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사라진 가을] [‘성냥팔이 소녀’도 겨울 나려면]

뚝섬 2021. 10. 18. 06:14

사라진 가을

 

기습적인 한파가 10월에 찾아왔다. 어제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1.3도로 6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무더웠기 때문에 지난 주말 부리나케 옷장 정리에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 날은 추워도 가는 계절을 붙잡겠다며 코스모스와 억새가 핀 들판으로 나들이 행렬도 이어졌다. 다들 한 일은 달라도 마음은 비슷했을 것이다. ‘가을아, 너무 빨리 가지 말아주렴.’

▷이번 가을 한파의 원인은 한반도 상공에서 세력을 유지하던 아열대 고기압이 축소되고 그 빈 대기공간을 중국 북동부와 몽골에서 온 대륙 고기압이 채웠기 때문이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곤파스가 베트남으로 이동하면서 밀어 올렸던 덥고 습한 기운이 태풍 소멸 이후 급격히 약화되면서 찬 공기 덩어리가 내려온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바람도 숨을 쉰다”고 한다.

▷가을은 꽃을 피운 나무가 열매를 맺는 수확의 시기인 동시에 여름과 겨울 사이에 숨을 쉬는 계절이다. 하지만 전날보다 어제 아침 최저기온이 무려 11.6도가 떨어지자 “여름에서 겨울로 건너뛰어 가을이 사라졌다”는 한탄 섞인 얘기들이 나온다. 한 번 북쪽에서 내려온 추위는 일주일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수요일인 20일에 2차 한파가 몰려왔다가 24일에야 평년 기온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은 대개 9∼11월로 정의되지만, 기상청은 가을의 시작을 ‘하루 평균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가을의 첫날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가을의 첫날은 9월 26일로 거의 10월이 다 돼서야 가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가을은 총 69일로 한국의 사계절 중 가장 짧았다. 그런데 올해는 10월에 이례적으로 아열대 고기압이 발달해 남부 일부 지역에서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더니 가을 한파까지 닥쳤다. 가을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져 역대 최고로 짧은 가을로 기록될 가능성마저 있다.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이 좋았던 건 각자의 색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워지면서 가을의 선물인 단풍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가수 아이유는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는’ 가을 아침이 커다란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노래 불렀다. 사람도 계절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아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을 헤아려볼 수 있다. 얄미운 가을 한파를 감내하며 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올 가을을 소중하게 맞자. 시월의 어느 멋진 가을날을….

 

-김선미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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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도 겨울 나려면 

 

영국·중국·인도 등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으로 아우성이다. 올 겨울 한파가 몰아치면 더 큰 위기가 닥친단다.

 

전기료·연료비가 아무리 치솟아도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조차 전기료를 자유화한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은 혹한을 견뎌내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성냥팔이 소녀’가 동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2017년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외친 이유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난화가 진행돼 인류 생존이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때문에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렸다. 화석에너지 탐사·개발은 죄악시 됐고,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백안시됐다.

 

그런데 바람이 기대만큼 불지 않았다. 대체 수단은 가스 발전뿐이지만, 가스 가격과 전기요금은 감당 못할 수준까지 급등했다. 가스 대신 석유 발전을 늘리다 보니 국제 원유 가격도 7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래서 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원전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자금난으로 백지화됐던 웨일스 와일파 원전 건설을 재검토 중이다. 영국 재무장관은 “원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풍력과 태양광에만 의존할 순 없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영국이 에너지 수요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6개의 신규 대형 원전과 20개의 소형 모듈 원전(SMR)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등 유럽 10국 16명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11일 “유럽은 원전이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라는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원전의 위험을 감수할지,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할지 선택해야 한다면서 “지구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11월 열리는) 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참가자들은 최고의 에너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나쁜 전력 구성을 선택해야 한다. 원전을 과도기 옵션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대변동’에서 “좋은 해결책과 나쁜 해결책을 두고 택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나쁜 대체에너지 중 어느 것이 가장 덜 나쁜가’ 물어야 한다”며 “원전 사고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화석연료의 공기 오염으로 매년 수백만명이 사망한다는 ‘확실성’과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세계 최고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원전은 버려두고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암모니아 발전 등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국가를 암흑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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