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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당 대표가 유권자에게 ‘투표 말라’니, 귀를 의심한다] ....

뚝섬 2024. 3. 16. 06:28

[제1당 대표가 유권자에게 ‘투표 말라’니, 귀를 의심한다]

[‘찍 對 찢’] 

[어느 ‘대깨문’의 일기] 

[윤평중 “문빠 급속히 ‘민심’ 잃어가고 있다”]

 

 

 

제1당 대표가 유권자에게 ‘투표 말라’니, 귀를 의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새시장에서 족발을 시식한 후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2024.3.15/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세종시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살 만하다 싶으면 2번(국민의힘)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고 말했다. 국민을 편 갈라 상대편은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대선 후보까지 지낸 최고위 정치인의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통합에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첫 번째 사명이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가 도리어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투표는 모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기 당을 찍지 않을 사람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과거 한 정치인이 “노인들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부딪혀 결국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 대표는 엿새 전에도 자신의 지역구 주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했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지난 대선에서 2번을 찍은 국민은 거의 50%에 달한다. 국민 절반을 이렇게 함부로 비하한다. 이 대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말을 했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도가 낮고 정권 심판론이 높으니 반대편이나 중간에 있는 유권자를 무시하고 자기 지지층만으로 선거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공천도 여론을 무시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의 그간 궤변, 말 뒤집기 사례는 헤아릴 수가 없다.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하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위성정당 금지를 약속하더니 이를 또 혼자서 뒤집었다. 이제 국민들도 이 대표의 약속 뒤집기와 막말, 궤변에 대해선 무뎌진 탓인지 그러려니 한다.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조선일보(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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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 對 찢’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흑인·이민자를 수시로 비하했다. “미국 피를 오염시키는 지능 낮은 사람들”이라고 했고 “침공자”라고도 했다. 인도계인 공화당 니키 헤일리 후보는 이상한 인도식 이름으로 불렀다. 이에 민주당 측은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을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 부르며 “나라 망치는 세력”이라고 했다.

 

과거 영남과 호남 출신을 ‘보리문둥이’와 ‘홍어’로 부른 때가 있었다. 보리를 주식으로 삼았던 영남과 홍어가 많이 나는 호남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한동안 정치권에선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불렀느니, 안 불렀느니 논란이 되곤 했다. 우파는 좌파를 ‘빨갱이’라고 했고, 진보는 보수를 ‘수꼴’이라고 불렀다. 젊은 남녀들도 서로를 ‘메갈(극단적 페미니스트)’ ‘된장녀’, ‘일베충’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이라 부르며 비하했다.

 

▶대통령을 폄하하는 멸칭도 유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구리’ ‘놈현’이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쥐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닭그네’로 불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지층에선 ‘달님’이라고 했지만, 반대편에선 ‘문재앙’이나 ‘곰’이라고 했다. ‘곰’은 ‘문’을 뒤집은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고 해서 ‘윤도리도리’, 양다리를 벌리고 앉는다고 해서 ‘쩍벌’이란 멸칭이 붙었다. 근래엔 ‘굥’이 추가됐다. ‘윤’을 뒤집은 것이다. 일부 방송사가 ‘서울교통굥사’라고 자막을 잘못 냈다가 국민의힘에서 항의를 받았다. 민주당 지지층은 ‘윤 정부는 공정하지 않다’며 ‘굥정’이라 불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층은 스스로를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이름이 됐다.

 

▶이 대표가 선거 도중 만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2찍’은 지난 대선 때 기호 2번 윤 대통령을 찍은 보수 지지층을 폄하하는 말이다. 대선 때 2번을 찍은 국민은 절반에 달한다. 이 엄청난 숫자의 국민을 대놓고 비하하고 적대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득이 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선 이런 이 대표를 향해 ‘찢재명’이나 ‘찢’이라 부르는 댓글들이 홍수를 이룬다. 형수에게 했던 막말을 빗댄 멸칭이다. 사회와 정치를 빨리 타락시키는 건 오염된 언어라고 한다. 오염된 언어 중에서도 상대를 무엇으로 낙인찍는 멸칭이 심각하다. 상대를 비하하면 자기 격도 떨어진다. 혐오와 적대감을 부추기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낙인찍기 멸칭은 사라졌으면 한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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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깨문’의 일기

 

환상의 콤비’가 될 수 있었던 문 대통령과 열성 지지자들
맹목적 지지와 거듭된 실정이 서로를 해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를 뜻하는 ‘문빠’ 혹은 ‘대깨문’은 이 정권 내내 많은 이들에게 공포 혹은 혐오의 대상이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는 ‘인증서’를 받은 후 이들은 현실 세계와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양념질’을 했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찬양을 강요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에겐 테러를 일삼았다. 어느 반찬 가게 주인은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고 한마디 했다가 마녀사냥을 당했다. 한 친정부 성향 잡지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덤벼라, 문빠들”이라고 썼다가 불매운동을 맞고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백기 투항한 뒤 회사를 떠났다. 잡지 표지에 실린 대통령 사진이 지지자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고작 그런 이유였다.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보고서를 냈다가 집단 린치에 시달린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몇 달간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서도 지지자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맘카페 등을 장악한 채 기사 댓글에 좌표를 찍어 추천 수를 조작하거나 SNS로 몰려가 무더기로 악플을 달았다. 그들 스스로는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자 ‘깨시민’이라고 여겼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광신도 혹은 홍위병의 광기를 봤다.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하늘을 찌를 듯하던 ‘대깨문’의 위세도 예전만 못해졌다. 전·현직 민주당 의원들이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에서 윤 총장 편에 섰고, 최장집·강준만·홍세화 등 진보계 원로들은 집권 세력을 향해 전체주의를 추구하는 싸가지 없는 ‘민주건달'들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2중대로 불렸던 정의당조차 공수처법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다들 ‘대깨문’ 눈치 보느라 숨죽였던 정권 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결국 이 정부의 거듭된 실정(失政) 때문일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일자리, 저출산, 남북 관계, 검찰 개혁, 사회 통합, 방역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보니 지지자들조차 이 정부의 업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걸 마땅히 찾지 못한다. 하다 못해 집권 4년이 다 되도록 ‘세월호의 진실’조차 인양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너무나 처참해 웬만한 지지자뿐 아니라 대통령 본인조차 입을 닫았다.

 

그래서 지지자들은 현실과 온라인 세상에서 점점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임기 초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았지만, 요즘엔 아직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한때 대통령 찬양으로 가득했던 여러 사이트에는 대통령과 지지자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넘쳐난다. 지지자들 스스로 만들어 자랑스럽게 사용했던 ‘대깨문’이라는 용어는 이제 멸칭이 됐다.

 

강력한 지지 기반은 언제나 정치인에게 최고의 자산이고, 문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환상의 콤비’처럼 여러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맹목적인 지지자들에게 취해 잘못된 길만 골라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고, 지지자들은 대통령만 믿고 있다 정말로 머리가 깨질 처지가 됐다. 얼마 전 누가 보내준 ‘대깨문의 일기’는 이렇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전세를 살던 대깨문 김모씨는 종부세 인상 뉴스에 투기꾼 놈들 잘됐다며 박장대소를 했다. 5개월 후 전셋집 재계약 날 월세 200만원을 내라는 집주인 말에 영문도 모르고 경기도로 쫓겨나게 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빨간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그의 이어폰에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흐르고 있다.” 너무 현실적이라 더 안타깝다.

 

-최규민 기자, 조선일보(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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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빠 급속히 ‘민심’ 잃어가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7일 “문빠가 급속히 민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 복귀시킨 두차례에 걸친 법원 결정과 정경심 교수 1심 판결을 문빠들이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법원-언론-재계가 결탁한 수구동맹이 정의로운 문재인 정권의 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는 게 이들 문빠들의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문빠들은 또 다른 선출된 권력인 국회에서 여당의 180석 권한을 맘껏 행사하는 “입법독재”로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부추긴다”며 “문빠들은 “일개 판사”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력화하는 것에 대해 “계엄령”으로 징벌하라고 외친다”고 했다.

 

또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근본 원칙을 파괴하는 문빠들의 이런 극단론은 명백한 정치적 부패의 징후”라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점에서 문빠들이 스스로를 ‘대깨문'이라 자칭한 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고 썼다. 

 

이어 “문빠들에겐 민주시민의 판단능력과 균형감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파시스트적인 적과 동지의 이분법과, 맹목적인 지도자 숭배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바로 이 지점에서 문빠와 박빠, 대깨문과 태극기 부대는 서로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빠는 민심을 잃고 공론장에서 한낱 조롱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마찬가지로 문빠도 급속히 민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성 기자, 조선일보(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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