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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갈라야 票 이득” 싸움 부추겨 갈등을 먹고 사는 한국 정치]

뚝섬 2023. 5. 6. 06:00

[“편 갈라야 票 이득” 싸움 부추겨 갈등을 먹고 사는 한국 정치]

[포퓰러한 리더만이 포퓰리즘에 포획되지 않는다]

[리더의 언어]

[제국 몰락의 조짐]

 

 

 

편 갈라야 票 이득” 싸움 부추겨 갈등을 먹고 사는 한국 정치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간호법 제정을 놓고 보건의료계 내부 갈등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처음엔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간호사와 반대하는 의사들 갈등이 중심이더니 이제는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까지 가세해 곳곳에서 갈등의 실핏줄이 터지고 있다. 다른 직역과 충분한 조율 없이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만 떼어내 별도 입법하려고 하니 잠복해있던 보건의료계 갈등이 일거에 수면 위로 드러나며 폭발한 것이다.

 

정치권이 갈라 치기 입법으로 갈등을 조장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변호사와 회계사·변리사·공인중개사 등과의 업무 영역을 놓고 특정 직역에 유리하게 입법하려다 업종 간 싸움판을 만들었다. 지난해 미용사 출신 의원이 미용 산업을 진흥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이용사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한우 농가 이익 대변 법안에 한돈 농가들이 반발하며 ‘한돈 산업 진흥법’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법안일수록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조율 과정이 필요한 것이 상식이다. 특히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직역 업무 범위 등에 관한 법 조항은 토씨 하나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한쪽 편만 들거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절차 없이 덜컥 처리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조정과 중재는커녕 한쪽 편들기를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 사태가 직역별 파업 등으로까지 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

 

갈등을 조율해야 정치권이 도리어 갈등을 조장해 이득을 보려 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일상이 되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반일 몰이로 국민을 분열시켰고 ‘강남 대 강북’ ‘부자 대 서민’ ‘임대인과 임차인’이란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박정희 정권이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는 소외시켰다” “5000년 역사에서 백제가 주체가 된 적이 없었다”며 지역 감정을 노골적으로 선동했다. 국민의힘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을 겨냥한 공약들을 줄줄이 띄우며 ‘이대녀’와 갈라 치기 전술을 썼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보건의료 관련 법은 일자리와 수입 등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직역도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을 정치권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무리한 입법을 시도하는 것은 내년 4 총선을 앞두고 갈라야 이득 먼저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나라 전체에 대한 고민 없이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만 접근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간호법 사태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조선일보(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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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러한 리더만이 포퓰리즘에 포획되지 않는다

 

[朝鮮칼럼]

양곡법과 간호법 모두 수혜자는 분명하지만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에 분산반대 여론 결집 쉽지 않아
정부 여당 동력 강화하려면 대통령 지지율 제고가 급선무
YS DJ
실패하고 박근혜만 성공한 담뱃값 인상 비결을 기억하라

 

한 달 전엔 양곡법이고 이젠 간호법이다. 지난 3월 23일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초됐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역시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고 정부 여당은 다시 한번 거부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니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사법에 반대하며 9일 째 국회앞에서 단식농성중인 권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왼쪽),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덕훈 기자. 뉴스1

 

이 두 법은 그 대상과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정치적 흐름은 유사한 점이 많다. 민주당은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약자 보호를 내세웠고 정부 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막아섰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간호사 같은 수혜자들은 야당 편에 서서 법안에 힘을 실었고 농업계나 의료계의 다른 전문가 집단은 대체로 반대편에 섰다.

 

이런 경우 수혜자 쪽은 이익이 워낙에 명확하기 떄문에 조직력과 단결력이 강하다. 반면에 부담은 불특정 다수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반대 여론이 결집하긴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바로 다가오지 않는 국민들, 즉 여론이 균형추 노릇을 하게 마련이다.

 

애초에 양곡법의 경우 그 정합성과 별개로 정치적 계산상 여야는 서로 해볼 만한 싸움이라 여겼다. 야당 입장에선 총선까지 내다보고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는 동시에 정부 여당과 농심의 거리를 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 거부’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도 있다고 계산했다. 반면 여당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도 반대했던 법안을 추진하는 야당의 이중성과 포퓰리즘을 폭로할 수 있는 계기로 봤다. 야당이 밀어붙일 경우 물가 상승과 재정 악화에 민감한 여론이 입법 독주 프레임 쪽으로 역결집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그런데 법안 처리-거부권 행사 이후 여론은 야당의 계산대로 흘러갔다.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압도했다. 그래도 농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60, 70대에서 정부 여당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종별로는 사무관리직, 연령대로는 40, 50대에선 정반대였다. 이해관계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결국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부권 행사를 지지했고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양곡법을 지지했다는 이야기다.

 

부침이 있긴 하지만 여야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여당 야당 다 싫다는 무당층이 더 많은 여론조사도 있을 정도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최근 돈 봉투 논란에 대한 여론조사는 양곡법에 대한 그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만 민주당을 믿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반대편에 선다. 정부 여당의 믿을 구석도 이런 구조다.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전선은 해볼 만하고이재명이 옳으냐 그르냐 전선은 유리하다. 그런데 ‘윤석열을 지지하느냐 전선은 정부 여당에 불리하다.

 

그러니까 야당은 특정 정책에 대한 논쟁과 찬반을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치환시키고 있다. 잘 먹혀든다. 여당도 그 전선을 야당 대표와 연결시키려 해보지만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쯤이 아닌 다음에야 어렵다.

 

간호법은 다를까? 방송법이나 노란봉투법은 좀 다를 것 같기도 한데 간호법은 양곡법과 비슷할 것 같다. 여권이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전문성과 논리 싸움으로 이끌어갈 능력을 보일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역의 ‘실력 행사’에 기대기라도 한다면 정말 좋지 않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정부 여당의 정책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지율 제고가 급선무다.

 

OECD 가입 이야기가 나오던 1990년대부터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국내 대부분의 전문가는 담뱃값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국민 건강 증진, 의료 비용 절감, 세수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천하의 YS도, DJ도 반발이 무서워 대선 끝나고 300원, 총선 끝나고 200원 하는 식으로 눈치 보면서 찔끔 인상하는 데 그쳤다. 오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3년 차에 들어가는 시점에 무려 2000원을 한꺼번에 올렸다.(그 이후 아직까지 담뱃값은 변동이 없다)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인 고령 남성층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대로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면 선거 때마다 어딘가에 공항이 하나씩 더 생긴다. 다음 총선 직전에 또 다른 신공항 발표가 추가될지 모르겠다.

 

오직 포퓰러(Popular) 리더만이 포퓰리즘에 포획되지 않는 법이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조선일보(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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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언어

 

리더는 걸어다니는 비전이다

최고의 리더는 최고의 커뮤니케이터이다

 

정치와 외교에서 언어(language)는 기적의 원료다. 무엇보다 리더의 언어는 가능한 한 짧고, 단순 명쾌해야 된다. 특히 국가 원수의 언어는 그 나라 국격(國格)의 핵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은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백미(白眉)였다.

세계적인 명연설의 공통점은 결코 어렵지 않으며, 삶의 익숙한 보편적 진리를 통해 벅찬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 연설은 중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많은 리더들이 마이크 앞에만 서면 자신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언필유중(言必有中), 리더의 언어는 곧 그 조직의 품격이자 위상이다. 깨진 종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법이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조선일보(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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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몰락의 조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쇠망에 이른 제국(帝國)의 황혼 녘에는 어떤 모습들이 먼저 아른거렸을까. 중국의 마지막 왕조였던 청(淸)의 패망 요인을 다룬 관영 매체의 글이 한때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글은 관료 문제를 우선 언급하면서 네 가지 현상을 함께 꼽았다.

 

제국이 몰락하는 근본 원인은 관료 정치, 이치(吏治) 타락이라고 봤다. 그 증상으로 나타난 것은 관료 부패(官場腐敗), 머슴 같은 벼슬아치의 득세(奴才得志), 혹독한 민간 학대(酷烈虐民), 태평세월로 가장하기(粉飾太平) 등이다. 관료의 부패는 단순한 뇌물 수수를 넘어 전체 구성원들의 도덕적인 타락까지 포함한다고 했다. 부패한 관료 사회가 무능과 무사안일로 일관해 급기야 스스로를 머슴으로 여기며 최고 권력에 맹목적으로 아부하는 관료 그룹의 발호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이 무렵에는 비형(非刑)이 유행하고 반방(班房)이 성행한다. 비형은 법률에 없는 형벌, 반방은 관료들이 재량껏 만든 감옥이다. 부패한 관료들은 이들을 활용해 민간을 줄곧 핍박한다. 민생은 이로써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력 있는 이는 실의에 빠지고 탐욕스러운 관리(貪才), 무능한 벼슬아치(庸才)에 이어 머슴 같은 벼슬아치(奴才)만이 날뛴다. 그럼에도 관료들은 서로를 봐주며 겉만 번드르르한 허문(虛文)으로 백성을 속이고 황제를 기만한다. 이들에 의해 난세(亂世)는 태평세월로 둔갑한다.

 

쇠망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가지 병증이 현재 중국에 다시 도지고 있지는 않을까. 10년 전인 2013년 선보였던 위 문장이 요즘엔 당국의 검열에 걸려 인용 즉시 삭제되는 현상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관료정치인으로 치환하면 또한 우리사회의 병증일 있다. 몰락과 쇠망은 자칫하면 금세 빠져드는 흔하며 너른 길이다. 중국의 상황에 우리의 우려도 깃드는 대목이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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