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이라는 보험]
[韓美, ‘핵우산 명문화’와 함께 실질적 군사 대비도 논의하길]
[IPEF 韓美 경제동맹 강화… 中 반발 관리도 중요하다]
한미동맹이라는 보험
[朝鮮칼럼]

1953년 8월 서울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가조인하는 덜레스(앞줄 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변영태 외무장관.
‘이미 병에 걸렸어도, 고위험군이어도,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 광고에 흔히 쓰이는 상투적인 문구다. 병에 걸렸거나 걸릴 위험이 큰 사람이 보험 가입을 하려 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런 불만을 공략하는 광고 문구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보험이란 병 걸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데, 막상 병에 걸리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퇴짜를 맞기 일쑤라는 걸 소비자들도 잘 안다. 그래서 보험 회사들은 ‘우리는 다르다, 받아준다’며 광고를 할 정도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큰 어려움 없이 가입할 수 있다. 그다지 필요 없어 보일 때는 가입하기 쉽고, 막상 절실한 시점에는 가입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을 ‘보험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여보자. 보험의 역설은 보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 동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원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을 견뎌내고 있는 지금처럼 나토와의 동맹이 간절한 시점도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당장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0′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왜일까? 보험의 역설 때문이다. 나토는 가입국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는 경우, 회원국 전체가 자동 참전하는 집단 안보 시스템이다. 평시 상황을 전제해도 퍽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게다가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당장 가입한다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토 가입국은 모두 러시아와 자동적으로 전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큰 부담을 짊어질 수는 없으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가능하지 않다. 이미 병에 걸린 환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오히려 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15일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공식화했다. 스웨덴은 현지 시각으로 16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보며 더는 애매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는 군사 동맹이다. 군사 동맹은 함께 전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못한다. 나토가 나토라는 이유로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는, 웃자니 비극적이고 울자니 희극적인 상황이다. 그렇게 우크라이나는 오늘도 고독한 싸움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현해탄에 애치슨 라인을 긋고 한반도를 포기했다. 소련을 등에 업고 침략한 북한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3년이나 전쟁을 지속했다. 치열한 싸움을 함께 했지만 미국은 다시 한번 한반도를 버리고 떠날 기미를 보였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거제도에 수용되어 있던 반공 포로를 독단적으로 석방하는 초강수를 두며 미국의 뜻을 꺾었다. 1953년 10월 1일, 결국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한미 동맹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의 전선에서 승리를 거둔 세계 초강대국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최빈국이 1대1로 군사 동맹을 맺는 일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1978년 결성된 한미연합군사령부의 구성은 어떤가. 국군과 미군이 동등하게 구성한 전시사령부가 작전권을 갖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외치는 반미 세력의 주장은 선동일 뿐이다. 실제로는 전쟁 시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까지 함께 지휘한다. 이런 파격적 대우는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같은 나토 회원국들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험의 두 번째 역설이 등장한다. 일단 가입한 보험은, 특히 오래된 것일수록, 그 필요성과 고마움을 잊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있다 보면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까지 든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국방이나 외교와 무관한 듯 보이는 온갖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한미 동맹을 흔들려고 든다. ‘그냥 해지하세요. 매달 나가는 보험비가 얼만데, 지금껏 별일 없었는데 앞으로 큰일 나겠어요?’
한미 동맹은 세계 외교사의 기적이다. 미국과 이런 군사 동맹을 맺을 수만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자 할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지금, 한미 동맹과 보험의 역설을 곱씹어볼 때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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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핵우산 명문화’와 함께 실질적 군사 대비도 논의하길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뉴스1
북한 핵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미 전문가 20인의 정책 제언 보고서가 미 백악관과 국무부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할 능력은 이미 갖췄고, ICBM으로 미국까지 타격권에 넣으려는 안보 위협에 맞춰 한미 동맹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 때처럼 ‘주한미군 완전 철수’가 재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약 내용을 손봐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70년 가까이 북한의 도발을 막으며 기적 같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하게 돼 기존 한미의 재래식 전쟁 억지력이 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조약에는 ‘확장 억제(핵우산)’ 관련 문구가 한 줄도 없다. 주한미군 ‘유지’를 명문화하지도 않았다. 한미 방위조약을 안보 환경 변화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서가 국민 생명과 영토를 보호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영국·러시아가 안보를 보장한다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등을 맺었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 전쟁의 재앙을 막는 건 문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군사 대비다. 북한과 협상은 계속하되 북핵 공격에 대한 현실적 대비도 병행해야 한다.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군사 대비책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조선일보(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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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韓美 경제동맹 강화… 中 반발 관리도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는 새 경제협의체 IPEF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3,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서 IPEF 출범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IPEF 참여는 새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온 사안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외교 기조에 비춰 봐도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미중 경제전쟁과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제와 안보가 따로 갈 수 없는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이 가야 할 선택지이기도 하다. 무역과 공급망, 탈(脫)탄소화, 반부패 등 IPEF 4대 의제는 하나같이 우리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이다. 출범 단계부터 참여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중국의 예민한 반응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IPEF 구상을 안보 차원의 반중(反中) 협의체인 쿼드에 이어 경제와 기술 차원에서 옥죄려는 또 다른 반중 연합체 구축 시도로 여기면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IPEF에 대해 “아시아태평양은 지정학의 바둑판이 아니다. 불장난 말라”고 반발했고, 관영매체는 한국의 참여를 두고 “한중 경제무역 관계를 해치고 중국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중국과의 긴장을 낳는 한국 외교의 딜레마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가야 할 길을 주저하거나 눈치 볼 일은 아니다. 다만 갈등을 예측하고 완화하는 외교적 관리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무역 의존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고 그중 중국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 경제의 현실에선 국제 규범과 원칙에 따른 좌표 설정도 필요하지만 그 부작용과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실용 외교가 병행돼야 한다.
-동아일보(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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