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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빼곤 모두 걱정하는 언론징벌법.. ] [민주당이 꼭 봐야 할 판결문] ....

뚝섬 2021. 8. 30. 06:44

[북한 빼곤 모두 걱정하는 언론징벌법, 그래도 강행할건가]

[민주당이 꼭 봐야 할 판결문]

[진짜 ‘징벌적 손배’감은 국민 뒤통수 때리는 부동산정책]

[‘흑석’의 시대에 ‘백석’의 절필을 생각한다]

 

 

 

북한 빼곤 모두 걱정하는 언론징벌법, 그래도 강행할건가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가 8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설명했다./연합뉴스

 

어느 정권에서나 쟁점 법안은 있었다. 보수 우파 정권이 꼭 필요하다는 법을 진보 좌파가 반대하거나, 진보 좌파가 밀어붙이는 법을 보수 우파가 몸으로 막기도 했다. 외국과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은 도시 지역 의원들은 지지하는데, 농어촌 지역 의원은 결사적으로 막아서곤 했다. 쟁점 법안은 이처럼 정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법이다.

 

민주당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언론징벌법은 집권당 추진 세력과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훈클럽과 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신문협회·여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단체 7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도 이 법안에 대해서만큼은 우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 대통령이 몸담았으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여온 민변마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집권당 하는 일 대부분에 입장을 함께해 온 정의당은 언론 단체들과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집권당 일부 의원은 당대표를 찾아가 “언론중재법의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미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강성 지지층 눈 밖에 날까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대선 주자 몇몇도 대놓고 반대는 못 하지만 “독소 조항이 많이 있고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집권당이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언론징벌법을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신기자클럽도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집권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박수 치고 지지하는 집단은 딱 하나 북한뿐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 기관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국회에서 논의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거짓과 불의를 증오하며 진실과 정의를 지양하는 민심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은 힘 있는 권력자가 감추려는 어두운 구석을 언론이 들추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권력의 감시와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반하는 법안이다. 민주주의 하겠다는 나라의 민주주의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 법안에 박수 치고 지지할 수 있겠나.

 

-조선일보(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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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꼭 봐야 할 판결문

 

[기자의 시각]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1년 1월 법사위에 출석한 모습./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추 전 장관이 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20번 넘게 정치 자금을 사용하고, 딸 식당의 단골 연예인을 법무부 홍보대사로 임명했다는 기사를 썼는데 이게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추 전 장관은 당시 해당 연예인이 ‘법무부 홍보대사’가 아니고 ‘법무부 멘토단’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기사가 왜곡됐다며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도 거부한 채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추 전 장관 패소로 판결했다. 판결문은 고의·중과실 보도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언론징벌법’을 언론 개혁인 양 밀어붙이는 민주당 인사들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의 진실성이란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 맥락에서 보도 내용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2015다56413 판결 참조)”고 했다.

 

재판부는 또 “공직자나 정치인과 같은 공적인 존재의 도덕성, 청렴성의 문제나 직무 활동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2012다19734 판결 등 참조)”고 했다.

 

사건 번호에서 보듯, 해당 내용은 담당 판사가 처음 쓴 게 아니라 대법원이 오랜 기간 비슷한 언론 관련 재판에서 쌓아온 여러 판례를 인용한 것이다. 수십 년간 우리 사회가 확립해 온 언론 자유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런 판례들을 뿌리부터 뒤집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법안 통과 후 이전과는 180도 반대로 판결해야 할 일선 판사들은 “개정된 법률로 언론 중재 사건을 재판해야 한다면 헌법재판소에 법률 위헌성을 따지는 위헌법률심판부터 제청해야 할 것 같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작 한동훈 검사장이 불법 사찰을 했다고 ‘가짜 뉴스’를 퍼트린 유시민씨, 채널A 기자의 허위 녹취록을 날조해 ‘검언 유착’을 창조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온갖 음모론을 상습적으로 양산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 등이 ‘언론징벌법’의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은 이 법안의 목표가 정권 비판 언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추 전 장관은 절대 소송에서 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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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징벌적 손배’감은 국민 뒤통수 때리는 부동산정책

 

[천광암 칼럼] 

자고 나면 뒤집히는 부동산 정책.. 정부 믿고 따른 사람만 골탕
부동산 25전 25패면 중과실 아닌가.. 與, ‘언론징벌’보다 시급한 민생 살펴야

 

더불어민주당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악의적인 명예훼손에 대해 손배 책임 부과는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미국 등 영미법 계통 국가에서만 징벌적 손배를 판례로 인정한다. 실제 적용도 아주 제한적이어서, 보도에 현실적 악의가 있었다는 점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고의·중과실 ‘추정’이라는 황당한 조항까지 만들어 언론에 징벌적 손배 책임을 물으려 한다.

국내외 언론단체뿐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같은 법률단체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내용은 비상식적이다. 만약 징벌적 손배가 우리 법체계를 무시하고 아무 데나 마구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시급하게 적용해야 할 곳이 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급기야 실수요자 뒤통수 때리기로 전락한 부동산정책이다.

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하는 이유로 가짜 뉴스에 대한 피해 구제가 급하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수천만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문제처럼 훨씬 더 시급한 일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공급 쇼크”라고 호언했던 2·4대책이 줄줄이 제동이 걸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내놓는 것이라곤 사전청약 확대처럼 ‘무늬만 공급’인 대책뿐이다. 사전청약제는 이 정부의 정책 뼈대 중 하나였던 후분양제와 상반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정부·여당이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충분한 설명 없이 정책기조를 슬그머니 뒤집는 일은 이게 다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거나 더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보름 뒤에는 여당이 서민·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완화해주는 방안까지 내놨다. 그러나 이로부터 불과 석 달 만에 금융당국은 정책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무차별적인 대출 조이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바람에 정부 정책을 믿고 매매계약을 한 실수요자들은 중도금과 잔금 치를 걱정으로 패닉에 빠진 상태다.

 

재건축 거주 의무를 둘러싼 혼란도 양상이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해 6·17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은 2년간 실거주를 해야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세난을 부를 것이 뻔한 근시안적 대책이었다. 실제로 집주인들이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려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이 정책은 1년 만에 백지화됐다. 결국 정부를 믿고 따른 사람만 ‘바보’가 되고 재산상 손실까지 입었다. 다음과 같은 경우다.

 

작은 재건축 아파트 1채를 보유한 A 씨는 자신의 집을 전세 주고, 직장 가까운 곳에 빌라를 빌려 살고 있었다. 하지만 6·17대책 때문에 멀쩡한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신이 직접 들어가야 했다. 자신도, 세입자도 원치 않는 이사를 해야 했고 이사서비스 인테리어 중개료 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깨졌다. 정부가 정책을 백지화했지만 세입자는 이미 이사를 떠난 다음이었다. 이와 유사한 피해 사례가 넘쳐나서 재건축 단지 인근의 인테리어 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릴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정책 무능과 변덕 때문에 불의의 피해를 입은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방법만 있다면 정책당국자들에게 징벌적 손배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이라는 원성이 나온다. 사실 일반적인 정책 실패에 대해 손배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발상이긴 하다. 그러나 이중삼중의 규제로 기본권에 해당하는 언론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과 비교하면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배의 전제가 되는 고의·중과실의 추정 조항의 하나로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를 두고 있다. ‘반복’이 관건이라면 25전 25패의 부동산정책은 고의·중과실이 아니고 뭐겠는가.

여당이 ‘언론징벌법’을 밀어붙이는 독주의 배경은 180석에 이르는 압도적 의석이다. 지금의 의석 구조를 만들어준 지난해 4·15총선이 끝났을 때 당시 여당 지도부는 한결같이 “겸손한 자세”와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이것이 진심이었다면 여당은 반민주적인 ‘언론징벌법’ 폭주를 멈추고 이때의 초심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의·중과실이 아니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부동산정책을 원상회복시키는 일 하나만으로도,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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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의 시대에 ‘백석’의 절필을 생각한다

 

[朝鮮칼럼]

시대의 광풍에 휩쓸려 자기를 속이고 검열하는 글을 쓸 바에야
수수하고 슴슴하며 고담한 냉면 한 그릇 들이켠 뒤 붓을 꺾는 것이 낫다

 

8월 18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석한 김의겸 의원./국회사진기자단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에는 푹푹 눈이 나린다’고 노래한 시인 백석(1912~1996)은 조선일보 기자였다. 외모며 취향이 신식이라 모던보이, 경성의 멋쟁이로 불렸다. 동료 기자 김기림은 “완두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검은 머리의 웨이브를 휘날리며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의 풍채는 그 주위를 몽파르나스로 환각시킨다”고 백석을 묘사했다.

 

그러나 백석의 시는 세련되고 도회적인 그의 외양과는 정반대였다. 첫 시집 ‘사슴’부터 파격이었다. 아배, 곱새담, 나줏손, 당콩, 바위섶, 울파주 등 평안도 방언과 고어, 민속과 풍물이 총출동한 그의 시는 “서구 모더니즘의 모방과 유행에 허덕이던 시단에 던져진 한 개의 포탄”이었다. “조상도 일가친척도 정다운 이웃도 그리운 것도 우러르는 것도 자랑도 힘도 없던” 식민지 조선이 몰락해가던 1930년대 중반, 백석은 가뭇없이 사라져가던 모어(母語)들, 그 생명의 본원과도 같은 언어들을 집요하게 퍼 올리며 일제에 맞섰다.

 

1937년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때의 시인 백석/조선일보 DB

 

착한 아내와 두메에서 농사지으며 책이나 읽고 살기를 꿈꿨던 그의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 건, 정작 해방 이후다. 만주를 유랑하다 고향 정주로 돌아온 백석은 인민이 주인 되는 민주공화국이 도래할 거란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항일 혁명 문학, 유일사상에 근거한 주체 문학을 숭배하는 체제에서 그의 시는 애상 따위에 젖은 퇴폐적이고 반인민적인 적폐였다. 그렇다고 구호나 제창하는 시는 쓸 수 없어 번역과 동화시로 도피하지만, 정치적 사상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강도 삼수군 협동농장으로 추방당한다. 결국 백석은 살아 남기 위해 체제 옹호 시를 써야 했다. ‘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 어든 밤, 거친 바다로, 배를 저어갔다는 늙은 전사’를 칭송하고, ‘둘레둘레 둘려놓인 공동 식탁 우에 한없이 아름다운 공산주의의 노을이 비낀다’고 노래하며, “그이(수령)는 우리들의 청춘,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목숨, 우리들의 력사였다”고 드높인다. 자신의 시 세계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 시를 마지막으로 백석은 절필한다.

 

백석을 읽다 흑석을 떠올린 건 지난 25일 새벽, 언론중재법이 날치기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던 날이다. 이 정권 대변인을 지낸 이가 야당 의원으로 둔갑해 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세계 시민사회와 언론단체들이 반민주 악법이라 규탄하는 법을 본회의로 밀어 올렸을 때, 국민은 부동산 투기로 몰락한 ‘흑석 선생 김의겸’의 화려한 부활을 보았다. 기세 등등해진 그가 언론 보도를 오염 물질에 비유하며 “언론이 우리 사회 갈등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의 대립을 부추겨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을 감당하는 것과 비교하면 (벌금 하한가) 1000만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겁박할 땐, 백석의 시를 부르주아 잔재라 맹폭하며 “우리 문학은 혁명의 문학, 특히 조국 통일 위업에 복무하는 문학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윽박지르던 북쪽의 완장 찬 문인들이 겹쳤다.

 

백석이 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정현웅이 삽화를 그려넣었다.

 

김의겸도 처음엔 순박하고 건실한 기자였을 것이다. 그가 민족 자주 통일과 파쇼 헌법 철폐를 외치다 합류한 신문사는 창간사에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의 방종과 부패를 막고 국민의 권리를 신장하겠다고 선언했었다. 2016년 ‘K스포츠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이란 제목의 특종 보도를 했을 땐 김의겸 스스로 “언론은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공범자”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군부 독재의 긴급조치권, 언론 기본법이나 다름없는 악법을 관철해 파시즘으로 가는 지옥문을 열고 있으니 이 무슨 희대의 비극인가.

 

6·25 전쟁 직후 백석이 숙청되기까지의 삶을 그린 김연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에는 작품 총화 회의에서 비판받고 괴로워하는 백석에게 친구 허준이 충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결국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시바이(연극, 속임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세상에서는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자기를 속일 수 있다면 글을 쓰면 되는 거지.”

 

시대의 광풍에 휩쓸려 낙엽처럼 뒹굴 바에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외치며 산골로 가야 한다. 끝내 절필하고 잊혀진 백석처럼, 자기를 속이고 검열하는 글을 쓸 바에야 붓을 꺾고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들이켜는 것이 낫다. 붉은 지옥에 들기 전 백석이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이 그지없고 고담하고 소박한 것”이라고 노래한 국수 한 그릇!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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