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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I 기술] [키보드 시대 끝나나… 생각만으로 타이핑] ....

뚝섬 2025. 5. 4. 05:41

[BCI 기술]

[키보드 시대 끝나나… 생각만으로 타이핑] 

[“키보드 든 은행 강도”]

 

 

 

BCI 기술

 

뇌 센서로 생각 읽어… 전신 마비 환자도 말할 수 있다

 

작년 국제 학술지에 전 세계 과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어요.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진이 루게릭병에 걸려 말하는 능력을 잃어가던 환자의 목소리를 되살린 거예요. 뇌에 이식한 센서(전극)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극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장애를 이겨낸 겁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당시 46세의 케이시 해럴이에요. 건강에 별문제가 없던 해럴씨는 4년 전에 갑자기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어요. 루게릭병에 걸리면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돼요. 2018년 세상을 떠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평생 루게릭병에 시달렸죠. 해럴씨는 특히 안면 근육이 빨리 마비되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과학자들은 해럴씨의 대뇌피질에 전극 256개를 이식했어요. 대뇌피질은 우리 뇌 겉부분을 덮고 있는 얇고 주름진 층이에요. 전극을 통해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포착한 뒤 컴퓨터를 통해 이 신호를 해석했죠. 각각의 전극에는 수십 개의 ‘미세 돌기’가 달려 있어서 해럴씨가 말을 하려고 입이나 입술, 턱 근육을 움직이려고 할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감지했어요.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한 거죠. 이런 식으로 해럴씨의 뇌 신경세포에서 어떤 전기 신호가 나오는지를 8개월 동안 분석하고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과학자들은 과거 해럴씨가 건강할 때 남겼던 대화 기록을 인공지능에 입력했고, 해럴씨의 목소리도 입혔어요. 인공지능은 해럴씨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해럴씨의 음성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이후 그는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이 말하는 속도의 절반 정도 속도로 말하고 있지만, 대화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충분하다”고 밝혔죠. 해럴씨가 다시 말을 시작했을 때 함께 있던 가족들 모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이렇게 뇌의 전기 신호를 분석해 말을 하거나 사물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합니다. 

 

뇌와 컴퓨터 연결해 생각 읽어요

 

사람의 뇌는 몸의 특정 근육에 신호를 보내 어떤 동작을 하라고 지시를 내립니다. 사람의 뇌에는 860억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뉴런)가 있는데요. BCI는 뇌의 전기 신호를 포착하고 해독하는 기술이에요.

 

BCI는 100여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연구해 왔어요. 독일 과학자인 한스 베르거가 1920년대에 뇌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의 두뇌 활동을 기록하면서 BCI 연구가 시작됐어요.

 

뇌의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뇌전도’ 기술이 세상에 등장한 지 한 세기가 흘렀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뇌의 전기 신호를 수집하는 장치가 더 정교해지고, 이를 분석하는 데 인공지능이 쓰이면서 더 빠르고 정확한 해석이 가능해졌을 뿐이에요. 20세기 초반엔 환자의 두피 아래 은으로 만든 와이어를 붙였어요.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방식은 머리에 전극이 달린 헤드셋을 써 뇌파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방식은 안전한 대신 뇌의 전기 신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최근엔 얇고 작은 금속 전극을 뇌에 직접 삽입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BCI 기업인 뉴럴링크(Neuralink)가 이 방식을 쓰는 대표적인 기업이에요. 뉴럴링크는 두개골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낸 다음 전극을 뇌 표면에 붙이거나 뇌 깊숙이 삽입해서 신경 세포와 컴퓨터를 연결했습니다. 부드러운 폴리머 재질 위에 전극을 얹어서 몸의 거부 반응도 최대한 줄였어요.

 

더 안전하고 효율을 높인 방식도 등장하고 있어요. 미국의 또 다른 BCI 업체인 ‘사이언스 코퍼레이션’은 뇌에 삽입하지 않고 뇌 표면에 올려두기만 해도 신경세포가 전달하는 전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이 장치는 와플처럼 생긴 격자 모양으로, 10마이크로미터(㎛)마다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랍니다. 이 구멍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키운 신경세포를 하나씩 심어 놓았죠. 이 장치를 뇌 표면에 올려두면 작은 구멍을 통해 신경세포가 자라나 뇌와 연결됩니다. 이 신경세포를 통해 뇌에서 전달받은 신호를 컴퓨터로 읽어내는 거예요.

 

장애 극복에서 정신 질환 치료까지

 

그동안 BCI는 주로 루게릭병이나 뇌졸중 등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환자들을 돕는 데 쓰였어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앞으로 BCI 기술이 더 발전하면 훨씬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의 전기 신호를 분석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증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요. 뇌 신호를 키우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행동을 개선하는 치료법이에요.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해요. 초음파를 이용해 뇌를 자극해서 약물중독이나 뇌전증을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시도 덕분에 BCI 기술을 활용한 시장은 2030년에 10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BCI 기술은 뇌에 전극을 심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뇌가 다칠 위험도 있어요. 출혈이나 감염이 생기거나, 신경세포가 손상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동물권 보호 단체들은 뉴럴링크가 실험 원숭이에게 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의 원숭이가 죽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어요. 이런 논란은 BCI 기술이 윤리적으로도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죠.

 

BCI 시스템이 해킹당할 우려도 있습니다. 이 경우 사람의 뇌 신호를 몰래 읽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BCI 기술

 

BCI(Brain-Computer Interface)는 사람이 생각할 때 발생하는 뇌의 전기 신호를 읽어내 의사소통하거나 외부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이에요. 근육이 마비돼 말하기 어려운 사람도 생각만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요. 뇌에 직접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과 헤드셋 등을 이용해 두피에서 신호를 읽는 방식 등이 있어요.

 

-이종현 조선비즈 기자/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조선일보(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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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시대 끝나나… 생각만으로 타이핑

 

메타 'BCI' 기술 공개

 

메타가 개발한 '브레인 투 쿼티(Brain2Qwerty)'를 활용해 생각만으로 문장을 타이핑하는 장면. 아래는 브레인쿼티 개발 논문에 실린 그림. 실험 참가자가 짧은 문장을 키보드로 입력할 때 나타나는 뇌 신호 변화를 AI로 측정, 분석해 브레인쿼티 개발에 활용했다. /메타

 

영문 자판이 ‘QWERTY’ 순서여서 ‘쿼티’로 불리는 컴퓨터 키보드의 배열은 약 150년 전의 타자기 자판에서 비롯됐다. 앞서 개발된 타자기는 ABC로 알파벳 순서를 따른 자판이었는데, 미국의 한 신문사 발행인이 쿼티 자판으로 배열을 바꿔 특허를 냈다. 이렇게 탄생한 쿼티 자판은 타자기 시대가 막을 내린 뒤에도 오늘날 거의 모든 컴퓨터 키보드에 사용되고 있다.

 

150년 넘게 이어온 ‘쿼티 자판’ 시대를 끝낼 기술 개발에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뛰어들었다. 지난 7일 메타는 “생각만으로도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블로그와 논문으로 연구 결과를 밝혔다.

 

메타가 ‘브레인 투 쿼티(Brain2Qwerty·이하 브레인쿼티)’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 수준이 아니지만, 향후 고도화되면 키보드가 사실상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

 

브레인쿼티는 뇌의 신호를 읽어낸 뒤 컴퓨터 등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일종이다. BCI는 브레인 칩을 대뇌 피질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과, 머리에 착용한 기기를 통해 두피에서 신호를 읽는 방식이 있다. 뇌 이식 방식이 신호를 정확하게 읽는 데는 유리하지만, 수술 위험성과 부작용 등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메타의 브레인쿼티는 수술 없이 뇌 신호를 읽을 수 있다. 메타가 영상으로 공개한 브레인쿼티는 미용실 파마 기기를 연상시킨다. 뇌의 미세한 자기(磁氣) 신호를 감지하는 장치다.

 

실험 참가자들이 짧은 문장을 키보드로 입력할 때 나타나는 뇌 신호 변화를 AI로 측정, 분석해 브레인쿼티 개발에 활용했다. 메타는 “브레인쿼티는 실험 참가자가 키보드를 타이핑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해 문자 입력을 예측했다”며 “정확도가 최대 80%에 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메타는 생각을 읽는 모자, 헤드밴드를 개발하려다 기술적 한계로 주춤했었는데, 이번에 AI를 접목해 난관을 넘어선 것이다. 다만 당초 목표했던 모자나 헤드밴드 수준으로 경량화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공개한 브레인쿼티 무게가 5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 영향을 받지 않도록 차폐된 공간에서 브레인쿼티를 동작시켜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브레인쿼티가 건강한 실험 참가자들의 뇌 신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돼, 정작 이 기술이 필요한 사지 마비 장애인의 뇌 신호를 읽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곽수근 기자, 조선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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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든 은행 강도”

 

2014년 미국 소니 픽처스에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여학생이라는 ‘크리스티나 카스턴’이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 직원이 첨부된 이력서 링크를 누르는 순간 악성 소프트웨어가 영화사 서버를 파고들었다. 소니 측은 컴퓨터 불통과 문서 유출로 1500만달러 피해를 봤다.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를 만들자 북이 보복한 것이었다. 미국은 본토까지 공략한 북 해킹 능력에 경악했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해커가 박진혁이었다.

 

▶박진혁은 1984년생이라고 한다. 김정은과 동갑이다. 그가 중·고교에 다녔을 2000년 무렵 세계적으로 IT 붐이 일었다. 북한은 전국의 수학 영재들을 컴퓨터 전문가로 키웠다.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등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학생들은 7년 이상 복무해야 하는 군대도 면제받았다. 김책공대 출신 탈북민은 “졸업 후 바로 중국으로 나가 프로그래밍 등으로 외화를 벌었다”고 했다. 

 

▶6~7년 전까지 북 해커들의 주요 임무는 ‘정보 탈취’였다. 우리 안보 부서를 공격해 무기 도면이나 작전 계획 등을 털어 갔다. 악성 코드를 퍼뜨려 우리 은행과 정부 기관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2016년 이후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벌(罰)로 북 수출이 막히자 ‘현금 털기’에 나섰다. 30여 나라 ATM(현금 지급기) 암호망을 뚫어 현찰을 훔쳤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돈에도 손을 댔다. 때마침 부상한 ‘암호 화폐’는 노다지나 마찬가지였다.

 

▶그제 미 법무부가 2014~2020년 북이 훔치려고 시도한 암호 화폐와 외화 가치가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 공작원들은 총 대신 키보드로 암호 화폐를 훔치는 국제 은행 강도”라고 했다. 강도범으로 7년 전 소니를 공격한 박진혁 등 세 명을 공개 수배했다. 미 언론은 “13억달러 중 10억달러는 못 빼 갔다”고 했다. 실제 챙긴 돈은 3억달러(약 3300억원) 정도라는 거다. 작년 10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18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북·중 교역액이 전년의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은행털이’가 대신 김정은 금고를 채워줬다.

 

▶미국은 해커 3명이 ‘북한군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했다. 지구상에서 ‘은행 강도’ 부대를 운영하는 곳은 북이 유일할 것이다. 2년 전 유엔 보고서는 북 해킹으로 돈을 털린 17국 중 한국이 최다 피해국이라고 했다. 실제 수백억원의 암호 화폐를 털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얼마나, 어떻게 당했는지 밝힌 적이 없다. 대북 지원 한 셈 치는 것인가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작년 12월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해커는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정찰총국은 '라자루스 그룹', 'APT38'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진 해킹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2021.2.18.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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