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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버려지는 컵라면 국물에 "비명"] [한강과 한라산의 라면.. ]

뚝섬 2024. 7. 4. 09:09

[한라산, 버려지는 컵라면 국물에 "비명"] 

[한강과 한라산의 라면 국물]

 

 

 

한라산, 버려지는 컵라면 국물에 "비명"

 

제주도 한라산이 예기치 않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suffer from an unexpected problem). 외신들까지 기이한 현상(bizarre phenomenon)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그 문제의 주범(main culprit)은 엉뚱하게도 컵라면 국물(oddly enough, cup ramen broth)이다. 최근엔 한라산에서 컵라면 먹는 인증 사진 찍기(taking a certification photo)가 유행하면서 보온병(thermos bottle)을 가져와 컵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을 아무 데나 버리는(dispose of the leftover soup anywhere) 일이 더욱 잦아졌다.

 

그렇게 한라산에 버려지는(be dumped on Mount Halla) 라면 국물이 하루에 약 120L에 이른다고 한다. 나트륨 함유량(sodium content)이 워낙 많은 ‘소금 폭탄’이어서 종이컵 한 컵 분량(200㎖)을 희석하는 데만 무려 7300배에 달하는 물 1460ℓ가 필요하다.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concerns about its environmental implications)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염분이 많은 액체(briny liquid)는 토양에 스며들면서(seep into the soil) 식물을 말라 죽게(dry out) 한다. 삼투압 현상에 의해(due to the phenomenon of osmosis) 수분이 짠 국물을 머금은 토양으로 이동해버리는(move into the soil containing salty broth) 탓이다. 게다가 물줄기로 흘러들어(run off into streams) 깨끗한 물 환경에서 살아가는(inhabit clean water environments) 날도래, 잠자리 애벌레, 도롱뇽 등 수중 야생 생물을 위험에 빠트린다(endanger aquatic wildlife).

 

또 까마귀, 오소리, 족제비 등이 국물 냄새를 맡고(detect the scent) 오염된 건더기를 먹어(consume the contaminated ingredients)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lead to ecosystem disruption). 체내에 쌓이면 생식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고(disrupt reproductive functions), 먹이사슬을 통한 2차 피해까지 유발하게 된다(cause secondary damage through the food chain).

 

이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윗세오름 대피소 등에 라면 국물 수거용 60L 컨테이너와 음식 처리기(food dispenser) 2대를 설치했다. 문제는 하루에 배출되는 라면 국물이 워낙 많아 상당량이 맨땅이나 화장실 변기에 버려지고 있다는(be discarded on bare ground or in toilets) 현실이다. 게다가 국물 염분 탓에 음식 쓰레기 분해 미생물(microorganism responsible for decomposing food waste)이 죽어버려 음식 처리기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고, 토양 오염(soil contamination)으로 이어지는 악순환(vicious cycle)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고육책(desperate measure)으로 나온 것이 ‘스프 반 + 물 반’ 캠페인이다. 컵라면을 절반 분량만 만들어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모두 들이마시고 가자는 취지인데, 최근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버려지는 국물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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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한라산의 라면 국물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각별하다. 1인당 연간 70개 이상으로, 매주 한두개씩 먹는다. 전 세계 라면 소비 1위 자리를 놓고 베트남과 경쟁한다. 문학작품에도 그 애정이 녹아 있다. 소설가 이문열은 대하소설 ‘변경’에서 1960년대 이미 한국인의 라면 사랑이 유별났음을 기록했다. 특히 국물을 예찬했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깨어 넣는 생계란이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한다고 썼다. 소설가 김훈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국물을 강조했다. 맛있는 라면을 만들려면 물의 양은 조리법에 나오는 550㎖가 아니라 700㎖여야 하고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라면 먹고 남은 것, 특히 국물은 문제다. 애물단지다. 라면 국물 맛을 결정하는 수프는 사실상 소금국과 같다. 나트륨이 약 1800㎖로 1일 권장 섭취량 2000㎖에 육박한다. 남아서 버려진 국물 속 염분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풀과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생태계를 교란한다. 종이컵 하나 분량인 200㎖ 라면 국물을 정화하려면 그 7300배인 1460ℓ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버려진 국물에서 나는 악취도 고약하다. 대표적으로 악취에 시달리는 곳이 한강공원이다. 한강 편의점의 즉석 조리기에서 끓인 라면은 워낙 인기여서 ‘한강 라면’이란 표현까지 생겼다. 그런데 먹다 남긴 국물을 한강으로 연결된 하수구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엔 건강 생각한다며 면만 건져 먹고 국물은 버리는 이도 많다. 10일 오전 인근 한강공원에 나가보니 하수구마다 전날 밤 버려진 라면 국물 악취가 진동했다. 지난주 벚꽃 축제가 열린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도 버려진 라면 국물로 몸살을 앓았다.

 

전국의 산들도 라면 국물로 신음한다. 1994년 화기를 사용한 취사가 금지된 뒤 등산객 사이에 컵라면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일부 등산객이 먹다 남은 국물을 산이나 계곡, 심지어 등산로 화장실 변기에 버린다.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에 컵라면 인증샷을 남기는 게 유행하면서 피해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이 이달 들어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버려진 라면 국물 때문에 맑은 물에 사는 날도래, 잠자리 애벌레, 제주 도롱뇽 서식지가 위협받는다고 한다. 음식 냄새를 맡은 까마귀와 산짐승까지 꼬인다. 라면 국물도 엄연한 쓰레기다. 산이라면 비닐봉지에 담아 보온병에 넣어 하산하고 한강공원에선 지정된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몸에 해로운 국물은 자연에도 해롭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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