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러시아를 ‘북한화’하는 푸틴] ....

뚝섬 2023. 3. 1. 08:40

[러시아를 ‘북한화’하는 푸틴]

[“10대 전략 광물 中 의존 절대적”… 신냉전서 생존 가능한가] 

[“태산 같다”는 중-러 관계에 미묘한 균열]

[그린란드 총선]

 

 

 

러시아를 ‘북한화’하는 푸틴

 

[특파원 리포트] 

 

지난 2월 2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지난해 11월 영국 더타임스가 러시아의 북한화(North Koreanisation)’란 표현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푸틴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식 사상 통제와 선전·선동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1년 새 비판 언론을 모두 폐간했다. 군과 전쟁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허위 정보 유포’로 최고 15년형에 처하고 있다. 정부와 집권당은 “미국과 서방의 목적은 러시아 파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조국과 민족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실로 여러 면에서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 최근엔 국제적 고립의 측면에서도 북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국제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인사들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러시아 경제 전체가 국제 금융과 무역 시스템에서 배제되면서 대표 수출품인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는 반 토막이 났다. 각종 광물과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 수출 길도 막혔다. 지난 24일의 추가 제재로 제3국을 통한 각종 전략 물자의 우회 수입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툭하면 위협 나서는 것도 서로 닮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전황 악화나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발표가 나면 어김없이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다. 지난 27일엔 “러시아 없는 세상은 필요 없다”며 “모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극언까지 했다. 북한도 내부 동요나 한미 동맹 강화 기조가 보이면 바로 핵 혹은 미사일 과시에 나선다. 이들은 핵무기 사용이 ‘자살 행위’임을 잘 알지만 별 도리가 없다. “나 혼자만 죽지 않겠다”는 무뢰배식 협박 외엔 남은 카드가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북한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재정의 절반이 에너지 판매 수익이란 점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방의 원자재와 생필품, 민수용품이 빠진 자리 역시 모두 중국이 메워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떠난 전자·자동차 매장을 몽땅 중국산이 점령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 22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칙사 대접했다. 푸틴 대통령 이하 고위 지도자들이 줄줄이 그를 만났고, 중국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원 없이는 며칠도 버티기 힘들어진 러시아의 속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중국 종속은 더 심해질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제 무기·경제 지원을 통해 김정은 정권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명운마저 좌우할 있게 됐다. ‘러시아의 북한화’가 뜻하는 진짜 위험의 실체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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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전략 광물 中 의존 절대적”… 신냉전서 생존 가능한가

 

한국은 자원 빈국인데도 10년 가까이 해외 자원 개발을 방치하면서 광물 수입 의존도가 95%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특히 정부가 어제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한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은 수입의 70∼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10대 광물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국내 주력 산업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그런데도 중국에만 기댄 채 사실상 자원 개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처럼 중국발 수급 차질이 우리 경제를 마비시키는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핵심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겠다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된 해외 자원 개발은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드라이브로 정점을 찍었다가 부실 투자 논란 등으로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멈춰 섰다. 기존에 확보했던 개발 사업마저 헐값에 내다 파는 일도 있었다. 자원 개발이 장기적인 플랜이 아니라 정권에 따라 갈지자를 그린 것이다.

 

그사이 미중 패권 다툼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자원 경쟁은 갈수록 격화됐다. 중국,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에 불을 댕겼고 이에 맞서 미국과 유럽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자원 개발 공기업의 통합기구를 중심으로 해외에 뛰어들어 자원 개발률을 40%대로 높였다.

정부와 공기업이 뒷짐을 지면서 한국의 자원 개발률은 2010년 수준으로 후퇴했지만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리튬·철광석·니켈 광산에 투자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대응으로는 치열한 자원 전쟁에서 살아남기에 역부족이다. 경제 안보의 핵심인 전략 광물 확보를 위해 정부와 공기업, 민간 기업들이 ‘원팀’을 꾸려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탐사부터 개발, 생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눈앞의 수익에 연연하거나 정치 논리로 접근해 자원 개발의 맥을 끊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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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같다”는 중-러 관계에 미묘한 균열

 

[특파원칼럼]

中 ‘러시아 지역명에 옛 중국명 병기’
불평등조약으로 ‘뺏긴 땅’ 인식 커져
 

 

중국과 러시아는 본래 앙숙이다. 약 4200km에 달하는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바람 잘 날이 별로 없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으로 공통점이 거의 없는 데다 외모도 아주 다르다 보니 각별히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교류보다는 투쟁과 반목의 역사가 길었다. 특히 국경과 영토를 둘러싼 다툼은 치열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러시아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는 163년 전인 1860년까지는 중국 영토였다. 러시아가 국력이 쇠락한 중국을 압박해 빼앗아 간 것이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중국에 승리한 영국은 난징조약(1842년)을 맺고 홍콩을 앗아 갔다. 18년 후인 1860년 2차 아편전쟁 끝에 러시아도 중국과 베이징조약을 맺고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해 중국의 극동 영토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중국으로서는 치욕의 역사다.

 

두 나라에서 모두 공산주의 정부가 등장한 이후에도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공산주의 이념 갈등이 먼저 터졌다. 중국은 러시아를 수정주의라고, 러시아는 중국을 교조주의라고 맹비난했다. 이념 갈등은 국경 전쟁으로까지 비화했다. 1969년 3월 양국은 헤이룽장성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 중류 작은 섬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 영유권을 각각 주장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양측 국경 수비대 간 주먹질로 시작된 싸움은 탱크와 다연장 로켓까지 동원된 전투로 확대됐다. 러시아는 중국에 핵 공격 계획까지 세울 정도였다. 그해 9월 확전을 막기 위한 양국의 노력으로 국경 분쟁은 애매한 형태로 중지됐다. 이후 2001년 20년 기한 중-러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이 조약을 5년 더 연장했다. 그래 봐야 3년 뒤인 2026년까지다.

 

시 주석에게 중-러 관계는 ‘자기모순’이자 ‘시한폭탄’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는 시 주석은 청나라 말 치욕의 역사를 원상 복귀시키려는 소명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50년간 일국양제를 시행하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고 홍콩의 중국화를 밀어붙인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청나라 말 대표적 불평등 조약인 베이징조약도 시 주석에게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당시 뺏긴 블라디보스토크도 언젠가는 회복해야 할 실지(失地)로 여길 수 있다.

중국 당국은 25일 지도 제작 규범을 발표하고 중-러 국경 8개 러시아 지역 이름에 옛 중국 명칭을 추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지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옆에 ‘하이선와이(海參崴)’ ‘하바롭스크’ 옆에는 ‘보리(伯力)’라는 중국 지명이 반드시 표기돼야 한다. 지도에서 지명을 어떻게 표기하느냐는 국가 정체성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동해’ 대신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에 격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지명에 1860년 베이징조약 이전 중국 명칭을 병기하도록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던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제안했다. 수백 년간 러시아의 앙숙이던 중국이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모를 일이다. 중국 외교의 실질적 사령탑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22일 러시아를 방문해 “중-러 관계는 태산같이 굳건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역명에 중국 옛 명칭을 같이 쓰라는 지침은 이 말을 공허하게 들리게 한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동아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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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총선

 

북극 아래 동토의 땅 그린란드에 7일(현지 시간)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첨단 소재인 희토류 광산 개발 여부를 놓고 조기 총선을 치렀기 때문이다. 해당 광산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점유한 중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자칫 중국 독점이 더 굳어질 상황이었는데, 결과는 개발에 반대하는 야당의 승리였다. 일단 채굴은 불발될 것 같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자원 확보전은 이제 시작이다. 인구 5만6000명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는 개발할 자원이 넘친다. 희토류 말고도 얼음 아래가 온통 자원 덩어리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팔라고 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기분이 상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연기해버렸다. 그는 그린란드 자원을 탐냈다.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의 수십 배에 이르고, 세계 원유 매장량의 13%, 천연가스 매장량의 30%가 동토에 묻혀 있다. 미국은 매입을 포기하는 대신 그린란드에 영사관을 설치하고 12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10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한국은 물론 주요국 정상으로는 첫 방문이었다. 그는 덴마크 왕세자와 함께 녹아내리는 일루리사트 빙하를 찾았다. 지구 온난화의 현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녹색 성장과 자원 개발을 얘기했지만 자원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한국 정부는 현지 자치정부와 회담을 가진 뒤 ‘한-그린란드 광물자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린란드 주민은 이번 총선에서 자원 개발 대신 환경 보전을 선택했다. 그린란드 빙하는 지금도 녹아내리고 있다. 헬헤임 빙하는 최근 50년 동안 7.5km 이상 사라졌다고 한다. 온실가스 영향이라는 해석이 많다. 반면 그린란드 온난화는 500년마다 반복되는 자연 현상이라는 현지 주장도 있다. 10세기 말 바이킹족이 정착할 때 농업과 목축을 했고,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추웠다가 지금은 다시 따듯해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자원 개발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 그린란드 옆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극 다산기지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매년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그린란드 주변 북극 항로를 점검하고 있다. 북극 항로, 자원 확보, 극지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그린란드는 한국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자원협력 양해각서도 맺었으니 공동 탐사와 연구 정도는 적극 시도해볼 만하다. 폭넓은 자치권을 행사 중인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독립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자원 빈국인 한국으로선 어떻게든 발을 걸쳐놓을 필요가 있다.

 

-이은우 논설위원, 동아일보(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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