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감사하는 코딩 천재들] [트럼프 ‘금요일 밤의 학살’… ] ....
[미 정부 감사하는 코딩 천재들]
[트럼프 ‘금요일 밤의 학살’… 현실 된 ‘스케줄 F’의 공포]
[트럼프 쇼]
미 정부 감사하는 코딩 천재들
실리콘밸리 특파원 시절,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를 묻고 다녔다. 그때마다 “엔지니어로서 함께 일하기엔 최고인 상사”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과할 정도로 많은 일을 시키지만, 한계와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 말단 엔지니어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지금 머스크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도 없다. 젊은 엔지니어 중엔 머스크 밑에서 일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머스크 키즈’로 불린다.
▶트럼프 정부가 미 국무부의 정보 기술(IT) 담당 선임 고문에 19세 청년을 임명했다. 머스크의 뇌 신경 스타트업인 뉴럴링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존경하는 인물로 머스크를 꼽는 ‘머스크 키즈’다. 머스크는 이런 젊은 코딩 천재 20여 명을 행정부 곳곳에 심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대 로마 파피루스 속 글자 해독에 성공한 천재며, 트위터와 빅데이터 기업 출신 데이터 과학자도 포함됐다.
▶전통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은 행정가나 회계 전문가의 몫이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20대 엔지니어들을 연방조달청, 인사관리국, 중소기업청 등에 투입해 모든 정부 계약을 살펴보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AI 기술로 재무부 데이터, 사회보장, 의료보험, 각종 계약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복 지급 여부, 불필요한 항목 등을 평가해 조직·예산 절감 방안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폐쇄된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단체 메일을 보낸 사람도 ‘머스크 키즈’였다.
▶역사적으로 기존 통념과 관습을 깨부수려는 시도는 10~20대에 의해 일어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의 승리를 이끈 잔 다르크는 죽을 때 19세였고, 아인슈타인은 26세에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미 실리콘밸리에선 더 보편적이다. 구글, 메타가 세워진 것은 창업자가 20대 때였다. 젊은 혈기의 머스크 키즈들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머스크와 찰떡궁합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재편하면서 “제거한 부분의 10% 이상을 복원할 필요가 없다면 충분히 제거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정도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소속 워런 미 상원 의원은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에 재무부 시스템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 금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대 머스크 키즈들이 미국인들의 정보를 무단 유출하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 키즈 중 하나는 회사에서 정보 유출로 해고된 적이 있다. 머스크와 그의 키즈들이 방만한 미 행정부를 다이어트시킬지, 파괴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성민 논설위원·콘텐츠전략팀 차장, 조선일보(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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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요일 밤의 학살’… 현실 된 ‘스케줄 F’의 공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금요일 밤을 골라 국무부 재무부 등 연방정부의 감찰관을 무더기 해고했다. “금요일 밤의 학살”이란 미 언론의 평가가 나왔다. 개인에겐 해고 사유 통보도 없었다. 백악관 인사국장의 이메일 통보를 받은 감찰관은 17명인 것이 금주 들어서야 파악됐다. “법무부와 국토안보부 2곳을 뺀 모든 부처”라는 보도가 나왔다. 살아남은 법무부 감찰관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트럼프를 수사했던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고강도로 감찰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는 기자들 질문에 “그 FBI 감찰보고서는 참 정확했다”고 답해 그가 살아남은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전체 250만 명에 이르는 연방정부 구성원이 동요하자, 트럼프는 다음 날 “몇몇 감찰관은 불공정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감찰관 해고를 위해 30일 전에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문서로 상원에 보고하도록 된 규정은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 규정을 모르는 듯 “해고는 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것은 20년 전 방송 리얼리티쇼 사회자로 나서서 “넌 해고됐어(you are fired)”를 외치면서다. 여전히 ‘해고는 곧 인기’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첫 4년 임기 동안 트럼프는 연방정부 공직자들이 일부러 태업을 해 자신을 괴롭혔다고 여겼고, 이들을 비밀 결사체라는 식으로 “딥 스테이트(deep state)”로 종종 불렀다. 트럼프 사단은 이들을 손볼 방법을 찾다가 ‘스케줄 F’ 조항을 찾아냈다. 통상 연방정부 공직자는 고용이 보장된다(스케줄 G). 하지만 기밀을 다루거나 정책 결정 및 홍보에 참여하는 이들의 해고는 상대적으로 쉽다(스케줄 F). 트럼프는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 직무를 재조정해 4000명 선이었던 스케줄 F 대상을 5만 명 정도로 늘려놓았다.
▷트럼프가 말하는 연방정부 ‘개혁’에는 두 가지 목표가 뒤섞여 있다. 반대파를 골라낸 자리에 트럼프 충성파를 입성시킨다는 것이 하나고, 인건비 및 사업예산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이루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형 기업가에게 정부효율부(DOGE)라는 신생 조직을 맡긴 것은 둘째 목표를 위한 것이다. 스케줄 F 공직자들로선 언제, 어떻게 해고당할지 알 길이 없어 불안해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렇듯 트럼프의 정부 개혁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정부 슬림화로 예산을 아낀다면 누가 반대할까. 하지만 역량보다 충성심을 더 중시하고, 이메일 해고라는 거친 방식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현실이 된 첫 무더기 해고 대상이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는 감찰관들이었다. 새 감찰관들이 공직 기강 확립이란 본업을 비판자 축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지만, 이런 식이면 연방정부가 정치 싸움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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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쇼
지난 2007년 미국 프로레슬링협회인 WWE의 빈스 맥마흔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가 '억만장자의 대결'이라는 대회를 열었다. 두 사람이 각각 뽑은 레슬러들을 대결시켜 진 사람이 머리를 박박 깎는다는 내기였다. 선수가 심판을 메다꽂고 판정이 번복되는 난장판에 트럼프가 등장했다. 그는 링 밖에 서 있던 맥마흔을 쓰러뜨린 뒤 때리는 시늉을 했다. 결국 이 대회는 트럼프가 링 위에서 맥마흔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어버리고 환호하는 쇼로 끝났다.
▶맥마흔은 7년 뒤 유명 인사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트럼프를 다음 대상으로 지목했다. 트럼프는 뉴욕 트럼프타워 옥상에서 "내 머리가 가발인지 아닌지 확인될 것"이라며 정장 차림으로 물 양동이를 뒤집어썼다. 물벼락을 끼얹은 사람은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USA였다. 트럼프는 두 미인대회를 1996년부터 20년간 운영했다. 전통적 미인을 뽑는 대회에서 트럼프 사업에 활용 가치가 높은 미인을 고르는 행사로 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탱크와 장갑차, 폭격기가 등장했다. 행사장인 링컨기념관 앞 호수 주변은 인종차별 반대 집회,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열린 역사적 장소다. 트럼프는 연단에서 일일이 미군의 전략 자산들을 소개했다. "하늘은 미국의 것"이라고 말할 땐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는 폭격기가 대회장 상공을 날았다. 전통적으로 국민끼리 즐기는 미국 독립기념일에 대통령이 대중 연설을 한 것은 1951년 트루먼 대통령 이후 68년 만이었다.
▶트럼프는 세계 지도자 중 가장 쇼맨십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독립기념일 행사도 그가 이미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그는 2년 전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행사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관람한 뒤 비슷한 행사를 워싱턴에서도 열겠다고 했다. 작년 참전 용사의 날에 열병식을 하려다가 여론 반대로 못했던 것을 이번에 강행했다. 미국 내에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왔다.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난 뒤 트럼프는 "훌륭한 만남이었고 대단히 영광스럽다"고 했다. 엊그제도 "내가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G20 회담차 일본에 왔다가 김정은과의 만남을 깜짝 제안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 역시 치밀하게 연출된 정치쇼라는 의혹이 있다. 재선에만 모든 관심을 쏟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나라의 신세가 답답하고 처량하기만 하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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