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개국 42억 명이 투표소로… 지구촌 정치-경제 ‘새판’ 짠다]
[내년은 선거의 해 “인구 42억 사는 71개국서 투표”]
[인공지능(AI)은 태생적 좌파?]
[어떤 선거 치를지도 모르는 채 총선 D-100일 맞게 되나]
76개국 42억 명이 투표소로… 지구촌 정치-경제 ‘새판’ 짠다
2024년은 글로벌 ‘슈퍼 선거의 해’
‘美中 대리전’ 대만 총통 선거부터… ‘바이든 vs 트럼프’ 리턴매치까지
푸틴, 지지율 80%로 5선 가능성…30년간 통치로 ‘현대판 차르’ 눈앞
‘스트롱맨’ 모디 印 총리도 3선 앞둬… 유럽의회 선거선 극우 약진 전망
日은 ‘포스트 기시다’에 관심… 한일 관계 미칠 영향 주목
“전 세계가 한 세대 만에 가장 격동적인 한 해를 맞고 있다.”
제니퍼 웰치 미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분석가의 말이다. 그는 세계 주요국에서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4월 한국 총선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대만 인도 등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칠 선거가 몰려 있어 ‘슈퍼 선거의 해’로 꼽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세계인은 특히 내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주목한다. 현재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해 동맹국과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돌리며 더욱 중국을 옥죌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말했지만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톱다운(Top-down·하향식)’ 담판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중대한 변동이 예상된다.
대만,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세계 정치·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거가 치러진다. 지구 전반에 걸쳐 생산 공급망과 안보 지형으로 촘촘히 연결된 한국으로서는 모든 선거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 1월 대만 총통 선거 미중 대리전
슈퍼 선거의 해 출발은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다. 대만은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경쟁의 최전선이다. 미국에 대만은 중국 군사력의 태평양 진출 저지선이자 반도체 공급망 핵심 파트너다. 최근 대만의 방어 역량 확대를 지원하는 2024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킨 미국은 대만에 친중(親中)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흡수하려는 중국은 친중 정권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며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세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가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대만 언론 메이리다오뎬쯔보(報)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는 38.9% 지지율로 허우 후보(29.4%)를 앞섰다. 허우 후보는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4) 후보와의 단일화를 노렸지만 단일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 탓에 허사로 돌아갔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에만 중국 정찰풍선이 수차례 대만 상공에서 포착됐고,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군함 등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오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 약 120만 명이 총통 선거에 참여할 경우 허우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인과 그 가족이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상으로는 집권 민진당이 다소 앞서지만 대만 ‘샤이(shy) 국민당’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투표 직전까지 매우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 후보가 승리해 친미(親美) 성향 정권이 수립된다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짜이시(王在希) 전 중국 국무원(정부 격)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23일 중국 관영 환추시보 개최 포럼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만 유권자 다수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점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해도 양안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3월 러시아 대선 ‘스트롱맨’ 푸틴 독주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의 사실상 종신 집권을 확정하는 대관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9.3%로 집계됐다.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푸틴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이기면 78세가 되는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30년까지 30년간 현대판 차르로 군림하게 되는 그는 개헌으로 두 차례 더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돼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푸틴 대통령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은 올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 재선 레이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정권 교체기로 들어가고 대만에도 불안이 증폭될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며 “종신 대통령이 유력한 푸틴이 이런 유리한 환경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인정받고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재선하면 올 9월 푸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북-러 ‘신(新)밀월 관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북한에서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막아내고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서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서도 내년 3월 31일 대선이 예정돼 있다. 2019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5월 말까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여서 모든 선거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계엄령을 일시 해제하고 대선을 치를지, 아니면 선거를 연기하거나 일정을 새로 잡을지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단 대선을 연기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을 보이라면서 예정대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3선 모디 총리 ‘다극 세계 질서’ 주도할까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 총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총선이 한국의 대선 격이다. 유권자가 9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지역별로 투표 날짜가 달라 내년 4월 30일을 시작으로 5월까지 총선을 치른다. 이번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73)의 3연임이 매우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50%대로 높다.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모디 총리의 행보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인도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인 6.3%로 내다봤다. 모디 총리는 “세 번째 임기 안에 (미국, 중국에 이어) 경제 3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내놓으면서 표심을 잡고 있다.
모디 총리의 정경유착 의혹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를 대신할 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야당 26곳이 이례적으로 결집해 인디아(INDIA) 연합을 결성했으나 정치적 구심점이 약해 총리 후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신흥국)’ 리더로서 입지를 노리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줄타기 외교’ 실력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4자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중국이 이끄는 신흥국 협의체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협의체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 유럽서 극우 돌풍 이어지나
유럽도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2020년 1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은 최근 이주민 대량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민족주의, 반(反)이민, 외국인 혐오 등을 앞세워 수년간 빠르게 세력을 키워 온 극우 정당이 대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축소, 기후변화 목표 조정 등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 나와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영국은 내년 봄 또는 가을 총선이 유력하다. 영국은 현행법상 늦어도 2025년 1월까지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유권자들의 조기 총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보수당을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와 정권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올 초 물가상승률이 10%에 이르면서 기준금리가 5.25%까지 오르자 고금리로 인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상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영국 내에서 “이토록 가난했던 때가 없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2일 치러지는 중미 멕시코 대선에선 사상 최초로 여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과 야당 연합의 후보 모두 여성이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남성주의적 ‘마초 문화’가 지배하는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여권 신장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내년 3월 1일 총선을 실시한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 후보 중 28% 이상이 자격을 잃었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거 과정에 파행이 우려된다.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인구 2억4000만 명의 핵보유국 파키스탄도 내년 2월 의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아프리카 튀니지는 내년 10월경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 日 기시다 지지율 추락 ‘포스트 기시다’ 주목
사실상 자민당 1당 독식 체제인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6) 현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취임 2년 2개월 만에 지지율 10%대로 추락한 가운데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내년 3월 혹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 9월 전에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새로 선출된 총재가 사실상 차기 총리가 된다.
누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는지는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郎·60) 디지털상은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며 부친은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하원) 의장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6) 전 자민당 간사장은 주요 정치인 중 과거사 등 한일 관계에 가장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2)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보다 극우 성향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윤 기자/이기욱 기자/윤다빈 기자, 동아일보(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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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 자격 박탈’ 기로에 선 트럼프. ‘두 개의 전쟁’ 속 세계 정세, 美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좌우할 판.
-팔면봉, 조선일보(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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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선거의 해 “인구 42억 사는 71개국서 투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옛 유고 연방의 일부였던 동유럽 세르비아에선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1주일째 진행 중이다. 시위대 수천 명은 “대통령이 선거를 강탈했다”며 선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2주 전 출범한 폴란드 정부는 “공영방송이 전임 정부의 선전도구였다”며 뉴스 전문채널의 방송을 중단시켰다. 전임 정부, 새 정부 모두 비교적 자유 선거로 집권한 나라에서 했는데 벌어진 일이다.
▷선거가 언제부턴가 두려움이란 표현과 쓰이곤 한다. 일부 정치인이 민주의 외피(外皮)를 입고 전횡을 저질러 그럴 것이다. 이런 우려 속에 내년은 71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독일 우루과이 등 자유 선거 43개국,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등 불완전 선거 28개국 등 모두 71개국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했다. 71개국 인구는 42억 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가 투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과 올해 선거를 치른 나라의 인구는 모두 약 12억 명이다. 2024년 선거는 그래서 지구적 현상이다. 1월 대만, 2월 인도네시아, 3월 러시아 이란, 4월 한국 인도, 11월 미국까지….
▷선거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믿음이 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정보 왜곡, 부정 선거, 여론 조작 시비가 잦아졌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트럼프의 재등장을 걱정할까. 선거 아닌 선거를 치르는 푸틴, 시진핑 등이 ‘선거란 참 좋은 발명품’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24년 장기집권 푸틴은 5선에 도전하고, 지난해 3연임 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인민대표 2952 대 0이라는 만장일치 형식을 갖췄다.
▷1년 전 탄생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가짜 공포를 더 키웠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AI 정치 광고를 금지시켰다. 구글은 AI에 묻는 대선 질문을 제한한다는 원칙은 정했지만, 무엇을 막을지는 결정 못 했다. 미국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떨고 있다는 말이다. “대외 개입을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당선이 유리하다고 여긴다면 여론 왜곡에 나서지 말란 법도 없다. 푸틴, 시진핑, 하마스라면 유혹이 적잖을 것이다.
▷지금의 세계는 경제 공급망과 안보 지도로 촘촘히 엮여 있다. 1월에 뽑힐 새 대만 총통이 친중이냐 반중이냐는 중국의 북태평양 군사행동에 영향을 준다. 한미일 3국에게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5년 임기가 3월에 끝난다. 전쟁 탓에 연기됐지만 우크라이나 대선은 우리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외교정책과 주식시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 투자액이 85조 원을 넘나드는 수백만 서학(西學) 개미에게 지구 반대편 선거가 내 앞마당 선거인 것이다. 어느 선거 하나도 우리와 무관한 것은 없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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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태생적 좌파?
대표적인 우파 인사인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AI(인공지능) 챗봇 ‘그록’이 좌파 성향을 드러내 우파들을 화나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록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 “이슬람 세계의 빈곤은 서방 착취 탓” 같은 답변을 내놔 출시 2주 만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심지어 그록은 트럼프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5명에, 바이든을 최고의 대통령 5명에 포함시켰다. 챗GPT의 좌(左) 편향을 바로잡겠다던 머스크의 의도가 무색해진 것이다. 당황한 머스크는 AI의 훈련 기반인 인터넷이 심한 좌편향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한 이래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AI의 정치적 편향이 민감한 주제로 떠올랐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챗GPT는 이념형 질문 60개에 대해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 브라질의 룰라 지지자 등 좌파에 가까운 대답을 내놨다. 챗GPT뿐 아니라 구글의 AI 챗봇 ‘바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어리석은 짓”이라고 영국 노동당 같은 답변을 했다. 또 노동당은 “사회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긍정 평가하고, 보수당은 “부유한 집단만 대변하는 그룹”이라고 부정 평가했다.
▶AI별로 정치 성향이 차이 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워싱턴대, 중국 시안교통대가 14개 AI의 정치적 편향성을 조사해 챗GPT는 좌파, 구글의 버트는 중도, 메타의 라마는 우파로 분류했다. AI 챗봇이 내놓는 선거 관련 정보의 30%가 오답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AI별 한국 정치 성향을 알아보려고 ‘최악’ ‘최고’ 대통령을 5명씩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챗GPT4는 ‘최고의 대통령’으로 ‘김대중, 노무현, 박정희, 이승만, 이명박’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두환, 박정희, 박근혜, 이명박, 노태우’를 꼽았다. 구글의 바드는 최고의 대통령에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최악의 대통령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을 꼽았다. 그런데 바드는 ‘박정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압에도 책임이 있다’ ‘이명박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해 기초 사실조차 엉터리였다.
▶2024년은 미국 대선, 한국 총선 등 세계 40여 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가뜩이나 양분화된 정치 지형에, AI의 정치적 편향성까지 가세하면 화합은커녕 세상이 더 쪼개질 것 같아 걱정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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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거 치를지도 모르는 채 총선 D-100일 맞게 되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처에서 한 직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의원 정수는 몇 명으로 할지, 이 중 비례대표는 몇 명이고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법으로는 선거 1년 전인 지난 4월 선거 제도를 확정했어야 하지만 정치권은 늘 그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법정 시한을 어겼다. 연말까지 잡힌 국회 본회의는 28일 하루인데, 여야는 선거법 협상은커녕 ‘김건희 특검법’만 갖고 싸우고 있다. 해를 넘겨 1월 1일이 되면 총선이 꼭 100일 남는다. 이대로면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다.
선거 제도 개편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비례대표를 어떻게 몇 명을 뽑느냐가 핵심이다.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여야 합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인 현행 선거법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던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를 불러 오는 부작용만 낳았다.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러느니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원래 제도로 되돌아가자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고 대다수 국민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유지파와 과거로 돌아가자는 병립형 회귀파가 갈려 있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의원총회를 여러 번 열고도 결론을 못 냈다.
준연동형파는 병립형 회귀는 ‘정치 퇴행’이라고 주장하며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법을 바꾸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함세웅 신부와 이부영 전 의원 등 야권 원로란 사람들은 이미 ‘진보정치연합’을 명분으로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시민 단체와 이른바 재야 인사 중 아직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한 사람, 민주당 비례대표로 내세우기에는 부적합한 사람 등이 이를 통해 다음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당 의석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병립형을 원한다고 하지만, 준연동형파의 요구를 단칼에 끊어낼 경우 총선 득표에 불리하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고 있다.
준연동형 선거제는 태생부터 정략적이었다. 지난 총선 직전 공수처법 통과를 대가로 민주당이 정의당 등 군소 정당과 맞바꾼 것이다. 민주주의의 제도적 근간인 선거 규칙을 제멋대로 뜯어고쳐 누더기를 만들더니 되돌리는 문제도 유불리를 따지느라 우물쭈물하고 있다. 국민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직무 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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