올랐다. 입주 5년 이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전매·대출 제한, 재건축 요건 강화 등 온갖 규제로 '집값과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오히려 역대 정권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까지 직접 지정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규제는 없다.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에 따라 새 아파트 공급이 억제된 마당에,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 공급을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이미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3.3㎡당 1억원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 분양가도 주변 아파트 시세의 60~70%밖에 안 되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는 지금보다 10%가량 더 낮아진다. 아파트 당첨자들에게 로또 대박을 안겨주는 셈이다. 대출 규제 탓에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도 받을 수 없어 로또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 부자뿐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가 부자들의 투기를 더 부추기는 꼴이다. 로또 청약을 노리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전세 세입자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과거처럼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가격 통제는 금기시되는 정책이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선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반대를 이유로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이 정부에선 예사로 가격 통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데 매번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며 대출금리 상한선을 24%로 끌어내렸는데, 대부업체들의 영업 중단으로 서민층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자 소득을 높여주겠다며 최저임금에 개입했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고용 참사로 이어졌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다며 카드 수수료를 끌어내렸는데, 자영업 폐업은 더 늘고, 소비자들이 누리던 혜택만 사라졌다. 정치 논리로 하는 부동산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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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모' 된 有주택자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재미있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역대 대통령들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D-'로 가장 낮았다. 글쓴이는 '10억원 넘는 아파트 값이 5억~10억원씩 또 오르게 만들다니, 대단하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의 성적은 A+'라는 반박 댓글이 달렸다. 집값을 많이 올려줬으니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정권이 좋다. 마구마구 올려주길'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간 부동산 규제가 집중됐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르자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조롱 섞인 찬양'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서울 집값은 때릴수록 더 오른다'는 주장이 거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사실은 유주택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이나 다주택자들이 스스로를 '노사모'라 칭하는 농담이 유행했는데, 그들이 지칭하는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사랑하게 된 사람' 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임기 중 집값이 폭등한 덕분에 자산이 늘었으니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풍자'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처럼 풍자 대상이 된 이유는 하나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는 외면한 채 규제만으로 특정 지역의 집값을 누르는 '반(反)시장 정책'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첫 부동산 종합 대책인 10·29 대책이 나온 이듬해 서울 아파트 값은 0.95% 떨어졌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3% 급등했다. 이 시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반시장 정책으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주거 정책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게 아니다. 국민의 90%는 강남 집값에 관심도 없다. 굳이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 공급을 늘리면 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거나 거래세(稅)를 낮추면 해결될 일"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런 정책들을 '특혜'로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보면 '부동산 정책은 (중략) 그 자체가 정치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정치에 동원된 부동산 정책이 혹시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대다수 국민에겐 또다시 절망을 안겨줄 것이다. 


-정순우 산업1부 기자, 조선일보(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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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규제 1년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 집값 올리는 정부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벌이겠다며 초강도 규제인 '9·13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지 만 1년이 지났는데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는 오히려 13.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구는 26%나 올랐고, 성동(21%)·양천(19%)·강남(18%)도 급등했다. 정부는 지난 1년 새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중 실제 거래가 이뤄진 가격은 이렇게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이다. 9·13 대책 여파로 아파트 거래량이 반 토막 난 와중에서도 매매가격이 오히려 급등했다는 것은 '정책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시행된 8·2 규제책 역시 '똘똘한 한 채'와 '전세 낀 갭 투자'로 무력화되면서 대실패로 끝났었다.

더 좋은 집을 원하는 기본 욕망을 오로지 규제로 억누르는 정책이 시장에서 작동될 리가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의 역설'을 낳으며 집값 급등, 로또 아파트, 부동산 시장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급기야 민간 아파트 가격을 일일이 지정하겠다며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새 아파트 공급이 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서울 전역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 탓에 아파트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의 놀이터가 됐고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서울 일부 지역 신축 아파트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인데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5만 가구를 웃돌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하는 건설 투자가 18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정부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과 경제 부총리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 시점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말을 한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선거를 의식한 정치 정책이다. 정치 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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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까지 정부가 결정, '선거 정치'로 변질된 집값 대책 

 

정부가 서울 전역을 포함한 전국 31개 시·군·구에서 민간 아파트의 신규 분양가에 상한선을 두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 대신 정부가 행정 권한으로 새 아파트 가격을 일일이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여당 내 일부 의원조차 부작용을 우려해 시행을 만류했는데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다시 오르자 초강력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집값은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시장 원리에 거꾸로 가는 대책은 결국 집값 불안으로 이어진다.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여도 결국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입증된 사실이다. 새 아파트 공급 축소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부작용을 초래해 얼마간 시행되다 없어지곤 했다. 집값 안정의 효과가 있었다면 왜 이 제도가 지속되지 않았겠나. 이미 분양가 상한제 시행 움직임에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은 25평형대가 20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기존 집 주인의 기득권은 강화되고, 유망 지역 주택시장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진다. 또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20~30% 싸게 책정되는 탓에 '로또 청약'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결국 돈 많은 상류층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피해는 집 없는 서민과 가난한 계층에게 돌아간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금융·세제를 총동원해 수요 억제 정책을 펼치고,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했지만 결국 집값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이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167만 가구 중 3분의 1이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재건축은 억제하고 기피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고집하는 문 정부의 주택 정책은 본질이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고 한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 아파트 값을 잡아야겠다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경제를 정치로 다룬 결과가 어떤 것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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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式 대책' 반복, 집값 안정시킬 수 있나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높이는 등의 부동산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에 18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의 보유세는 100만원 안팎 오른다고 한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2005년 종부세를 도입했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보유세 부담이 더 무거워졌다. 은행서 주택 대출 받기도 더 어렵게 조였다. 쓸 수 있는 규제 카드는 다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 사실상 실패했던 정책 수단들을 강도만 높이면서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수십 차례에 걸쳐 종부세 도입·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규제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나 올랐다. 제대로 된 아파트 공급 대책이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6개월간 벌써 8번째 대책이 나왔다. 세금 올리고 대출 조이는 노무현 정부식 대책은 너무 많이 써서 시장엔 내성이 생겼다. 이미 한국 부동산 시장은 "세금 더 내더라도 몇 년만 버티면 집값은 더 많이 오른다"는 경험에 학습돼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이 집값 급등세를 잠시 저지할 수 있지만 장기간 안정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대책에는 수도권 내에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집값 급등은 서울 도심 수준의 '좋은 주택' 수요가 촉발한 것이다. 결국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에 강남 수준의 교육·교통·생활편의 인프라를 갖춘 권역을 개발해 제2, 제3의 강남을 늘려나가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좋은 주택'이 계속 공급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 시장은 안정세로 바뀔 것이다. 이번 공급 대책도 서울 외곽에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는 데 집중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부총리는 이번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신속히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추가 공급 대책을 준비해 추석 연휴를 전후해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공급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다만 집값 급등의 근원을 제거하는 데 효과 있는 공급 대책들이 쌓이면 언젠가 집값 버블이 걷히는 날이 온다. 이와 함께 투기 의도가 전혀 없이 집 한 채를 갖고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조선일보(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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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귀하고 값진 의무이고, 나눔의 시작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이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이라는 소책자를 냈다. 종부세 신설로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자 부랴부랴 만들었다. 종부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고, 종부세 납부자는 상위 1%에 들 정도로 성공한 인생이란 뜻이니 '자긍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치켜세웠다.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을 중과한다는 것을 다 아는데 좀 낯 간지러운 설명이었다. 

 

▶종부세가 신설되면서 부동산 보유세는 기존 재산세에 더해 두 가지가 됐다. 재산세는 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에 내는 지방세다. 내가 사는 지역에 방범·환경 등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내는 세금이다. 그런데 종부세는 같은 보유세이지만 국세(國稅)로서 순전히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목적의 세금이다. 

 

▶18세기 영국에는 주택에 대한 세금으로 집 짓는 데 들어간 벽돌 1000개당 일정액을 부과하는 '벽돌세'가 있었다. 세금 줄이려고 당시 벽돌 크기가 커졌다고 한다. 창문 숫자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는 중세 유럽 각국에서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다. 창문 없는 집이 등장했을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집 안에 설치된 화로 숫자를 따져서 '화로세'를 매겼다. 

 

▶보유세 말이 나올 때마다 미국이 거론된다. 주(州)별로 다르지만, 대략 40만달러짜리 집을 갖고 있으면 매년 1만달러 가까운 재산세를 낸다고 한다. 한국에서 4억원짜리 집의 보유세는 미국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도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보유세수 평균이 GDP의 1.1%인데 우리는 0.8%다. 대신 우리는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득·등록세) 비중이 높다. OECD 평균의 5배쯤 된다. 지금 보유세를 갑자기 너무 높이면 재산이라고 집 한 채뿐인 수많은 사람이 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3.3㎡당 1억원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1주일에 1억씩 오른다'는 보도에 수많은 젊은이가 좌절하고 있다. 누구는 "뉴욕 맨해튼은 더 비싸다"고 하지만 서울이 맨해튼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아파트 값은 도를 넘은 것 같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청년 세대에게 '나도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종부세든 뭐든 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이진석 논설위원, 조선일보(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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