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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농담의 수위] [아카데미, 폭행과 手語]

뚝섬 2022. 4. 14. 09:12

윌 스미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생중계된 폭력이 멋지다고? 말과 이성으로 풀 수 있었다
폭력에 둔감한 한국 사회, 상식마저 무너진 건 아닐까
 

 

배우 윌 스미스(오른쪽)가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배우 윌 스미스는 가장 영광스러운 날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내를 향한 농담에 격분해 무대로 올라갔고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각본인가 했는데 돌발 상황이었다. 수억 명이 폭행을 생중계로 목격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스미스는 그 손으로 남우주연상(영화 ‘킹 리차드’) 트로피를 움켜쥔 채 말했다. “사랑은 미친 짓을 가능하게 한다.” 수상 소감도 궤변이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 8일 윌 스미스의 시상식 참석을 10년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사과 성명을 내고 아카데미 회원직도 반납한 배우를 추가로 징계한 것이다. 폭행 직후 스미스를 곧장 퇴장시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며 아카데미는 이런 문장을 사용했다. “우리가 모범을 보일 기회였지만 전례 없는 사태에 대비하지 못했다. 비정상적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한 크리스 록에게 깊이 감사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미국 여론은 ‘윌 스미스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인데, 한국에서는 그를 옹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어 폭력도 폭력이니 맞아도 싸다”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거나 “탈모증을 앓는 아내를 모욕한 코미디언에게 남편이 멋지게 응징했다”며 스미스를 편든다. 그 아래 “사이다!”라는 댓글도 달린다. 가해자가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한 폭력 사건을 두고도 한국 사회는 둘로 갈라진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앞줄에 앉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놀리는 관행이 있다. 록은 그러라고 고용된 사람이다. 이 코미디언이 “영화 ‘G.I.제인’ 속편의 주인공은 당신이네요”라고 제이다 핑킷 스미스에게 농담할 때 남편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불쾌한 눈빛을 보곤 자리를 박차고 나가 풀 스윙을 날렸다. 험한 욕도 쏟아냈다. 록은 그녀가 삭발한 내막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농담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남편도 웃어 넘길 만한 수위였다. 윌 스미스는 이성을 잃고 큰 실수를 저질렀다.

 

손찌검한 대가는 혹독하다. 넷플릭스는 스미스를 주연으로 제작하려던 영화를 후순위로 미뤘다. ‘나쁜 녀석들4′ ‘나는 전설이다2′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에 감정이입하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이다. 때린 쪽은 배우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반면에 맞은 쪽은 쇼의 표 값이 폭등하고 기립 박수까지 받고 있다. 스미스를 두둔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정의와 상식이 무너진 새드 엔딩일까?

냉수부터 한 잔 마시자. 부모가 자식에게 “누가 널 조롱하면 때려도 좋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스미스를 옹호하는 모습은 지금 한국 사회가 감정적으로 얼마나 흉흉한지, 폭력에 얼마나 중독돼 있는지 가늠하게 한다. 가슴에 분노의 화약고를 쟁여 두진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손에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성숙한 사람은 말과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윌 스미스는 작품상 수상작 ‘코다’(13일 재개봉) 등 다른 주인공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축하마저 도둑질하고 말았다.

 

그가 저지른 잘못은 역설적으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세계에 알려줬기 때문이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보자. 코미디언에게 상처를 주는 최고의 방법은 농담에 웃지 않는 것이다. 한 미국 작가가 제안했듯이 스미스가 참았다가 이렇게 말했다면 참으로 멋졌을 것이다. “아내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름답고 강하고 멋진 사람이며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크리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건 웃기지 않고 옳지도 않아요.”

 

-박돈규 기자, 조선일보(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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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의 수위 

 

농담이 심하기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말은 아슬아슬하다. 흑인이 백인 경찰 총에 죽는 것은 반문명적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며 “니거(흑인을 비하하는 표현)가 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폭탄 발언도 했다. 백인이 했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말을 하고선 “나도 흑인인데 농담이었다”며 빠져나갔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동양인 아이들을 불러내 괴상한 동양식 이름을 붙여 좌중을 웃기려 했다. “내 농담이 불쾌하다면 트위터에 띄워라. 물론 스마트폰도 이 아이들이 만들었다”며 아시아는 아동 노동을 착취한다는 부정적 인상까지 덧씌웠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끔찍한 농담”이란 비난이 들끓어도 못 들은 척했다.

 

▶그제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아내 제이다 핀킷의 삭발한 머리를 조롱한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제이다는 영화 ‘콜래트럴’에서 숱 많고 탐스러운 장발을 자랑하던 배우였다. ‘매트릭스’에선 머리를 질끈 동여맨 함장으로 열연했다. 그런데 탈모증을 앓다가 아예 머리를 밀었다. 상실감이 컸을 게 분명한데, 데미 무어가 박박머리 여군으로 나온 ‘GI 제인’ 속편에 출연하라 했으니 농담이라 해도 선을 넘은 것이다.

 

▶자신의 결점을 의식하는 사람은 그 결점을 잣대 삼아 세상을 본다. 키 작은 사람 눈엔 사람들 키가 보이고, 탈모인 눈엔 머리숱부터 들어온다. 그로 인해 박탈감을 겪는다는 의학 연구도 있다. 많은 탈모인이 우울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걸 농담 소재 삼는다면 남의 상처를 헤집는 폭력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인종, 신체, 배우자에 대한 농담을 피하라고 경고한다. 몇 해 전 모 대학 동창회에서 누군가 “우리 집사람은 수수해”라고 했다. 한 친구가 “네가 눈이 낮긴 했지”라고 농담했다가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타인 신체의 단점을 농담 소재로 삼는 것도 금기다. 특히 쿨한 척 자기 외모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이른바 ‘셀프 디스’ 농담을 들어도 절대 맞장구치지 말라고 권한다.

 

▶한국 사회는 언어 폭력에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은 물리적 폭행을 더 심각하게 여긴다. 이번 사건 이후 미국인들 생각을 물었더니 “록의 농담이 지나쳤다”는 답보다 “스미스의 행동은 폭행(assault)”이라는 반응이 두 배를 넘었다. 아카데미 측도 스미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태세다. 사태를 유발한 록은 ‘친구를 잃는 것보다 농담할 기회를 잃는 편이 낫다’는 격언을 새겨야 할 것이다. 최고의 영화 축제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한 스미스도 반성해야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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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폭행과 手語

 

세계 최고로 쳐주는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은 대략 3시간 반가량 이어진다. 시상식 시청률은 비스포츠 생방송 중계 프로그램 중엔 가장 높다지만 최근 몇 년간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상식 시간을 줄이거나 주목도가 덜한 시상을 생중계 전에 배치하기도 했지만 하락 추세는 막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94번째 시상식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중계사인 ABC방송의 잠정치에 따르면 시상식을 지켜본 미국 시청자는 1536만 명. 최악이던 작년의 985만 명보다 56% 늘었다. 그 현장에서 벌어진 초유의 폭행 사건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우 윌 스미스가 자기 아내의 탈모 증상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코미디언 시상자에게 격분해 무대로 뛰어 올라가 뺨을 후려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가족의 아픔을 건드린 것에 자제력을 잃었다지만 폭력 행사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기 어렵다. 스미스는 당국의 처벌과 남우주연상 박탈 위기에 처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끝없이 추락하던 아카데미가 드디어 이제 갈 데까지 갔다는 혹독한 평가들이 줄을 잇는다. 한편으로 올해 시상식이 그 어떤 작품이나 배우, 감독이 아니라 ‘역대 가장 추악한 오스카의 순간’으로 기억될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카데미상은 몇 년 전까지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비판받았다. 그런 따가운 시선에 아카데미도 변하기 시작했다. 재작년 한국 영화 ‘기생충’의 4관왕, 작년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도 그런 변화의 산물이었으리라. 아카데미는 올해 여성과 비백인, 성소수자, 장애인을 모두 무대에 불러올렸다. 특히 청각장애 부모를 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코다(CODA)’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출시된 작품이다. 감독상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워 오브 도그’와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세화, 할리우드가 지배하던 극장영화의 쇠락을 보여준다.

 

▷과거 할리우드는 장애인을 연기하는 비장애인에게 상을 줬지만 이번엔 달랐다. 청각장애인 트로이 코처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그래서 빛났고, 그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의 수어(手語)는 더 큰 감동을 줬다. 윤여정은 수상자 호명에 앞서 수어로 “축하한다”고 표현했고, 관객들도 박수 대신 양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축하했다. 윤여정은 코처가 수어로 소감을 밝히는 동안 대신 트로피를 들고 곁을 지켰다. 누군가의 고통을 희화화한 코미디언, 분노에 찬 폭력을 행사한 할리우드 스타가 전 세계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렸다면 수렁에 빠진 아카데미를 살린 것은 윤여정의 진심이었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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