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이 억지로 (고발) 받은 것처럼” 이 정도면 ‘조작’ 수준

‘고발사주’ 의혹 사건 최초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인인 조성은씨. 2021.9.30/뉴스1 © News1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 씨에게 “(고발장을) 그냥 내지 말고 왜 인지 수사 안 하냐고 항의를 해서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조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한 통화 녹음 파일 내용이다. 김 의원이 텔레그램으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과 참고자료를 보냈다는 지난해 4월 3일 이뤄진 통화 녹음 파일은 2건이다. 오전 통화에선 “서울남부지검으로 가라. 거기가 안전하다”고 했다가 오후 통화에선 “대검에 접수시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만들어 보내겠다” “검찰 색을 빼야 한다” “내가 (대검 간부한테) 얘기해놓겠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이 ‘검찰 색’을 빼라고 굳이 강조하고 대검에 접수시키되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 이유는 대체 뭔가. 또 ‘우리’는 누구와 누구를 말하는 건가. 김 의원을 매개로 한 ‘단순 사주’ 차원을 넘어 복수의 어떤 세력에 의한 ‘모종의 기획’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고발장 이미지 파일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있다. 지난해 4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보좌했던 검사다. 검찰 수사 결과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이 사후에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한다. 김 의원은 사건 초기 “손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전달한 것 같다”고 했다가 “그쪽에서 문건들을 보냈으면 잘 봐 달라고 미리 전화를 했을 텐데, 그런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의혹을 키웠다. 이번 통화 내용에 대해선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사건 실체가 드러날 경우 파장을 우려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아닌가.
조 씨가 직접 고발장을 접수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손준성-김웅-조성은-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가 실제로 작동한 것인지, 누가 왜 최초 고발장을 작성했는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윤 전 총장이 지시했거나 사전 혹은 사후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이 규명돼야 검찰권 사유화에 따른 국기 문란 사건인지 윤 전 총장 측이 주장하는 대로 정치 공작인지, 검찰 일각의 일탈인지의 공방도 끝날 것이다. 조 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제보를 모의했다는 의혹도 물론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
-동아일보(21-10-08)-
_________________________
외교안보 문외한 윤석열의 불안한 행보
검증 본격화되자 드러난 안정감 부족
속성과외라도 받아 달라진 모습 보여야
최근 ‘작계 5015’가 한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1위는 ‘위드 코로나’였다. 낯선 안보 용어를 검색창에 치게 만든 것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지난달 TV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작계 5015를 아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이 “글쎄요. 한번 설명을 해달라”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 눈길을 끈 것이다.
작계 5015는 일명 ‘김정은 참수 작전’으로 불린다. 한미 연합군이 북한과의 전면전 때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고 수뇌부 제거 작전에 나서는 내용이다. 그런데 보수당의 대선 후보가 이런 대북 핵심 전략을 몰랐다. 윤석열 측은 뒤늦게 “토론회에서 국가기밀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지만 군색한 변명일 뿐이다. 작계 5015가 군사 2급 기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대략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있다. 애당초 질문 또한 기밀 수준의 정보를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윤 전 총장의 외교안보 사안 대응에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토론회가 이어지고 외교안보 공약이 발표되면서 검증이 본격화되자 일어난 일이다. 그는 공약으로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이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비핵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핵을 핵으로 막겠다는 다소 모순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보수층 표를 의식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전술핵 배치나 핵 공유는 사실상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입장을 번복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토론회 전날 발표됐던 김여정 담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언제 했냐”고 되물은 적도 있다. 황당한 실수가 이어지면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의 이런 행보에 유독 관심이 간 것은 그가 주요 대선 주자 가운데 여태껏 가장 외교안보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들은 오랜 정치 활동으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입장과 식견이 어느 정도 공개됐지만 그는 아니다. 그는 ‘검사 10단’이라 불릴 정도로 수사엔 정통하다. 하지만 외교안보는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26년의 검사 생활 동안 다양한 사건을 수사하고 지휘했지만 외교안보 사안은 드물었다. 한 핵심 측근은 “(윤 전 총장에게) 외교안보 부분은 평생 살아오면서 가장 접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토론회 준비를 하며 외교안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논란이 됐던 작계 5015는 예상 질문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한다. 김여정 담화는 준비했던 부분이지만 ‘북한에서 또 새로운 담화가 나왔는지’ 잠시 착각해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자 외교의 최종 결정권자다. 국제외교 무대에 서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가 이미지에 큰 영향도 미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행보에 불안감과 허탈감을 느꼈던 것은 지난 5년으로 충분하다는 목소리를 윤 전 총장은 새겨들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앞으로 더욱 치밀하게 외교안보 실력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잘 모르는 분야라면 속성 과외라도 받아 최대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경선, 본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회라도 줄 것이다.
-황인찬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0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악몽의 악몽의 악몽을 꾼다] (0) | 2021.10.09 |
|---|---|
| [도둑 정치와 후흑(厚黑)의 아수라]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이재명의 ‘대장동 자화자찬’ 비판] (0) | 2021.10.08 |
| [고용부 장관 “민노총, 불법 쟁의” 정권 내내 비호하다 이제 한마디] (0) | 2021.10.08 |
| [위기의 CIA] (0) | 2021.10.08 |
| [미국의 ‘中포위’ 동맹 활용법] (0) | 2021.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