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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베이글] [캘리포니아 롤의 탄생지] ....

뚝섬 2021. 8. 15. 05:51

[뉴욕 베이글]

[캘리포니아 롤의 탄생지]

[소금 1톤을 함께 핥아 먹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뉴욕 베이글 

 

어떤 음식 앞에는 도시 이름이 붙는다. 그곳에서 시작된 연유도 있고, 특별히 맛있거나 스타일이 달라서 그러기도 한다. 전주 비빔밥이나 춘천 닭갈비, 나폴리 피자나 버펄로 윙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요즈음은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도 오리지널 비슷하게 흉내 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어디 ‘스타일’이라고 하는 게 맞는다.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들이 19세기 미국으로 이민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베이글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칼로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으로 뉴요커들의 대표 음식이 됐다./박진배 뉴욕 FIT 교수

 

가죽처럼 반짝이면서 퉁퉁하고 가운데 구멍이 난 베이글 앞에는 ‘뉴욕’이 붙는다. 베이글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브로드웨이만큼 도시를 대표한다. 폴란드에 살던 유태인들이 19세기 이민을 오면서 만들기 시작한 이 빵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칼로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으로 뉴요커들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요즈음은 다른 도시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맛 차이가 크다. 바로 뉴욕의 물 때문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뉴욕의 물은 무미(無味)가 아니고 유미(有味)다. 이 물은 와인의 테루아(terroir·토양의 특성)로도 비교된다.

 

뉴요커들이 베이글을 먹는 방법은 매우 까다롭고 구체적이다. 우선 공장 제품은 안 되고 반드시 수제품이어야 한다. 현 뉴욕 시장인 더블라지오(Bill de Blasio)가 베이글을 토스트해서 먹고 트위터에 인증했다가 “역시 보스턴 출신이어서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는 비판을 받고 삭제한 적이 있다. 뉴요커들은 베이글을 토스트해서 먹지 않는다. 오늘 새벽 오븐에서 구워져 나와 신선하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빵사들은 한밤중에 출근해서 전날 숙성시킨 반죽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오븐에 굽기 전에 물에 끓이는 독특한 공정에서 속이 쫄깃한 베이글 특유의 식감이 만들어진다. 하루에 수만 개가 소비되는 도시의 대표 음식을 즐기는 방법을 지켜나가는 뉴요커의 유별난 태도가 흥미롭다.

 

뉴욕의 제빵사들은 한밤중 출근해서 전날 숙성시킨 반죽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오븐에 굽기 전 물에 끓이는 독특한 공정에서 속이 쫄깃한 베이글 특유의 식감이 만들어진다. 새벽에 구워 신선하기 때문에 뉴요커들은 베이글을 토스트하지 않는다./박진배 뉴욕 FIT 교수

 

참고로 20세기 초에는 유태인들이 ‘베이글 제빵 노동조합’을 만들고 기술자를 양산해냈지만, 현재 이 일은 많은 태국 이민자가 그들 나름의 카르텔을 만들어 하고 있다. 베이글과 단짝 궁합인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역시 필라델피아가 아닌 뉴욕에서 탄생하였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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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롤의 탄생지

 

텍사스 바비큐, 뉴욕 베이글, 나가사키 짬뽕, 나폴리 피자처럼 음식 앞에 지명이 붙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처음 탄생했던 장소거나 그 지역에서 많이 먹고 유행하면서 대표 음식이 된 예들이다. 캘리포니아 롤(California Roll)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북미 대륙에서 날생선이나 김을 먹지 않던 시절 밴쿠버로 이민을 간 오사카 출신의 셰프 히데카즈 도조(Hidekazu Tojo)는 자신의 식당에서 김밥을 팔았다. 그런데 식당 운영 중 그는 현지인들이 김의 냄새를 참지 못하고 밥에서 김을 벗겨 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손님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 명료했다.

 

고민 끝에 김을 안으로 넣고 밥을 겉으로 싸서 김 냄새를 없앴다. 거기에다 게를 좋아하는 캐나다인의 취향에 맞추어 게살에 오이, 아보카도를 소로 넣은 누드 김밥을 고안했다. 1974년 탄생한 이 메뉴는 당시 밴쿠버를 자주 오가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알려지기 시작, '캘리포니아 롤'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곧바로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지역의 일식당에 이 메뉴가 등장했다. 캘리포니아 롤은 알래스카 롤, 필라델피아 롤, 드래건 롤, 맨해튼 롤 등의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 내면서 오늘날까지 퓨전 캐주얼 일식의 아이콘이 되었다. 손님을 생각한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 하나의 레시피가 미 대륙에 일식을 유행시킨 기폭제가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롤'은 셰프의 메뉴 개발 벤처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세계적인 사례 중 하나다. 그의 식당에선 이 메뉴를 '도조 롤'이라고 부른다. 그의 레스토랑은 소박하다. 우아한 인테리어나 청담동 일식집에서 흔히 보이는 편백나무 카운터도 없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셰프가 유행을 좇아 모방할 때 그는 '창조'를 했다. 70세인 도조는 현재도 매일 식당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맞이한다〈사진〉. 맛살이 아닌 진짜 게살을 넣은 도조 셰프의 롤은 찬 바람 부는 겨울날 더욱 인기가 높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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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1톤을 함께 핥아 먹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사민 노스렛의 요리 프로 보다가 문득 깨닫게 된 소금의 존재
미역도 톳도 베이컨도 심지어 눈물도… 어찌 보면 소금
사람도 고전문학도 아주 오랜 시간 함께하고 음미해야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다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갈비를 사야 했으니까. 미소 된장도 샀다. 보고 있던 음식 프로그램에 나오는 갈비 요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소금으로 갈비를 절인 후, 간장과 미소 된장으로 다시 재우고, 이걸 팬에 구워, 미소 된장을 푼 맛국물을 부어 오븐에 구웠다. 그녀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있던 프로의 내레이터, 사민 노스렛이었다. 즐거움과 확신에 찬 사민의 목소리와 표정은 정말이지 위력적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소금이 있는데, 왜 한 종류의 소금만 넣으려 하느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또한 여러 종류의 소금을 갈비에 덧입히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고, 나는 그렇게 실험해서 이루어낸 결과물이 내가 먹어왔던 간장으로 양념한 갈비와 어떻게 다른지 어서 빨리 알아야 했다.

'소금, 산, 지방, 불'이라는 프로다. 제목이 끌리지 않아 딱히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번 멈추었다. 이를테면, 올리브 오일에 대해 말하면서 '바다와 산과 숲이 섞여서 내는 맛'이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얼마 전 출판사에서 보내온 택배를 뜯었는데 '소금, 지방, 산, 열(salt, fat, acid, heat)'이 들어 있었다. 내가 당장 갈비를 사러 가게 하였던 그 프로그램을 요리책으로 만든 것이었다. 순서를 따지자면, 사민 노스렛의 책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니 요리책이 넷플릭스보다 뒤늦게 도착했다고 말해야겠지만.

이 수상한 제목을 곱씹다가 사민 노스렛이 페르시아 문화권의 세례를 받고 자란 이란계 미국인이라는 데 생각이 이르렀고, 그러다 페르시아의 고유한 정원 양식인 '사중(四重)정원'을 떠올리게 되었다. 페르시아에서는 정원을 사등분으로 나누는데, 각 구역이 '물'과 '불'과 '공기'와 '흙'을 상징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물' '불' '공기' '흙'만큼이나 '4'라는 숫자가 이슬람 세계에서 신성하게 여겨진다는 것도 함께.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4'라는 숫자는 그녀의 세계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고. 비록 사중정원을 가꾸지는 않아도 소금·산·지방·불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일상의 정원을 가꾸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 네 가지는 당연하게도 그녀의 기억과 삶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소금을 생각하면 나는 유년기에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해변부터 떠오른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 파도를 얕보다가 입안 가득 바닷물이 들어차 꿀꺽 삼켜야 했던 순간, 해 질 무렵 친구들과 함께 바위 사이에 고인 웅덩이에 모여 말미잘을 쿡쿡 찔러 보다 찍 뿜어낸 소금물을 그대로 맞곤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남동생들이 커다란 해초를 들고 쫓아와서 정신없이 달아나는 나를 붙잡으면, 우리는 흡사 저승에서 올라온 거대한 장식용 술처럼 그 짠 내 나는 해초로 서로 간질이며 장난을 쳤다." '소금, 지방, 산, 열'의 소금 부분을 읽다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소금'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미역도, 다시마도, 톳도, 굴도, 바지락도, 할라피뇨도, 베이컨도, 심지어 눈물도, 어찌 보면 '소금'이라는.

또 나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와 비유들을 좋아한다. 샐러리맨의 'salary'가 'salt'에서 왔다는 것이나 베네치아 공국을 부강하게 만들었던 소금과 미국의 남북전쟁 때 북군이 남군의 제염소를 파괴한 이야기라든가…. 최근에 들었던 소금에 대한 가장 쨍한 이야기는 이것이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1톤의 소금을 함께 핥아 먹어야 한다는. "소금 1톤을 함께 핥아 먹는다는 건,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다양하게 같이 경험한다는 의미란다. 소금은 보통 조금밖에 쓰지 않으니까 1톤이면 엄청 많은 양이잖니. 그걸 끝까지 다 핥는 데는 긴긴 시간이 걸릴 테지. 그러니까 아무리 오래 알고 지냈더라도 인간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겠니." 스가 아쓰코의 '소금 1톤의 독서'에서 읽었다. 스가 아쓰코는 고전을 읽는 일을 소금 1톤을 핥는 일에 비유하고 있다. 오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을 이해하는 일만큼이나 고전을 읽는 일도 오래 걸리고, 소금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비유의 멋진 점은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던 'A'와 'B'가 서로 눈을 마주 보게 한다는 데 있다. 소금을 핥으며 못다 읽은 고전을 생각하고, 고전을 읽으며 아직 이 세상에서 미처 맛보지 못한 소금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은형 소설가, 조선일보(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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