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성남시장 잔혹사]
[파란만장 성남]
민선 성남시장 잔혹사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작년 9월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지역에서는 “‘성남시장=구속’이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1995년 민선 1기 시장부터 2018년 민선 7기 은 전 시장까지 20년간 역대 모든 성남시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단 한 명 예외가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뉴스1
앞서 구속된 성남시장들은 모두 부동산 비리에 연루됐다. 여야도 따로 없었다. 민선 1기 무소속 시장은 지하철 상가 개발 업자로부터 1억60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민선 2기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시장은 주상복합 설계 용역을 친지에게 주도록 하고(제3자 뇌물 혐의),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두 번 구속됐다. 민선 3~4기 한나라당 소속 시장은 관급 공사 수주 대가로 부동산 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아 구속됐다.
정가에서는 성남 지역의 특수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분당, 판교 등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가진 현직 시장들이 복마전에 얽혀 들어갔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대단위 택지 개발이 이어질 때마다 형사 처벌을 받는 전·현직 공무원은 있었다. 하지만 역대 시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이런 지자체가 전국에 또 있었나.
민선 5~6기 시장을 지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스스로도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이 대표는 작년 2월 경북 포항 대선 유세에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부정부패로 전국에서 유명했다”며 “시장은 예외 없이 다 감옥 가고 제가 유일하게 감옥 안 간 시장”이라고 했다. 자신의 청렴함을 강조한 것이었겠지만 그로부터 1년 뒤 이 대표 본인도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과연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잔혹사’의 유일한 예외로 남을 수 있을까. 성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역대 시장들의 구속은 각 개인의 일탈 문제”라며 이 대표 사례와의 비교에는 선을 긋는다. 특히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 시점이 박근혜 정부 때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 의원은 “당시 이 대표는 소셜 미디어에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독설을 쏟아내며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며 “정권이 쌍심지를 켜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 텐데 그런 시기에 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있었겠느냐”고 했다.
반면 대장동 사건을 전형적인 지역 토착 비리로 보는 검찰은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2022년에 대선 후보가 될 것을 예상하고 당시부터 대장동 관련 단속을 얼마만큼 철저히 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각종 내부 문건들이 증거로 남아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의혹 제기 1년 4개월 만에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대표가 유일하게 성남시장 잔혹사를 비켜갈 수 있을지 여부는 누구보다 이 대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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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성남

“1968년 서울시는 경기 광주군 중부면(지금의 성남) 일대에 철거민을 위한 주택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년 뒤 ‘실어다가 들이붓는’ 비인간적 이주 대책이 시행됐다. 2년 만에 인구가 14만명으로 늘어났고 누적됐던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고건 전 총리) 투기꾼들에게 분양권을 뺏기듯 했고 ‘일터 제공’ 약속도 지켜지지 않자 철거민 수만 명이 행정 관청을 점거하고 경찰차를 불태웠다. 이후 성남은 빈민 운동의 메카가 됐다.

▶이 ‘광주 대단지 사건’에 놀란 정부는 일터 제공을 위해 서둘러 성남에 산업 공단을 조성했다. 1974년 1,2공단, 1976년 3공단을 준공했다. 세 공단에 서울 성수동에 있던 공장들이 대거 이전했다. 이번엔 노동운동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성남은 1980년대 초반 서울 구로구, 인천과 함께 수도권 노동운동 3대 거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노동운동을 주도한 성남노련은 나중에 민주노총 ‘경기동부’ 조직으로 재편된다. 내란 선동으로 해산된 통진당의 핵심이 경기동부다.
▶광주 대단지 사건에 앞서 1960년대 성남시에선 재향군인 단체인 ‘모란 개척단’이 도시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모란 개척단은 사라졌지만 평양이 고향인 사람이 평양 모란봉 이름을 따 만들었다는 재래시장 ‘모란시장’은 살아남았다. 조폭인 성남 국제마피아파는 모란시장을 근거지 삼아 세력을 키웠다고 한다.
▶1990년대 서울 강남 주택난으로 분당 신도시가 개발됐다. 이후 성남은 구시가지와 신도시 분당이 동거하는 ‘이중(二重) 도시’가 됐다. 구시가지 쪽에선 분당처럼 발전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변호사는 당시 민노당의 ‘1공단 공원화’ 요구를 수용해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1공단과 대장동 택지를 하나로 묶은 결합 개발을 추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바로 그 대장동이다.

▶역대 성남시장 역사도 파란만장이다. 1995년 이후 민선 성남시장 3명이 잇따라 뇌물수수로 구속됐다. 노동운동권 출신 은수미 현 성남시장도 국제마피아파 조폭 출신 인사에게 1년여간 차량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반해 성남시장 출신 이재명씨는 경기지사가 되고 여권 1위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 지사도 변호사 시절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을 변호해 구설에 올랐고, 이번에 대장동 의혹으로 위기다. 이제 성남시는 과거와는 상전벽해로 달라졌다. 첨단 IT 산업의 메카 ‘판교 테크노밸리’를 품고 있다. 성남시가 파란만장을 넘어 최고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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