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돌연 수용으로 검수완박 타결, “권력비리 방패” 비난하더니]
[여야 ‘검수완박’ 전격 합의… 70년만의 수사체계 빅뱅]
[국가보안법과 ‘검수완박’]
野 돌연 수용으로 검수완박 타결, “권력비리 방패” 비난하더니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4.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야는 22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달 법안 처리를 한 뒤 5월 3일 국무회의에 올린다고 한다. 민주당이 각종 무리수를 총동원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면서 벌어진 여야 간 극한 대치 국면이 급작스레 해소된 것이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냈고, 검찰은 “검수완박 시기만 잠시 유예한 것”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 말살책”이라고 반발했다.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꼼수로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던 민주당 지도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비리를 덮기 위한 위헌적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국민의힘의 입장이 돌변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박 의장 중재안은 검찰의 6개 주요 범죄 수사권 중 부패·경제 2개만 남기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개는 경찰로 넘기는 내용이다.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특수부도 5개에서 3개로 줄인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논의를 거쳐 1년 6개월 뒤 한국형 FBI(연방수사국)인 ‘중대범죄수사청’이 발족하면 나머지 2개 수사권도 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중재안이라지만 민주당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바뀐 내용이 없다.
이번 합의로 권력 비리 수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상당수가 이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 중단되고 경찰로 이관된다. 경찰이 수사를 재개하기 쉽지 않거니와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등의 비리를 덮기 위해 노골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여 왔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간다”는 말까지 했다. 검찰이 남은 4개월간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이 의혹들은 사실상 묻히게 된다.
여야의 정치적 거래로 70여 년간 유지해 온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이렇게 뒤흔들어도 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할 문제를 정치권이 날림으로 뜯어고쳤다는 것이다. 새로 만들어질 중대범죄수사청이 주요 범죄 수사를 제대로 해낼 역량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국민들은 이번 합의를 이끈 여야의 주역들에게 이들이 원인을 제공한 국가적 혼란에 대해 두고 두고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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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검수완박’ 전격 합의… 70년만의 수사체계 빅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현행 6대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 등 2개 분야로 축소하는 법안을 이달 말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대로 검찰 수사를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이 내년 하반기에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합의문에도 서명했다. 유예 기간을 두긴 했지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약 70년 만에 형사사법제도의 틀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대 변화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고위간부 7명은 이날 여야 합의에 반발해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다. 목표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중재안에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수완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혀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은 조직 이익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판단해서 행동해야 한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검찰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올 9월부터 6대 범죄 중 공무원, 선거, 대형 참사, 방위사업 분야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중수청이 출범하는 내년 연말부터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겸하던 기관에서 기소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바뀐다. 이미 공수처에 기소권 일부를 내준 검찰은 남아 있는 수사권도 중수청과 경찰에 순차적으로 넘기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기소독점권과 영장청구권이라는 절대적 권한을 쥐고 다른 기관의 견제나 내부 통제를 제대로 받지 않고 수사를 해 왔다. 이런 점이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왔다.
형사사법제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패 대응 역량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맡고 있는 6대 범죄의 피의자는 주로 정치인 등 화이트칼라 특권층이고, 피해자는 일반 국민들이다. 검찰이 이들 범죄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는 이유로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검찰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검수완박법’ 처리를 강행하려 했던 민주당이나 이를 저지하려고 했던 국민의힘은 모두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 등이 강행 처리된 지 1년여 만에 ‘검수완박법’을 쫓기듯이 합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 여야는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유관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빈틈을 메우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협력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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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과 ‘검수완박’
與지지층에만 기댄 ‘검수완박’에 역풍
민주세력의 반민주적 행태는 자기부정
시간을 18년 전으로 돌려 보자.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집권 여당으로 다수당이 됐으니 거칠 게 없었다. 탄핵 역풍으로 배지를 단 ‘탄돌이’ 초선 108명은 기세등등했다.
“두 번 다시 초선 군기 잡겠다고 하면 그 사람을 물어뜯어 버리겠다.” 한 초선 의원의 농담 섞인 발언이었지만 강경파 초선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온건 중도 성향의 중진들과 각을 세웠던 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였다.
여야 물밑 협상이 시작되자 야당 지도부도 국가보안법의 일부 독소조항 개정에 동의했다. 여야가 모처럼 개정안 접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초선들은 국보법 완전 폐지를 고수했다. 초선들은 지도부를 ‘배신자’라고 비난했고, 중진들은 초선들의 주장이 노무현 청와대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침묵했다. 결국 여야 합의안은 당내에서 휴지조각이 됐고, 역풍이 불었다. 국보법은 폐지는커녕 한 자구도 손대지 못했다. 강경 지지층만 쳐다보고 ‘닥치고 국보법 폐지’만 외친 결과였다. 2년 전 총선 압승 직후 이해찬이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해야 한다”고 일갈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 드라이브에 나선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의 데자뷔다. 강경 지지층을 대변하는 ‘처럼회’ 소속 초선들이 전면에 나섰다. 온건 중도 성향 의원들은 그 기세에 눌려 몸을 사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강경 지지층과 맞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의원총회는 비공개였는데도 검수완박에 비판적인 의원들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문자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이 됐다고 했지만 찬반 표결조차 없었다. 당론에 반대했던 금태섭의 낙천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의 제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발상이다.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민형배의 기획 탈당을 ‘비상한 결단’으로 치켜세웠다. 유독 정당의 정체성, 가치를 강조해온 민주당으로선 낯 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하면 개혁, 혁명이라는 당위가 됐다.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한 웬만한 정책마다 ‘개혁’이란 딱지가 남발된 이유일 것이다. 개혁에 저항하거나 반발하면 반개혁 세력, 청산 대상이 된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자신들은 신격화하는 구도다. 주류 86 운동권 그룹이 과거 독재정권과 맞섰던 ‘민주 대 독재’ 프레임이다. 선악(善惡) 대결 구도가 선명한데 꼼꼼하게 법리를 검토하자는 주장은 하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는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간다며 찬성하라더라”고 말했다.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하려 한 속내가 드러났다. 비정상 검찰의 정상화란 검찰개혁의 명분은 퇴색됐다. 당내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는 좌초했다. 처음에 공언한 대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지는 못했어도 검찰의 선거범죄 등 4대 범죄 수사권은 폐지하는 ‘절반의 성과’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반민주적 행태는 두고두고 그림자로 남을 것이다.
18년 전 열린우리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여야 협상보다 다수(多數)라는 힘에만 기댔다. 수많은 경고에 귀를 닫은 채 밀어붙였다. 강경 지지층에 휘둘리면 민심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너무나 명징한 교훈이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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