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와 수에즈] [예멘] [美英 ‘홍해 군사작전’ 개시.. ] ....
[홍해와 수에즈]
[예멘]
[美英 ‘홍해 군사작전’ 개시… 물류-인플레 대란 대비해야]
[아덴만 바브엘만데브 해협]
[美 '테러와의 전쟁']
홍해와 수에즈
[임용한의 전쟁사]
후티 반군의 위협에 이란 구축함까지 홍해에 진출하면서 세계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는 혹한이 찾아왔고, 유럽 경제와 우크라이나 전선은 더 추워졌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만 걱정할 정도로 경제가 호황이지만, 군사력과 의지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망신을 당하고 있다.
미국의 굴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답을 주지도 않는다. 대선 공약과 무관하게 상황에 따라 미국의 대응은 달라질 수 있다.
홍해에서 후티의 기세가 줄어들지 않자 문득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집트는 왜 가만히 있을까? 수에즈를 이용하는 선박이 줄어들면서 이집트는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고 있다. 이집트의 올해 예산이 약 87조4000억 원인데, 이 중 수에즈 운하 수입이 약 11조 원이다. 홍해 사태로 운하 수입의 80%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미 심각한 국가부채에 거액의 이자로 부도 직전인 상황에서 후티는 이집트를 말려 죽이고 있다.
이집트는 왜 가만히 있는가? 이집트야말로 중동의 군사 강국이 아닌가? 이집트군은 예멘에 아픈 추억이 있다. 1960년대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은 무려 7만의 병력을 파병해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고, 이것이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집트군이 대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반세기 전의 사례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다. 오히려 후티 반군은 더 강해졌다. 이집트도 곤혹스럽다. 개입하면 군사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고 개입하지 않으면 수입 감소를 해소할 수 없다. 후티는 이집트의 이런 사정도 계산했을 것이다.
1960년대에 이집트는 소련의 지원을 받았고, 미국은 이집트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지금 이집트가 개입한다고 하면 러시아가 분노하고,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미국이 고맙다고 밀어줄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냉혹하게 변하는 세계를 보고 있다. 우리의 바다와 영공만 지킨다고 우리의 이익과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 약한 자의 정의는 내동댕이쳐졌고, 강한 자의 정의조차 조롱받고 있다.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 그러나 이미 말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4-01-23)-
_____________
예멘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예멘은 과거 ‘풍요로운 아라비아’로 불리며 번영했다. 구약성경 열왕기에는 예멘이 시바 왕국으로 불리던 시절, 시바의 여왕이 값비싼 향료와 엄청나게 많은 금은보석을 가지고 예루살렘을 방문해 솔로몬왕과 만난 일화가 나온다. 현대 사가들은 잘살던 두 나라 왕이 통상 교섭을 한 증거로 본다. 로마제국 시절엔 향신료 무역으로도 풍요를 누렸다.
▶세계적인 커피 산지로도 명성이 높다. 모카 커피는 15~17세기 예멘 항구도시 모카를 통해 커피가 유럽 전역에 수출되며 붙은 이름이다. 이 중 모카 마타리는 오늘날 세계 유명 커피의 하나다. 남쪽의 항구도시 아덴은 196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에서 물동량이 둘째로 많은 항구였다.
▶그토록 풍요롭던 나라가 지금은 ‘비참한 아라비아’로 불린다. 오늘날 예멘은 콩고나 북한보다 가난하다. 중동에서 예멘보다 못사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밖에 없다. 국민 40%가 절대 빈곤에 빠져 있고 희망 없는 국민은 어린이들까지 환각성 마약인 ‘카트’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다. 2015년 발발해 10년째 지속되는 내전으로 국민 수만 명이 죽었고 더 많은 국민이 난민으로 세계를 떠돈다. 그중 일부가 몇 해 전 제주도에도 흘러들어왔다.
▶예멘은 3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산유국이다. 대부분 사막인 이웃 나라들과 달리 비가 풍족해 농사도 가능하다. 남북으로 분단 됐던 나라가 1990년 통일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내전으로 다시 쪼개졌다. 예멘이 지금처럼 된 데는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극단적 반목, 통일 전 소련에 의지해 연명하다 소련 해체 후 경제가 파탄 난 남부 공산주의 잔존 세력, 2011년 아랍의 봄으로 퇴진한 독재자 살레와 집권 세력의 부패가 삼각 파도처럼 이 나라를 덮쳤기 때문이다.
▶이 내전에서 반군 지도자 후티가 사망했다. 그 부하들인 후티 반군은 결국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사실상 예멘을 통치하고 있다. 이들의 모토는 국가 재건과 민생이 아니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이를 실천한다고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30%가 오가는 홍해에서 외국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과 한편인 이란도 유조선을 나포하며 가세했다.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결국 미국과 영국 주도로 예멘 곳곳에 공습이 시작됐다. 예멘 국민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바 여왕의 나라가 지옥이 됐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1-13)-
______________
美英 ‘홍해 군사작전’ 개시… 물류-인플레 대란 대비해야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중동 사태가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교역로인 홍해와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긴장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물류대란과 공급망 위기, 유가 상승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 해상교역의 중요 항로인 홍해를 가로막고 민간 상선을 공격해 온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을 공습했다고 어제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홍해발 물류 위협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습에 이란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후티 반군도 선박 공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핵심 운송로다. 이곳이 막히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수천 km를 우회해야 해 운임 상승과 배송 지연으로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 달새 해상 운임은 두 배로 오른 상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부품 공급 부족으로 독일 공장 가동을 2주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도 꿈틀대고 있다. 어제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사이에 3% 가까이 뛰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통로다. 특히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주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중동발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그나마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부처·기관 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하면 국제 공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24-01-13)-
_______________
아덴만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강현의 해협의 문명사]
지중해와 인도양 통하는 관문…
中, 해협 눈앞 지부티에 군 기지 만들어
낙타에 짐을 싣고 홍해 바닷가를 따라 이동하는 아라비아 상인들의 행렬을 화폭에 담은 19세기 화가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왼쪽 사진).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문명의 교차로이자 해상 교역로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열강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전략적 요충 지역이다.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중국도 해협에 면한 아프리카 국가 지부티에 해군 기지를 만들었다. 2017년 7월 지부티에 배치된 중국군 2명이 입항하는 자국 군함을 지켜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미 의회도서관·AP 연합뉴스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상대적으로 우리에겐 덜 알려져 있다. 이 해협의 별칭은 아라비아어로 ‘눈물의 문’이다. 동쪽 예멘, 서쪽 에리트레아와 지부티, 남쪽 소말리아가 해협에서 마주 본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 홍해를 거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면 아덴만에 당도한다. 아덴만을 벗어나면 아라비아해가 펼쳐지는데 크게 보면 모두 인도양이다.
위험도가 높은 해협이다. 2011년 1월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인질 구출이란 쾌거를 이루었지만, 그만큼 위험한 바다다. 소말리아인을 국제사회가 혹독하게 비판하지만 어찌 보면 가난에 찌든 그들 처지에서 해적은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자 비즈니스일 뿐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문명의 여명기에 홍해는 유럽 문명과 아시아, 아프리카가 만나는 교차로였다. 오늘날 지중해에서 홍해로 넘어가려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다. 수에즈는 1869년 개통하였으니 불과 153년 됐다. 긴 인류사에 비한다면 최근의 일이다. 수에즈 개통은 희망봉 여정이 생략되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수에즈 지협(地峽)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야 비로소 지중해와 인도양이 이어졌다. 지협과 해협이 동시에 작동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
수에즈 운하는 일찍이 고대부터 시도되었다. 수에즈 근처에서 분홍색 화강암 비석 파편이 발견되었다. 비문은 고대 페르시아어, 엘람어, 바빌로니아어, 이집트어 등 다국적 언어다. 아케메네스 왕조의 다리우스 대제가 명령하여 나일강에서 페르시아가 시작되는 바다까지 운하를 파고, 이집트에서 출발한 배가 이 운하를 통해 페르시아로 왔다고 기록했다.
다리우스의 운하를 통과하여 홍해를 거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항해한 흥미로운 인간이 있다. 기원전 6세기 후반에서 5세기 초반 그리스인 스킬락스는 다리우스 1세의 명으로 인더스강까지 항해했다. 인도 정복을 위한 일종의 ‘스파이 탐사’였다. 실제로 아케메네스 왕조는 기원전 6세기에서 4세기까지 인도 아대륙 북서부를 정복했다.
고대 세계에서 지중해와 인도양이 연결되는 데 홍해가 절대적이었다. 홍해는 일종의 기다란 파이프처럼 북쪽으로 수에즈 지협, 남쪽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창구로 하여 서로 다른 문명 세계를 연결했다. 통시적으로 볼 때 이 지협과 해협을 하나의 유기적 연동장치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한쪽의 긴장은 다른 한쪽에도 영향을 주면서 지협과 해협의 지정학적 연계성을 알려주는 중이다.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하니 동방박사가 찾아왔다.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몰약과 유향은 소말리아, 수단, 에티오피아, 소코트라 등 아프리카 동부와 아라비아 남부에서 산출되었다. 카라반에 실려 북상하거나 배에 실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했다. 이집트 문명도 끊임없이 홍해를 이용하여 동방과 소통했다. 핫셉수트 여왕이 원정대를 ‘황금의 나라’ 푼트까지 보낸 기록이 벽화에 남아있다. 푼트는 소말리아로 비정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홍해에는 유수의 국제 무역 항구 베레니카가 있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여 아라비아 남부와 인도, 스리랑카를 연결하는 국제 거점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절에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그리스 상인은 해협을 통과하여 인도까지 여행하고 ‘에리트레아해 항해서’란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에티오피아에는 강력한 해상 왕국이자 기독교 왕국이었던 악숨이 있었다. 악숨의 홍해 항구 아둘리스에서 출발한 상선이 해협을 통과하여 멀리 스리랑카까지 출현했다. 심지어 스리랑카에 에티오피아 용병이 다수 존재했을 정도로 ‘인력 수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하여 인도의 향신료가 로마까지 수입되었다. 소말리아 상인도 국제 무역 시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오늘날 소말리아인이 해적이란 오명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천부적인 해상 상인의 후예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이 물려받은 해양력을 엉뚱한 해적질에 쓰는 중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벗어나자 만나는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 반도가 위험 좌표가 된 지 오래다. 소말리아 건너편 예멘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총포를 날리고 있다. 후티 반군과 이란이 모두 시아파에 속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멘 땅에는 한때 시바의 여왕 왕국이 있었다. 시바 여왕과 솔로몬 왕의 홍해와 지중해를 오고 간 비화는 성경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바 왕국은 ‘황금의 땅’으로 물산이 풍부하고 국제 무역이 왕성했다. 해협을 건너온 물산이 ‘천년의 항구’ 아덴에 집결했다. 중국 상선도 아덴으로 속속 들어왔다.
오늘날 중국은 지부티에 항구 조차권을 획득했다. 일대일로의 동아프리카 교두보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설정한 것이다. 소말리아는 여전히 악순환을 겪고 있고, 예멘의 내전은 그칠 줄 모르는 등 불과 26㎞의 좁은 해협은 언제나 뜨겁다. 이제는 몰약과 유황 대신에 석유를 실은 유조선이 흘러가는 전략적 수로다. 한국 해군이 작전을 펼쳐야 할 정도로 우리와 무관한 해협이 아니다. 모카항에서 선적한 모카커피와 에티오피아의 커피도 한국인의 식탁 위에 올라오는 중이다. 우리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관심을 돌려야 할 이유가 수십 가지도 넘는다.
-주강현해양문명사가, 전 제주대 석좌교수
______________
美 '테러와의 전쟁'
美, 전투기·드론 등 전투기술 발전… 미군·민간 피해없이 테러리스트 제거
아프리카에서만 수백명 제거했지만
잡아도 계속 나오는 두더지 게임처럼 테러리스트는 끊임없이 나와
2019년이 끝나가는 연말에도 안타까운 테러 소식이 뉴스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12월 28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알샤바브가 폭탄 테러를 일으켜 최소 79명이 사망했습니다. 소말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은 이에 세 차례 공습을 감행, 얄샤바브 조직원 4명을 제거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는 "2017년 4월부터 2년 동안 110회의 공습을 통해 800여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알샤바브는 지난 수년간 점령지 상실, 미군의 공습 강화 등에도 회복력을 입증했다"고 했죠. 사실 소말리아뿐 아니라 중동 여러 지역에서 테러는 미국의 막대한 국방비 투입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21세기 들어 미국은 능숙한 외과 의사처럼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휴민트(사람들을 통한 정보 수집), 위성을 통한 정찰, 모바일 기기 추적과 해킹 등을 통해 테러리스트 위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전투기나 드론(무인기)을 통해 유도미사일로 타격합니다. 테러리스트는 자길 공격하는 미사일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죠. 무기가 점점 발달하면서 이전의 공습과 달리 테러리스트만 공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12월 28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폭탄 테러를 일으킨 현장입니다. 이 테러로 최소 79명이 숨졌습니다. /신화 연합뉴스
미군 입장에서도 목숨을 걸고 사선에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드론을 조종하는 군인은 수천㎞ 밖에서도 원격으로 테러리스트를 공격합니다. 병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안전한 임무 수행은 없겠죠. 미국은 갈수록 이런 원거리 타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미군 사상자가 최소화되니까요. 민주주의 사회는 군인의 생명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파병한 미군이 주검으로 돌아오면 정부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겠죠. 그 정부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려워질 겁니다.
공습만큼 안전하지는 않지만 미국은 특수부대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인질 구출, 전술적 요충지 확보, 요인 암살 등에서 여전히 특수부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도 미국 특수부대였죠.
전투기와 드론을 이용한 공습, 특수부대 투입은 합쳐졌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냅니다. 언론은 공습 작전, 특수부대 암살·구출 작전 등의 성과를 끊임없이 보도하며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합니다. 미군의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활약은 영화, TV 프로그램, 소설, 심지어 컴퓨터 게임에서까지 '인기 상품'입니다.
군인은 거의 다치지 않고, 테러리스트는 계속 줄어드니까 테러는 갈수록 줄어야 하겠죠. 그러나 소말리아 테러는 꼭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끝없는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구멍에서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면 망치로 내려치는 바로 그 게임요. 두더지 머리를 망치로 때려도 다른 구멍에서 두더지가 머리를 내미니까 계속 망치를 휘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테러리스트는 왜 생겨날까요. 나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사람을 죽이며 쾌감을 느끼는 악당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걸까요? 물론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테러리스트를 이런 악당으로 단순하게 묘사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테러리스트는 정치·경제·사회·종교적 이유가 뒤섞여 생겨납니다.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지금 미국의 대(對)테러 전략은 이런 본질적 문제를 겨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겨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죠.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100만명에 가까운 베트콩을 사살합니다. 미군은 약 6만명이 목숨을 잃었죠. 그렇지만 결국 전쟁에서 패배했던 건 미국이었습니다. 전쟁은 누가 누구를 얼마나 죽였는지로 승패가 갈리지 않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생겨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인명 손실 없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가'만 따져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있지만, 이 전술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전략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테러와의 전쟁' 이전에 '마약과의 전쟁(the war on drugs)'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미국 내 마약 사범은 철저하게 처벌했지만 미국에 마약을 내다 파는 국가들이 마약을 만들지 않도록 공급을 차단하는 정책은 제대로 펼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죠.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테러와의 전쟁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앤드루 새먼·동아시아타임스 동북아 특파원/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20-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