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디지털 시대의 ‘착오 송금’] [인간의 수(數) 감각]

뚝섬 2023. 5. 13. 05:23

[디지털 시대의 ‘착오 송금’]

[인간의 () 감각]

 

 

 

디지털 시대의 ‘착오 송금’

 

[차현진의 돈과 세상]

 

미국 맨해튼 금융가에서는 하루에 5조달러 이상의 자금이 컴퓨터를 통해 오간다. 그 과정에서 가끔 실수가 생긴다. 2020년 8월 시티은행 실무자가 8억9400만달러를 잘못 송금했다. 화장품 회사 레브론의 채권자들에게 한 달 치 이자를 뿌려 주려다가 3년 치 이자를 한꺼번에 선지급했다.

 

채권자 대부분은 더 받은 돈을 돌려줬지만, 일부는 반환을 거부했다. 그 분쟁을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상식을 깨고 피고 측 손을 들어주었다. 시티은행이 설마 실수할 없으리라 믿어서 받은 돈을 이미 다른 썼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부당이익은 반환한다 민법의 대원칙이 깨지자 시티은행이 항소했다. 2022 8 1 판결이 뒤집혔다.

 

시티은행이 늦게나마 잘못 송금한 돈을 되찾은 것은 기록 덕분이다. 어두운 택시 안이나 술집에서 실수로 고액권을 지급했을 때는 기록이 없어서 돌려받기 어렵다. 기록이 있더라도 송금한 금액이 소소하면 돌려받기 힘들다. 실수한 사람이 지레 포기하기를 바라며 반환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디지털 금융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착오 송금이 빈번하고 분쟁도 많다. 예금보험공사가 분쟁 해결에 나서 지금까지 6000여 명이 73억원을 돌려받았다. 건당 120만원꼴이다. 지난주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한국 사례가 소개되자 외국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착오 송금은 다른 나라에서도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시대에는 착오 송금이 무시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된다. 모든 거래가 기록되니 이론상으로는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기 쉬워지지만, 실수의 빈도는 훨씬 잦아진다. 노약자에게 그 실수가 집중된다. 디지털 금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송금은 편하게 하고, 실수는 빠르게 복구하는 것이다. 실수와 약자를 고려하지 않는 기술 발전은 차갑다.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조선일보(23-05-10)-

_______________

 

 

인간의 () 감각

 

수학 산책] 휴대전화 번호는 자리 수가 많을까요?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번호는 네 자리 숫자가 두 번 조합된 형태예요. 미국·캐나다·중국 등 주요 다른 나라의 전화번호 뒷자리 수도 네 자리고요. 왜 하필 네 자리 숫자로 만들까요? 이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수학적 가설이 있답니다.

바로 인간의 '수 감각' 때문이라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고 인식할 있는 숫자의 개수가 4개까지라는 거예요. 현대인의 뇌는 숫자를 볼 때는 물론 물건의 개수를 인지할 때에도 통상 4개까지만 한 번에 인식해요. 5부터는 뇌가 2 3 조합해서 인지하기 시작하죠. 숫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한참 전 과거에는 인지할 수 있는 수가 더 적었대요. 이 때문에 수의 개념을 익히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은 셀 수 있는 수가 많지 않았고 수를 표현하는 언어도 많지 않았다고 해요.

프랑스의 수학사학자 조르주 이프라는 저서 '숫자의 탄생'에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수 감각이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 결과 하나를 제시했어요. 문명과 접촉하지 않고 사는 아프리카 피그미족과 줄루족 등 각종 원시 부족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하나' ''이라는 언어만 가지고 수를 표현했대요 이상의 수는 모두 '많다' 표현하거나, 언어의 조합만으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예컨대 오스트레일리아의 파푸아 원주민은 1을 '우라펀(Urapun)', 2를 '오코사(Okosa)'라고 하고 나머지는 이 두 가지만 이용해서 표현해요. 즉, 3은 '오코사 우라펀', 4는 '오코사 오코사'로 표현하죠. 셋 이상의 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니 언어도 없었고, 굳이 셋 이상의 수를 말해야 할 때에도 두 개씩 묶어서 표현한 거예요. 흥미로운 추측도 있어요. 예컨대 나무를 뜻하는 한자 '木(나무 목)'을 2개 붙이면 숲을 뜻하는 '林(수풀 림)'이 되고, 3개를 붙이면 나무가 빽빽하게 있다는 뜻의 '森(빽빽할 삼)'이 돼요. 이로부터 나무가 우거진 수풀을 뜻하는 '삼림(森林)'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수학계의 일부 학자는 만약 인간의 수 감각이 더 뛰어났다면 '木'을 4개 또는 5개 그린 한자로 삼림을 표현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해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조선일보(22-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