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물납 대주주도, 현금화 정부도 애먹는 징벌적 상속세] ....

뚝섬 2023. 12. 25. 08:18

[물납 대주주도, 현금화 정부도 애먹는 징벌적 상속세]

[회사 팔아 세금 내라는 징벌적 상속세 누구에게 도움 되나]

[가업·고용 막는 세계 최악 상속세 고치는 게 왜 ‘부자 감세’인가]

[기업 승계 막는 세계 최고 상속세, 누굴 위한 건가] 

[세계와 역행하는 한국 상속세]

 

 

 

물납 대주주도, 현금화 정부도 애먹는 징벌적 상속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 전경./뉴스1

 

정부가 상속세로 현금 대신 받은 4조7000억원 규모의 넥슨 지주사 지분 1차 매각이 불발됐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은 상속세로 지분 29.3%의 주식을 물납했고, 정부가 이를 공개 매각하려 했는데 입찰 참여자가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대주주 측은 상속세 부담에 허덕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현금화에 애먹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유족이 물납한 지분의 금액 자체가 워낙 큰 데다 유족이 경영권을 지킬 만한 지분(69.34%)을 갖고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 지분을 매입할 매력이 적은 탓이다. 그렇다 보니 자금력 있고 한국 게임 기업에 관심 있는 중국 텐센트나 사우디국부펀드(PIF) 등 해외 큰손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우디국부펀드는 이미 넥슨 본사인 넥슨 재팬의 지분 8.14%를 보유하고,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이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 넷마블의 3대 주주이다. 상속세를 걷으려다 한국 대표 게임회사의 2대 주주 지분을 해외 자본에 넘기게 될 수도 있다.

 

넥슨 유가족이 현금 대신 정부도 감당 못할 규모의 주식으로 물납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징벌성 상속세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 주주에는 20% 할증까지 붙어 실제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미국(40%), 프랑스(45%), 독일(30%)보다 높고, OECD 평균(15%)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기업 승계조차 ‘부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으로 고율의 징벌적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대주주는 가업을 포기하거나 세금 내려고 회사를 팔아야 할 지경이다.

 

5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일본조차 일정 요건만 갖추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사업 승계 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 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이 고용 유지 등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는 사람도 괴롭고, 받는 정부도 애먹는 징벌적 상속세를 그냥 놓아두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23-12-25)-

_______________

 

 

회사 팔아 세금 내라는 징벌적 상속세 누구에게 도움 되나


삼성 대주주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어치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2020년 이건희 회장 별세로 총 12조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이후 유족들은 대출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5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하고 있다. 이번에 주식이 팔리면 이재용 회장 측 삼성전자 지분율이 0.5%포인트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경영권이 취약해지는 것이다.


대기업뿐 아니다. 설립 30년 넘는 중소기업의 81%가 대표 연령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폐업·매각을 고려한다고 했다. 가업을 승계하려 해도 회사를 팔지 않으면 엄청난 상속세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총 조사에서 30~40대 벤처기업 창업자들 94%가 높은 상속세를 우려했다. 높은 상속세는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져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주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높은 세율의 징벌성 상속세를 부과한다. 상속세 최고세율 50%에다 경영권 승계 시 20% 할증까지 돼 실제 기업 상속세율은 60%에 이른다. OECD 국가 최고다. OECD 37국 가운데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15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스위스 등 4국은 직계비속에 대해 상속세를 비과세한다.

55%의 높은 상속세율을 매기는 일본조차 지난 2018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사업 승계 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높은 상속세로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들고 회사를 폐업시키는 것보다는 특례를 인정해서라도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이 고용 등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상속세율이 70%에 달하던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대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합리적이어서 우리도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도 가업 승계 때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가 있지만 공제 대상이 협소하고 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이 적다. 정부는 이런 호소를 반영해 상속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도 경쟁국보다 불리한데 민주당은 이마저 반대한다. 기업 상속세 완화는 부자 특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근로자와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주식을 팔 수 없는 대주주에겐 실질적 혜택이 없다. 장수 기업이 늘어나야 일자리도 늘고 기업과 그 근로자가 내는 세금도 늘어난다.


-조선일보(23-11-07)-

_______________

 

 

가업·고용 막는 세계 최악 상속세 고치는 게 왜 ‘부자 감세’인가

 

상속·증여세율 최고세율 55%…

GDP 대비 비중 0.54%

 

중소기업중앙회 등 13개 경제단체가 기업 상속 때 상속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속세 감면 대상을 넓히고 공제 세액도 늘리는 법안에 대해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가로막자 여론에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5%보다 3배 이상 높다. 스웨덴·노르웨이처럼 상속세가 아예 없는 OECD 회원국도 15국에 이른다. 게다가 우리는 최대 주주에 대해 세금을 20% 할증까지 하고 있어 실질 부담 세율은 최대 60%까지 올라간다. 상속세를 세 번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외국 언론이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한국에도 자식이 가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가업 상속 후 7년 이상 업종·고용·자산·지분을 유지해야 상속 재산 중 200억~500억원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정도의 세제 혜택을 주는 게 전부다.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혜택도 적어 이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인이 연간 100명 남짓에 불과하다.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팔아 치우거나 꼼수·편법의 우회로를 찾다 기업과 개인을 망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독일·일본 등은 후세 기업인이 상속 후 사업을 5~7년만 유지하면 상속세를 전액 면제·유예해주고, 업종 변경 제한도 두지 않아 활발한 가업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에선 연간 28000 , 일본에선 2900 기업이 상속 공제 제도를 활용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일본은 1947~49년 출생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가업 단절을 막기 위해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상속세 100% 납부 유예, 공제 한도 폐지 등 파격적 지원책을 가동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속세 부담을 낮춰달라는 기업계 호소를 수용해 가업 승계 공제 적용 대상을 연 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고, 최대 공제 한도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는 상속세법 개편안을 마련했다. 업종 변경 금지와 고용·임금 유지 요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고쳐도 경쟁국보다 한참 불리한데 민주당은 이것마저 된다며 국회 통과를 거부하고 있다.

 

기업 상속세 완화는 부자 특혜가 아니라 글로벌 표준에 가깝게 조정해 기업 단절을 막자는 것이다. 50 이상 장수 기업은 매출·이익·고용 창출 경영 성과 지표가 ()장수 기업보다 30 이상 우량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일본은 100 이상 장수 기업을 33000, 독일은 4900 이상 갖고 있는 반해 한국은 7개뿐이다. ‘폭탄’ 수준의 상속세를 개혁해야 장수 기업이 늘어나고, 세대 간 기술·자본 이전을 촉진해 경제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래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늘릴 수 있다. 이 기업과 근로자가 내는 세금이 상속세의 몇 배에 이를 것이다. 세계 최악 기업 상속세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조선일보(22-11-24)-

____________

 

 

기업 승계 막는 세계 최고 상속세, 누굴 위한 건가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아 중소기업의 가업(家業)을 물려받는 사례가 연간 100건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고 5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가업을 상속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요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상속 후 7년 이상 같은 업종·고용·지분을 유지해야 상속 재산 중 200억~500억원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고 이를 위반하면 최고 65%의 징벌성 세금을 물린다. 이런 조건 탓에 중소기업 오너 중엔 상속 재산이 늘지 않도록 사업 확장을 꺼리거나, 가업 승계 대신 기업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가업 승계가 어려운 이유로 중소기업의 80%가 ‘막대한 조세 부담’을 꼽았다.

 

정부는 가업 승계 감세 대상을 연 매출 1조원까지로, 최대 공제 한도는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승계 후 조건을 완화해주는 세제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가업 상속 후 사업을 5~7년만 유지하면 상속세를 전액 유예해 주고, 업종 변경 제한도 두지 않는 선진국의 세제를 감안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이 계속돼 경영의 일관성과 고용이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떻게 부자를 위한 혜택인가. 중소기업계의 오랜 현안인 가업 승계 감세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손을 잡아야 한다.

 

아울러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상속 세제도 글로벌 표준에 맞춰 고쳐야 한다. 우리의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에 최고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받는 상속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문제가 있다. 이를 대부분 선진국처럼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내는 ‘유산 취득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세금 폭탄’ 수준의 상속세를 개혁해야 기업인들이 사업 키우기를 꺼리는 기현상이 없어지고,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개선될 것이다.

 

-조선일보(22-09-05)-

_______________

 

 

세계와 역행하는 한국 상속세 

 

"상속세가 너무 가혹하다"고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최고 수준 제품을 생산하던 중소·중견기업 중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니더스, 쓰리세븐, 락앤락, 농우바이오, 까사미아, 우리로광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50%에 달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가업 승계 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최대 주주 할증 과세'가 더해져 실질 최고 상속세율이 65%로 높아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국 가운데 단연 1위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재산을 털어 상속세를 내고 나면 회사를 더 이상 꾸려가기 힘든 상황에 빠지기 십상이다. 한국의 상속세를 '징벌적·약탈적 세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른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용과 기술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젠 우리나라 상속세도 현실에 맞게 바꿀 때가 됐다.

기업의 명()을 끊어버리는 상속세

상속세 부담이 기업 생사를 가르는 문제로 증폭되자 정부는 가업상속 공제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은 아예 제외됐다. 중소기업은 200~5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우선 피상속인의 기업 경영 기간이 10~30년을 넘어야 한다. 상속인이 기업을 넘겨받은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를 유지해야 한다. 또 상속인이 최소 10년간 대표(CEO)직을 맡아야 하고 지분을 함부로 팔아서도 안 된다. 공제를 확대했다고 하지만 실은 공제 요건이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세금을 다 내라는 얘기다. 승계 기업은 업종을 바꿔도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등 세계 경제가 빠르게 변하는데 업종을 못 바꾸게 규제하면 새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신생 대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것도 이런 규제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사다리를 상속세가 부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를 엄두 내지 못하고 가족들이 남은 자산을 처분해 나눠 갖는 경우도 허다하다. 애써 키운 기업은 분해되고 일자리와 기술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기업을 하면서 법인세, 배당세, 개인소득세, 양도세 등을 납부해왔는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부과되는 엄청난 상속세 부담이 기업을 휘청거리게 하는 결정타가 된다. 작년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가업 승계 실태 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6~7곳 대주주가 "회사를 후대에 물려줄 엄두를 못 낸다"고 답했다.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상속세

미국 트럼프 정부는 2017 9상속세 폐지와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파격적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기업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한 정책 변화였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불황 터널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상속세가 무겁기로 유명한 일본도 방향을 틀었다. 아베 정권은 작년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촉진하는 세금 우대 방안을 추진했다. 경영권 승계 시 상속 주식 전체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폐업 위기에 처한 130만 중소기업 구출 작전을 펼친 것이다. 포르투갈과 슬로바키아는 2004, 스웨덴은 2005, 노르웨이와 체코는 2014년 상속세를 아예 폐지했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상속세를 그대로 부과했다가는 기업들이 몰락해 실업 대란이 발생하고 재정과 복지까지 무너져 나라 경제가 존망 갈림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질시·반목보다 고용 창출과 기술 발전, 경제성장이라는 합리성의 눈으로 상속세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회원국 가운데 17곳은 직계비속이 승계하는 기업에 상속세를 한 푼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다른 열세 나라는 세율을 크게 낮추거나 큰 폭의 세금 공제를 통해 사실상 상속세 부담을 거의 없애다시피 했다. 과거엔 감세 혜택을 받으려면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등 요건을 갖춰야 했는데 최근엔 이런 규제도 사라지는 추세다. 최고 세율이 45%인 프랑스는 직계비속 상속 시 세율 인하와 공제 혜택을 적용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세율을 11%로 낮췄다. 벨기에와 독일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실제 최고 세율을 3~4.5%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최고 세율이 20~40%인 스페인,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도 공제 혜택을 대폭 늘려 실제론 2~4%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요국이 상속세 부담을 없애거나 크게 덜어주는 이유는 명백하다. 상속세 유지보다 상속세 폐지로 얻는 국가적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황금 알 낳는 거위(기업)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세금 정책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업 승계 과정 세 부담 최소화해야 강소 기업 많아져"

우리나라 상속세가 유독 무거운 것은 뿌리 깊은 반()부자 정서를 의식해 정부와 국회가 과감히 세율에 손을 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1934년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상속세는 1950년대 초 최고 세율이 무려 90%에 달한 후 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최고 세율 65%가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 수입은 연 5조원 안팎으로 전체 세수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 일자리 예산(23조원) 4분의 1 수준이다. 세수 차원의 실익은 거의 없고,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다. 전문가들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세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고 나중에 대주주가 기업을 처분할 때 과세하는 '()승계-()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이 방식을 채택해 기업 승계를 촉진하고 있다.

조병선 한국가족기업연구원 원장은 "한국은 상속세 문제로 사장(死藏)되는 아까운 기업이 많다"면서 "세계 추세에 맞게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상속세를 개선하는 방안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0년 넘긴 장수기업 절반이 'CEO 고령화' 걱정]

 

 우리나라 기업들은 '최대주주의 급속한 고령화'라는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지난해 8월 현재 창업 50년을 넘긴 기업 1629개 가운데 오너 겸 대표(CEO)의 나이가 70세 이상인 기업이 18%이다. 60세 이상인 경우는 49%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가 진행되는 현상과 비례해 기업 오너 연령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0년 이상 된 기업 중 중소기업이 80%(1300여 곳)를 차지하고 있어 중소기업 대표의 고령화와 상속세 부담이 맞물리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자칫 수많은 중소기업이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경영권 승계에 실패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기업이 승계에 실패하면 그만큼 일자리도 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일본·독일에 비해 장수 중소기업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것이 나라 경제의 기초를 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33000곳이 넘는다. 독일은 200년 이상 된 기업만 1500개가 넘는다. 이 나라들의 부품·소재 중소기업들 중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곳이 수두룩하다. 강소(强小)기업들이 널리 포진한 나라는 위기가 닥쳐도 경제가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연구원 신상철 수석연구위원은 "급속한 고령화로 우리나라 장수 기업 대표들이 동시에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안정적 기업 승계를 위한 과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신 논설위원, 조선일보(19-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